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작은조사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의 확장성을 위한 과제 연구>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은 ‘지리산 자락에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는 선배 세대들이 지리산에서 살며 놀며 일하며 자립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최소 1년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는 실험적 프로젝트’이며, 현재 네 번째 청년이 기금을 받고 있습니다. 첫번째 인터뷰는 지난 8월까지 1년동안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을 받았던 벼리의 이야기입니다.

-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새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남원에 있는 상담센터에서도 주3회 일을 하고, ‘성폭력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이하 ‘여성회의’)’와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에서도 운영위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요.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교육과 성평등교육을 하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전공을 하고 있는 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제가 관심 있는 일들을 풀어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특히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서 작년과 올해는 전주로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과정을 다녔고 올 초에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아하’에서 성상담 전문가 워크숍이 열려서 한 달간 매주 서울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 공부했던 내용을 토대로 함양에 초등성교육을 다녀올 수 있었고요.
- 지낼만해요?
활력기금이 8월 달로 끝이 났어요. 받는 동안에는 적정시간 일하고 그 외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서 비교적 여유 있게 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었고요. 활력기금을 ‘나의 성장을 위한 학비가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 한번 다녀오는데 10만원 정도가 들어요. 남원으로 출근을 했다가 저녁에 서울에 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다음날 종일 강의를 듣고 밤에 내려오는 일정이었어요. 수강료 자체는 후견인이신 다른 선생님께서 후원을 해주셨지만, 교통비 자체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활력기금이 큰 도움이 되었죠. 그달에는 정말 교통비만으로 활력기금을 다 썼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금보다는 일을 조금 더 많이 해야겠지만 지난 1년 동안 공부하고 쉬고 했던 것이 동력이 되어서 그런 것들을 토대로 성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게 생겼고,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난 1년이 토대를 닦는 시간 이였던 것 같거든요.
- 1년 전과 1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1년 전에는 내면의 성장, 발전에 중심이 있지 않았어요. 기회가 되고 연결해서 활동할 수 있는 게 생기면 다 취했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지난 1년의 시간은 오롯이 저의 성장과 쉼의 시간이었어요. 어떤 교육을 다녀오든, 어떤 경험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든, 그런 시간을 통해서 제가 영향을 받고 생각이나 관점이 바뀌는 게 느껴지고. 그 안에서 내면의 성장과 치유에 집중해서 보냈던 것 같아요.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을 일 년간 받으면서 산내에 살았지만, 지리산에 계속 살지는 모르겠어요. 안정적인 주거가 없는 것, 직장(상담센터)이 남원 시내에 있는 것, 등이 겹쳐져서 12월에 남원 시내로 이사가기로 결정했어요. 산내에 들어오는 거는 실상사에 성평등위원회가 꾸려졌는데 거기 운영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지리산마을공동체랑 성폭력근절을위한여성회의에서의 활동과 청소년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동아리 등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들어올 것 같아요.
- 지리산 청년활력기금,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에 활력기금을 받게 된 게, 선정된 방식이었잖아요. 거기에서 좌절감이나 부채감이 많았고 불편함이 있었어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 실험이고, 지리산 안에서도 특정 누군가에게만 지원되는 거잖아요. 거기에서 뭔가 편하지 않는 마음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상대적 박탈감이나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좌절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활력기금을 받아서 이것저것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조건없이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활력기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 있겠지만, 기본소득이 아니라 활력기금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기준들이 괜찮은건지, 시작하는/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방법은 없을지 하는 질문이 들어요.
저같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교통비와 학비 부분에서 도움이 되었고,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은 그 돈으로 오롯이 살아볼 수도 있을 텐데. 선발을 할 거라면 공정한 선발과정을 거치면 좋겠어요.
- 공정한 선발과정은 어떤 거에요?
어떤 사람들을 어떤 목적으로 지원하는 건지 명확하게 하고, 그 기회를 많은 사람에게 열어놓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어른들이 아는 사람들 중에 제한적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추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기준도 좀 더 명확하게, ‘금전적인 어려움은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은 청년’이라든가, 혹은 ‘정주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활력기금이 원하는 바람이 있으면, 그 바람을 분명히 제시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사람이 적절하게 잘 받아서 잘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받고 싶은 사람이 잘 받고, 주고 싶은 사람도 잘 줄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지 않을까요.
어쨌든, 전 받아서 굉장히 잘 썼어요.
