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사업[시골언니들의 땡땡땡땡 상담소/참여자후기] 나와 지역, 우리들의 이야기 - 훤민 (남원 산내)

2023-10-24


나와 지역, 우리들의 이야기

- 산내에 사는 훤민이 남기는 기록

 


 ‘시골언니들의 땡땡땡땡 상담소’ 링크를 받고 나를 소개할 3가지 키워드를 정하지 못해 한참 동안 망설였어요. 나를 소개할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매번 처음인 것처럼 고민하곤 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하는 일도, 활동도, 좋아하는 것도 정형화된 키워드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첫날 체크인을 하는 공유오피스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어요. 다른 분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어 조금은 위로가 되었어요. 고심 끝에 나를 소개하는 키워드와 관심사를 적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오후 2시, 들썩 컨퍼런스홀에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과 일을 하고 있는 시골언니들이 모였어요. 만나자마자 둘러앉아 손을 맞대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였지요. 각자의 움직임으로 설렘을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안전하고, 평화로운 2박 3일을 위한 약속도 만들었어요. 함께 키워드를 적고 약속을 다듬으며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과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확인했어요. 

 





#나와 지역 이야기


서로 마주 보며 나와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소하고 가벼운 질문부터 생각이 필요한 질문까지 우리를 연결해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서로의 질문카드를 보고 마음에 드는 카드를 골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우리 지역에 살면서 가장 좋은 한가지는?’이라는 질문카드가 저에게 왔을 때 바로 떠오른 것은 산내와 지리산의 계절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절마다 알록달록 변하는 빛깔을 느낄 수 있고 자연이 주는 먹거리를 먹을 수 있어요. 봄에 봄나물 캐고 씨앗 심고, 여름에 보리수, 앵두, 오디 따먹고, 가을에 홍시, 으름 따고 밤을 주워요. 참 고마운 일이에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궁금해하는 마음이 오고 갔어요. 그리고 나와 지역의 이야기는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답니다. 





다음 날 시골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하는 일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서로에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슬픔, 분노, 걱정과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런 감정들이 있기에 기쁘고, 행복하고 희망이 보이는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재밌게 두려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담담하게 기쁜 이야기들을 나누며 언어로 정리되지 않았던 감정들을 다른 사람 통해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저녁시간에는 공동체 내에서 서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로 나눌 수 있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을 공유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했어요. 저는 알려줄 수 있는 것보다는 배우고 싶은 게 훨씬 많았어요. 시간이 정말 금방 가서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삶의 경험, 정보, 기술 등을 나누는 일이 저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토마토 씨앗 받는 법이 궁금해서 모였지만 이것 말고도 궁금한 이야기와 나눌 이야기는 아주 넘쳐 났어요. 이날 전수받은 토마토 씨앗 받는 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또 나누어야겠어요, 



#우리 마을 이야기




모둠을 나누어 산내마을 산책을 했어요. 여름에 참여했었던 지리산 커뮤니티 탐방이 떠올랐어요. 산내 미니 커뮤니티 탐방을 떠났습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익숙한 길과 공간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으니 새롭기도 하고 들뜨기도 했어요. 늘 그렇듯이 지나가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람들과 함께 마을을 걸었습니다. 비니루없는 점빵 코스였는데 센스있는 자유가 가는 길에 산내이야기도 들려주고, 이제 막 오픈한 찬장과 책장이라는 책방을 코스에 추가해서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공간과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쇼핑도 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걸었습니다. 

 

마지막에 실상사에 가서 실상사와 산내마을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야기 듣다 보니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내가 자란 산내가 이런 곳이었지! 하며 나는 우리 마을을 어떻게 소개할지 혼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지요. 산내는 귀농 귀촌인이 많고 자발적인 동아리와 자치활동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곳이에요. 덕분에 저도 이렇게 마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요. 지역에 사람들이 들어오고, 모이는 일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둘째 날 오전에는 산내 친구들과 뱀사골을 걸으며 산내에서 지내는 이야기, 지냈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생각보다 서로 알아갈 기회가 많이 없었더라고요. 가까이 사는 사람들과 조금 더 깊게 연결될 수 있어 기뻤어요. 시시콜콜한 산내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두 시간이 정말 금방 갔어요. 계절마다 뱀사골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가을의 뱀사골을 만나 환기되는 느낌! 

 



#나의 이야기


활동을 하며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농촌, 시골에 살고 있다. 여성이다. 그리고 삶을 전환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첫 번째, 두 번째 문장까지 끄덕끄덕 잘 따라다가 세 번째 문장에서 멈칫했습니다. 내가 삶을 전환해본 경험이 있던가? 삶을 전환한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삶을 일구는 공간(지역)이 바뀌었다거나 하고 있던 일과 활동의 방향성이 아주 달라졌다거나. 내 삶의 굴곡을 떠올렸을 때 아직 스스로 삶을 전환해본 경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환의 기준의 나에게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대안학교를 선택했던 것도, 졸업 후에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도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전환의 흐름 속에 있다는 것. 이런 나의 선택들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와 꿈을 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지막 날 나누었던 세 가지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느슨하고, 따뜻한 연대와 서로를 궁금해하는 마음이 좋았다.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조금 수정해서 어디든 떠나보고 싶다.” 가을빛을 받으며 떠올렸던 문장이 반가웠고, 소중했어요. 


첫날 적었던 관심사가 다양한 삶이었어요. 청년의 삶, 농촌의 삶, 여성의 삶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을 만났어요. 각자 자리에서 멋진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여러분을 보며 작은 꿈이 꿈틀꿈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좋지만, 더 많은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몽글거림이 좋아요. 서로 궁금해하며 지내다가 만날 날을 기다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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