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
10/18 지리산 로컬섹션 @하동 손으로 짓고 마음으로 잇는 텃밭 / 주관 : 하동 누리농장 with 누리농장 x 진주텃밭협동조합 x 모모의 정원 텃밭에서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농작물을 가꾸며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 자리입니다. 평일에는 생업에 힘쓰다 주말에는 함께 모여 농사 짓는 하동의 누리농장,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역농업을 지키는 진주텃밭협동조합, 자연농으로 밭을 가꾸며 사람들과 만나는 모모의 정원이 함께합니다. |
[소개와 인사]
# 하동 ‘누리농장’
최재영 :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처음 누리농장에 왔다. 실제로 가꾸는 과정이 처음엔 너무 재밌고 신났다.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수익을 만드는 방법도 궁금해서 왔다.
김은숙 : 누리농장은 유기농으로 짓는데, 약을 안 치면 벌레를 많이 먹는다. 그런 것들을 유기농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다.
이정희 : 농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두 곳에서 발표하시는 분들을 검색해보니 특이하시더라. 진주텃밭협동조합은 회원수도 많고 가게도 있고. 기존에 생협 말고, 텃밭으로 모일 수 있었을까. 잘 되시는지 궁금하다.
작업반장 : 코로나 때문에 올해 사람들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렇게나마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되어서 반갑다.
오경미 : 누리농장 새내기다. 나고 자라서 농사가 징글징글 너무 싫었다. 잠시 창원에 갔다가 돌아와서 이걸 다시 할 줄은 몰랐다. 모모의 정원 자료를 보고 내가 농사짓는 곳이 놀이터가 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인상깊었다. 그 얘기가 궁금하다. 진주는 어떻게 판매를 잘 하시는지 궁금해서 왔다.
김동길 : 집에서 작은 텃밭을 하는데, 제가 하는 것과 다른 분 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나. 나름대로 자연농, 친환경으로 한다고 하는데, 다른 분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김미란 : 누리농장에 제일 가까이 살지만, 마음으로만 응원한다.
박휘성 : 누리농장을 사랑하고, 모임에 지지한다. 기대도 하고. 사람들이 즐겁고 재밌어해서 좋다. 앞으로도 안전한 먹거리가 되는, 그런 모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진주 ‘진주텃밭 협동조합’
소희주 : 진주텃밭 대표이사이고, 농사가 직업이다. 많은 자리에 와보는데 엄청 긴장된다. 농민 분들이라 더.
#양산 ‘모모의 정원’
이은아 : 양산 모모의 정원에서 왔다. 단체는 아니고, 공간을 모모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말씀드리기 부족하지만, 한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겠다. 두곳의 이야기를 잘 듣고 돌아가고 싶다.
#진행자
이창림 :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왔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교육기획 의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진교 선생님들 만나 뵙고, 인사 나눴었다. 앞으로 누리농장이 잘 진로를 찾는가가 관심이다. 판로와 상품성보다 다른 이야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발제 : 하동 ‘누리농장’ / 대표 이명일]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 누리농장
저희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해보자, 진교의 경우 농업으로 무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바른 먹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누리농장에서는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자연 그대로 농사를 짓는다. 하우스 안에서.
2016년 처음 결성했다. 처음에는 닭으로 해보려 했다. 회원 중에 산이 있으신 분이 닭을 키우고 계셨다. 그래서 공동체를 만들어 달걀을 판매해보려 했다. 하지만 조류독감이 와서 애를 많이 먹고, 폐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어려웠다. 그래서 닭은 포기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회원 중 한 사람의 농장에서 뭘 해보겠냐는 권유가 있어 3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엔 회원이 7명이라 한 고랑만 했었다. 무식하게 지었다. 다들 농사짓는 분들이 아니었다. 각자 생업이 있고, 주말에만 모였다. 처음엔 물도 물조리개로 들고다니면서 무식하게 주고. 처음엔 고랑마다 이름도 적어가면서 집집마다 관리하는 방식도 했었다. 그러면서 아들이 농기계도 만져보고.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하니까 좋더라. 지금은 공동으로 같이 농사를 짓는다. 자연재배 토대가 된 송광일 박사님 농장에 견학 간 적이 있다. 이분은 물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 하우스 안에서 짓는다. 저희는 그냥 하우스가 있어서 하우스에서 지었던 건데, 어쩌다 이분을 만나게 되었다. 유튜브도 보고, 일리 있는 말씀이라 생각해 많이 배웠다.
2019년 1월부터 누리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50평 정도. 회원의 관심도도 높아지며 감자도 심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흙도 만지고, 일도 열심히 하고(웃음). 풀 멀칭을 해서 고추를 재배하기도 했다. 그렇게 5년을 지어야 자연재배라고 하시더라. 그래야 맛도 있고 병충해도 강하고, 흙도 좋아진다. 지금 3년 차다. 첫 수확으로 감자를 수확했었고, 가지, 고추, 참외, 호박, 오이 등을 했었다. 회원들이 먹기에 너무 많아서 판매도 처음 시작해봤다. 고구마도 심었었는데 물을 주지 않아 너무 길쭉하게만 자라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다 하우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찢어져 복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돼서 올해 초에 후원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2만 원을 후원하시면, 계속해서 꾸러미를 가져다드리고 있다. 올해부터 300평을 다 쓰기 시작했고, 회원수도 많이 늘어났다. 후원회원이 42명 정도. 일 년에 2만 원. (일 년에 2만 원만?) 네, 그렇다. (웃음) 올해는 상반기에 공모사업에 선정되서 300만원 지원을 받았다. 공동체 관련 강의도 한 번 들어보고, 코로나 때문에 체험은 못 갔지만.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주말마다 모여서 바구니에 수확물을 담아 가져다드리고 있다. 후원회원들이 잘 드시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다음에 한 번 만나 뵙고 여쭤보려 한다. 고구마 줄기는 팔아서 기금을 만들기도 했고.
앞으로 누리농장만의 재배법을 만들어가고 싶다. 자연재배를 토대로, 우리만의 농법을 만들고 싶다. 기존 후원회원과 신규 활동회원에 대한 고민도 있고, 재배한 농작물을 지역 내에서 어떻게 소비/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보려 한다. 약을 안 쳐도 신기할 정도로 생산물이 제법 나온다. 제가 미용실을 하는데, 손님들이 약을 안 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다 된다. 6, 7, 8월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고생스럽긴 한데, 방법을 찾으면 해결될 거 같다. 그 외에는 할만하다. 누리농장이 잘 되어서 가공공장도 만들어보고 싶은 꿈도 있다. 수익금으로 지역을 위해 공헌하는 단체가 되고 싶다.
[발제 : 양산 ‘모모의 정원’ / 활동가 괜찮아]
여러분은 연결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가요?
하동에서 누리농장 분들이 다같이 함께 오셔서 그 모습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수확량이 많으신 것도 놀랍다. 저희도 무농약, 무비료, 물도 비 오는 것만 사용하는데, 수확량이 우리보다 많으신 거 같다.
저는 온나 축제라고, 축제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축제를 위해서 무엇이든 만드는 일을 하는 친구를 따라 모모의 정원에 오게 되었다. 부산 온배움터라는 곳에서 하는 축제였고, 모모의 정원은 그곳과 연결되어있다. ‘괜찮아’ 라는 별명은 나와 너에게 모두 ‘괜찮아’라는 의미인데, 괜찮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웃음) 개인적으로, 2년 전과 지금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흙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 모모의 정원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로 무작정 이주했었다. 2년 전에 처음 씨앗도 심어보고, 수확도 해봤다. 수확물도 요리를 처음 해봤고. 제 개인의 삶의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논도 하고 있는데, 모모의 정원에서는 물을 대는 곳도 있지만, 무경운으로 물을 대지 않는 곳도 있다. 쪽을 키워서 염색하기도 하고, 시래기를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널어보기도 하고. 처음으로 장을 담그기도 하고. 온배움터 수업과 연결해서 이런 활동을 했다. 짚으로 복조리를 만들어본다던가.
