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
10/20 지리산 로컬섹션 @함양 장터의 진화 - 로컬 문화기획자 네트워크 / 주관 : 함양문화놀이장날 with 문화놀이장날 x 숲틈시장 x 목화장터 지역에서 장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터를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들의 이야기 자리입니다. 함양의 주민, 예술가, 농부, 어린이, 청소년들이 채워나가는 참여형 축제 문화놀이장날, 쓰레기 없는 장터를 만들어가는 생태문화장터 숲틈시장, 산청에서 가장 활발한 마을 커뮤니티 목화장터가 함께합니다. |
[소개와 인사]
성게 : 순천에서 저전동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순천 숲틈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만 이렇게 힘든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웃음)
혜련 : 함양문화놀이장날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부분을 맡고 있다. 어떻게 기획하고 이어가면 좋을지, 구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왔다.
은영 : 이종혁 활동가와 함께 산청 지리산목화장터 기획봉사자로 활동하고 있고, 종혁씨가 대표로 이야기하기로 합의했다.
성미 : 함양 안의에서 왔다. 과수원 사과농사 중인데 마르셰 장터에 처음부터 참여했었고, 다른 장터들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어서 궁금했다.
사사 : 함양문화놀이장날에서 빈둥거리며 사진 찍고 있다.
은진 : 각 장터는 어떻게 힘들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간단히 들어보면 좋겠다. 함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준비해 온 이야기를 먼저 나누자.
[발제 : 함양문화놀이장날 / 김찬두]
자료는 따로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함양문화놀이장날의 행사 풍경을 함께 보자. (장날 현장 사진 함께 보기) 저희는 다른 장터와 다를 수 있는데, 국고보조사업이다. 처음에 우리랑 잘 맞겠다 싶어서 공모신청했는데 선정되어서 문화와 놀이가 있는 장날을 해보자 하게 되었다. 이런건 카페 ‘빈둥’이 조금씩 해오던 일이기도 했다. 장터를 한 달에 한 번씩 열어보기도 하고, 초창기에는 빈둥 카페 앞 골목이 온통 벼룩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놀이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폭발적인 에너지로 노는 것을 보게 되었고, 우리가 여태껏 해왔던 것들을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것이 문화놀이 장날이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게, 팝업놀이터와 음악 공연이다. 장터가 다 흔한데, 장터는 우리에겐 ‘판’이자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채우는건 셀러와 손님이 되도록 하자고 했다. 공연도 프린지 형태로 무대에 서 볼 수 있는 사람을 서게 해보자고 하고 진행하고 있다. 올해 장터는 더 플랫폼의 개념으로 충실하게 해보려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지침이 내려오기도 하고 (국고보조사업이라) 오프라인 행사는 전면 중단하고 비대면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공연 프로그램은 로컬 뮤지션들과 함께 예술/지역/삶을 주제로 한 뮤직 다큐 형식으로 영상컨텐츠 작업을 하고 있고, 놀이터는 설치 직전까지 간 상태에서 못하게 되어서 설치하는 과정까지를 영상으로 담기로 했다. 누가 그 놀이터에서 놀아보는 것(시연)을 영상으로 담으려고 하고 있고, 다른 장터들은 보통 온/오프라인을 같이 진행하더라. 우리도 온라인 마켓을 시도해보자고 하고 네이버 카페에 마켓을 열어놓고 진행하고 있다.
작년과 달라진 것은 청소년과 함께하는 부분을 강화하려고 청소년 문화기획단을 꾸리기로 했는데, 모두 코로나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긴 했지만 총 4개 분야 (공연, 마켓, 영상, 퍼포먼스) 기획단을 마련해서 40명 정도 참여하고 있다. 단톡에서만 운영되고 있거나 일부는 영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만들었어요?’부터 장터를 하는 이유나 장터를 운영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를 나중에라도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게끔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면 좋겠다. ‘이럴 땐 어떡해요?’ 하는 질문을 서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필요할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리를 준비하게 됐다. 마켓을 준비할 때 이거 해도 되냐, 안되냐 논란이 될 때가 있지 않나. 우리는 ‘문화컨텐츠’로써의 마켓을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마켓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무엇을 추구하는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은영 : 제작한 놀이터를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빌리고 싶다.
찬두 : 장터를 하다보니까 창고가 필요하더라. 보관장소가 정말 필요하다. 지금은 짐들이 모두 흩어져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 하림공원 관리소장이 저희를 어여삐 여겨 짐을 조금 보관해주고 계시고, 저희 집에도 조금 있고 그렇다. 발제를 마무리하자면, 장터를 플랫폼으로 만들어두니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붙더라. 장터를 플랫폼으로 생각하니 컨텐츠는 풍성하고,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가장 쉽고 저렴하면서 참여자들이 만들어나가는 훌륭한 컨텐츠를 장터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어떻게 ‘문화’를 입힐까 하는게 고민이다.