- 받는 사람이 잘 받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누군가의 절박함과 절실함을 무게로 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청년활력기금이 산내에 있는 청년으로 한정한 것은, 청년들이 이 지역에 좀 남았으면 좋겠다 라는 것과 청년 자체에 대한 지원인거잖아요.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제비뽑기가 사람들이 덜 신경쓰이지 않을까요. 선발되는 거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어떤 조건으로 산내에 살고 있는지 조사도 잘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혜택을 받는 입장에 있는 게. 실은 너무 좋잖아요. 마지를 하게 되면서 도움을 받게 된 것도, 활력기금을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거도, 나보다 좋은 경제적 조건에서 자란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운이 좋고 많은걸 누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거에요. 어떻게 보면 하나의 말도 안되는 금수저같은 느낌이 드는거에요.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지만, 모두 다 이런 것들을 누렸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부채감이 생기는 거죠. 처음에는 어른들에게 대한 부채감이여서 아래 세대 애들한테 잘 해줘야지 그런 거 였는데. 그냥 산내사는 청년 중에서 제비뽑기였으면 마음이 편했을 수 있는데, 선택받았다는 것 때문에 받지 못한 사람들을 봤을 때 편하지 못한 느낌도 있었어요. 물망에 오른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과정을 다 들었고 그 뒤에 받았으니깐. 그 이후에 안 받은 청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보게 된 것 같고. 받을지 어떨지 그런 과정이 2주 정도 있었는데 난 그 과정이 힘들었어요. 받고 싶었기 때문에.
- 50만원이라는 금액은 어때요?
큰 듯 크지 않아요. 한 달씩 가야 하는 교육이 있으면 다 쓰여지기도 했고, 다른데도 보태지기도 했어요. 온전히 산내에 있으면서 다른 일을 많이 하지는 않으면 충분하기도 할 것 같구요. 그런데 명상을 가기위한 수련비가 필요하거나 교육을 가기위한 교통비와 교육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 늘 틈날 때 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 같아요. 계절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생기는 알바거리 들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했어요. 그렇게 해야 어느정도 생활이 가능하더라구요.
남원에 있는 한 상담센터에서 하루만 일하는 걸 5개월 정도 했었고, 지금은 주 3~4회 정도 출근하고 일한 시수만큼 월급을 받아요. 그 정도 일을 하고 활력기금 받으면 생활하면서 교육받을 거 받으러 다니기 좋았어요.
함양 초등학교에 성교육을 하러 다녀왔는데, 강사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되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책임감도 막중하고, 그런 느낌이에요. 아이들 만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고, 그 전에 오롯이 나로 성장해야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타인의 시선, 지역 어른들 시선, 부모님 시선, 친구들 시선을 되게 많이 신경쓰며 살았구나 알게 되었는데 그렇지 않게 지내고 싶어요.
- 오롯이 나로 성장한다는 건 뭘까요?
오롯이 나로 성장한다는 건, 어떠한 외부의 조건이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뭘 하고 싶고 또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인지한 상태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말하고 보니 너무 이상적인 것 같은데..
최근에 가족세우기 워크숍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부모로부터 물려져내려오는 습관이나 행동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어쩌면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한 개인으로써의 특성을 덮을 정도로 크고 스스로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 습관들과 행동패턴을 다시 보고 있어요. 그걸 뛰어넘고 어떻게 하면 나로서 사는 걸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과거에 저는 자꾸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하는 습성이 있었어요. 나를 먼저 챙기기 보다는 남이 우선인 상황을 자꾸 만들어서 희생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상대방을 애정해서 도와주기 보다는 상대방을 도와줌으로써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했던 욕망이 이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동청소년을 만나면서도 조금 더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의 도와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 이였던 거죠.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도 안하거나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회피하고 넘어갔던 적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깊은 관계를 맺는 걸 꺼리게 되기도 했고요. 지금은 남보다는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말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전보다 훨씬 편하고 진솔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많아요. 이제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싶고 만나고 싶고 연결되고 싶어요.
사람마다 각각의 성장의 속도와 지나고 있는 길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성장의 주기에 따른 과업들을 이루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년이 색달랐어요. 마지 일을 그만두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어요.
