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걷는다.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대화하고 산에서 숨 쉬는 법을 배운다. <숲길 걷기반>’. ‘산과 들에 나는 풀과 나무, 야생화를 눈에 담는다. <산야초/야생화반>’. ‘정갈한 마음가짐, 조심스런 손길로 나무의 세계에 들어선다. <목공예반>’.
들로 산으로 때로는 스승의 은밀한 작업장으로, 지리산을 교실삼아 배움의 터를 닦는 학교,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에는 지리산 학교가 있다.
2009년 5월 지리산학교가 문을 열었다. 지리산을 사랑하여 지리산 인근인 악양, 화개 지역에 삶의 터를 잡은 시인, 산악인, 사진작가, 도예가가 주축이 되었다. ‘열린 학교, 움직이는 학교, 소박한 학교’를 꿈꿨던 그들은 개개인의 작업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더불어 나누고자했다. 시문학반, 숲길걷기반, 목공예반, 사진반을 비롯하여 모두 10여개의 강좌가 개설되었고 그 배움의 터에 동참하고자 악양은 물론, 하동, 진주, 광주에서 모여든 수강생이 60여명을 웃돌았다. 수강생은 일주일에 한번 3개월 동안 모두 열두 차례의 강의를 듣는다. 재능 나눔의 의미가 컸던 개교 초기에 비해 최근에는 생활밀착형 강의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또한 지리산 학교에서 과정을 수료한 선배들이 다시 강사가 되어 후배들을 제자로 삼는다. 선생이 학생 되고 학생이 선생 되는 그야말로 열린 학교다.
"악양 인근에 사는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강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다른 강좌의 학생이 될 수 있구요. 그 강좌가 지역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강의인지, 무엇보다 강좌를 꾸려나갈 강사가 지역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분인지 운영위원회에서 판단을 합니다."
현재 지리산 학교의 대표 교사직을 맡고 있는 유 걸씨의 이야기다. 유 씨 역시 몇 년 전 숲길걷기반의 학생이었고 지금은 산야초반과 야생화반을 담당하고 있는 지리산 학교의 교사다.
학생이 선생되고 선생이 학생되는 열린학교
강의가 시작되는 첫 달과 마무리 되는 달의 마지막 토요일은 ‘지리산 학교의 날’ 이다. 매학기 총 15개 이상의 강좌가 열리고 한 강좌의 정원이 10명 내외이니 학기가 끝날 때마다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150명의 수료생이 배출된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다른 강좌의 학생과는 교류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전체 수강생이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입학식과 종강식을 지리산 학교의 날로 가름하기도 하고 특강을 준비하는가 하면 산과 들로 소풍을 가거나 물놀이를 떠나기도 한다. 또한 매년 12월에는 그 해 세 기수의 합동 종강발표회가 열린다. 다양한 강좌만큼이나 다양한 전시물과 공연이 펼쳐진다.
지리산 학교에 힘입어 한라산 학교, 소호마을 문화학교, 지리산 학교 구례, 지리산 학교 남원/함양 등 크고 작은 배움과 나눔의 장이 펼쳐졌다. 게 중에는 개점휴업중인 곳도 있고 보다 활발한 배움의 활동을 펼치는 곳도 있다. 기대 이상의 호응이었고 뜻밖의 결과였다. 그러나 단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지리산 학교도 지난 2011년 내부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학교 역시 조직이고, 조직이 성장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같은 공간에 모였어도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르잖아요. 갈등은 생길 수 있는 것인데 그 갈등으로 인한 충돌을 수렴해내기가 어려웠어요.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고나 할까요."
교사 중심으로 꾸려졌던 지리산 학교 운영위원회는 내부 갈등을 계기로 교사뿐만 아니라 각 강좌의 반장으로 구성된 학생 대표 및 동문 대표로 확대 구성되었다.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견제하고 서로 다른 입장의 의견을 공평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수평적 구조가 확보된 셈이었다. 전문성을 띄었던 강사진의 성격에도 변화가 왔다.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통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했다. 원활한 소통은 배움터를 삶터로 바꾸는데도 일조했다. 실제로 지리산 학교를 통해 하동 인근에 귀농한 수료생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지리산 학교는 학생이 선생 되는 열린 학교일 뿐 아니라 학생이 주민 되는 너른 학교이기도 하다.
"지리산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일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어울림의 통로가 되어주기도 하지요. 선생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안 것을 나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가르치는 일은 나누는 일이고 오히려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이웃과 함께 나누는 배움의 기쁨
지리산 학교는 배움터이자 곧 삶터가 되기 위한 또 다른 암중모색 중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승인을 받기도 했고 외부지원 준비팀을 꾸리기도 했다. 적정한 수준의 교사 처우와 원활한 수업 운영을 위해서도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생활밀착형 교육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칼리그라피 강좌에서는 칼리그라피를 이용한 인터넷 홍보방법을 공유하여 학생 및 동문의 온라인 물품 판매를 독려하고 있으며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개설된 귀농귀촌반은 다른 강좌와는 달리 무료로 운영된다.