모모의 정원은 동화책 주인공 모모에서 따왔다. 현대인이 시간을 빼앗기면서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지 않나. 그 비유에서 가져왔다. 처음엔 채상병 선생님이 무조건 집 앞에 땅을 빌리며 시작했는데, 집 앞에 밭이 1천 평, 논이 1천 평이다. 한쪽엔 공장이 있고, 한쪽엔 농사를, 한쪽엔 신축 아파트가 막 생기는 재밌는 공간이다.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다들 밭을 일군다. 주말에는 온배움터 프로그램을 모모의 정원에서 하면서 밥을 먹고 얘기하는 공간을 밭에 만들기도 했다.
(영상 시청)
모모의 정원 지기는 세 명이다. 저 외에 두 분도 온배움터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다. 모모의 정원 약속은 다음과 같다.
- 비닐멀칭을 하지 않아요.
- 화학비료나 농약을 뿌리지 않아요
- 쓰레기는 집으로
- 공용공간과 농기구를 깨끗이 정리해요
보통은 개인분양을 하는데, 마을에 꽃피는 학교라는 대안학교 학부모님들이 많이 빌리신다. 밭은 개인분양을 주로 하고, 모모지기 셋이 운영하는 밭이 있고, 텃밭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가꾸는 6평짜리 밭, 어린이집에서 할아버님과 함께하는 밭, 오손토손이라고 토종볍씨로 손으로 논농사 하는 팀,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논까지 1000평을 손으로 하고 있다. 텃밭 프로그램엔 놀랍게도 20대 청년들이 모여서, 정말 농사를 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 와서 같이 심어보고 이야기 나누고, 밥을 같이 나눠 먹는다. 오손토손은 토종볍씨를 전국씨앗도서관에서 받기도 하고 우보농장이라고 토종벼를 이어가는 농부님께 나눔을 받아서 다양한 토종벼를 심고 있다. 낱알 수를 비교도 해보고, 무경운/경운을 비교하기도 하고,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결과물을 전시하고 공부하기도 한다. 거름을 줄 때도 깻묵처럼 최대한 자연에서 오는 것들로 한다. 인위적 투입보다는 자연에서 오는 것들로. 마을 카페에서 추수한 걸 밥나눔 하기도 했다. 밥에 대해 설명을 하고, 테이스팅? 나눠 먹으며 맛 비교도 했다. 대안학교 학생들이 와서 텃밭 수업도 하고, 고구마 수확하고 전도 구워 먹고. 지금은 학교 앞에 텃밭이 생겨서 그곳에서 한다. 올해 초 마을 사람들과 모내기를 같이 했다. 채상병 선생님도 농부로 전향하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올해는 트랙터가 논에 빠지기도 했다. 진흙탕에 손으로 모내기를 하고. 어제 추수를 손으로 했다. 밥도 나누어 먹고.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꽃피는 학교 학부모님들이 중심이시다. 유치/초등/중등 대안학교의 학부모들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나 마을 공동체에 관해 공부하고 만들어가는 시도가 있다.
8월에 처음으로 장터를 열었다. 모모장.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쓴 생명을 나누고, 텃밭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지원사업 없이 하는 거라 공연자들도 무료 해줄 수 있는 분들을 모집했었다.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와서 다 같이 기공(?)을 하기도 했다.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알음알음, 나눔을 받아 할 수 있었다. 대신 기부함을 만들어서 장터가 원하시는 분들께 돈을 모아 15만 원 정도 모으기도 했다. 우리밀 심은 걸 씨앗으로 팔기도 하고, 제가 인생최초로 심어본 채소들을 팔기도 했고, 호박잎으로 삼각김밥을 만들기도, 기후위기 그림을 전시하거나 마스크 만드는 부스도 있었다. 자연에 관련된 헌책을 팔기도 했다. 부산에서 텃밭하는 분들도 많이 오셨고, 아파트 할머니들도 오셨었다. 장터에 나온 물건들은 거의 다 팔렸었다.
(모모장 영상 시청)
처음엔 1차 농산물 위주로 하고 싶었는데, 양이 부족해서 2차 가공품을 가져오시기도 했다. 장소는 텃밭에서 진행했다. 판매자, 공연자, 소비자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걸 지향해서 무대를 만들거나 그러지 않았다.
연결감의 회복. 모모의 정원 고민이다. 처음엔 씨앗과 모종을 사서 많이 했었다. 요즘엔 토종씨앗에 관심을 가지고, 토종씨드림에 가입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씨앗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채종도 조금씩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저만 하는 게 아니라, 모모장에서 나눔을 하고 씨앗을 심는 형태로 변해가고 싶다. 지금은 개인분양이 많아 나눔이 잘 되고 있진 않다. 모모장도 더 로컬푸드에 연결되고 싶은 고민이 있다.
사람/치유에 관심이 많다. 텃밭 친구들이나 오손토손을 하는 분들이 모이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공유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 모모지기 분들이 워낙 바쁘셔서 무언가를 도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노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관심도 많아서 그분들과 연결해서 밥도 나누어 먹고, 가꾸는 걸 하고 싶다. 매주 토요일마다 춤춰도 괜찮아, 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만나려 하고 있다. 재밌는 워크숍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가치를 공유하는 멤버로 확장하고 싶다.
[발제 : 진주 ‘진주텃밭 협동조합’ / 대표 소희주]
진주텃밭이 걸어온 길
2011년, 여성농민회에서 미숫가루를 팔기 시작했다. 그게 엄청 많이 팔렸다. 여성 농민들이 유통도 한 번 해보자, 법인을 만든게 들꽃 영농조합법인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아파트 장터에 나가고. 장터에 나가면 남는 농산물이 생기니까, 그걸 꾸러미로 보냈다. 택배로 소비자들에게 보내니까, 다음 달 장터에 두 배로 주문이 들어왔고, 그다음엔 세 배로 늘었다. 그래서 꾸러미를 장터에서 남는 농산물로 보내는 수준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꾸러미 사업을 하게 되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실무자도 있고, 사무실도 필요 하고, 예전엔 박스도 깨끗한 걸 주워다 보내고 그랬는데, 로고도 새겨야 하고. 복잡해져서 힘들지만 재밌게 이어갔다.
2013년 진주시 농민회와 사회단체(여성회, 민주노총 등)에 손을 내밀었다. 먹는 건 모두의 일인데, 같이 함께 해보자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진주텃밭이라는 공동체다. 생산자/소비자/직원이 모두 출자를 하고 꾸려가는 협동조합이다. 첫 사업으로 30평 규모의 직매장을 냈다. 지금은 두 개다. 생산자는 10만 원, 소비자는 3만 원씩 출자를 해서 조합원에 가입하는 구조인데, 생산자가 매장에 진열하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로컬푸드의 방식이다.
UN에서 농민의 권리를 이야기하며, 종자 선택권, 어떻게 팔리는지 알 권리, 가격을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제가 20년 동안 농민인데, 어떻게 팔리거나 가격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 글을 읽고, 충격이었다. 농민들과 함께 로컬푸드라는 방식을 통해 이 권리를 찾아가는 운동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 30명이 모였던 게 지금은 농민 230명, 소비자 2000명이 모인 협동조합이 되었다. 진주텃밭의 가장 큰 정체성은 로컬푸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한정 짓지는 않는다. 누가 생산했는지 아는 생산물 정도로 정의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동, 산청 인근 분들도 생산자로 있다. 남들과 다르게 농사를 지었는데, 공판장에 팔기 너무 아깝거나 치일 수밖에 없는 소농분들께서 모여들더라. 생산자 모임을 꾸준히 한다. 일 년에 4번 정도 전체 모임이 있고, 그걸 관리하는 운영위가 있다. 거기서 경영에 대한 것들까지 모든 걸 결정한다. 농민들에게 민주적인 운영이라고 와닿으시는 거 같더라. 농협도 협동조합이고, 진주는 농협 로컬푸드도 잘 되고 판매량도 진주텃밭보다 10배는 더 팔리지만, 농협의 구조에 나를 이용당하는 느낌이라고 농민분들이 이야기하시더라. 반면, 진주텃밭은 나를 위해 조직이 움직여준다고 느껴진다고 하셨다.