- 다음에 청년활력기금을 받게 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은 다 다르고, 각자의 시기에 맞는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거 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청년활력기금을 받게 되었을 때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게 되든지, 교육을 받으러 다니든 좋아하는 일에 투자를 하든, 그건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고. 누군가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걸. 나의 삶에서 그 흐름에서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신나고 즐거운 1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청년활력기금을 제안/출연한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어쨌든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고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에 대단히 많이 감사하고, 활력기금을 받으면서 마을의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각각의 마음은 다를 수 있지만 모아서 나에게 온다는 것이 존재에 대한 응원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1년동안 600만원이라는 굉장히 큰돈을 받았고, 잘 썼고, 이젠 끝이 났는데, 이걸 뭔가 어떠한 형태로 보답을 해야 한다거나, 지원을 해준 분들에게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앞서서 행동하는 어른들을 통해서 나도 뭔가 그 나이대가 되었을 때, 혹은 현재의 내 위치에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것에 깨어있는 것 자체를 롤모델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기금출연자분들께서도 직접 갚는 걸 바라지 않으셨을거라 생각해요. 부담이 되지 않길 바라셨을 것 같고 선택받은 것 때문에 느끼는 부채감은 있지만, 준 어른들에 대해서 갚아야 한다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야 된다거나 하는 부채감은 없어진지 좀 됐어요. 주려고 해서 줬고, 받아서 잘 썼고.
잘 썼어요. 잘 살게요.
- 1년이라는 기간은 어때요?
나이나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기간이 달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근데 1년 정도가 적당히 공부하고 탐구하고 새로운 결로 가는데 적절하지 않았나 싶어요. 1년 정도 지나니깐 할 수 있는 일이나 직장이나 분야가 다져져서 금전적으로 안정적이진 않지만 이제는 가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활력기금은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안정적인 시간을 줌으로써 쉴 수 있게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만, 동시에 덜 절박해도 좋고, 덜 빠르게 움직여도 되니깐 살짝 편한 게 있어요. 근데 포상휴가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다시 그 길을 나가야 되는 입장이라고 하면, 기간이 길면 힘들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안정적인 주거도 수입도 없는데 그런 과정에서 지원 기간은 1년이잖아요. 무한정 받을 수 없으니깐 나도 준비를 해야 되죠. 뭐하고 살지, 앞가림을 어떻게 할지. 다시 새로 시작하는 기점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죠. 1년은 언젠가는 끝나니깐요.
활력기금을 농사짓는 청년들에게 주고싶다는 얘기가 나왔으니깐, 기간이 좀 더 길 수 있겠죠. 2년 일수도 있고. 나이대가 많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확실하면 좀 더 짧은 수도 있고. 제 조건과 상황에서는 1년이 좋았어요. 30대 중후반이면 1년보다 짧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6개월 정도.
-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은 ooo이다?
밑거름, 아니야, 좀 구린거 같은데. 안전망, 버팀목, 거름, 호의
(밑거름이 되었습니까?)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작은조사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의 확장성을 위한 과제 연구>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은 ‘지리산 자락에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는 선배 세대들이 지리산에서 살며 놀며 일하며 자립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최소 1년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는 실험적 프로젝트’이며, 현재 네 번째 청년이 기금을 받고 있습니다. 첫번째 인터뷰는 지난 8월까지 1년동안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을 받았던 벼리의 이야기입니다.
-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새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남원에 있는 상담센터에서도 주3회 일을 하고, ‘성폭력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이하 ‘여성회의’)’와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에서도 운영위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요.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교육과 성평등교육을 하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전공을 하고 있는 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제가 관심 있는 일들을 풀어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특히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서 작년과 올해는 전주로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과정을 다녔고 올 초에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아하’에서 성상담 전문가 워크숍이 열려서 한 달간 매주 서울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 공부했던 내용을 토대로 함양에 초등성교육을 다녀올 수 있었고요.
- 지낼만해요?
활력기금이 8월 달로 끝이 났어요. 받는 동안에는 적정시간 일하고 그 외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서 비교적 여유 있게 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었고요. 활력기금을 ‘나의 성장을 위한 학비가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 한번 다녀오는데 10만원 정도가 들어요. 남원으로 출근을 했다가 저녁에 서울에 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다음날 종일 강의를 듣고 밤에 내려오는 일정이었어요. 수강료 자체는 후견인이신 다른 선생님께서 후원을 해주셨지만, 교통비 자체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활력기금이 큰 도움이 되었죠. 그달에는 정말 교통비만으로 활력기금을 다 썼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금보다는 일을 조금 더 많이 해야겠지만 지난 1년 동안 공부하고 쉬고 했던 것이 동력이 되어서 그런 것들을 토대로 성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게 생겼고,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난 1년이 토대를 닦는 시간 이였던 것 같거든요.
