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토닥토닥토닥 마을을 품에 안다. -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2015-04-02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은 "지리산에서의 즐거운 실험"을 모토로, 서로 나누고 협력하고 함께 배우면서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한편,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문화, 예술, 배움의 든든한 기반과 환경을 조성해나가고자 하는 공익적 비영리단체입니다.



“일단 커피가 맛있어야죠.”

2012년 봄, 산내에 카페를 만들겠다는 대책 없는 사내 둘을 만났다. 어떤 카페였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불쑥 꺼낸 대답이었다. ‘복잡한 거 할 생각 말고 커피나 맛있게 뽑아내라’는 다소 무심한 속내를 드러낸 셈이었다. ‘동네가 좀 조용하다 싶더니만 또 몇몇이 일을 벌리는구나’라는 거추장스러움과 ‘음, 새로운 시도, 새로운 공간, 혹 새로운 발상이 가능할 수도?’라는 기대감이 머뭇거리듯 교차하던 시절이었다.

2012년 가을, 기어이, 기어코, 기필코? 카페 토닥이 문을 열었다. 산내에 내려와 십 년간 보아왔던 삼거리 호프집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곳에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통창 건물이 들어섰다. 귀농1세대이자 실상사 농장의 대표였던 석민이형과,  나와 비슷한 시기에 산내로 내려와 한생명 사무국장을 지내는 등 마을 일에 앞장섰던 인숙언니가 함께 하는 일이라기에 관심을 놓진 않고 있었지만, ‘마을 카페’라는 낯선 단어에 나는 이 때만해도 적잖이 심드렁한 상태였다. ‘커피 마시러 누가 거길 가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간다. 심드렁했고 조금은 거추장스러웠고, 조용히 살고 싶었기에 거북했던 내가 간다. 못해도 일주일에 세 번은 간다. 월요일엔 신문모임 하러 가고 수요일엔 두부 찾으러 가고 일요일엔 연극모임 하러 간다. 밭일 마치고 더위 피하러도 가고 학교 간담회 뒤풀이 하러도 간다. 너무 자주 가나 싶어 가끔은 자기 검열(!)을 할 만큼 그렇게 자주 나는 마을 카페에 간다.

카페? 거길 누가 가냐?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산내에도 이쯤이면 이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예전엔 주로 술을 마시며 어울렸는데 그런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고요. 산내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사람들이나 육아기간이 지난 여성들은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필요로 할 거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해 온 조양호씨는 몇 해 전 인터넷 분야의 기업 재단에서 일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휴게 공간 및 회의 공간의 창조성, 즉 공간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화적 행동이 가능한 인문학적 공간을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만드는 것’ 그것이 양호씨의 바람이었다. 이러한 공간 창조에 대한 욕구 때문에 그는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뒀다.
 
또 다른 운영진인 임현택씨는 새내기 산내인이다. 2012년 아이의 건강 문제로 귀촌을 결심한 그는 부산에서 10여 년 간 비영리 단체 활동가로 일했다. 내려오기 직전까지 기존의 일터에서 한창 일에 몰두하던 중에 결행한 급작스런 귀촌이었다.

“부산에서 했던 일을 고집할 생각은 없었어요. 헌데 지인들이 산내에 가면 조양호를 만나보라고 하더라고요. 두 번째 만난 날, 술잔을 기울이며 얘길 나눴죠. 같이 해보자고 하니 무조건 좋았어요. 그 때 토닥의 미래를 이야기했던 곳이 삼거리 호프집이에요. 지금 토닥이 들어선 바로 여기요.”

(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은 꽤 많은 마을 분들의 손길이 닿아있다. 토닥을 리모델링할 때 모습 )

 
문화적 행동이 가능한 창조적 공간을 꿈꾸다. 

<토닥>은 비영리와 영리가 공존하는 공익적 단체다. 즉 공익적 활동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이,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카페 토닥’을 운영하는 것이다. 때문에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카페의 수익금은 전액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으로 기부된다. 실제로 지난겨울, 2014년부터 적립된 <토닥 청소년/어르신 기금>이 집수리 봉사모임 ‘두꺼비’와 반찬 지원 모임 ‘게미’, 그리고 겨울철놀이마당을 펼치는 ‘산내 놀이단’에 전달됐다.