로컬푸드와 협동조합이라는 두 개가 가장 커다란 정체성이다. 제가 이사장이다보니 경영에 대한 고민도 있다. 판매/운영 수수료가 13%인데, 운영을 해보니까 월세 나가고 로스도 생기고, 외부 활동, 공과금 내면 딱 끝이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로컬푸드가 13~10퍼센트 수준이다. 그러니 저희가 올리면, 다른 곳들도 올리게 될 게 뻔해서, 그럼 그 피해가 농민에게 가기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헤쳐나갈지 고민이다.
생산방식에 대해서는 소농 우선, 친환경 우선, 토종 농사에 대한 가치들을 우선으로 한다. 토종종자 보급도 하고, 모종도 보급하고, 재밌더라. 관심들도 많으시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지 7년 정도 됐다. 진주텃밭의 모든 활동이 사회적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고령농 지원, 친환경 농사, 공동체가 되다 보니 농민들의 유기농 노하우도 공유되고, 고마운 일들이 많다. 저도 처음엔 친환경 농가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자기 농법을 공유하지 않거나, 친환경 농가끼리만 뭉치거나,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게 하는. 외부에 다른 농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진주텃밭을 하며 만나보니까 그렇지 않더라. 농법도 공유하고 교류하더라. 농민회 하면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을 이곳에서 채우고, 재미가 있다. 친환경 농법은 자연의 무언가를 활용한 농법인데, 경남에 자신만의 고유한 농법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 해마다 축적이 되면서 노하우가 쌓인다. 근데 또 다른 농민들은 한 편에서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도서관처럼, 이 친환경 농법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 분들게 텃밭 분양을 해서, 4무 농법으로 올해 텃밭 분양을 처음 시작했다. 본인들이 스스로 치유가 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농민들이 워낙 많으니까, 가서 교육도 해드리고.
올해부터 비닐과 플라스틱을 안 쓰는 매장으로 전환을 했다. 농산물을 포장을 안 하고 판다는 게. 서울의 다른 곳들도 전시만 무포장으로 하고, 판매는 포장하더라. 신선도 저하가 너무 어렵다. 생산자 모임에서도 우리끼리 하는 협동조합이라 큰 잡음들이 없었다. 생산자들이 서로 양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무포장 매장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때 생산자들의 반대가 컸다. 그 손실을 생산자가 어떻게 감당하게 할 건지, 저항이 있었다. 그래도 바꿨다. 포장을 안 하고 판매하는데, 정말 하루 지나면 수분이 쫙 빠진다. 소비자들에게도 계속 이야기를 한다. 수분이 빠져도 물에 담가두면 살아나니 사도 된다고 얘기하지만, 잘 안 사시더라. 케이스마다 뚜껑을 만들어서 수분이 안 날아가도록 하는 보완작업도 하고, 하루하루 아이디어를 모아가며 변화해가고 있다. 매장이 농산물을 무포장으로 전환이 되면서 비닐사용이 많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다른 것도 비닐을 안 쓰게 된다. 비닐을 쓰려고 하다가, 안 쓰고 집에 있는 다른 용기에 사용한다던가. 의식 자체가 같이 변화된다. 어려운 시작을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조합원도 많고 어느 정도 굴러가다 보니 여러 가지 활동이 자연스레 일어나고 있다. 지향하는 바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역에 공동체를 만들고, 또 새로운 공동체가 생기고. 이렇게 연결되는 과정에 있다. 요즘엔 우리밀 마을 빵집을 만들려고 한다. 지역 복지관에서 농사짓는 걸로 빵집과 연결된다던가. 하나씩 연결되는 게 재미있다.
가장 큰 고민이 돈이긴 하다. 수익이 남아야 하니까. 초창기엔 수익이 안 남아도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커지다보니 수익이 중요해지는 구조가 되었다. 농민이 경영을 하려니 어려움이 있긴 하다. 망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성과를 내며 보람 있을 거라고 본다.
[자유롭게 질문과 답하기]
진주텃밭에 궁금하다. 처음엔 생산 위주로 모임을 가지신 것 같은데, 지금은 조합으로 발전되면서 조합원들의 물건을 받아서 판매하고 있지 않나. 제일 많이 유통되는 농산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과일 채소가 제일 많다. 좋은 게 있으면 많이 팔린다. 토마토가 정말 맛있으면 그 토마토는 엄청 팔린다. 같은 토마토라도 맛이 없으면 안 팔리고. 맛이 중요하다. 지역 생협인데, 다른 곳은 대형생협은 가공품이 70% 이상이다. 저희는 농산물이 6,70퍼센트다.
'좋아요, 아니에요, 맛있어요' 같은 후기가 소비자 기준인지? 생산자 기준인지?
- 생산자는 다 맛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후기다. 마을의 입소문이 있다. 맛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확 팔린다. 그럼 파는 사람도 자신감이 생긴다.
온/오프라인 비율이 어떻게 되나?
- 온라인은 거의 안 된다. 오프라인이 대부분이다. 꾸러미도 43가구 하고. 한 달에 3만 원, 2주에 한 번. 3개월을 기본으로. 진주 분들은 매장으로 오시고, 외지에서 택배로 주문하신다.
농산물을 사먹으며 드는 생각이, 항상 이걸 지으시며 생계가 될까 생각이 든다. 자식도 키워야 하고 노후 준비도 해야하는 분들이 이걸로 생계가 될까.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저는 악양에 사는데, 처음엔 자연드림을 이용했다. 하지만 너무 먼데, 친환경 농산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비싸고 모양도 볼품없었다. 가까이 있어야 가는 거 같다.
- 로컬 푸드로 시작했던 군 단위가 다 망했다. 거창이 활발한 편이다. 군에서 위탁을 줘서 하니까 운영이 되고. 현실적으로 힘들다. 군 단위에 맞는 방식을 따로 고민해야할 듯 싶다. 작게 들이고, 작게 유통하는 방식으로.
생산자가 물건을 냈는데, 판매가 안 됐을 땐 어떻게 처리하시나?
- 원래는 수거한다.
토종씨앗과 일반 씨앗과 병충해나 이런 부분이 어떻게 다른가?
-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보니 파는 씨앗에는 소독과 코팅처리가 되어있다. 씨앗이 원래 먹을 수도 있고 심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파는 게 자라는 건 확실히 잘 자란다. 토종씨앗 자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이 분명 있다. 보여지는 건 파는 씨앗이 더 좋지만, 그만의 힘이 있어서 건강하게 자란다.
상품성은 어떤가?
- 올해 사과참외라는 것을 심었었다. 사과처럼 생겼는데 참외다. 토종이고. 이런 것들은 판다고 했을 때 상품성이 있을 거 같더라. 토종이라고 상품성이 떨어지진 않는 거 같다.
- 상품성이 평균적으로 비교되는 건 아닌 거 같다. 그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진교에서 어려우면, 홍보 판로를 이곳에서 말고 다른 곳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확실히 토종이 맛있다.
- 지역마다 이어져 온 토종, 기후 환경에 되물림 되어온 것이 분명 있다.
하동에선 토종 종자가 어떤 것이 많은지 궁금하다.
- 이번에 파 씨앗을 받아서 지었다. 엄마가 심어서 받아서 말려서 지었다. 마늘도 그런 식으로. 소농으로 하는 분들은 어머니가 일일이 한 걸 저희가 받아서 했다. 옥수수, 쪽파, 마늘이 다 그런 식이다. 부추 같은 경우에도 어머니들이 조금씩 뿌리를 파가서, 맞는 땅에 심는다.