- 1년 전과 1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1년 전에는 내면의 성장, 발전에 중심이 있지 않았어요. 기회가 되고 연결해서 활동할 수 있는 게 생기면 다 취했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지난 1년의 시간은 오롯이 저의 성장과 쉼의 시간이었어요. 어떤 교육을 다녀오든, 어떤 경험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든, 그런 시간을 통해서 제가 영향을 받고 생각이나 관점이 바뀌는 게 느껴지고. 그 안에서 내면의 성장과 치유에 집중해서 보냈던 것 같아요.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을 일 년간 받으면서 산내에 살았지만, 지리산에 계속 살지는 모르겠어요. 안정적인 주거가 없는 것, 직장(상담센터)이 남원 시내에 있는 것, 등이 겹쳐져서 12월에 남원 시내로 이사가기로 결정했어요. 산내에 들어오는 거는 실상사에 성평등위원회가 꾸려졌는데 거기 운영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지리산마을공동체랑 성폭력근절을위한여성회의에서의 활동과 청소년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동아리 등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들어올 것 같아요.
- 지리산 청년활력기금,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에 활력기금을 받게 된 게, 선정된 방식이었잖아요. 거기에서 좌절감이나 부채감이 많았고 불편함이 있었어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 실험이고, 지리산 안에서도 특정 누군가에게만 지원되는 거잖아요. 거기에서 뭔가 편하지 않는 마음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상대적 박탈감이나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좌절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활력기금을 받아서 이것저것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조건없이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활력기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 있겠지만, 기본소득이 아니라 활력기금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기준들이 괜찮은건지, 시작하는/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방법은 없을지 하는 질문이 들어요.
저같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교통비와 학비 부분에서 도움이 되었고,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은 그 돈으로 오롯이 살아볼 수도 있을 텐데. 선발을 할 거라면 공정한 선발과정을 거치면 좋겠어요.
- 공정한 선발과정은 어떤 거에요?
어떤 사람들을 어떤 목적으로 지원하는 건지 명확하게 하고, 그 기회를 많은 사람에게 열어놓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어른들이 아는 사람들 중에 제한적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추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기준도 좀 더 명확하게, ‘금전적인 어려움은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은 청년’이라든가, 혹은 ‘정주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활력기금이 원하는 바람이 있으면, 그 바람을 분명히 제시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사람이 적절하게 잘 받아서 잘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받고 싶은 사람이 잘 받고, 주고 싶은 사람도 잘 줄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지 않을까요.
어쨌든, 전 받아서 굉장히 잘 썼어요.
- 받는 사람이 잘 받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누군가의 절박함과 절실함을 무게로 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청년활력기금이 산내에 있는 청년으로 한정한 것은, 청년들이 이 지역에 좀 남았으면 좋겠다 라는 것과 청년 자체에 대한 지원인거잖아요.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제비뽑기가 사람들이 덜 신경쓰이지 않을까요. 선발되는 거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어떤 조건으로 산내에 살고 있는지 조사도 잘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혜택을 받는 입장에 있는 게. 실은 너무 좋잖아요. 마지를 하게 되면서 도움을 받게 된 것도, 활력기금을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거도, 나보다 좋은 경제적 조건에서 자란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운이 좋고 많은걸 누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거에요. 어떻게 보면 하나의 말도 안되는 금수저같은 느낌이 드는거에요.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지만, 모두 다 이런 것들을 누렸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부채감이 생기는 거죠. 처음에는 어른들에게 대한 부채감이여서 아래 세대 애들한테 잘 해줘야지 그런 거 였는데. 그냥 산내사는 청년 중에서 제비뽑기였으면 마음이 편했을 수 있는데, 선택받았다는 것 때문에 받지 못한 사람들을 봤을 때 편하지 못한 느낌도 있었어요. 물망에 오른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과정을 다 들었고 그 뒤에 받았으니깐. 그 이후에 안 받은 청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보게 된 것 같고. 받을지 어떨지 그런 과정이 2주 정도 있었는데 난 그 과정이 힘들었어요. 받고 싶었기 때문에.
- 50만원이라는 금액은 어때요?
큰 듯 크지 않아요. 한 달씩 가야 하는 교육이 있으면 다 쓰여지기도 했고, 다른데도 보태지기도 했어요. 온전히 산내에 있으면서 다른 일을 많이 하지는 않으면 충분하기도 할 것 같구요. 그런데 명상을 가기위한 수련비가 필요하거나 교육을 가기위한 교통비와 교육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 늘 틈날 때 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 같아요. 계절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생기는 알바거리 들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했어요. 그렇게 해야 어느정도 생활이 가능하더라구요.
남원에 있는 한 상담센터에서 하루만 일하는 걸 5개월 정도 했었고, 지금은 주 3~4회 정도 출근하고 일한 시수만큼 월급을 받아요. 그 정도 일을 하고 활력기금 받으면 생활하면서 교육받을 거 받으러 다니기 좋았어요.