재능 나눔을 통한 열린 학교를 실현하고자 문을 연 지리산 학교는 배움을 나누고 열정을 충족하며 정보를 제공하여 실질적 도움이 되는 소통의 학교로 자리 잡고 있다. 공자는 말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자(生而知之)가 곧 성인인데,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도를 안 사람이 아니다(我非生而知之者)”라고. 그에게 배움이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마하는 것이었고, 때문에 군자의 가장 큰 덕목을 배우는 일에서 찾았다. 열린 학교, 움직이는 학교, 소박한 학교를 꿈꾸었던 지리산 학교가 너른 학교, 찾아가는 학교, 연대하는 학교를 향한 행보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bout The Author
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숲길을 걷는다.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대화하고 산에서 숨 쉬는 법을 배운다. <숲길 걷기반>’. ‘산과 들에 나는 풀과 나무, 야생화를 눈에 담는다. <산야초/야생화반>’. ‘정갈한 마음가짐, 조심스런 손길로 나무의 세계에 들어선다. <목공예반>’.
들로 산으로 때로는 스승의 은밀한 작업장으로, 지리산을 교실삼아 배움의 터를 닦는 학교,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에는 지리산 학교가 있다.
2009년 5월 지리산학교가 문을 열었다. 지리산을 사랑하여 지리산 인근인 악양, 화개 지역에 삶의 터를 잡은 시인, 산악인, 사진작가, 도예가가 주축이 되었다. ‘열린 학교, 움직이는 학교, 소박한 학교’를 꿈꿨던 그들은 개개인의 작업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더불어 나누고자했다. 시문학반, 숲길걷기반, 목공예반, 사진반을 비롯하여 모두 10여개의 강좌가 개설되었고 그 배움의 터에 동참하고자 악양은 물론, 하동, 진주, 광주에서 모여든 수강생이 60여명을 웃돌았다. 수강생은 일주일에 한번 3개월 동안 모두 열두 차례의 강의를 듣는다. 재능 나눔의 의미가 컸던 개교 초기에 비해 최근에는 생활밀착형 강의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또한 지리산 학교에서 과정을 수료한 선배들이 다시 강사가 되어 후배들을 제자로 삼는다. 선생이 학생 되고 학생이 선생 되는 그야말로 열린 학교다.
현재 지리산 학교의 대표 교사직을 맡고 있는 유 걸씨의 이야기다. 유 씨 역시 몇 년 전 숲길걷기반의 학생이었고 지금은 산야초반과 야생화반을 담당하고 있는 지리산 학교의 교사다.
학생이 선생되고 선생이 학생되는 열린학교
강의가 시작되는 첫 달과 마무리 되는 달의 마지막 토요일은 ‘지리산 학교의 날’ 이다. 매학기 총 15개 이상의 강좌가 열리고 한 강좌의 정원이 10명 내외이니 학기가 끝날 때마다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150명의 수료생이 배출된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다른 강좌의 학생과는 교류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전체 수강생이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입학식과 종강식을 지리산 학교의 날로 가름하기도 하고 특강을 준비하는가 하면 산과 들로 소풍을 가거나 물놀이를 떠나기도 한다. 또한 매년 12월에는 그 해 세 기수의 합동 종강발표회가 열린다. 다양한 강좌만큼이나 다양한 전시물과 공연이 펼쳐진다.
지리산 학교에 힘입어 한라산 학교, 소호마을 문화학교, 지리산 학교 구례, 지리산 학교 남원/함양 등 크고 작은 배움과 나눔의 장이 펼쳐졌다. 게 중에는 개점휴업중인 곳도 있고 보다 활발한 배움의 활동을 펼치는 곳도 있다. 기대 이상의 호응이었고 뜻밖의 결과였다. 그러나 단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지리산 학교도 지난 2011년 내부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교사 중심으로 꾸려졌던 지리산 학교 운영위원회는 내부 갈등을 계기로 교사뿐만 아니라 각 강좌의 반장으로 구성된 학생 대표 및 동문 대표로 확대 구성되었다.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견제하고 서로 다른 입장의 의견을 공평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수평적 구조가 확보된 셈이었다. 전문성을 띄었던 강사진의 성격에도 변화가 왔다.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통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했다. 원활한 소통은 배움터를 삶터로 바꾸는데도 일조했다. 실제로 지리산 학교를 통해 하동 인근에 귀농한 수료생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지리산 학교는 학생이 선생 되는 열린 학교일 뿐 아니라 학생이 주민 되는 너른 학교이기도 하다.
이웃과 함께 나누는 배움의 기쁨
지리산 학교는 배움터이자 곧 삶터가 되기 위한 또 다른 암중모색 중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승인을 받기도 했고 외부지원 준비팀을 꾸리기도 했다. 적정한 수준의 교사 처우와 원활한 수업 운영을 위해서도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생활밀착형 교육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칼리그라피 강좌에서는 칼리그라피를 이용한 인터넷 홍보방법을 공유하여 학생 및 동문의 온라인 물품 판매를 독려하고 있으며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개설된 귀농귀촌반은 다른 강좌와는 달리 무료로 운영된다.
재능 나눔을 통한 열린 학교를 실현하고자 문을 연 지리산 학교는 배움을 나누고 열정을 충족하며 정보를 제공하여 실질적 도움이 되는 소통의 학교로 자리 잡고 있다. 공자는 말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자(生而知之)가 곧 성인인데,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도를 안 사람이 아니다(我非生而知之者)”라고. 그에게 배움이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마하는 것이었고, 때문에 군자의 가장 큰 덕목을 배우는 일에서 찾았다. 열린 학교, 움직이는 학교, 소박한 학교를 꿈꾸었던 지리산 학교가 너른 학교, 찾아가는 학교, 연대하는 학교를 향한 행보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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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