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지리산포럼] [지리산이야기포럼2021] 12/1 기후위기시대, 지역 책방과 출판인이 고민하는 책 생태계

2021-12-24

기후위기시대, 지역 책방과 출판인이 고민하는 책 생태계

좀 더 지구에 이롭게, 좀 더 자연스럽게 책을 만들고, 사고파는 문화를 찾아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X 독립출판 니은기역

2021년 12월 1일 수요일 10:00~12:00 

 

기획 및 진행 | 독립출판 니은기역 문현경 대표

 


 

<지리산이야기포럼>은 지리산권 지역의 활동가들이 지리산권의 새로운 의제, 이슈를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올해의 <지리산이야기포럼>은 지리산포럼2021 기간 중에, 다음과 같은 3개의 주제로 열렸습니다.

 

  • 기후위기 시대, 지역책방과 출판인이 고민하는 책 생태계 
  • 공유공간 in 구례 
  • 지리산권 언론들의 경험 나눔과 고민 털어놓기 

 

 

‘기후위기다. 책 만드는 사람들 고민도 더해져야 한다.’ 이 생각으로 포럼을 준비했습니다. 거창하게 포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이야기 나눔 자리였습니다. 좀 더 지구에 이롭게, 좀 더 자연스럽게 책을 만들고 사고파는 혹은 주고받는 생태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역 책방 운영자들과 출판사, 책 디자이너, 작가, 그리고 넓게는 책을 만들고 만지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고민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벌였습니다. 

 

아무래도 남쪽 시골에서 벌어지는 자리에 얼굴 마주하러 오기가 쉽지 않을 터라, 지역 책방과 출판사들에 미리 메일로 질문을 드려 의견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고민을 함께해 주시는 분들이 답을 주셨고, 이렇게 모은 이야기를 포럼에서 들추었습니다. 포럼에 오신 분들과 주고받은 내용을 아래 정리해 두었으니, 이 기록을 돌다리 삼아 기후위기 시대, 책 생태계를 고민하는 길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 지리산이음

 

 

기후위기는 어쩌면 책 생태계 파괴와도 맞물려 있는 게 아닐까

 

 

생태계라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지구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책을 둘러싼 생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생각해 보니 자연이 돌아가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생태계 다양성과 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기후위기가 불거졌듯, 책 생태계 다양성과 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책 환경도 위기를 맞은 게 아닐까요? 

 

책 생태계에서 종 다양성이라면, 책 종류가 다양하다는 측면을 우선 떠올리게 되는데, 그보다도 책이 탄생해 읽히기까지 구조가 다양한가 하는 측면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구조가 다양하지 못하면 책 종류 역시 다양하지 못할 테니까요. 이번 포럼에서 그 구조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아울러 생태계가 돌아가는 큰 원리가 순환과 상호의존인데요, ‘우리 책 생태계는 잘 순환하고 있는가’ 이것도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출판사, 지은이, 디자이너, 책방, 독자가 순환하고 있나? 책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물질인가? 이런 물음들이요. 

 

그럼 사전에 주고받은 질문과 답을 중심으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게요. 

 

 

 

질문1. 대규모 유통 서점들과 달리 지역 책방이 생태계에 더 이로울 수 있을까요?

 

책방 겨우살이 :

 

대규모 온라인 서점들은 택배비까지 무료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 권도 배송비 없이 받을 수 있어 독자에겐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많은 택배 안에는 탄소배출이 숨어 있습니다. 지역 책방이 살면 이런 부분들이 조금은 덜 해지겠지요. 책방은 여러 책을 한 번에 들이는 과정에서 탄소를 덜 만들고, 또 독자는 택배에 따른 탄소배출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격이 되겠지요.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 책을 총판에서 주문해서 팔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었습니다. 독자는 원하는 책을 원하는 시기에 받아 보길 원하고, 책방도 다양한 책을 때에 맞게 팔아야 하기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1주나 보름 정도 미리 책을 주문받은 후 한 번에 모아서 책 택배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다림 대신 할인을 해 주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생기는 게 수많은 택배박스와 함께 온 탄소발자국이었습니다.

 

유통을 한 단계라도 줄이는 길이 탄소발자국을 적게 한다는 면에서 재고를 남기지 않는 ‘현매’를 택합니다. 물론 이건 무점포 책방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위탁을 할 경우 ‘재고’가 남게 되어 다시 반품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현매로 했지만 재고가 남기도 합니다. 

 

저희 책방은 중고서적도 판매합니다. 주로 생태 분야 책을 많이 입고합니다. 꼭 새 책이 아니라면, 독자 입장에서도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지구 입장에서도 그게 더 좋겠죠. 물론 서점에는 새 책을 판매하는 것이 매입비율로 치면 더 이익이긴 합니다. 