함양 초등학교에 성교육을 하러 다녀왔는데, 강사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되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책임감도 막중하고, 그런 느낌이에요. 아이들 만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고, 그 전에 오롯이 나로 성장해야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타인의 시선, 지역 어른들 시선, 부모님 시선, 친구들 시선을 되게 많이 신경쓰며 살았구나 알게 되었는데 그렇지 않게 지내고 싶어요.
- 오롯이 나로 성장한다는 건 뭘까요?
오롯이 나로 성장한다는 건, 어떠한 외부의 조건이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뭘 하고 싶고 또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인지한 상태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말하고 보니 너무 이상적인 것 같은데..
최근에 가족세우기 워크숍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부모로부터 물려져내려오는 습관이나 행동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어쩌면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한 개인으로써의 특성을 덮을 정도로 크고 스스로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 습관들과 행동패턴을 다시 보고 있어요. 그걸 뛰어넘고 어떻게 하면 나로서 사는 걸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과거에 저는 자꾸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하는 습성이 있었어요. 나를 먼저 챙기기 보다는 남이 우선인 상황을 자꾸 만들어서 희생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상대방을 애정해서 도와주기 보다는 상대방을 도와줌으로써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했던 욕망이 이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동청소년을 만나면서도 조금 더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의 도와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 이였던 거죠.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도 안하거나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회피하고 넘어갔던 적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깊은 관계를 맺는 걸 꺼리게 되기도 했고요. 지금은 남보다는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말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전보다 훨씬 편하고 진솔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많아요. 이제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싶고 만나고 싶고 연결되고 싶어요.
사람마다 각각의 성장의 속도와 지나고 있는 길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성장의 주기에 따른 과업들을 이루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년이 색달랐어요. 마지 일을 그만두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어요.
- 다음에 청년활력기금을 받게 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은 다 다르고, 각자의 시기에 맞는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거 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청년활력기금을 받게 되었을 때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게 되든지, 교육을 받으러 다니든 좋아하는 일에 투자를 하든, 그건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고. 누군가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걸. 나의 삶에서 그 흐름에서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신나고 즐거운 1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청년활력기금을 제안/출연한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어쨌든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고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에 대단히 많이 감사하고, 활력기금을 받으면서 마을의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각각의 마음은 다를 수 있지만 모아서 나에게 온다는 것이 존재에 대한 응원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1년동안 600만원이라는 굉장히 큰돈을 받았고, 잘 썼고, 이젠 끝이 났는데, 이걸 뭔가 어떠한 형태로 보답을 해야 한다거나, 지원을 해준 분들에게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앞서서 행동하는 어른들을 통해서 나도 뭔가 그 나이대가 되었을 때, 혹은 현재의 내 위치에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것에 깨어있는 것 자체를 롤모델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기금출연자분들께서도 직접 갚는 걸 바라지 않으셨을거라 생각해요. 부담이 되지 않길 바라셨을 것 같고 선택받은 것 때문에 느끼는 부채감은 있지만, 준 어른들에 대해서 갚아야 한다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야 된다거나 하는 부채감은 없어진지 좀 됐어요. 주려고 해서 줬고, 받아서 잘 썼고.
잘 썼어요. 잘 살게요.
- 1년이라는 기간은 어때요?
나이나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기간이 달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근데 1년 정도가 적당히 공부하고 탐구하고 새로운 결로 가는데 적절하지 않았나 싶어요. 1년 정도 지나니깐 할 수 있는 일이나 직장이나 분야가 다져져서 금전적으로 안정적이진 않지만 이제는 가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활력기금은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안정적인 시간을 줌으로써 쉴 수 있게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만, 동시에 덜 절박해도 좋고, 덜 빠르게 움직여도 되니깐 살짝 편한 게 있어요. 근데 포상휴가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다시 그 길을 나가야 되는 입장이라고 하면, 기간이 길면 힘들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안정적인 주거도 수입도 없는데 그런 과정에서 지원 기간은 1년이잖아요. 무한정 받을 수 없으니깐 나도 준비를 해야 되죠. 뭐하고 살지, 앞가림을 어떻게 할지. 다시 새로 시작하는 기점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죠. 1년은 언젠가는 끝나니깐요.
활력기금을 농사짓는 청년들에게 주고싶다는 얘기가 나왔으니깐, 기간이 좀 더 길 수 있겠죠. 2년 일수도 있고. 나이대가 많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확실하면 좀 더 짧은 수도 있고. 제 조건과 상황에서는 1년이 좋았어요. 30대 중후반이면 1년보다 짧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6개월 정도.
- 지리산청년활력기금은 ooo이다?
밑거름, 아니야, 좀 구린거 같은데. 안전망, 버팀목, 거름, 호의
(밑거름이 되었습니까?) 밑거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