- 자가 채종을 했다고, 토종은 아니다. 인터뷰 해보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토종씨앗들이 있다. 대대로 30년 이상 농사지은, 그것들을 조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걸 받아서 종자를 늘려가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안다.
누리농장에서는 취미로 모이셨다가 점점 상품성과 판로를 고민하시는 건지?
- 그런 고민을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300평에서 짓다 보니까, 후원회원에게 일 년에 2만 원 받고 해드리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후원이 아닌 소비자가 되면 어떨까. 돈을 더 받더라도. 제 고민은 그렇다. 아는 분들, 먹어본 분들을 대상으로 공급해보려 한다.
누리농장도 생산자로 진주텃밭에 가입할 수 있나? 안 팔리면 어떡하나.
- 우리는 그럼 좋다. 안 팔리면 회수하고 새 걸로 교체하시고. 자기가 관리하시는 게 1차다. 할인 판매하기도 하고, 매주 노숙자분들께 식사 제공하는 단체에 나눔을 한다. 할인가로 생산자에게 드리고, 저희는 나눔사업비로 재원을 사용한다.
농협은 과정을 이수해야 하던데, 진주텃밭은 다른 교육 과정이 있나?
- 일 년에 4번 생산자 교육이 있는데, 그때 오시면 된다. 이수하기 전에도 확인만 되면 물건을 내실 수 있다. 2번 이상 안 오시면 자격이 중지된다.
실제 농약을 치고 안 치고 어떻게 아나?
- 농민의 양심에 맡긴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농민이다. 함께 회의를 계속하면서, 자각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잔류농약 검사하러 온다. 그런 식으로 보완해나간다. 농민들이 그걸로 거짓말은 안 하시더라.
모모의 정원에서 모모장을 연 이유가 할머니, 소농분들을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노력해도 어렵더라. 어떻게 잘 연결할 수 있나.
- 노점에 파는 할머니들, 그분들은 재배에 대해서 검증을 많이 해야 한다. 교육도 어렵고. 그래서 젊은 농민들이 많다. 스스로 모이는 분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오랫동안 마을에 관계하면서 검증된 분들을 받는다.
모모장을 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 모모의 정원에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었다. 처음엔 채상병 선생님 혼자서 하셨다. 재미나게 풀어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장터도 거창하지 않더라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만들었건 것도, 내가 심은 걸 조금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가져오고. 얘기를 나누고 먹는 게 어떻게 왔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장을 엶으로써 정원에 생기가 돌았다. 할머니들도 좋아하시고. 누리농장에서도 회원들 간의 장터부터 시작해서 재미나면, 사람들이 와서, 농장에 찾아와서 구매할 수도 있고. 모모장에 어떤 분은 직접 캐가세요. 이런 분도 계셨다. 오셔서 직접 뜯어가시고. 생업이 있어서 바쁘시다면 그런 시도도 해볼 만하시지 않을까.
씨앗에 관해 궁금하다. 유기농을 재배하려면 씨앗도 유기농이어야 하지 않나. 시중에 파는 건 소독/코팅이 되어있지 않나. 그게 괜찮은지.
- 그렇다. 유기재배하시는 분들은 채종도 따로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아직 씨앗까지는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농가마다 인식이 다르다. 크게 구애를 받지는 않는 거 같다.
송광일 박사님 자연재배에 배운 분이 한 분 진주에도 계신다. 그분 상추를 받았는데 깊은 맛이 있더라.
- 그 재배법이, 물을 거의 안 준다. 잎채소는 적당히 주고, 무 같은 것은 물을 또 많이 줘야 자라고. 작물마다 적당한 물을 주긴 해야 한다. 채소가 특히. 근데 과실류는 안 줘도 스스로 큰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하우스 안에서도 장마철에 물이 스미는 경우가 많더라. 그때 수분이 많이 공급되는 거 같다. 기본적으로 물을 많이 안 주니까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장마철 작물이 싱거운 거랑 같은 원리다.
- 소비자들이 한 평이라도 땅을 밟고 농사를 지어보면 친환경 농사짓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에 농사에 대한 경험을 짧게라도 해본다던가. 대한민국의 농업에서 정말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농민들은 먹고사는 일 자체만으로도 힘겹다. 그래서 체험, 분양이 어렵다. 장기적인 전망을 두신다면, 실제로 사람들이 흙을 만지게 하고 농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공동체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 300평 텃밭에서는 고민의 확장이 어렵다. 비닐멀칭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줄이고, 생태농 교육을 아이들에게 하고, 진교에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 상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판로뿐만 아니라 다음 스탭도 고민해보시면 좋겠다.
- 오늘 발제를 들으면서 최근, 우리 농업에 있어 지속가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생태/친환경을 직접 하시는 분들도 지속가능해야지 않나. 누리농장 같은 경우엔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하니까 지속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전업농으로 하는 건 저런 구조가 가능할지, 300평으로 먹고살기가 불가능하다. 젊은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일부에선 아주 규모화된 형태로 법인을 만들어서 고령농가 땅을 몇만 평씩 빌려서 하는 방식이 많이 생겼다. 지역에서 작은 대안을 찾아가는 활동 자체가 새로운 희망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래서 얼마나 버티겠냐는 우려도 있다. 건강한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구조가 나왔으면 좋겠다.
협동조합 중에 본업이 있는데, 농업협동조합을 하는 경우가 있는지, 농업이 잘 돼서 본업을 바꾸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하는 일이 있지만, 농업이 잘 된다면 전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 진주텃밭은 생산자 대부분이 전업농이다. 전업농을 하다가 도저히 안 돼서 남편은 농사짓고 아내는 회사 다니는 경우는 많다. 다른 일을 하다가 농사로 옮겨온 분도 계시긴 하다. 복합영농으로 여러 가지 심으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보험을 하시다가 지금은 농사만 지으신다. 안정적인 수입이 농사로는 안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신다.
CSA라는 개념이 있다. 커뮤니티가 지지하는 농업. 다품종 소량으로 여러 가지 농사를 짓고, 그 달에 좋은 것들을 보내주고, 한 달에 3만 원씩 받고. 그런 방식으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걸 더 집단적으로 하면 협동조합이다. 농사를 어느 정도 지어오면 소비해주겠다는 약속이다.
- 한국에선 선구적으로 누가 개척해나가야 할 영역이다. 농사가 선금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 너무 많다. 변수가 너무 많다. 차라리 농민들에게 월급을 주고, 맘 편히 농사를 짓게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올해 절실하게 들었다.
- 젊은 분이 짓는다면,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게 많다. 스마트팜 같은 것도 싸게 대출 나오고. 그런 걸 찾아보시는 방법도 있다. 규모 있는 농사를 짓겠다는 방향을 가진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본다. 수출농가 같은 곳은 연매출이 높다. 농업 산업이 생태/친환경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마무리 소감]
#누리농장
- 진주텃밭협동조합과 모모의 정원에서 오셨는데, 우리 단체가 앞으로 어디로 흘러 갈 건지에 대한 고민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엔 그렇게 희망이 없다는 (웃음) 농사만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우리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고, 공동체에서 그런 희망을 보려고 한다. 회원 각자의 능력과 장점이 모인다면 수익성도 높게 가져가고. 백 명을 모아서 월급을 한 명에게 준다던가. 그런 회원을 모집한다면 충분히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지역에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만들어간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모모의 정원
- 많이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최근에 동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가꿔가는 한 분 한 분이 중요한 거 같다. 모모의 정원도 마음을 모으고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텃밭 협동조합
- 전업이 아니더라도, 농업의 든든한 후방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런 식의 가치를 나의 만족이 아니라 공동체를 확산시키는 방법으로 전파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 명이든, 다섯 명이든 공동체를 만든다는 가치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런 좋은 공동체가 잘 성장해서 서로 마음을 모아 이어가면 좋겠다.
