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밥 먹고 가.”
아침 7시 반, 등굣길 한 쪽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잡는다. 아이들의 표정은 머쓱하다 못해 ‘뭐 이런 뚱딴지같은 어른들이 다 있나’ 싶은 얼굴이다.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는 아이들도 있고 친구들과 소란스레 자리를 잡는 아이들도 있다. 밥을 다 먹은 후에도 아이들은 쉬 곁을 주진 않는다. 먹으라 했으니 먹긴 한다는 둥, 근데 오늘은 국이 짜다는 둥 반응도 쿨하다. 밥을 먹고 가는 아이들보다 밥을 준비한 어른들이 더 신이 났다.
<째깐한 다락방>은 2013년 8월, 구례읍에 문을 열었다. <째깐한 다락방>은 공간협동조합이다. (단연코 밥집은 아니다.) 28명의 조합원이 출자금 없이 매달 만원의 조합비를 낸다. ‘공간을 함께 쓰는 것’, 이것이 이들이 다락방에 모인 이유다. 대여비는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으며 비조합원의 경우에도 쓸 수 있다고 하니 말만 잘하면 셋방살이도 가능한 모양이다.
임대료는 다락방을 사용하는 각 단체가 나누어 내고 운영비는 조합비로 충당한다. 구례 KT 건물에 자리 잡고 있던 기존의 국시모 사무실은 아무래도 외부인이 출입하는데 불편함이 있어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던 차였다. ‘공간을 같이 써보는 것은 어떨까.’ 공간 공동 사용에 동의한 단체 및 개인이 모였다. 이왕 모인 김에 공간만 같이 쓰지 말고 뭘 같이 했으면 싶었다.
이미지출처 : http://blog.daum.net/i_dle
그래서 시작한 것이 등굣길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이는 ‘아야, 밥은 묵고 댕기나’ 였다.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50~60명 정도의 아이들이 다락방에서 밥을 먹고 간다. 그 아이들 모두가 실제로는 밥을 먹을 수 없는 환경의 아이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먹인다.
선별 복지가 일반적인 요즘이지만 선별 복지는 ‘나는 가난해. 그러니 나는 도움을 받아야 해’ 라는 낙인으로 둔갑할 수도 있기에 경계한다. 암암리에 따뜻함을 주고받는 행복, 이것이 ‘아야, 밥은 묵고 댕기냐’ 가 주고받는 선물이다. 선물은 또 있다. 매주 한 번씩 아이들의 아침상을 준비하면서 다락방의 식구들도 함께 모여 밥을 먹는다. 밥은 꿀맛이고 마음은 넉넉하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차도 술도 아닌 밥을 함께 먹는 일은 가끔은 가슴 먹먹한 일이다.
이미지출처 : http://blog.daum.net/i_dle
현재 다락방에는 지리산 사람들, 구례마을극단, 전교조 구례지구, 지리산학교(구례,곡성) 등 4개 단체가 이유 있는 동거 중이다. 거창한 사업 계획은 없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 구례 사람들에 의한 구례 사람들을 위한 강좌를 계획 중이다. 공간의 필요에 의해 모이니 조직을 뛰어 넘는 일이 가능했다. 활동가가 상주하는 단체들 덕분에 공간 관리 문제도 해결됐다.
보증금은 국시모 회원들이 7년간 모아준 국립공원보호기금(실은 국시모를 보호하는 기금)으로 대신했다. 대도시라면 보증금의 액수가 커서 엄두도 못 낼 일이겠지만 지역이기에 가능했다. 공간 문제를 고민하는 단체들이라면 혹할 만한 공간 활용의 좋은 예다. 이러한 공간 사용이 각 단체들의 교류 방법이나 활동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음은 물론이다.
<째깐한 다락방>의 입주민들은 오늘, 다락방을 벗어나 둘레길로 간다. 트럭을 몰고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끼를 든 이도 있고 톱을 들고 서있는 사람도 있다. 마실이라도 간다고 하기엔 복장과 장비가 너무 전투적이다. “둘레길에 쓰러진 나무가 많다 길래 장작 패러 가요. 어르신들 따숩게 지내시라구요.” ‘햇살 가득 장작나누기 모임’이란다. 공간을 넘어 조직을 넘어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 <째깐한 다락방>의 동거에는 과연 이유가 있다.
