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지리산 댐 반대운동을 계기로 지리산권에 다양한 시민단체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로 구성된 ‘지리산 종교연대’도 그 중 하나다. 지리산 종교연대는 지리산에 둥지를 튼 여러 종교단체가 연대하여 지리산권의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01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2000년 이미 백지화되었던 댐 건설 문제가 2007년 다시 불거졌고 외부 활동에 좀 더 적극적인 종교인들이 결합하면서 2010년 무렵 부터 종교연대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지리산 종교연대는 1년에 4번, 계절마다 한 번 꼴로 공부모임을 갖는다. 한 종단이 그날의 공부모임을 주관하여 그 종단의 수행법과 종단이 생각하는 생명 평화는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기 위함이다. 이 공부모임은 종교연대가 주관하는 3일 순례 프로그램의 일부인데 목요일에 공부모임을 갖고 금요일에는 숲길과 함께 마을을 순례하며 토요일에 마을의 평화를 위한 기원제를 연다. 3일 순례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도 열려있다.
지리산종교연대 마을순례 (사진:사단법인 숲길)
2011년, 생명평화의 마음으로 생명평화의 길을 찾아나서는 ‘지리산 천일 순례’가 시작되었다. 이념을 앞세우고 갈등을 조장했던 지난날을 속죄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순례의 길에 종교연대가 앞장섰다. 생명 평화를 기원하는 이 길 위에서 순례자들은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기회를 얻었다. 순례의 힘이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달리긴 했지만 마지막 2박 3일의 집중 순례 기간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11년 4월 운봉에서 시작된 천일 순례는 2013년 11월 산청 성심원에서 마무리되었다. 지리산이었기에 가능했던 연대였고 순례였다.
지리산종교연대의 생명평화 천일순례 (사진:성심원)
몇 해 전부터는 성직자들이 한 데 모여 공을 차고 운동장을 달린다. 2010년부터 펼쳐진 ‘종교인 한마당’ 행사다. 엄숙한 성직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스님과 천주교도와 목사님과 불자가 섞여 한 목소리로 응원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한마당이 마무리 될 무렵 평소 친분이 남달랐던 스님과 수사는 서로의 옷을 바꿔 입고 기념촬영을 한다. 종교연대 속에서 이들은 특정 종단의 성직자가 아닌 그저 사람으로 만나고 어울린다.
지리산 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환경 문제, 지역 갈등, 역사적인 상처 등을 인식하고 보듬기 위해 종교인들이 담당하는 역할은 적지 않다. 지리산 종교연대 역시 지리산 댐 반대 운동, 지리산 권 케이블카 반대 운동, 골프장 반대 운동, 하동 십리벚꽃길 확장공사 반대 운동 등에 뜻을 함께 했다. 종교인들은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기도하고 중재하며 힘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6월, 산청에서는 지리산 생명평화기도회가 열린다. 6.25전쟁 당시 좌우 이념 대립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기도회다. 세월호 사건 이후 천일순례가 다시 제안된 상태이기도 하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일이야말로 종교연대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각자가 바라보는 하늘은 다르지만 생명 평화를 위한 그들의 염원은 다르지 않다. 묵묵히 걷기만 했던, 길 인 줄 모르고 걸었던 그 길이 어느 새 그들의 길이 되었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으나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그들은 이 길을 함께 가고 있다. 함께 가는 길이기에 그 길은, 두렵지 않다.
About The Author
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1997년 지리산 댐 반대운동을 계기로 지리산권에 다양한 시민단체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로 구성된 ‘지리산 종교연대’도 그 중 하나다. 지리산 종교연대는 지리산에 둥지를 튼 여러 종교단체가 연대하여 지리산권의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01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2000년 이미 백지화되었던 댐 건설 문제가 2007년 다시 불거졌고 외부 활동에 좀 더 적극적인 종교인들이 결합하면서 2010년 무렵 부터 종교연대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지리산 종교연대는 1년에 4번, 계절마다 한 번 꼴로 공부모임을 갖는다. 한 종단이 그날의 공부모임을 주관하여 그 종단의 수행법과 종단이 생각하는 생명 평화는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기 위함이다. 이 공부모임은 종교연대가 주관하는 3일 순례 프로그램의 일부인데 목요일에 공부모임을 갖고 금요일에는 숲길과 함께 마을을 순례하며 토요일에 마을의 평화를 위한 기원제를 연다. 3일 순례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도 열려있다.
지리산종교연대 마을순례 (사진:사단법인 숲길)
2011년, 생명평화의 마음으로 생명평화의 길을 찾아나서는 ‘지리산 천일 순례’가 시작되었다. 이념을 앞세우고 갈등을 조장했던 지난날을 속죄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순례의 길에 종교연대가 앞장섰다. 생명 평화를 기원하는 이 길 위에서 순례자들은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기회를 얻었다. 순례의 힘이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달리긴 했지만 마지막 2박 3일의 집중 순례 기간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11년 4월 운봉에서 시작된 천일 순례는 2013년 11월 산청 성심원에서 마무리되었다. 지리산이었기에 가능했던 연대였고 순례였다.
지리산종교연대의 생명평화 천일순례 (사진:성심원)
몇 해 전부터는 성직자들이 한 데 모여 공을 차고 운동장을 달린다. 2010년부터 펼쳐진 ‘종교인 한마당’ 행사다. 엄숙한 성직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스님과 천주교도와 목사님과 불자가 섞여 한 목소리로 응원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한마당이 마무리 될 무렵 평소 친분이 남달랐던 스님과 수사는 서로의 옷을 바꿔 입고 기념촬영을 한다. 종교연대 속에서 이들은 특정 종단의 성직자가 아닌 그저 사람으로 만나고 어울린다.
지리산 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환경 문제, 지역 갈등, 역사적인 상처 등을 인식하고 보듬기 위해 종교인들이 담당하는 역할은 적지 않다. 지리산 종교연대 역시 지리산 댐 반대 운동, 지리산 권 케이블카 반대 운동, 골프장 반대 운동, 하동 십리벚꽃길 확장공사 반대 운동 등에 뜻을 함께 했다. 종교인들은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기도하고 중재하며 힘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6월, 산청에서는 지리산 생명평화기도회가 열린다. 6.25전쟁 당시 좌우 이념 대립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기도회다. 세월호 사건 이후 천일순례가 다시 제안된 상태이기도 하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일이야말로 종교연대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각자가 바라보는 하늘은 다르지만 생명 평화를 위한 그들의 염원은 다르지 않다. 묵묵히 걷기만 했던, 길 인 줄 모르고 걸었던 그 길이 어느 새 그들의 길이 되었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으나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그들은 이 길을 함께 가고 있다. 함께 가는 길이기에 그 길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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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