 

 

 

심다(순천 책방) :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작은 서점들이 책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과정에서, 배송과 물류 시스템 안에 없으면 독자를 만날 기회가 줄고, 상품이 상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 여건도 고려해 대안을 찾으려면, 결국 다양한 서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출판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책방이 생겨야 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책 한 권만 주문해도 무료배송 되는 시스템 같은 것도 자연히 감소할 거라고 봅니다. 

 

니은기역 : 작은 책방이 다양해지고 튼튼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다 : 늘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요즘엔 책을 읽는 사람 수는 진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원래 책을 보는 분들은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저변을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 안에서 더 많은 책을 소비하고, 책을 직접 사서 보게 됩니다. 글쓰기가 같이 될 때 더 많은 사람이 비슷한 분야의 책을 더 많이 읽게 됩니다. 

 

니은기역 : 책 보는 사람이 늘어야 책방도 늘 수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책방이 글 쓰는 사람을 늘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측면, 무척 공감합니다. 편집자가 저자를 발굴하듯 책방도 독자를 발굴하고 나아가 독자를 저자로 만드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한책방 :

 

동네책방은 엄격하게 책을 고르고, 될 수 있으면 그렇게 고른 책을 반품하지 않고 어떻게든 소화하려고 하는 쪽이라 반품이 일상화된 대형 서점보다 분명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은기역 : 실제로 반품률이 그렇게 높은가요?

 

심다 : 독자들은 작은 티끌만 있어도 반품합니다. 또 심다는 출판사로서도 운영하고 있는데 코팅하지 않은 책을 공급하려니까, 대형 서점은 반품률이 높다고 입점을 거절했습니다. 코팅하거나, 비닐 포장을 해야 입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출판사는 (코팅을 한 종이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코팅할 수밖에 없습니다. 

 

니은기역 : 동네책방은 엄격하게 책을 골라 반품률이 적다는 까닭으로도 그렇고, 코팅하지 않은 책들이 무사히 독자에게 전달되기 위한 까닭으로도 동네책방이 늘어야겠습니다. 또 독자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건 뒤쪽에서 더 다루기로 해요.

 

 

달팽이책방 :

 

탄소 줄이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개별 택배 배송으로 인한 탄소 발생을 줄이고 이에 따른 비닐 포장을 줄이며 동네에서 직접 필요한 책을 구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겠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 책방, 작은 책방의 존재는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프랜차이즈화, 대기업화되는 현상 속에 '다양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의 상황, 우리 동네의 모습에 맞춘 작은 공간이 존재하고 지속함으로써 그들 각각의 개성과 고유함을 피부로 느끼고 교감할 수 있는 경험은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강력한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생태적 다양성에 대한 사유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니은기역 : 동네가 가진 개성과 고유함을 잃지 않게 한다는 측면에서 동네책방의 의의를 짚어 주셨습니다. 더 크고 획일화된 것에 맞서서 동네책방이 존재해야 하고, 이렇게 다양성을 유지하게 하는 동네책방들이 사라지면 책 생태계도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 지리산이음

 

 

질문2. 기후위기 시대에 책 만드는 이들에게 책방이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책방 겨우살이 :

책이 버려지는 순간 재활용 될 수 있는 소재로, 표지와 내지를 동일한 재질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책방 :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 때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 예를 들면 띠지 등을 가급적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표지 작업에서도 후가공(에폭시, 먹 작업)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표지에 코팅을 하는 건 현재 책 유통상황에서 불가피하기는 한데 친환경적인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달팽이책방 : 

온라인 서점을 통해 소비자가 개별 배송받는 쇼핑이 주류가 되면서 상품의 무결성(흠집 하나 없는, 제품 상세페이지에 나온 그대로의 상품을 원하는 마음)은 오프라인 서점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은 서점은 자본이 적으므로 한 종의 책을 여러 권 구비하기 힘들고, 여러 손님의 손을 타는 과정에서 실은 파본이나 헌 책이 아님에도 늘 "이 책 새 책 없나요?"라는 슬픈 질문과 마주하곤 하지요) 이런 소비 분위기는 모든 책을 랩핑하게 만드는 압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통 과정에서 책의 파손을 줄이기 위함도 있겠지만요) 그러나 이제 기후위기 시대에 플라스틱으로 진공포장한 책에 대해 산업적인 측면에서 토론해본다면 어떨까요. 더불어 어떤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의 무결점에 집착하게 되는 마음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니은기역 : 쓰레기가 될 요소들을 만들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출판사들이 꼭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라도 책방, 출판사, 독자 모두가 무결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씀에도 무척 공감하게 됩니다. 앞서 코팅되지 않은 책이 반품률이 높아 어쩔 수 없이 코팅하는 출판사들이 많다 하셨는데, 그런 점에서 독자가 나서서 코팅하지 않은 책을 더 찾아주고 약간 흠이 있는 책도 너그러이 받아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질문3. 출판인들이 알아야 할 ‘지구에 덜 해롭게 책 만드는 법’ 은 무엇일까요? 