About The Author
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얘들아, 밥 먹고 가.”
아침 7시 반, 등굣길 한 쪽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잡는다. 아이들의 표정은 머쓱하다 못해 ‘뭐 이런 뚱딴지같은 어른들이 다 있나’ 싶은 얼굴이다.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는 아이들도 있고 친구들과 소란스레 자리를 잡는 아이들도 있다. 밥을 다 먹은 후에도 아이들은 쉬 곁을 주진 않는다. 먹으라 했으니 먹긴 한다는 둥, 근데 오늘은 국이 짜다는 둥 반응도 쿨하다. 밥을 먹고 가는 아이들보다 밥을 준비한 어른들이 더 신이 났다.
<째깐한 다락방>은 2013년 8월, 구례읍에 문을 열었다. <째깐한 다락방>은 공간협동조합이다. (단연코 밥집은 아니다.) 28명의 조합원이 출자금 없이 매달 만원의 조합비를 낸다. ‘공간을 함께 쓰는 것’, 이것이 이들이 다락방에 모인 이유다. 대여비는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으며 비조합원의 경우에도 쓸 수 있다고 하니 말만 잘하면 셋방살이도 가능한 모양이다.
임대료는 다락방을 사용하는 각 단체가 나누어 내고 운영비는 조합비로 충당한다. 구례 KT 건물에 자리 잡고 있던 기존의 국시모 사무실은 아무래도 외부인이 출입하는데 불편함이 있어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던 차였다. ‘공간을 같이 써보는 것은 어떨까.’ 공간 공동 사용에 동의한 단체 및 개인이 모였다. 이왕 모인 김에 공간만 같이 쓰지 말고 뭘 같이 했으면 싶었다.
이미지출처 : http://blog.daum.net/i_dle
그래서 시작한 것이 등굣길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이는 ‘아야, 밥은 묵고 댕기나’ 였다.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50~60명 정도의 아이들이 다락방에서 밥을 먹고 간다. 그 아이들 모두가 실제로는 밥을 먹을 수 없는 환경의 아이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먹인다.
선별 복지가 일반적인 요즘이지만 선별 복지는 ‘나는 가난해. 그러니 나는 도움을 받아야 해’ 라는 낙인으로 둔갑할 수도 있기에 경계한다. 암암리에 따뜻함을 주고받는 행복, 이것이 ‘아야, 밥은 묵고 댕기냐’ 가 주고받는 선물이다. 선물은 또 있다. 매주 한 번씩 아이들의 아침상을 준비하면서 다락방의 식구들도 함께 모여 밥을 먹는다. 밥은 꿀맛이고 마음은 넉넉하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차도 술도 아닌 밥을 함께 먹는 일은 가끔은 가슴 먹먹한 일이다.
이미지출처 : http://blog.daum.net/i_dle
현재 다락방에는 지리산 사람들, 구례마을극단, 전교조 구례지구, 지리산학교(구례,곡성) 등 4개 단체가 이유 있는 동거 중이다. 거창한 사업 계획은 없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 구례 사람들에 의한 구례 사람들을 위한 강좌를 계획 중이다. 공간의 필요에 의해 모이니 조직을 뛰어 넘는 일이 가능했다. 활동가가 상주하는 단체들 덕분에 공간 관리 문제도 해결됐다.
보증금은 국시모 회원들이 7년간 모아준 국립공원보호기금(실은 국시모를 보호하는 기금)으로 대신했다. 대도시라면 보증금의 액수가 커서 엄두도 못 낼 일이겠지만 지역이기에 가능했다. 공간 문제를 고민하는 단체들이라면 혹할 만한 공간 활용의 좋은 예다. 이러한 공간 사용이 각 단체들의 교류 방법이나 활동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음은 물론이다.
<째깐한 다락방>의 입주민들은 오늘, 다락방을 벗어나 둘레길로 간다. 트럭을 몰고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끼를 든 이도 있고 톱을 들고 서있는 사람도 있다. 마실이라도 간다고 하기엔 복장과 장비가 너무 전투적이다. “둘레길에 쓰러진 나무가 많다 길래 장작 패러 가요. 어르신들 따숩게 지내시라구요.” ‘햇살 가득 장작나누기 모임’이란다. 공간을 넘어 조직을 넘어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 <째깐한 다락방>의 동거에는 과연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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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