[발제 : 산청 지리산목화장터 / 이종혁]
종혁 : 얼마 전에 명왕성의 청소년 꿀알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이 목화장터 홍보영상을 만들어 주었다.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자.
은영 : (영상 부연설명) 11월 둘째주 장터가 100회차다. 아쉽게도 이 영상은 최근 1년간의 장터 모습만을 담은 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장터의 분위기는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고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도 많다.
종혁 : 일단 지리산목화장터는 지금 저와 김은영 활동가, 유정란 농장을 운영하는 이재영 활동가 세 명이 준비하고 있다. 찾아보니까 목화장터는 2015년 3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다음 둘째 일요일이 100회차다. 함양과는 다르게 지원없이 시작했고, 현재 기획팀 세 사람은 지난 12월부터 말하자면 ‘2기’ 기획팀인 셈이다. 처음 장터를 움직였던 분들은 지금 쉬어간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어져온지는 기록되어있는대로 말씀드리겠다.
우선 여름/겨울에는 조금 쉬거나 시간이 달라지긴 하지만 둘째, 넷째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최근엔 저녁시간에도 장터를 열어보았다. 사용하던 물건을 교환하거나 팔기도 하고, 직접 만든 상품을 팔기도 하는 흔한 장터이다. 장터 뿐 아니라 지원사업을 통하거나 자체적으로 비용을 마련해서 문화공연 등을 때때로 열고 있다. 가장 특이한 것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한다는 거고, 목화장터의 운영팀이 아니라 ‘기획봉사자’라는 이름처럼 누군가 주체가 되어서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장터는 주민들 스스로 여는 것이고 기획팀이 장터 진행을 도와주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자가 있으면 누군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그런 역할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런 걸 누군가 떠맡아 책임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누가 부담을 더 지고, 더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산청에 장터는 11개가 있는데, 신안면에는 장터가 없어서 목화장터가 만들어졌고, 얼마 전부터 목화장터와 비슷하게 지자체에서 ‘밭두렁 논두렁’이라는 장터가 생겼다. 목화장터의 카피 장터인 셈이다. 산청이 목화 시배지고, 군화가 목화라서 ‘지리산 목화장터’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엄마의 사랑이라는 목화의 꽃말처럼 푸근한 장터의 느낌을 갖고 있다. 장터에서 지켜야 할 것이 없다는 것이 목화장터의 특별한 원칙이다. 수입 농산물을 팔지 않는다거나 하는 약속이 있었는데, 잘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강제성이 옅다. 최근에는 손수 만든 것보다 공산품을 파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가 조금 고민된다.
SNS 밴드 ‘지리산 목화장터’는 물건을 주고 받을 뿐 아니라, 지역의 거의 모든 정보를 소통하는 교류의 장이다. 어떤 모임도 웬만해선 홍보가 잘 되고, 산청군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훌륭한 플랫폼이다. 한계도 있다. 산청에 오랫동안 사셨던 분들은 밴드라는 것도 잘 모르고, 장터의 존재도 잘 모른다. 장터에 오는 분들은 귀농귀촌인이 많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최근 ‘신안면 중심지활성화사업’ 핵심내용이 목화장터였다. 목화장터 내 인물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목화장터 활성화를 제안했다. 지자체나 면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같이 하려는 시도는 없다.
최근에 고민하는 것은 장터 기획팀이 청년 구성으로 바뀌었는데, 장터에 오시는 분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는 거다. 기존 방식은 저희가 봤을 때 올드하고, 그걸 바꾸고 싶은데 오는 사람들은 그대로니까 고민스럽다. 또 무언가 결정할 때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 때 저희들 스스로 앞서 장터를 운영했던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전에 운영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물어보게 된다. 초기 목화장터를 부흥시켰던 ‘목화장터 나눔회’라는 모임이 있다. 지금도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는 거기에 한 번 더 묻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상 그렇게 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다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목화장터의 장점이다. 그리고 날짜와 시간공지, 놀이터, 공연 외에는 기획팀(운영진)이 없어도 장터가 알아서 진행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애써 더 힘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다. 그래서 더 고민스럽기도 하고. 뭔가 더 해야할 것기도 하고, 저희가 어디까지 개입해야할지 고민되기도 한다. 지역 오일장 열리듯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도 열린다는 것이 장점인데, 거기서 우리는 얼만큼 개입해서 조금 더 재밌게 새롭게 해야하는가 고민이 된다.
최홍성미 : 컴플레인이 있으면 어떡하나?
종혁 : 공연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경찰이 온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외 별다른 컴플레인은 없었다.
종혁 : 요즘에는 광고 목적의 단체나 공산품 파는 분들이 많이 나와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되더라.
찬두 : 우리도 ‘대교’에서 부스를 차려 나온 적 있다. 신청할 땐 대교라는 이름이 아니었는데, 나와보니 대교더라. 나중엔 ‘저런 게 있으면 어때?’ 라는 생각도 들고, 알아서 적당히 하더라.