 

행복한아침독서 : 

재활용이 가능하게 책 만들기. 특히 표지. 그리고 재생종이를 적극 이용하기 등을 권하고 싶네요. 그리고 편집디자인을 할 때도 지나친 여백을 줄이고 행간을 줄여 책의 페이지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철수와영희 :

출판 방식과 관련해서는 중복출판을 하지 않거나 재생 용지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판의 현실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으면 재생은 쉽지만, 유통 과정에서 책이 쉽게 훼손되기 때문에 실천이 어렵습니다. 

 

 

 

니은기역 : 출판사들도 친환경 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싶고,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현실 여건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 말씀인데, 이 부분은 출판계 전체가 나서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될 수 있으면 재생지를 사용하고 콩기름 인쇄 또는 더 나은 인쇄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콩기름 인쇄 방식은 인쇄 작업자에게도 책을 읽는 이에게도 건강한 방식이며 석유를 기반으로 한 인쇄보다 환경에 덜 해를 주는데도, 현재 콩기름으로 인쇄해 주는 인쇄 업체가 많지 않습니다. 단가도 비싸고 그나마도 대량 인쇄 때나 가능하죠. 그러니 출판사는 단가와 부수를 고려해 콩기름 인쇄를 선택하지 못하고, 인쇄 업체는 콩기름 인쇄 전용 기계를 따로 들이기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그렇게 들인다고 해도 찾는 이가 몇 안 된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호소합니다. 이러니 어느 쪽에서도 변화가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포함해 출판계가 나서서 친환경 인쇄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재생종이와 콩기름 인쇄 방식에 대해 나름 끙끙대다가 정리해 둔 내용이 니은기역 블로그에 있으니 참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바로가기 )

 

 

살롱드마고 이리(책 디자이너) : 살롱드마고는 책방 겸 북카페이고, 협동조합 마고라는 법인이 운영합니다. 처음엔 재생종이와 콩기름 인쇄를 많이 추천하고 이용했었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하진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상업적 디자이너로서, 클라이언트가 만족하는 게 중요합니다. 디자인에 가장 어울리는 종이로, 협업이 잘 되어 실수가 없는 인쇄소를 선택하는 정도로 타협하고 있습니다. 재생 종이든, 친환경 방식의 인쇄이든, 심미적으로 아름답다면 지금의 독자들은 선택합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책을 만드는 건 물성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갖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예쁘고 인테리어 효과가 있다면 독자들은 책을 삽니다. 책의 기능이 바뀌고 있습니다. 물적으로 아름다움을 주는 것까지 고려가 된다면, 불편하고 의미가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겠지요. 

 

재생 종이 역시 제작 과정에서의 오·폐수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FSC(삼림인증제도) 인증받은 종이를 쓰는 게 친환경적이지 않냐'는 논란도 있습니다. 이것만 전공하는 디자인 학과, 논문도 있더라고요. 공부를 무척 많이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제작, 유통, 인쇄소를 잘 관리하지 않은 상황에선 FSC 인증품을 실제로 쓸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창고에서 제대로 종이를 관리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몇 년도 생산 종이인지 확인을 요청해야 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제대로 이 부분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클라이언트에게 권유하면, 결과물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타협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니은기역 : 네, 그 말씀에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결과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에게 만족할 만한 물성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환경을 해치지 않고 싶은 마음과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환경을 생각해서 한 선택이 정말로 환경에 좋은지 명확하지 않아서 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계속 고민해 나가야만 하겠지요. 앞서 이야기 나눈 것처럼 무결성에서 벗어나려는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테고요. 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읽는 이와 파는 이 모두에게 이런 책임이 있습니다.

 

 

다른길 :

 

제가 다른길을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딱히 기후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첫째, 출판계의 시스템(대량생산과 대량유통, 대량소비. 문어발식 제작, 책 팔아서 돈 많이 벌겠다는 욕심)과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둘째, 그럼에도 책을 만들고 내는 일을 좋아하므로 다른 방식으로 하고자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다른 방식이란, 우선 모든 부분에서 최대한 거품을 없애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 기획은 베스트셀러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아닌 내가 말하고 듣고 싶고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 작가 선정도 유명세와 상관없이 그런 이야기를 잘 들려줄 수 있는 사람 위주로. 