진행 | 이창림
기록 및 정리 | 하무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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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지리산 로컬섹션 @하동
손으로 짓고 마음으로 잇는 텃밭 / 주관 : 하동 누리농장
with 누리농장 x 진주텃밭협동조합 x 모모의 정원
텃밭에서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농작물을 가꾸며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 자리입니다. 평일에는 생업에 힘쓰다 주말에는 함께 모여 농사 짓는 하동의 누리농장,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역농업을 지키는 진주텃밭협동조합, 자연농으로 밭을 가꾸며 사람들과 만나는 모모의 정원이 함께합니다.
[소개와 인사]
# 하동 ‘누리농장’
최재영 :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처음 누리농장에 왔다. 실제로 가꾸는 과정이 처음엔 너무 재밌고 신났다.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수익을 만드는 방법도 궁금해서 왔다.
김은숙 : 누리농장은 유기농으로 짓는데, 약을 안 치면 벌레를 많이 먹는다. 그런 것들을 유기농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다.
이정희 : 농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두 곳에서 발표하시는 분들을 검색해보니 특이하시더라. 진주텃밭협동조합은 회원수도 많고 가게도 있고. 기존에 생협 말고, 텃밭으로 모일 수 있었을까. 잘 되시는지 궁금하다.
작업반장 : 코로나 때문에 올해 사람들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렇게나마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되어서 반갑다.
오경미 : 누리농장 새내기다. 나고 자라서 농사가 징글징글 너무 싫었다. 잠시 창원에 갔다가 돌아와서 이걸 다시 할 줄은 몰랐다. 모모의 정원 자료를 보고 내가 농사짓는 곳이 놀이터가 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인상깊었다. 그 얘기가 궁금하다. 진주는 어떻게 판매를 잘 하시는지 궁금해서 왔다.
김동길 : 집에서 작은 텃밭을 하는데, 제가 하는 것과 다른 분 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나. 나름대로 자연농, 친환경으로 한다고 하는데, 다른 분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김미란 : 누리농장에 제일 가까이 살지만, 마음으로만 응원한다.
박휘성 : 누리농장을 사랑하고, 모임에 지지한다. 기대도 하고. 사람들이 즐겁고 재밌어해서 좋다. 앞으로도 안전한 먹거리가 되는, 그런 모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진주 ‘진주텃밭 협동조합’
소희주 : 진주텃밭 대표이사이고, 농사가 직업이다. 많은 자리에 와보는데 엄청 긴장된다. 농민 분들이라 더.
#양산 ‘모모의 정원’
이은아 : 양산 모모의 정원에서 왔다. 단체는 아니고, 공간을 모모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말씀드리기 부족하지만, 한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겠다. 두곳의 이야기를 잘 듣고 돌아가고 싶다.
#진행자
이창림 :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왔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교육기획 의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진교 선생님들 만나 뵙고, 인사 나눴었다. 앞으로 누리농장이 잘 진로를 찾는가가 관심이다. 판로와 상품성보다 다른 이야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발제 : 하동 ‘누리농장’ / 대표 이명일]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 누리농장
저희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해보자, 진교의 경우 농업으로 무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바른 먹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누리농장에서는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자연 그대로 농사를 짓는다. 하우스 안에서.
2016년 처음 결성했다. 처음에는 닭으로 해보려 했다. 회원 중에 산이 있으신 분이 닭을 키우고 계셨다. 그래서 공동체를 만들어 달걀을 판매해보려 했다. 하지만 조류독감이 와서 애를 많이 먹고, 폐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어려웠다. 그래서 닭은 포기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회원 중 한 사람의 농장에서 뭘 해보겠냐는 권유가 있어 3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엔 회원이 7명이라 한 고랑만 했었다. 무식하게 지었다. 다들 농사짓는 분들이 아니었다. 각자 생업이 있고, 주말에만 모였다. 처음엔 물도 물조리개로 들고다니면서 무식하게 주고. 처음엔 고랑마다 이름도 적어가면서 집집마다 관리하는 방식도 했었다. 그러면서 아들이 농기계도 만져보고.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하니까 좋더라. 지금은 공동으로 같이 농사를 짓는다. 자연재배 토대가 된 송광일 박사님 농장에 견학 간 적이 있다. 이분은 물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 하우스 안에서 짓는다. 저희는 그냥 하우스가 있어서 하우스에서 지었던 건데, 어쩌다 이분을 만나게 되었다. 유튜브도 보고, 일리 있는 말씀이라 생각해 많이 배웠다.
2019년 1월부터 누리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50평 정도. 회원의 관심도도 높아지며 감자도 심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흙도 만지고, 일도 열심히 하고(웃음). 풀 멀칭을 해서 고추를 재배하기도 했다. 그렇게 5년을 지어야 자연재배라고 하시더라. 그래야 맛도 있고 병충해도 강하고, 흙도 좋아진다. 지금 3년 차다. 첫 수확으로 감자를 수확했었고, 가지, 고추, 참외, 호박, 오이 등을 했었다. 회원들이 먹기에 너무 많아서 판매도 처음 시작해봤다. 고구마도 심었었는데 물을 주지 않아 너무 길쭉하게만 자라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다 하우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찢어져 복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돼서 올해 초에 후원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2만 원을 후원하시면, 계속해서 꾸러미를 가져다드리고 있다. 올해부터 300평을 다 쓰기 시작했고, 회원수도 많이 늘어났다. 후원회원이 42명 정도. 일 년에 2만 원. (일 년에 2만 원만?) 네, 그렇다. (웃음) 올해는 상반기에 공모사업에 선정되서 300만원 지원을 받았다. 공동체 관련 강의도 한 번 들어보고, 코로나 때문에 체험은 못 갔지만.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주말마다 모여서 바구니에 수확물을 담아 가져다드리고 있다. 후원회원들이 잘 드시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다음에 한 번 만나 뵙고 여쭤보려 한다. 고구마 줄기는 팔아서 기금을 만들기도 했고.
앞으로 누리농장만의 재배법을 만들어가고 싶다. 자연재배를 토대로, 우리만의 농법을 만들고 싶다. 기존 후원회원과 신규 활동회원에 대한 고민도 있고, 재배한 농작물을 지역 내에서 어떻게 소비/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보려 한다. 약을 안 쳐도 신기할 정도로 생산물이 제법 나온다. 제가 미용실을 하는데, 손님들이 약을 안 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다 된다. 6, 7, 8월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고생스럽긴 한데, 방법을 찾으면 해결될 거 같다. 그 외에는 할만하다. 누리농장이 잘 되어서 가공공장도 만들어보고 싶은 꿈도 있다. 수익금으로 지역을 위해 공헌하는 단체가 되고 싶다.
[발제 : 양산 ‘모모의 정원’ / 활동가 괜찮아]
여러분은 연결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가요?
하동에서 누리농장 분들이 다같이 함께 오셔서 그 모습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수확량이 많으신 것도 놀랍다. 저희도 무농약, 무비료, 물도 비 오는 것만 사용하는데, 수확량이 우리보다 많으신 거 같다.
저는 온나 축제라고, 축제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축제를 위해서 무엇이든 만드는 일을 하는 친구를 따라 모모의 정원에 오게 되었다. 부산 온배움터라는 곳에서 하는 축제였고, 모모의 정원은 그곳과 연결되어있다. ‘괜찮아’ 라는 별명은 나와 너에게 모두 ‘괜찮아’라는 의미인데, 괜찮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웃음) 개인적으로, 2년 전과 지금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흙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 모모의 정원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로 무작정 이주했었다. 2년 전에 처음 씨앗도 심어보고, 수확도 해봤다. 수확물도 요리를 처음 해봤고. 제 개인의 삶의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논도 하고 있는데, 모모의 정원에서는 물을 대는 곳도 있지만, 무경운으로 물을 대지 않는 곳도 있다. 쪽을 키워서 염색하기도 하고, 시래기를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널어보기도 하고. 처음으로 장을 담그기도 하고. 온배움터 수업과 연결해서 이런 활동을 했다. 짚으로 복조리를 만들어본다던가.