종혁 : 최근 산청 덕산 지역에는 ‘말랑장’이 열린다. 셀러와 판매 품목을 미리 조사하고 홍보하던데, 그렇게 해야하나 싶지만, 그런게 없다는 것이 목화장터의 특징인 것 같다.
사사 : 기획봉사자에서 봉사의 영역이 크다더라.
종혁 : 나무로 놀이터를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은 열고 있다. 처음엔 그것도 ‘일’이 될까봐 안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놀이터 덕분인지 장터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기도 한다. 목화장터를 맡았으니까 더 열심히 움직이고, 더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지금 솔직한 마음으로 그것까지 안되는 것 같다. 아직 ‘목화장터를 내가 맡아서 책임감을 갖고 잘해봐야지.’ 하는 생각까지는 안드는 상태다. 억지로 맡은 것도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이전에 하던 분들이 이번에 젊은 사람들이 맡아서 해보는게 어떻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너희가 해보라.’ 하며 개인적으로 접촉해서 2년 동안 맡아서 해보라고 제안했다.
찬두, 사사 : 운영자는 없지만 오너가 있는 느낌이다.
종혁 : 없는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최홍성미, 은진 : 없는데 있다. (웃음)
사사 : (종혁, 은영에게) 그 역할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종혁 : 제안받을 때는 지역에서 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좋은 마음으로 한 거다. 그 때 제안하신 분이 얘기하시기로 본인의 일이 먼저고, 목화장터는 두 번째라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편하게 있으니까 양심적으로 찔린다는 거다. 손님이 적게 오면 우리탓인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찬두 : 그렇다. 상품이 잘 안 팔리면 우리(운영진)가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더라.
은영 : 개인적인 욕심으로 주민참여형 놀이터를 만들고 싶은데, 학부모 호응이 가장 적은 곳이 신안면이었다. 진주와도 가까워서 그런지, 학부모들이 놀이터가 절실하지 않아서 안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목화장터를 함께 하면서 젊은 엄마들을 꼬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잘 안되는 건 아닌데, 아주 느린 속도로 되고(꼬셔지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엄마와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웅진북클럽’ 같은 곳도 나오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한다.
성게 : 목화장터의 셀러는 평균 몇 팀 정도인가?
종혁 : 매 회 20팀 이상은 참여하는 것 같다.
은영 : 장터에 충분히 머물려면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수제맥주, 막걸리, 두부, 전, 음료 등이 있었다가 코로나 때문에 그런 것들이 모두 줄어들어서 아쉽다.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밴드에서 새로 오는 분들에게 장터에 나오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터에 나와서 장터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누기도 했는데, 장터 이용자로서 그런게 매력이었는데 요즘엔 그런 부분이 없어 아쉽다. 이전에 하시던 분들이 ‘꼬셔라.’, ‘영업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라도 해야하나 생각이 든다.
은진 : 더 깊은 질문들은 잠시 모아두고, 순천 사례를 들어보자.
[발제 : 순천 숲틈시장 / 성게 (장성혜) ]
성게 : 저는 숲에서 활쏘는 게 취미였는데, 공무원이 되었다. 요즘 활을 못 쏴서 차크라가 닫혀있는 느낌이다. ‘내가 있는 곳을 힙하게 만들자.’, ‘서울따위 필요 없다.’ 하는 생각이 있었다. 고향은 여수, 태어난 건 강원도, 스무 살 넘으면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았는데 결국 내가 있는 곳을 힙하게 만들고 주체적으로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보자 하는 오만한 생각으로 순천에서 살아보게 됐다. 현재 사람들의 일상을 힙하게 바꾸거나, 적정기술 워크숍을 만들고, 숲틈시장을 기획운영하는 것이 저의 일이다. 숲틈시장에서는 비일상의 경험을 일상으로 확산하거나 축제장으로 와서 경험한 것을 어떻게 일상으로 가져가도록 할 것인지가 저의 고민이다.
