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천만 조합원의 날갯짓으로 나와 이웃, 지구를 살립니다. – 남원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2014-05-29

"은영씨는 시어머님의 기일을 앞두고 매장을 찾습니다. 탕국용 한우부터 우리 쌀로 만든 제수용 산자와 농약 걱정 없는 과일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제수용품은 다 이곳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하시네요. 센터 2층으로 올라가는 현미씨는 조금 바빠 보입니다. 아하, 나비소극장의 부모학교 강좌에 살짝 늦으셨군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꿈이 있는 공부를 위해 엄마인 현미씨는 오늘도 공부를 합니다. 두 손 가득 소품을 챙겨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정옥씨, 닷새 앞으로 다가온 공연 연습을 위해 정옥씨는 인형극 극단 ‘깜냥’의 연습실로 향합니다. 오늘도 아이쿱생협남원센터는 윤리적 소비를 꿈꾸는 천만 조합원들의 날갯짓으로 활기찹니다. 지금까지 남원 센터 앞에서 생협 뉴스 신선해 기자였습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남원에도 생활협동조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2004년 2월 남원생협준비위원회가 꾸려졌고 안상연 ‘남원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남원 생협) 초대이사장이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안상연 이사장은 2004년 당시 빛고을 생협의 활동가였지만 남원 송동으로 이사를 한 참이었다.

 

생활운동인 생협은 생활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남원으로 생협의 터를 옮겼다. 일단 남원의 여러 기관 및 단체를 돌아다니며 남원 생협의 존재이유를 알렸다. 남원의료원 대의원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먹을거리와 의료 기관의 연계성을 강변하기도 하고 농민회 집회에서는 우리 쌀로 만든 튀밥을 나눠주며 생협을 홍보하기도 했다. 2005년, 농민회 임원들에게 추어탕 한 그릇씩을 대접한 후 농민회사무실에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50명의 조합원으로 임의단체 창립총회를 결행한 것은 2006년의 일이었다. 조합원보다 손님이 더 많은 다소 민망한 총회였지만 그것이 당시 남원 생협의 현주소였다.

 



조합원 50명으로 임의단체 창립총회를 감행하다

 

"총회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준비위를 뜻하는 ‘(준)’자는 떼고 싶었어요. 총회를 통해 조합을 운영하고 싶기도 했고요. 형식을 갖추고 싶었던 거죠. 남원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조합원 100명이 되기를 기다려서 그 때 뭔가를 도모하는 건 너무 먼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남원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안상연 초대 이사장



농민회 사무실 셋방살이는 2년으로 끝났다. 남원시 외곽의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다시 옮겼을 때 조합원은 58명, 임의단체 창립총회를 치른 후 늘어난 조합원 수는 열 명이 못됐다. 그러나 이들은 버텼다. 저소득층 공부방을 꿈꾸기도 하고 아파트주민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한 홍보장터를 계획하기도 했다. 생협 사무실이 아파트로 이사를 했으니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싶다는 열혈 조합원도 있었다. 이듬해인 2008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조합원들의 오랜 소망이었던 생협 매장 ‘남원愛착한열매’가 문을 연 것이었다.


“매장이 생기기 전에는 전주 생협에 가서 물건을 직접 실어왔어요. 매주 집집마다 배달을 했죠. 조합원이 적으니 직배는 안 되고 물건은 받고 싶고. 그래서 조합원 한 명이랑 같이 일을 벌였어요. 마침 그 조합원의 차가 9인승이기도 했고 둘 다 힘도 셌죠.(웃음) 할 만했어요. 공급을 하면서 직접 조합원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었고요.”

 

광한루 서문상가에 둥지를 튼 ‘남원愛착한열매’는 남원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친환경식품매장으로, 남원지역 농산물과 가공식품 외에 생협의 여러 물품들을 취급하였다. 착한열매는 ‘소비자의 방’이라는 이름의 남원시농업기술센터 위탁사업(도농교류사업)의 일환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실무자를 확보할 수 있었고 안정적인 업무 진행 즉 본격적인 조합 활동이 가능했다. 남원 생협은 조합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광우병 집회와 촛불음악회 등 시민단체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다.

 

“광우병 집회 때는 노트북이 없어서 데스크 탑을 통째로 들고 거리로 나가기도 했어요. 소고기 수입 반대 서명운동을 이마트 앞에서 벌이기도 했는데요, 현수막 걸고 책상 설치하고 하니까 이마트 직원이 놀라서 뛰어나오더라고요. 차근차근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죠.”

 



매장 사업에 대한 열망이 싹트다

 

그러나 본격적인 매장 사업에 대한 열망은 쉬 사그라지지 않았다. 착한열매는 생협과 지역자활센터가 도농상생의 협력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해 문을 연 일반 매장이었다. 아이쿱생협이 만든 오프라인매장과는 태생이 달랐다.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 조합원들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는 이중적인 구조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원에 살고 있는 딸기 생산자가 매장 사업을 위한 적극적인 도움을 자청했다. 2010년, 매장사업추진위를 결성하였고 법인창립총회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300명의 조합원이 모여야 했고 3000만원의 출자금이 필요했다. 정관에 명시되어 있던 일반조합원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출자금은 내되 조합비는 다달이 내지 않는 비교적 느슨한 조건이었다.