- 디자인은 가능한 한 소박하게. (종이는 재생지를 쓰고, 표지도 가능하면 힘을 덜 주는 방식으로.) 

- 홍보는 작가와 출판사의 sns를 활용하고, 유통은 직거래나 작은 책방 위주로. 

- 책 권수는 적게 찍고, 발행 종수도 1년에 많아야 2권 정도로.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이런 방식을 추구한 이유가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이 아닌, 기존 출판계에서 보이는 문제점에 대한 저항감과 저 자신의 현실적인 조건에 의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 면에서 지구에 덜 해를 입히는 방식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덜’ 해를 미친다고는 해도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이 많아요. 

 

이게 정말 현 시점에 지구에 필요한 책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소박하면서도 예쁜, 심지어 자본에 덜 의존적인 책을 만들기는 너무 어렵죠. 또 적은 권수를 찍어도 (인터넷 서점 입고와 언론사 홍보 없이) 1쇄를 다 파는 게 결코 쉽지 않고요. 

 

제가 애초에 지리산권 출판인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위에 열거한 저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나누고 협력 가능한 지점을 발견하기 위함이었어요. 물론 그 안에서 ‘기후위기’를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면 좋겠죠.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선 교류하고 소통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작은 출판사들과 책방 간 교류와 소통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지리산권 출판사들의 홍보, 유통, 판매와 관련한 공동의 플랫폼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싶고, 기회가 되면 지리산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기후위기라는 문제의식이 어우러진 책들을 시리즈로 공동기획하여 출판사별로 돌아가며 발간하는 것도 해보고 싶네요. 제작비도 출판지원사업을 통해 함께 마련하고요.^^)  

 

 

 

니은기역 : 현재 출판계가 가진 문제점을 바꾸려는 인식에서 책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도 덜 해를 주게 됐다는 이야기에서 먹먹한 마음이 듭니다. 대안으로 제시하신 지리산권 작은 출판 네트워크 자리가 꼭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아까 책 물성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일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그와 더불어 나무에게 덜 미안할 수 있는 좋은 책 만드는 일도 함께해야겠습니다. 아무리 재생종이를 쓰고 콩기름 인쇄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 내용이 반생태적이거나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습관을 옹호한다면 친환경 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종 다양성 살리기, 변방 이야기 전하기, 생태 감수성 지키기 모두 출판계가 기후위기 시대에 함께해야 할 일인 듯합니다.

 

 

 

ⓒ 지리산이음

 

 

 

질문4. 기후위기 시대, 출판계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출판계 전체가 나서서 바꿔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행복한아침독서 : 

가장 시급하게는 대규모 반품이 일상화된 위탁판매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현재의 위탁판매제는 불가피하게 대량 반품이 일상화되고 그렇게 반품된 책은 대부분 다시 서점에 나가지 못하고 소각해야 하는 상황이라 환경에 무척 안 좋습니다. 서점도 꼭 필요한 부수만 책을 받아 반품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철수와영희 : 

기후위기 시대에 출판이 할 역할은 우선 기후위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결 방안을 찾는 책들을 적극적으로 출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길 : 