숲틈은 숲의 종다양성을 늘리는데 훌륭한 역할을 하는 곳이고, 그런 의미를 담아 숲틈시장이라고 이름짓고, 다양하고 크고 작은 사람들이 어우러지길 바라면서 숲틈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희는 항상 각 회차별로 컨셉이 분명하고, 자유롭지 않다. 아무도 안 지키지만 드레스코드가 정해져있다. (웃음) 회당 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있고, 음향 200만원, 렌탈 200만원, 알바생 300만원 등등 지출하면 거의 맨날 적자다. 소비자로 천 명 정도 오시는데 가랜드 30미터 짜리를 손수 만들고, 심혈을 기울여 포스터를 예쁘게 만드니까 떼어 가도 되냐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
숲틈시장에서는 다양성이 어우러지는게 목표였고, 어린아이부터 반려동물까지 오는 것이 목표였다. 반려동물을 분리하는 형태없이 사람과 똑같이 받아들이는 거다. 그래서 반려동물 온라인 카페에도 홍보를 했다. 주민교육도 진행했다. 숲틈시장은 이야기가 있는 장터다. 공산품 가지고 와서 팔아도 되는데, 그것을 왜 팔아야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하면 셀러로 함께할 수 없다. 그걸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해야한다. 이전에 주민 분들께서 부침개를 팔고싶다고 했는데 이유를 말씀하지 못하셔서 gmo 재료를 쓰지 않는 부침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셀러 주민교육’을 진행했다. 장터에 셀러로 참여하고자 하는 분 들 중에는 그런 이유, 즉 스토리가 없는 분들이 많아서 대부분 1:1 컨설팅을 하고, 그런 작업이 장터 준비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쓰레기 없는 장터를 만들기위해서 노력하는 편인데, 쓰레기 줄이기 위해서 그릇을 렌탈한다. 포장할 때는 최소한의 비닐을 사용하고, 숲틈시장 전용 종이 봉투를 만들고, 셀러들에게 배포하기도 한다.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싱크대도 설치하고 그릇도 렌탈한다. 처음에는 그릇이 분실되지는 않을까, 오시는 분들도 우리와 같은 감성을 갖고 있을까 하고 많이 고민했다. 다행히 그릇이 분실되진 않더라. 장터를 끝나고 쓰레기를 모아보면 쓰레기 봉투 4-5봉지가 나온다.
첫 해 진행하고 나서 느꼈던 게, 시민분들이 ‘나도 이런거 하고 싶었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거다. 관심은 있지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몰라서 실천을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껴서 우리가 노플라스틱, 재활용 가능한 30여 종의 상품을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30여종의 품목이 있는데 그걸 까다롭게 고르는 작업이 어려웠다. 내년에는 제로웨이스트 편집샵을 열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장터를 운영하면서 ‘이 공간에 오면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였다. 쓰레기는 대부분 되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손님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거의 없다.
장터를 진행하다 보니 굿즈를 제작하고 싶더라. 그래서 페트병을 녹여서 그 원사로 손수건을 제작했다. 페트병 6개로 만든 손수건이다. 사람들이 왠지 이걸 보니까 쓰레기를 안버려야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이 손수건을 판매하기도 했다. (사진 함께 보며) 이건 에코 브릭이라고하는 건데, 페트병에 비닐 쓰레기를 넣은 것을 지속가능한 건축자재로 쓰인다고 하더라. `1.5리터에는 700그램 정도의 비닐을 넣으면 벽돌처럼 쓸 수 있다.
또 ‘숲틈의 선택’이라고 해서 못나오는 사정이 있는 분들의 제품을 위탁판매도 한다. 그리고 남은 음식물을 싸갈 수 있는 스텐통을 연구하고 있다. 물이 새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가 참 어렵다. 주민들에게 아이스팩을 숲틈시장에 버려달라고 하고, 숲틈시장은 셀러분들에게 그걸 전달하는 순환고리가 되려고 노력한다.
숲밧줄 놀이터를 만들어서 아이들은 진딧물떼처럼 붙어서 놀고, 어른들은 시장을 즐기기도 한다. 동네에 소문이 나서 버스에서 갑자기 여섯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서 놀이터를 찾아오기도 했다. 운영진이 밧줄 놀이터 양성과정을 수료해서 다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숲틈시장에는 유모차와 반려동물도 온다. 공연 부분에 있어서는 로컬 뮤지션도 좋지만, 서울에서만 하는 좋은 공연도 보고싶어서 서울 뮤지션들을 많이 초청하고 있다. 로컬 뮤지션과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외국인 셀러가 생기니까 셀러 한 분의 관계망이 연결되어 다른 관계망이 줄줄이 연결되었던 거다. 외국인 셀러 한 분을 통해 여러 명의 외국인들이 모이기도 했다. 장터는 뭐든지 해볼 수 있는 공간이고, 복합문화소통의 공간이라는 것이 본래의 장터의 기능이니까, 최신트렌드와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장터라고 생각한다. 전통시장에서 진행됐던 양반 풍자극, 전기수처럼.
서울에서 패션 전공하고 순천 고향으로 내려와 사무직을 하던 친구가, 옷을 만들고 싶다는 갈증을 장터에서 해소하기도 한다. 불특정다수의 시민들이 오지만, 하지 말라는 것도 많지만 그걸 긍정적으로 해소할 만한 쿨하고 힙한 분위기로 만들어서 따라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꾸밈 장치들은 가능하면 찢어지지 않는 형태를 사용한다든지, 최대한 재활용하려고 하고, 남는 포스터는 잘라서 명함으로 사용한다. 빈 종이에 도장을 찍는 형태로.