 

2011년 3월 법인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같은 해 6월 아이쿱생협남원센터 ‘나:비(飛)’의 문을 열었다. 2009년 12월에 매장사업을 결심한지 1년 반만의 일이었다. 나와 이웃과 지구를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뜻하는 이름, ‘나:비(飛)’는 나비효과 이론을 인용한 명칭이다.

 

‘나:비(飛)’ 1층에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아이쿱자연드림남원생협 도통점이, 2층에는 제3세계 농민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공정무역 카페,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가능한 나:비(飛)소극장이, 3층에는 조합원의 소모임을 위한 오픈 공간 나:비(飛)교실이, 4층에는 남원 생협 사무실과 게스트 하우스 多樂安(모든 사람이 즐겁고 편안한 곳)이 운영되고 있다.

 

남원 센터가 문을 연 2011년 당시 178명이었던 조합원은 2012년 12월에 천 명을 돌파했다. 센터를 세우고 매장의 문을 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일단 조합원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때문에 가입한지 1년 미만의 조합원이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고 이는 의사 결정시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였다.

 

"2013년부터 조합원 사전가입교육을 제도화했어요. 아이쿱생협매장은 그냥 마트가 아니다. 협동조합이란 건 이런 거다….이렇게 의무적으로 공부를 했죠."

 

공간이 있으니 관계는 밀접해졌다. 관공서와 교회를 전전하던 소모임은 남원 센터라는 공간의 힘을 빌어 더욱 활기가 넘쳤다.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초기에는 의도적으로 모임을 만들었으나 다양한 모임이 생기자 조합원들이 스스로 참여했다. 현재 남원 센터에서는 요리, 봉사, 공연, 악기 등 19개에 이르는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생협은 물품 공급과 공동구매의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민주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수렴하거나 문화 활동을 주관하는 등 시민학교의 기능 또한 담당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공간’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루에 보통 2~300명의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레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 정책 전달과 같은 딱딱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도 센터가 큰 몫을 한다. 질적 양적 성장에 따른 기대 수준 또한 높아졌다.

 



소비자 운동과 지역 운동을 넘나들다

 

"소비자 운동을 했을 뿐인데 과도한 요청이 쇄도한다고 할까요. 건물이 올라가니 기대 수위도 높아지더라고요. 사회적 경제에서는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이 필요할 테고 센터는 그 중 하나일 테죠. 매장에서 구매행위를 하면서 갖게 되는 만남, 그것 자체도 참 의미 있거든요. 그런데 자꾸 지역사회에서 생협의 역할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요. 솔직히 지금까지 흩어지지 않고 버텨낸 것만으로도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이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주체 또는 생산자의 역할 또한 담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2004년 아파트 거실에서 대여섯 명의 조합원이 모여 출발한 남원 생협은 2014년 현재 4층 건물의 센터에서 약 1200명의 조합원이 윤리적 소비를 통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조합원의 95퍼센트가 주부인 남원 생협, 남원 생협이 자리 잡기까지 그 시간 속에는 늘 여성, 특히 아줌마들이 있었다.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끌어안고 모임에 참가한 엄마가 있는가하면 늘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조합 활동을 했던 엄마가 있었고,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이바로 생협 일이라 조합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엄마도 있었다. 이제 그 아이들이 자라 센터에서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장터를 연다.

 

"아줌마들은 현실적이고 직접적이죠. 아줌마들이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그 물건에 대한 깨알 같은 의견을 들을 수 있어요. 맛이 짜다, 싱겁다, 포장이 불편하다, 디자인이 예쁘다 등등 장바구니를 들고 만나면 딱딱한 이야기도 좀 더 편안하게 나누게 되요. 대체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거나 수렴하는데 유연성이 있어요."

 



2014년 총회에서 안상연씨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올해는 권영애 이사장이 남원아이쿱생협을 이끌고 있다. (사진출처 : 아이쿱생협블로그 )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아줌마의 힘을 믿다.


아이쿱생협남원센터에 대한 기대는 단지 높아진 건물 탓만은 아닌 것 같다. 공감의 리더십이 대세인 요즘, 공감 덩어리인 아줌마들의 소통 방법은, 수다를 통한 의견 개진을 허용하는 젊은 기업들의 회의 풍경과 닮아있다. 이들은 차곡차곡 쌓아올린 벽돌 한 장 한 장을, 그 과정을, 온전히 결과로 만들어냈다. 때문에 그 결과는 조합원 모두의 것이었다. 남원 센터는 소비자 운동의 메카이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것은 물건이며 문화이고 윤리적 소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다. 센터 ‘나:비(飛)’는 오늘도 나비효과를 꿈꾸며 천만 조합원의 날갯짓으로 비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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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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