출판계 자체가 큰 규모의 출판 자본에 의해 움직이기에 스스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이를 적절히 규제할 출판 정책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부를 안 해서 솔직히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도서정가제를 포함해 작은 출판사와 책방이 더 활성화되는 방안이 세워졌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작은 출판사와 책방 등이 연계하여 워크숍이나 공청회를 여는 등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니은기역 : 세 출판사에서 말씀해 주신 것과 더불어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모든 책을 검색하고 판매처로 연결될 수 있는 통합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네이버의 판매처 확인 서비스의 경우) 현재는 예스24나 교보문고나 알라딘 같은 대형 서점에 입고되지 않은 책들은 ‘판매처 없음’으로 뜹니다. 동네책방 또는 소규모 온라인 서점에서 버젓이 판매되는데도 ‘판매처 없음’으로 표시하는 네이버는 ‘네이버와 제휴한 서점에 입고되지 않으면 판매처 표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독자들이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차단하는 행위로서 책 생태계 종 다양성을 해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형 서점에 입고되지 않은 책은 도서관 납품도 거의 안 되고 검색 노출도 제대로 안 됩니다. 이런 고충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문의하니 ‘통합플랫폼 만드는 중’이라고 답했으나 한 해가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심다 : 출판진흥원의 통합플랫폼은 몇 년 전부터 만들고 있습니다. ‘서점ON’이라고 검색하면 나와요. 그 안에선 검색하면 어느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지, 가장 가까운 서점이 어딘지 골라줍니다. 문제는 지역 서점이 출판산업 진흥원에서 제공하는 포스기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결국엔, 모든 걸 출판산업 진흥원에 DB등록을 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 책방의 경우 포스기를 새로 구매해야 합니다. 그러니 대형 출판사의 책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진흥원도 지역 책방이 잘되길 바라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서점까지 연결해주는 기능까지 개발했다고 봅니다. 서로 노력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니은기역 : 서점ON이 있는지조차 독자들이 모르는데 누가 거기 들어가서 검색할까요. 포스기 연동하는 문제로 힘 빼지 말고, 독자들이 책을 찾으려면 대형 온라인 서점 사이트부터 들어가는 현 상황을 막는 데 주력하면 좋겠습니다. 책을 찾고 싶은 사람은 출산진이 만든 통합플랫폼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책 정보를 얻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출판사들도 대형 서점 중심이 아닌 동네책방 중심으로 책을 납품하는 데 힘을 보태주면 좋겠습니다. “대형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보물 같은 책이 동네책방에는 있습니다.” 이 믿음을 줄 수 있게 출판사도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던 대로 하는 관행, 어쩔 수 없다는 체념, 먹고는 살아야지 하는 타협을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좋은 책을 만들어서 좋은 동네책방에만 납품하는 출판사의 ‘정의로운 선택’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창비나 문학동네 책은 동네책방에서만 판다더라, 하면 당장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변화를 만드는 데 대형 출판사들이 앞장서면 참 좋겠습니다. 기후위기 비상 상황이니까요.

 

 

 

ⓒ 지리산이음

 

 

 

질문5.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 꼭 이야기하고픈 게 있다면?

 

환경정의 '올해의환경책' 정명희 선정위원장 : 

 

책을 만들고 파시는 분들의 고민과 어려움, 겪는 상황들을 책을 읽기나 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알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모든 질문에 답을 드리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답은 질문하신 분들이 이미 찾고 계시고 있고, 이미 찾으셨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규모 유통서점보다 지역 책방이 기후위기에 더 이로울 수 있는지를 책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기준으로 측정할지, 책을 읽고 삶이 변하는 사람들이 어느 쪽이 더 많을지를 기준으로 측정할지도 모르겠고 어느 기준으로 한들 측정은 가능한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지역의 책방은 책방의 독자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을 심혈을 기울여 고를 테고, 그 선택을 받은 책들은 정말 좋은 책들이고 그 책을 사 읽는 이 역시 보통 사람과는 다를 거라는 믿음 정도입니다. 그런 믿음이 서로 교류하는 곳에서 변화가 생기고 대안이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총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삶과 생활에 저마다 다른 영향을 미치는 각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출판사든 책방이든 디자이너든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신 분들이 기후위기를 접하며 하는 고민과 실천이 총론에서 기후위기를 말하는 이들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고 각론적인 대안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한마디 거들자면 재생종이를 쓸지, FSC인증 종이를 쓸지, 서체를 키울지 말지, 파지가 나오더라도 이런 디자인을 할지 말지, 코팅을 할지 말지, 띠지는 할지 말지, 얼마나 인쇄할지 등등을 원래 하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 다른 방식을 고민하는 그 순간 이미 대안과 실천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심다 : 저희도 책방 시작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은 책을 만들고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때는 나무를 실제로 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이 어디까지 올라가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표면적인 변화와 실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적인 사람들 인식의 변화가 아닐지. 가장 앞서 해야 하는 일은 책을 통해 알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작은 목소리이지만, 계속 내다 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책의 힘이 분명 존재합니다. 인류사적으로 책의 형태들이 변해왔듯이. 언젠간 인식이 변화되어 전체적인 움직임이 되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결국 동반되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하기 위해선, 탄탄한 수익 구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주시는 분들, 책을 만들고 싶어서 오는 분들에게 최대한 맞춰서 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참 난감합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하나의 조직에서 할 게 아니라 다 같이 연대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해결책과 실천 방안이 나왔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해볼 수 있고. 그렇게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니은기역 : 네, 모여서 자꾸 이야기해야 합니다. 혼자 싸우려고 하다 보니 지치기도 해요. 같이 이야기 나누고, 이어가고,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어떤 선택을 해야 더 나은 선택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해리포터의 등장인물인 교장 선생님이 이런 얘길 했다고 해요. “우리 진정한 모습은 능력이 아니라 선택으로 드러난다.”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을 고민하는 자리가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며 포럼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진행 및 정리 | 문현경

기록 | 하무

사진 |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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