숲틈시장의 가장 감동적인 후기는 ‘내가 사는 도시가 더 좋아질 때’라는 후기였다. 최근에는 구례에 수해가 있었다. 구례에 있던 셀러 중 한 분이 피해를 입으셔서, 박스가 젖어서 제품을 떨이로 팔기로 했다. 우리가 카드뉴스를 만들고 홍보해서 3일 동안 판매했다.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 포장과 기획을 잘 하는 것이 우리가 잘 할 수 잇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사짓느라 바쁜데 기획과 디자인까지 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는 그런 컨텐츠를 만들어드리는 컨텐츠 회사가 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다. 공간이 필요한데, 공간을 얻기 위한 것은 도시재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창업 관련 공모를 만들어서 비어진 골목 건물을 사서 창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매칭해서 리모델링 진행중이다.
성미 : 지금(코로나 시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성게 : 올해는 온라인으로 하고 싶어서 기획서를 제출했는데, 시청에서 숲틈시장만큼은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코로나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조만간 50명만 초대해서 대면 시장을 열려고 한다.
은진 : 장터 기획단은 총 몇 명인가?
성게 : 2018~2019년에는 두 사람이서 했다. 2020년에는 같이 할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5명이 되었다.
성미 : 장터 세팅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성게 : 전날 설치할 수 있는 건 하고, 오전에 쭉 세팅하고 4시부터 장이 시작된다.
혜련 : 컨셉이 매번 다르다고 했는데, 어떻게 정하나? 기억에 남는 것 컨셉이 있다면?
성게 : 그저 이야기 나누다가 느낌가는 대로 정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신비주의 컨셉의 드레스 코드다. 디스코 드레스코드도 기억에 남는다. 디스코 컨셉의 드레스 코드일 때는 디스코 팀이 와서 공연을 하는 식이다. 매번 베스트 드레서를 뽑아서 선물을 보내드린다. 한 번은 강아지가 선정되기도 했다.
은진 : 기획단이 2명일 때와 5명일 때 많은 부분이 다를 것 같다.
성게 : 코로나 때문에 장터를 못해서 힘이 많이 빠지는 상태다. 다섯 명이서 합을 맞춰가는 것도 쉽지 않다. 원 멤버 2명은 소통이 잘 되고, 다른 사람들하고는 잘 안되기도 한다. 그럴 때 중재역할을 하는 것이 어렵다.
(모든 발제가 끝나고)
은진 : 장터를 운영하며 ‘이건 아니다.’ 싶거나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을 때 어떻게 기획자가 끼어들고 싶은지, 산청은 ‘어떻게 새롭게 할까’가 고민된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을 서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머물고 싶은 장터는 어떻게 만들면 좋은지, 장터는 왜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찬두 : 장터는 오래된 인류가 발명한 시스템일 수도 있고, 발명품인데 사람이 물건을 사러 오든, 사러오는 사람을 구경하든, 장터에 모이는 것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기분이 중요했던 것 같다. 우리 지역이 너무 조용하고 침체된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는데, 장터의 가장 크고 고유한 기능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거기서 예상했거나 하지 못했던 다양한 거리가 이뤄지는 것이다. 함양은 그런 컨텐츠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들썩거리고 시끌벅적하면 좋겠다. 세대간 다양성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회색 느낌의 그런 것이 있는데, 초록과 무지개가 없는 것 같아요. 젊어지는 색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해보고 싶은 장터는 그런 거다.
은영 : 순천 장을 보면서, 급여를 받는 기획자 유무가 엄청난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화장터는 처음에 산청에 왔을 때 같이 술 마실 사람이 없을 때 수제맥주가 있다고 해서 갔던 거였다. 공산품도 없었고, 일회용품 쓰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동네 오일장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느낌이 든다. 예전의 목화장터는 아닌 게 아쉽다.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처음 내가 기억하는 장터의 모습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그 때의 셀러 모습으로 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나를 보고 좋은 느낌이 들면 그렇게 할 것 같아서. 에너지 있는 사람이 두 세사람만 있으면 일파만파 퍼질텐데,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은진 : 목화장터의 가장 큰 미덕은 오래되었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데 그것을 좀 더 생동감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서 큰 지원이 없는 상태이니까, 같이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벼룩시장 활성화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종혁 : 시골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고, 홍보도 기껏해야 밴드(SNS)에 올리는 것인데, 사람들이 다 알려면 어떻게 홍보해야 할까 고민이다. 주말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 홍보 포스터나 현수막이라도 붙여볼까 생각도 든다. 지금은 왔던 사람들이 계속 오는데, 그 사람들이 발길을 끊으면 점점 손님은 줄어드니까 새로운 유입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채워지면 힘이 나서 셀러들도 계속 참여할 것 같다. 홍보도 잘 하고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은진 : 어린이 장터나 벼룩시장을 활성화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영 : 숲틈시장처럼은 못해도 셀러를 선정하고 조정하긴 해야할텐데 그런 에너지를 쏟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찬두 : 나는 함양 장에서 운영자의 역할을 더 덜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산청 목화장터 갔다온 분들이 그 곳에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고 해서 부러웠다.