모모의 정원은 동화책 주인공 모모에서 따왔다. 현대인이 시간을 빼앗기면서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지 않나. 그 비유에서 가져왔다. 처음엔 채상병 선생님이 무조건 집 앞에 땅을 빌리며 시작했는데, 집 앞에 밭이 1천 평, 논이 1천 평이다. 한쪽엔 공장이 있고, 한쪽엔 농사를, 한쪽엔 신축 아파트가 막 생기는 재밌는 공간이다.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다들 밭을 일군다. 주말에는 온배움터 프로그램을 모모의 정원에서 하면서 밥을 먹고 얘기하는 공간을 밭에 만들기도 했다.
(영상 시청)
모모의 정원 지기는 세 명이다. 저 외에 두 분도 온배움터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다. 모모의 정원 약속은 다음과 같다.
보통은 개인분양을 하는데, 마을에 꽃피는 학교라는 대안학교 학부모님들이 많이 빌리신다. 밭은 개인분양을 주로 하고, 모모지기 셋이 운영하는 밭이 있고, 텃밭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가꾸는 6평짜리 밭, 어린이집에서 할아버님과 함께하는 밭, 오손토손이라고 토종볍씨로 손으로 논농사 하는 팀,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논까지 1000평을 손으로 하고 있다. 텃밭 프로그램엔 놀랍게도 20대 청년들이 모여서, 정말 농사를 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 와서 같이 심어보고 이야기 나누고, 밥을 같이 나눠 먹는다. 오손토손은 토종볍씨를 전국씨앗도서관에서 받기도 하고 우보농장이라고 토종벼를 이어가는 농부님께 나눔을 받아서 다양한 토종벼를 심고 있다. 낱알 수를 비교도 해보고, 무경운/경운을 비교하기도 하고,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결과물을 전시하고 공부하기도 한다. 거름을 줄 때도 깻묵처럼 최대한 자연에서 오는 것들로 한다. 인위적 투입보다는 자연에서 오는 것들로. 마을 카페에서 추수한 걸 밥나눔 하기도 했다. 밥에 대해 설명을 하고, 테이스팅? 나눠 먹으며 맛 비교도 했다. 대안학교 학생들이 와서 텃밭 수업도 하고, 고구마 수확하고 전도 구워 먹고. 지금은 학교 앞에 텃밭이 생겨서 그곳에서 한다. 올해 초 마을 사람들과 모내기를 같이 했다. 채상병 선생님도 농부로 전향하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올해는 트랙터가 논에 빠지기도 했다. 진흙탕에 손으로 모내기를 하고. 어제 추수를 손으로 했다. 밥도 나누어 먹고.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꽃피는 학교 학부모님들이 중심이시다. 유치/초등/중등 대안학교의 학부모들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나 마을 공동체에 관해 공부하고 만들어가는 시도가 있다.
8월에 처음으로 장터를 열었다. 모모장.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쓴 생명을 나누고, 텃밭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지원사업 없이 하는 거라 공연자들도 무료 해줄 수 있는 분들을 모집했었다.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와서 다 같이 기공(?)을 하기도 했다.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알음알음, 나눔을 받아 할 수 있었다. 대신 기부함을 만들어서 장터가 원하시는 분들께 돈을 모아 15만 원 정도 모으기도 했다. 우리밀 심은 걸 씨앗으로 팔기도 하고, 제가 인생최초로 심어본 채소들을 팔기도 했고, 호박잎으로 삼각김밥을 만들기도, 기후위기 그림을 전시하거나 마스크 만드는 부스도 있었다. 자연에 관련된 헌책을 팔기도 했다. 부산에서 텃밭하는 분들도 많이 오셨고, 아파트 할머니들도 오셨었다. 장터에 나온 물건들은 거의 다 팔렸었다.
(모모장 영상 시청)
처음엔 1차 농산물 위주로 하고 싶었는데, 양이 부족해서 2차 가공품을 가져오시기도 했다. 장소는 텃밭에서 진행했다. 판매자, 공연자, 소비자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걸 지향해서 무대를 만들거나 그러지 않았다.
연결감의 회복. 모모의 정원 고민이다. 처음엔 씨앗과 모종을 사서 많이 했었다. 요즘엔 토종씨앗에 관심을 가지고, 토종씨드림에 가입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씨앗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채종도 조금씩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저만 하는 게 아니라, 모모장에서 나눔을 하고 씨앗을 심는 형태로 변해가고 싶다. 지금은 개인분양이 많아 나눔이 잘 되고 있진 않다. 모모장도 더 로컬푸드에 연결되고 싶은 고민이 있다.
사람/치유에 관심이 많다. 텃밭 친구들이나 오손토손을 하는 분들이 모이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공유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 모모지기 분들이 워낙 바쁘셔서 무언가를 도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노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관심도 많아서 그분들과 연결해서 밥도 나누어 먹고, 가꾸는 걸 하고 싶다. 매주 토요일마다 춤춰도 괜찮아, 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만나려 하고 있다. 재밌는 워크숍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가치를 공유하는 멤버로 확장하고 싶다.
[발제 : 진주 ‘진주텃밭 협동조합’ / 대표 소희주]
진주텃밭이 걸어온 길
2011년, 여성농민회에서 미숫가루를 팔기 시작했다. 그게 엄청 많이 팔렸다. 여성 농민들이 유통도 한 번 해보자, 법인을 만든게 들꽃 영농조합법인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아파트 장터에 나가고. 장터에 나가면 남는 농산물이 생기니까, 그걸 꾸러미로 보냈다. 택배로 소비자들에게 보내니까, 다음 달 장터에 두 배로 주문이 들어왔고, 그다음엔 세 배로 늘었다. 그래서 꾸러미를 장터에서 남는 농산물로 보내는 수준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꾸러미 사업을 하게 되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실무자도 있고, 사무실도 필요 하고, 예전엔 박스도 깨끗한 걸 주워다 보내고 그랬는데, 로고도 새겨야 하고. 복잡해져서 힘들지만 재밌게 이어갔다.
2013년 진주시 농민회와 사회단체(여성회, 민주노총 등)에 손을 내밀었다. 먹는 건 모두의 일인데, 같이 함께 해보자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진주텃밭이라는 공동체다. 생산자/소비자/직원이 모두 출자를 하고 꾸려가는 협동조합이다. 첫 사업으로 30평 규모의 직매장을 냈다. 지금은 두 개다. 생산자는 10만 원, 소비자는 3만 원씩 출자를 해서 조합원에 가입하는 구조인데, 생산자가 매장에 진열하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로컬푸드의 방식이다.
UN에서 농민의 권리를 이야기하며, 종자 선택권, 어떻게 팔리는지 알 권리, 가격을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제가 20년 동안 농민인데, 어떻게 팔리거나 가격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 글을 읽고, 충격이었다. 농민들과 함께 로컬푸드라는 방식을 통해 이 권리를 찾아가는 운동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 30명이 모였던 게 지금은 농민 230명, 소비자 2000명이 모인 협동조합이 되었다. 진주텃밭의 가장 큰 정체성은 로컬푸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한정 짓지는 않는다. 누가 생산했는지 아는 생산물 정도로 정의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동, 산청 인근 분들도 생산자로 있다. 남들과 다르게 농사를 지었는데, 공판장에 팔기 너무 아깝거나 치일 수밖에 없는 소농분들께서 모여들더라. 생산자 모임을 꾸준히 한다. 일 년에 4번 정도 전체 모임이 있고, 그걸 관리하는 운영위가 있다. 거기서 경영에 대한 것들까지 모든 걸 결정한다. 농민들에게 민주적인 운영이라고 와닿으시는 거 같더라. 농협도 협동조합이고, 진주는 농협 로컬푸드도 잘 되고 판매량도 진주텃밭보다 10배는 더 팔리지만, 농협의 구조에 나를 이용당하는 느낌이라고 농민분들이 이야기하시더라. 반면, 진주텃밭은 나를 위해 조직이 움직여준다고 느껴진다고 하셨다.