‘게스트하우스 감꽃홍시’를 운영하게 된 이유 역시 공익적 활동을 위한 수익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마을사람들에게도 이롭고 토닥에게도 도움이 되는 수익 사업이 절실했던 차에 마을 주민이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공동 운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게 된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수익만 챙기게 된 건 아니에요. 하룻밤이라도 머물 공간이 생기니 일의 색깔이 달라지고 다양해지더라고요. 덕분에 손모내기 행사 손님도 치를 수 있었고 지난 해 처음 문을 연 시골살이학교도 꾸려낼 수 있었죠. 앞으로 해야 할 사업의 방향성도 찾게 되었고요.” 

게스트하우스 담당 현택씨는 ‘감꽃홍시 게스트하우스’가 지난 3월부터, 공익적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시민사회활동가를 위한 재충전의 공간으로 변신했다고 귀띔 한다. 재정이 넉넉해서라기보다는 서로를 응원하는 차원에서라고. 물론 일반 여행객에게도 문은 열려 있으며 숙박료의 일부는 공익기금으로 적립된다.  
 
공익적 활동을 위한 수익 사업으로 카페 토닥 운영

 
 2014년에 ‘토닥’은 내부적으로 작은 변화를 겪었다. <지리산 이음>의 일에 <지리산 문화공간 토닥>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아름다운 재단의 인큐베이팅 3년 지원프로젝트인 <지리산 이음>은 지리산의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마을, 마을과 세계를 이어주는 일을 도모한다. 산내로부터 시작된 이 시도는 지리산권의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재단으로 발전될 계획이다. 

“마을 카페의 위상을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현재 카페 건물과 땅은 개인 소유로 되어 있는데요. 3년 후 <지리산 이음>재단이 만들어지면 카페 자산을 모두 재단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카페 토닥’은 마을 사람들이 일하는 마을 카페니까요. 처음부터 이런 계획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건 지속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었어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하고 싶었죠. 2년 쯤 해보니 가능하겠다 싶네요.”

‘토닥’은 앞서서 일을 꾸미는 대신 공간을 내어주고 아이디어와 욕구를 지지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토닥’은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아줌마들의 수다방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아동보호소와 물품보관소의 옷을 입기도 한다. 토닥이 내세우기 전에 토닥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욕구가 입혀진 결과다. 

“시간이 흐를수록 토닥을, ‘이익을 주진 않지만 유용한 공간’으로 인식하시는 것 같아요. 작년인가, 초등학교 아이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토닥에 들렀어요. 프로젝터를 좀 쓸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졸업기념 영상을 만들었는데 선생님이랑 같이 보고 싶다면서요. 선생님이 영상 보시면서 엄청 우셨죠. 토닥에서 자기들이 취할 수 있는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아이들이 보기 좋았어요.” 보람이라는 단어를 통해 떠올려진 양호씨의 기억이다. 

현택씨는 마을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 잡은 토닥의 현주소에 보람을 느낀다. “산내의 특징은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참 다양하게 사는데 크게 어긋나지는 않죠. 헌데 막상 그걸 묶어 내거나 줄 세우려고 하면 그 균형이 깨지거든요. 다양한 것이 다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게 ‘토닥’의 역할이고 지금까지 그것에 적합한 활동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장님이 친구들을 모시고 오셨어요. 우리 마을에도 이런 거 생겼다고 은근슬쩍 자랑하시더라고요.”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마을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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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도 토닥에 왔다.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한 영민이와 윤하는 마주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다. “엄마가 모임 끝나면 토닥으로 오신대요. 그 동안 만화 보고 있으려고요.”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영숙언니가 풋고추로 가득 찬 컨테이너 박스를 안고 들어온다. “밭에 고추가 엄청 달렸어. 토닥 손님들이랑 나눠 먹어.” 커피 마시러 잠깐 들렀던 나는 오랜만에 윤하 엄마 얼굴도 보고, 여름철 입맛 돋우는데 최고인 풋고추도 덤으로 얻었다. 나는 어쩌면 커피가 아니라, 이 덤들 때문에 이토록 열심히 토닥의 문을 두드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토닥의 문은 오늘도 부지런히 열리고 닫힌다. 문턱을 넘나드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은 ‘마을 사람들의 소통과 배움, 나눔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리산에서의 즐거운 실험’을 위해 오늘도 서로를 ‘토닥’여 줄 준비 중이다.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어머니 산의 최고봉, 저 말간 이마와 마주서기만 해도 마음이 ‘토닥’여 지는 남원 산내에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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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 (세상똥폼 여든까지! 가끔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행복하다. 백살까지 건강하게 책보며 살고 싶은 철들긴 글러먹은 욕.심.쟁.이)


<지리산 이음>에서 함양, 남원, 하동,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 지리산권의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고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찾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리산권의 여러 커뮤니티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어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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