사사 : 지역마다 다 장터의 특징이 다르다. 문턱의 높낮이가 다른 것 같다. 움직이는 것이 기획자이던, 기획봉사자이던, 그 사람들이 친숙한 방향대로 흘러가면 되는 것 같다.
성게 : 우리는 문턱이 높지 않다.
은진 : 숲틈시장에서는 셀러가 명확한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성게 : 다른 지역 셀러가 40%, 순천 시민이 60%다.
은진 : 저는 숲틈시장에 가보았을 때, 저 세대에도 좋은 기획자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하게 민과 관의 중간에서 뭔가 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행정과 일하는 거라, 가치를 두고 일하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일하기 어려울 수가 있는데 적절하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게 : 그게 조금 힘들긴 하다. 그래서 역할분담이 나눠졌다. 셀러 섭외, 교육, 공간 디자인은 다른 친구가 하고, 제가 행정과 정산을 주로 맡는다. 지금 5명이 되어서 그렇게 역할 나눠 하는 게 조금 더 어렵긴 하다.
찬두 : 오늘이 아니더라도 이야기 나눠보고픈 이야기는 행정과 장터의 관계다. 문화관광컨텐츠로서 장터는 아주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은영 : (숲틈시장만큼은 오프라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든든한 행정이 있어서 부럽다. 우리 산청(행정)은 목화장터로 인해 산청에 사람이 오는 건 좋은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 ‘논두렁밭두렁’이 더 잘 되면 좋겠다고 하는 생각을 가진 거다.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
성게 : 우리도 그런 일이 있다. 그릇 렌탈을 잘 자리잡아서 그릇 렌탈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려고 했었다. 시청 간부회의에서 그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회사의 형태를 갖고있지 않으니까 다른 업체에게 그 아이디어를 주고, 실행하더라. 그걸 다른 지자체에서 베껴가기도 하고.
은진 : 셀러로 참여하는 분들은 같이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런 분들과 어떻게 연결감 가지고 가나,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묶어서 가는지, 어떻게 맺어나가는지 궁금하더라.
성게 : 저는 목화장터에 어떻게 고정적으로 20팀이나 나올 수 있는가 대단하다.
종혁 : 원래는 밴드로만 소통했는데, 지금의 기획팀이 시작하고는 셀러 전화번호는 알아야되지 않겠냐 해서, 전화번호를 받아놓고 공지할 때 문자 한 번 정도 보내드리는 정도다. 사실 그걸로 충분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날씨나 코로나 때문에 날짜나 시간을 변경할 때, 저희만 결정하면 되나 싶기도 하다. 충분히 소통하는 구조가 안 되어있어서 저희 나름대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셀러를 관리하는 것까지는 아직 힘이 안닿는다.
찬두 : 저흰 시작부터가 비껴나있기는 한데, 다른 사례보면서 그렇게 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운영주체들이 ‘플랫폼 만드는 회사’ 등의 비즈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중 몇 개는 사회적 기업처럼 수익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모델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버마켓 같은 경우에는 패키지 수요도 많은 것 같다. 그런 새로운 운영주체의 출현도 예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걸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겠다. 운영진과 셀러와의 관계는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관 같기도 하고 머슴같기도 하고, 모든 불평불만을 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주고 받는게 명확하지도 않다. ‘좋은게 좋은거지’ 하면서도 한 두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투명하거나 쿨하게 해결하는 방법들도 영리가 가미되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미 : 순천 숲틈시장에서는 구례의 수해입은 셀러를 도와주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마르쉐에서는 농민들 입장에서 농민 스토리를 사진찍고 인터뷰해서 고충이나 어려움 등을 전부 소개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하더라. 그런 농민/셀러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에 믿음이 가고, 그래서 가야겠다고 생각됐다. 그런 연대가 계속 되어야 서로 관계망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성게 : 기획자이기 때문에 셀러분들이 의지하려 하는 때가 있다. 위계가 설정되기도 한다. 그럴 때 감정소모가 되기도 한다. 특히 ‘나 이거밖에 못팔았어.’할 때. 내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주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내가 너무 많이 해드려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미 : 그건 모든 장터의 고민일 것 같다. 마르쉐는 끝나면 스탭들이 남은 상품은 다 사드린다. 되게 소모적이고 힘든 작업이지만 농민들은 그것 덕분에 안심하고 나오는 거다.
