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이건 뭐?’
아직 개간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진입로가 풍기는 아기자기한 공원의 면모를 만끽할 틈도 없이 촘촘히 심겨진 나무숲과 그 한편에 삽과 괭이로 일궜다는 밭(이라 불려야 할 땅)이 눈에 들어온다. 거름기 하나 없는 흙은 바싹 말라 바람이라도 불면 온통 공중으로 흩어질 기세다. 맨, 땅, 에, 헤, 딩! 모든 상황을 집약해 줄 이 한 마디보다 더 적절한 말이 어디 있으랴.
땅없는 사람들이 일구고 있는 땅
땅없는 사람들이 일구고 있는 땅
구례 사람들이 모여 밭을 일군다. 처음에는 네댓 명이 모여 공원을 관리하는 일로 시작했다.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평화공원을 관리하자고 모였는데 일의 성격이 불분명했다. ‘이럴 바에야 이 땅에 농사를 짓자.’ 이것이 <땅 없는 사람들>의 시작이었다. 2013년 8월부터 땅을 개간하여 감자, 마늘, 양파를 심었다. 올 6월이면 첫 수확물도 나온다. 마늘이란다.
<땅 없는 사람들>에는 땅의 구분이 없다. 내 땅과 네 땅의 구획 혹은 경계가 없다는 점. 이것이 <땅 없는 사람들>이 대개의 공동텃밭과 다른 점이다. 이들은 실은, 구례에 살면서 자신의 땅을 일구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 땅이 아닌 곳에서 공동 노동, 공동 분배를 경험하거나 실천해 보고 싶은 12명이 모여 땅 공부, 사람 공부, 마음공부를 한다.
‘금요 공동 노작, 공동 분배, 생산량의 10%는 반드시 기부’ 정도의 느슨한 원칙 속에서 일한다. 귀농학교를 거치지 않은 귀농인들이 좌충우돌하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으면 떠날 수도 있는 공동 협동 농장이라고 할까. 그러나 다행히 두세 명의 고참 귀농자가 맨 땅에 해딩하는 일만은 막아주고 있다. 아직 수확물이 없었기 때문에 분배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으나 궁금하기도 하다. 자신이 노동을 투하한 만큼, 자신의 수고가 투자된 만큼 돌려받고 싶지는 않을까.
땅없는 사람들이 일구는 땅의 초입에는 민족분단의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이 있다.
<땅 없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농작물만이 아니다. 공원 안에 이미 심어져 있는 나무를 관리하는 일도 담당한다. 나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1년 농사가 아닌 나무를 장기간에 걸쳐 함께 관리하고 그 성장을 함께 지켜볼 회원들을 멤버십 제도로 운영할까 고민 중이다.
이 멤버십을 통해 외래종인 아이비 대신 다래와 머루 덩굴이 아파트 담장을 오르는 꿈을 꾼다. 나무는 또한 야생동물의 삶터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 반달가슴곰이 즐겨먹는 다래나무를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심어 놓는다. 그 나무를 따라 지리산의 반달곰이 설악산을 향해 오르면 그 길이 바로 반달곰의 생태 통로가 된다. 이것은 그저 꿈일까. 꿈인들 어떠랴. 어떤 이에겐 꿈인 것이 어떤 이에겐 현실이다. 공동 노동과 공동 분배를 꿈꾸며 맨땅에 헤딩 중인 <땅 없는 사람들>에게 꿈은 곧 현실이다.
About The Author
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허걱 이건 뭐?’
아직 개간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진입로가 풍기는 아기자기한 공원의 면모를 만끽할 틈도 없이 촘촘히 심겨진 나무숲과 그 한편에 삽과 괭이로 일궜다는 밭(이라 불려야 할 땅)이 눈에 들어온다. 거름기 하나 없는 흙은 바싹 말라 바람이라도 불면 온통 공중으로 흩어질 기세다. 맨, 땅, 에, 헤, 딩! 모든 상황을 집약해 줄 이 한 마디보다 더 적절한 말이 어디 있으랴.
땅없는 사람들이 일구고 있는 땅
땅없는 사람들이 일구고 있는 땅
구례 사람들이 모여 밭을 일군다. 처음에는 네댓 명이 모여 공원을 관리하는 일로 시작했다.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평화공원을 관리하자고 모였는데 일의 성격이 불분명했다. ‘이럴 바에야 이 땅에 농사를 짓자.’ 이것이 <땅 없는 사람들>의 시작이었다. 2013년 8월부터 땅을 개간하여 감자, 마늘, 양파를 심었다. 올 6월이면 첫 수확물도 나온다. 마늘이란다.
<땅 없는 사람들>에는 땅의 구분이 없다. 내 땅과 네 땅의 구획 혹은 경계가 없다는 점. 이것이 <땅 없는 사람들>이 대개의 공동텃밭과 다른 점이다. 이들은 실은, 구례에 살면서 자신의 땅을 일구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 땅이 아닌 곳에서 공동 노동, 공동 분배를 경험하거나 실천해 보고 싶은 12명이 모여 땅 공부, 사람 공부, 마음공부를 한다.
‘금요 공동 노작, 공동 분배, 생산량의 10%는 반드시 기부’ 정도의 느슨한 원칙 속에서 일한다. 귀농학교를 거치지 않은 귀농인들이 좌충우돌하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으면 떠날 수도 있는 공동 협동 농장이라고 할까. 그러나 다행히 두세 명의 고참 귀농자가 맨 땅에 해딩하는 일만은 막아주고 있다. 아직 수확물이 없었기 때문에 분배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으나 궁금하기도 하다. 자신이 노동을 투하한 만큼, 자신의 수고가 투자된 만큼 돌려받고 싶지는 않을까.
땅없는 사람들이 일구는 땅의 초입에는 민족분단의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이 있다.
<땅 없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농작물만이 아니다. 공원 안에 이미 심어져 있는 나무를 관리하는 일도 담당한다. 나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1년 농사가 아닌 나무를 장기간에 걸쳐 함께 관리하고 그 성장을 함께 지켜볼 회원들을 멤버십 제도로 운영할까 고민 중이다.
이 멤버십을 통해 외래종인 아이비 대신 다래와 머루 덩굴이 아파트 담장을 오르는 꿈을 꾼다. 나무는 또한 야생동물의 삶터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 반달가슴곰이 즐겨먹는 다래나무를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심어 놓는다. 그 나무를 따라 지리산의 반달곰이 설악산을 향해 오르면 그 길이 바로 반달곰의 생태 통로가 된다. 이것은 그저 꿈일까. 꿈인들 어떠랴. 어떤 이에겐 꿈인 것이 어떤 이에겐 현실이다. 공동 노동과 공동 분배를 꿈꾸며 맨땅에 헤딩 중인 <땅 없는 사람들>에게 꿈은 곧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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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