로컬푸드와 협동조합이라는 두 개가 가장 커다란 정체성이다. 제가 이사장이다보니 경영에 대한 고민도 있다. 판매/운영 수수료가 13%인데, 운영을 해보니까 월세 나가고 로스도 생기고, 외부 활동, 공과금 내면 딱 끝이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로컬푸드가 13~10퍼센트 수준이다. 그러니 저희가 올리면, 다른 곳들도 올리게 될 게 뻔해서, 그럼 그 피해가 농민에게 가기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헤쳐나갈지 고민이다.
생산방식에 대해서는 소농 우선, 친환경 우선, 토종 농사에 대한 가치들을 우선으로 한다. 토종종자 보급도 하고, 모종도 보급하고, 재밌더라. 관심들도 많으시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지 7년 정도 됐다. 진주텃밭의 모든 활동이 사회적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고령농 지원, 친환경 농사, 공동체가 되다 보니 농민들의 유기농 노하우도 공유되고, 고마운 일들이 많다. 저도 처음엔 친환경 농가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자기 농법을 공유하지 않거나, 친환경 농가끼리만 뭉치거나,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게 하는. 외부에 다른 농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진주텃밭을 하며 만나보니까 그렇지 않더라. 농법도 공유하고 교류하더라. 농민회 하면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을 이곳에서 채우고, 재미가 있다. 친환경 농법은 자연의 무언가를 활용한 농법인데, 경남에 자신만의 고유한 농법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 해마다 축적이 되면서 노하우가 쌓인다. 근데 또 다른 농민들은 한 편에서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도서관처럼, 이 친환경 농법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 분들게 텃밭 분양을 해서, 4무 농법으로 올해 텃밭 분양을 처음 시작했다. 본인들이 스스로 치유가 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농민들이 워낙 많으니까, 가서 교육도 해드리고.
올해부터 비닐과 플라스틱을 안 쓰는 매장으로 전환을 했다. 농산물을 포장을 안 하고 판다는 게. 서울의 다른 곳들도 전시만 무포장으로 하고, 판매는 포장하더라. 신선도 저하가 너무 어렵다. 생산자 모임에서도 우리끼리 하는 협동조합이라 큰 잡음들이 없었다. 생산자들이 서로 양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무포장 매장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때 생산자들의 반대가 컸다. 그 손실을 생산자가 어떻게 감당하게 할 건지, 저항이 있었다. 그래도 바꿨다. 포장을 안 하고 판매하는데, 정말 하루 지나면 수분이 쫙 빠진다. 소비자들에게도 계속 이야기를 한다. 수분이 빠져도 물에 담가두면 살아나니 사도 된다고 얘기하지만, 잘 안 사시더라. 케이스마다 뚜껑을 만들어서 수분이 안 날아가도록 하는 보완작업도 하고, 하루하루 아이디어를 모아가며 변화해가고 있다. 매장이 농산물을 무포장으로 전환이 되면서 비닐사용이 많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다른 것도 비닐을 안 쓰게 된다. 비닐을 쓰려고 하다가, 안 쓰고 집에 있는 다른 용기에 사용한다던가. 의식 자체가 같이 변화된다. 어려운 시작을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조합원도 많고 어느 정도 굴러가다 보니 여러 가지 활동이 자연스레 일어나고 있다. 지향하는 바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역에 공동체를 만들고, 또 새로운 공동체가 생기고. 이렇게 연결되는 과정에 있다. 요즘엔 우리밀 마을 빵집을 만들려고 한다. 지역 복지관에서 농사짓는 걸로 빵집과 연결된다던가. 하나씩 연결되는 게 재미있다.
가장 큰 고민이 돈이긴 하다. 수익이 남아야 하니까. 초창기엔 수익이 안 남아도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커지다보니 수익이 중요해지는 구조가 되었다. 농민이 경영을 하려니 어려움이 있긴 하다. 망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성과를 내며 보람 있을 거라고 본다.
[자유롭게 질문과 답하기]
진주텃밭에 궁금하다. 처음엔 생산 위주로 모임을 가지신 것 같은데, 지금은 조합으로 발전되면서 조합원들의 물건을 받아서 판매하고 있지 않나. 제일 많이 유통되는 농산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과일 채소가 제일 많다. 좋은 게 있으면 많이 팔린다. 토마토가 정말 맛있으면 그 토마토는 엄청 팔린다. 같은 토마토라도 맛이 없으면 안 팔리고. 맛이 중요하다. 지역 생협인데, 다른 곳은 대형생협은 가공품이 70% 이상이다. 저희는 농산물이 6,70퍼센트다.
'좋아요, 아니에요, 맛있어요' 같은 후기가 소비자 기준인지? 생산자 기준인지?
- 생산자는 다 맛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후기다. 마을의 입소문이 있다. 맛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확 팔린다. 그럼 파는 사람도 자신감이 생긴다.
온/오프라인 비율이 어떻게 되나?
- 온라인은 거의 안 된다. 오프라인이 대부분이다. 꾸러미도 43가구 하고. 한 달에 3만 원, 2주에 한 번. 3개월을 기본으로. 진주 분들은 매장으로 오시고, 외지에서 택배로 주문하신다.
농산물을 사먹으며 드는 생각이, 항상 이걸 지으시며 생계가 될까 생각이 든다. 자식도 키워야 하고 노후 준비도 해야하는 분들이 이걸로 생계가 될까.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저는 악양에 사는데, 처음엔 자연드림을 이용했다. 하지만 너무 먼데, 친환경 농산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비싸고 모양도 볼품없었다. 가까이 있어야 가는 거 같다.
- 로컬 푸드로 시작했던 군 단위가 다 망했다. 거창이 활발한 편이다. 군에서 위탁을 줘서 하니까 운영이 되고. 현실적으로 힘들다. 군 단위에 맞는 방식을 따로 고민해야할 듯 싶다. 작게 들이고, 작게 유통하는 방식으로.
생산자가 물건을 냈는데, 판매가 안 됐을 땐 어떻게 처리하시나?
- 원래는 수거한다.
토종씨앗과 일반 씨앗과 병충해나 이런 부분이 어떻게 다른가?
-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보니 파는 씨앗에는 소독과 코팅처리가 되어있다. 씨앗이 원래 먹을 수도 있고 심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파는 게 자라는 건 확실히 잘 자란다. 토종씨앗 자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이 분명 있다. 보여지는 건 파는 씨앗이 더 좋지만, 그만의 힘이 있어서 건강하게 자란다.
상품성은 어떤가?
- 올해 사과참외라는 것을 심었었다. 사과처럼 생겼는데 참외다. 토종이고. 이런 것들은 판다고 했을 때 상품성이 있을 거 같더라. 토종이라고 상품성이 떨어지진 않는 거 같다.
- 상품성이 평균적으로 비교되는 건 아닌 거 같다. 그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진교에서 어려우면, 홍보 판로를 이곳에서 말고 다른 곳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확실히 토종이 맛있다.
- 지역마다 이어져 온 토종, 기후 환경에 되물림 되어온 것이 분명 있다.
하동에선 토종 종자가 어떤 것이 많은지 궁금하다.
- 이번에 파 씨앗을 받아서 지었다. 엄마가 심어서 받아서 말려서 지었다. 마늘도 그런 식으로. 소농으로 하는 분들은 어머니가 일일이 한 걸 저희가 받아서 했다. 옥수수, 쪽파, 마늘이 다 그런 식이다. 부추 같은 경우에도 어머니들이 조금씩 뿌리를 파가서, 맞는 땅에 심는다.