찬두 : 저희는 마켓 고유의 목적 보다는 문화적 풍성함을 위한 수단으로서 마켓을 접근했는데, 셀러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간극이 느껴질 때 속상하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런 사람 때문에 생고생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계가 좀 더 쿨하게 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
은진 : 그래서 때때로 처음부터 ‘판매가 잘 안될 수도 있어요.’하는 쉴드를 치기도 한다. 같이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고. 그걸 어떻게 최대한 여러 통로로 잘 전달할까 하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문구로 드러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빈둥에서 작게 할 때는 관계가 안 좋은 두 분이 셀러로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정소모가 많이 되더라. 판매하지 않는 누군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중간에서 살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찬두 : 장터는 다양한 것들이 모일 수 있는 좋은 공간이자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 나들이 같은 생각이 드는거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주말에 어디 안가고 아이들이랑 구경하고 놀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이 있었다. 기획자로서 그럴 때 감동받는다.
은진 : 산청도 가까우니까, 젊은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을 같이하면 좋을 것 같다.
찬두 : 방법적으로 같이 해보고싶었는데 못해본 것이 있다. 사단법인 숲길에서 둘레길 걷고 내려오면 장터에 도착하는 행사를 한다. 참가자들한테는 쿠폰을 준다. 여기 장터에서만 쓸 수 있는 쿠폰을 주는거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1000원짜리 쿠폰을 주면 좋은 마중물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 행사와 연계해서 장터를 열면 좋을 것 같다. 행정적으로는 큰 돈도 아니다. 마중물 효과가 있는 쿠폰 아이디어를 써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은진 : 시간이 많이 흘러서 질문 나누는 것 정도 밖에 못한 것 같지만, 지금의 연결감을 장터들이 가끔은 만나가면서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소감이랄까, 오늘 어떠셨는지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면 하셔도 좋다.
성미 : 가만히 보니까 세 장이 색깔이 다르다. 나름 특색있고 매력있는 것 같다. 오늘 산청 목화장터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굉장히 큰 매력이다. 문턱이 높아야한다는 생각을 깨뜨리게 됐다. 숲틈시장은 워낙 들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역시였다. 그 트렌드를 잘 이끌어가면 좋겠다. 감사한 자리였다.
은영 : 문화놀이장날은 놀러 몇 번 갔었는데 문화랑 놀이가 같이 있다는게 늘 부러웠다. 목화장터는 아직 셀러가 주된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숲틈시장은 오늘 처음 들어봤다. 저는 벽이 높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를 강제적으로 줄이는 것도, 스토리텔링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 큰 그물로 좀 걸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부담을 안가지려고 했는데 부담을 가져야 겠고, 다양한 모습을 상상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 생각이 모두 장터에 반영되긴 어렵겠다는 답답한 마음도 든다.
김혜련 : 장터 이야기 들으면서 저마다 특색과 강점이 있는 것 같은데, 문화놀이장날은 두 장터를 결합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풀어낼까 계속 고민이 된다. 컨셉을 물어봤더니 느낌대로 한다고 해서 그 느낌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갖은 양념 넣어서’ 같은 느낌이다. 계속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사 : 고민없이 편안하게 들었다. 백전면에 온달장터라고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것도 참 멋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장터는 참 멋진거다.’ 라는 명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장터를 하는 사람들은 뭔가 수작하기가 DNA에 함유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즐겁게 할 만큼의 레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 것이 좋아보여서 따라하면 잘 안맞을 것 같고, 자기 색깔대로 해나가면 좋겠다. 계속 여러 장터 기웃기웃하다가 리얼 보이스로 들어서 좋았다. 에너지 받고 간다.
성게 : 문화놀이장날의 놀이터가 탐난다. 대나무 어떻게 세웠을까? 하는 생각 했다. 청소년 셀러들이나 어린이 셀러들에 대한 고민들은 하고 있는데 잘 하고 계셔서 놀라웠고, 목화장터는 100회차라 하셔서 존경을 표하게 되고, 2천 명이나 된다는 밴드 회원 수도 놀라웠다. 그 힘이 자유로움에 있구나,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종혁 : 잘 들었는데 잘 정리가 안된다. 목화장터처럼 잘 이어져온 것처럼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고, 더 집중 노력해서 원하는 장터 만들고 싶기도 하고, 그 중간 어디쯤에 있고 싶기도 하다. 조금 더 목화장터를 돕는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최근엔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단 생각이 든다. 뭔가 다 할 수도 있고 해도 되는데, 그냥 뭔가 안 될 것만 같았는데, 오늘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두 : 저도 정리는 잘 안된다. 지켜보면서 ‘요런 거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내 일이 아니면 더 잘보이니까 앞으로 이렇게 주고받는 자리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영, 은진 : 연합장터, 장터 간의 콜라보도 좋을 것 같다.
찬두 : 대전에는 셀러들의 길드가 있더라. 그런 점도 재미있다. 요즘 예상치못한 크고 작은 장터들이 생기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에는 집합이 아닌, 거점을 분산하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될 것 같다. 그럴 때 시장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재미는 유지하면서도, 거점을 다양화하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협력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지자체를 미워하는 마음도 넘어서야 할 것 같다. 그런 저런 생각들이 드는 자리였다.