- 자가 채종을 했다고, 토종은 아니다. 인터뷰 해보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토종씨앗들이 있다. 대대로 30년 이상 농사지은, 그것들을 조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걸 받아서 종자를 늘려가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안다.
누리농장에서는 취미로 모이셨다가 점점 상품성과 판로를 고민하시는 건지?
- 그런 고민을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300평에서 짓다 보니까, 후원회원에게 일 년에 2만 원 받고 해드리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후원이 아닌 소비자가 되면 어떨까. 돈을 더 받더라도. 제 고민은 그렇다. 아는 분들, 먹어본 분들을 대상으로 공급해보려 한다.
누리농장도 생산자로 진주텃밭에 가입할 수 있나? 안 팔리면 어떡하나.
- 우리는 그럼 좋다. 안 팔리면 회수하고 새 걸로 교체하시고. 자기가 관리하시는 게 1차다. 할인 판매하기도 하고, 매주 노숙자분들께 식사 제공하는 단체에 나눔을 한다. 할인가로 생산자에게 드리고, 저희는 나눔사업비로 재원을 사용한다.
농협은 과정을 이수해야 하던데, 진주텃밭은 다른 교육 과정이 있나?
- 일 년에 4번 생산자 교육이 있는데, 그때 오시면 된다. 이수하기 전에도 확인만 되면 물건을 내실 수 있다. 2번 이상 안 오시면 자격이 중지된다.
실제 농약을 치고 안 치고 어떻게 아나?
- 농민의 양심에 맡긴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농민이다. 함께 회의를 계속하면서, 자각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잔류농약 검사하러 온다. 그런 식으로 보완해나간다. 농민들이 그걸로 거짓말은 안 하시더라.
모모의 정원에서 모모장을 연 이유가 할머니, 소농분들을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노력해도 어렵더라. 어떻게 잘 연결할 수 있나.
- 노점에 파는 할머니들, 그분들은 재배에 대해서 검증을 많이 해야 한다. 교육도 어렵고. 그래서 젊은 농민들이 많다. 스스로 모이는 분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오랫동안 마을에 관계하면서 검증된 분들을 받는다.
모모장을 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 모모의 정원에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었다. 처음엔 채상병 선생님 혼자서 하셨다. 재미나게 풀어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장터도 거창하지 않더라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만들었건 것도, 내가 심은 걸 조금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가져오고. 얘기를 나누고 먹는 게 어떻게 왔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장을 엶으로써 정원에 생기가 돌았다. 할머니들도 좋아하시고. 누리농장에서도 회원들 간의 장터부터 시작해서 재미나면, 사람들이 와서, 농장에 찾아와서 구매할 수도 있고. 모모장에 어떤 분은 직접 캐가세요. 이런 분도 계셨다. 오셔서 직접 뜯어가시고. 생업이 있어서 바쁘시다면 그런 시도도 해볼 만하시지 않을까.
씨앗에 관해 궁금하다. 유기농을 재배하려면 씨앗도 유기농이어야 하지 않나. 시중에 파는 건 소독/코팅이 되어있지 않나. 그게 괜찮은지.
- 그렇다. 유기재배하시는 분들은 채종도 따로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아직 씨앗까지는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농가마다 인식이 다르다. 크게 구애를 받지는 않는 거 같다.
송광일 박사님 자연재배에 배운 분이 한 분 진주에도 계신다. 그분 상추를 받았는데 깊은 맛이 있더라.
- 그 재배법이, 물을 거의 안 준다. 잎채소는 적당히 주고, 무 같은 것은 물을 또 많이 줘야 자라고. 작물마다 적당한 물을 주긴 해야 한다. 채소가 특히. 근데 과실류는 안 줘도 스스로 큰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하우스 안에서도 장마철에 물이 스미는 경우가 많더라. 그때 수분이 많이 공급되는 거 같다. 기본적으로 물을 많이 안 주니까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장마철 작물이 싱거운 거랑 같은 원리다.
- 소비자들이 한 평이라도 땅을 밟고 농사를 지어보면 친환경 농사짓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에 농사에 대한 경험을 짧게라도 해본다던가. 대한민국의 농업에서 정말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농민들은 먹고사는 일 자체만으로도 힘겹다. 그래서 체험, 분양이 어렵다. 장기적인 전망을 두신다면, 실제로 사람들이 흙을 만지게 하고 농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공동체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 300평 텃밭에서는 고민의 확장이 어렵다. 비닐멀칭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줄이고, 생태농 교육을 아이들에게 하고, 진교에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 상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판로뿐만 아니라 다음 스탭도 고민해보시면 좋겠다.
- 오늘 발제를 들으면서 최근, 우리 농업에 있어 지속가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생태/친환경을 직접 하시는 분들도 지속가능해야지 않나. 누리농장 같은 경우엔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하니까 지속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전업농으로 하는 건 저런 구조가 가능할지, 300평으로 먹고살기가 불가능하다. 젊은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일부에선 아주 규모화된 형태로 법인을 만들어서 고령농가 땅을 몇만 평씩 빌려서 하는 방식이 많이 생겼다. 지역에서 작은 대안을 찾아가는 활동 자체가 새로운 희망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래서 얼마나 버티겠냐는 우려도 있다. 건강한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구조가 나왔으면 좋겠다.
협동조합 중에 본업이 있는데, 농업협동조합을 하는 경우가 있는지, 농업이 잘 돼서 본업을 바꾸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하는 일이 있지만, 농업이 잘 된다면 전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 진주텃밭은 생산자 대부분이 전업농이다. 전업농을 하다가 도저히 안 돼서 남편은 농사짓고 아내는 회사 다니는 경우는 많다. 다른 일을 하다가 농사로 옮겨온 분도 계시긴 하다. 복합영농으로 여러 가지 심으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보험을 하시다가 지금은 농사만 지으신다. 안정적인 수입이 농사로는 안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신다.
CSA라는 개념이 있다. 커뮤니티가 지지하는 농업. 다품종 소량으로 여러 가지 농사를 짓고, 그 달에 좋은 것들을 보내주고, 한 달에 3만 원씩 받고. 그런 방식으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걸 더 집단적으로 하면 협동조합이다. 농사를 어느 정도 지어오면 소비해주겠다는 약속이다.
- 한국에선 선구적으로 누가 개척해나가야 할 영역이다. 농사가 선금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 너무 많다. 변수가 너무 많다. 차라리 농민들에게 월급을 주고, 맘 편히 농사를 짓게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올해 절실하게 들었다.
- 젊은 분이 짓는다면,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게 많다. 스마트팜 같은 것도 싸게 대출 나오고. 그런 걸 찾아보시는 방법도 있다. 규모 있는 농사를 짓겠다는 방향을 가진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본다. 수출농가 같은 곳은 연매출이 높다. 농업 산업이 생태/친환경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마무리 소감]
#누리농장
- 진주텃밭협동조합과 모모의 정원에서 오셨는데, 우리 단체가 앞으로 어디로 흘러 갈 건지에 대한 고민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엔 그렇게 희망이 없다는 (웃음) 농사만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우리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고, 공동체에서 그런 희망을 보려고 한다. 회원 각자의 능력과 장점이 모인다면 수익성도 높게 가져가고. 백 명을 모아서 월급을 한 명에게 준다던가. 그런 회원을 모집한다면 충분히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지역에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만들어간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모모의 정원
- 많이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최근에 동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가꿔가는 한 분 한 분이 중요한 거 같다. 모모의 정원도 마음을 모으고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텃밭 협동조합
- 전업이 아니더라도, 농업의 든든한 후방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런 식의 가치를 나의 만족이 아니라 공동체를 확산시키는 방법으로 전파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 명이든, 다섯 명이든 공동체를 만든다는 가치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런 좋은 공동체가 잘 성장해서 서로 마음을 모아 이어가면 좋겠다.
진행 | 이창림
기록 및 정리 | 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