진행 | 은진
기록 및 정리 | 푸른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10/20 지리산 로컬섹션 @함양
장터의 진화 - 로컬 문화기획자 네트워크 / 주관 : 함양문화놀이장날
with 문화놀이장날 x 숲틈시장 x 목화장터
지역에서 장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터를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들의 이야기 자리입니다. 함양의 주민, 예술가, 농부, 어린이, 청소년들이 채워나가는 참여형 축제 문화놀이장날, 쓰레기 없는 장터를 만들어가는 생태문화장터 숲틈시장, 산청에서 가장 활발한 마을 커뮤니티 목화장터가 함께합니다.
[소개와 인사]
성게 : 순천에서 저전동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순천 숲틈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만 이렇게 힘든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웃음)
혜련 : 함양문화놀이장날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부분을 맡고 있다. 어떻게 기획하고 이어가면 좋을지, 구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왔다.
은영 : 이종혁 활동가와 함께 산청 지리산목화장터 기획봉사자로 활동하고 있고, 종혁씨가 대표로 이야기하기로 합의했다.
성미 : 함양 안의에서 왔다. 과수원 사과농사 중인데 마르셰 장터에 처음부터 참여했었고, 다른 장터들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어서 궁금했다.
사사 : 함양문화놀이장날에서 빈둥거리며 사진 찍고 있다.
은진 : 각 장터는 어떻게 힘들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간단히 들어보면 좋겠다. 함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준비해 온 이야기를 먼저 나누자.
[발제 : 함양문화놀이장날 / 김찬두]
자료는 따로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함양문화놀이장날의 행사 풍경을 함께 보자. (장날 현장 사진 함께 보기) 저희는 다른 장터와 다를 수 있는데, 국고보조사업이다. 처음에 우리랑 잘 맞겠다 싶어서 공모신청했는데 선정되어서 문화와 놀이가 있는 장날을 해보자 하게 되었다. 이런건 카페 ‘빈둥’이 조금씩 해오던 일이기도 했다. 장터를 한 달에 한 번씩 열어보기도 하고, 초창기에는 빈둥 카페 앞 골목이 온통 벼룩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놀이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폭발적인 에너지로 노는 것을 보게 되었고, 우리가 여태껏 해왔던 것들을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것이 문화놀이 장날이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게, 팝업놀이터와 음악 공연이다. 장터가 다 흔한데, 장터는 우리에겐 ‘판’이자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채우는건 셀러와 손님이 되도록 하자고 했다. 공연도 프린지 형태로 무대에 서 볼 수 있는 사람을 서게 해보자고 하고 진행하고 있다. 올해 장터는 더 플랫폼의 개념으로 충실하게 해보려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지침이 내려오기도 하고 (국고보조사업이라) 오프라인 행사는 전면 중단하고 비대면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공연 프로그램은 로컬 뮤지션들과 함께 예술/지역/삶을 주제로 한 뮤직 다큐 형식으로 영상컨텐츠 작업을 하고 있고, 놀이터는 설치 직전까지 간 상태에서 못하게 되어서 설치하는 과정까지를 영상으로 담기로 했다. 누가 그 놀이터에서 놀아보는 것(시연)을 영상으로 담으려고 하고 있고, 다른 장터들은 보통 온/오프라인을 같이 진행하더라. 우리도 온라인 마켓을 시도해보자고 하고 네이버 카페에 마켓을 열어놓고 진행하고 있다.
작년과 달라진 것은 청소년과 함께하는 부분을 강화하려고 청소년 문화기획단을 꾸리기로 했는데, 모두 코로나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긴 했지만 총 4개 분야 (공연, 마켓, 영상, 퍼포먼스) 기획단을 마련해서 40명 정도 참여하고 있다. 단톡에서만 운영되고 있거나 일부는 영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만들었어요?’부터 장터를 하는 이유나 장터를 운영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를 나중에라도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게끔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면 좋겠다. ‘이럴 땐 어떡해요?’ 하는 질문을 서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필요할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리를 준비하게 됐다. 마켓을 준비할 때 이거 해도 되냐, 안되냐 논란이 될 때가 있지 않나. 우리는 ‘문화컨텐츠’로써의 마켓을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마켓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무엇을 추구하는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은영 : 제작한 놀이터를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빌리고 싶다.
찬두 : 장터를 하다보니까 창고가 필요하더라. 보관장소가 정말 필요하다. 지금은 짐들이 모두 흩어져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 하림공원 관리소장이 저희를 어여삐 여겨 짐을 조금 보관해주고 계시고, 저희 집에도 조금 있고 그렇다. 발제를 마무리하자면, 장터를 플랫폼으로 만들어두니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붙더라. 장터를 플랫폼으로 생각하니 컨텐츠는 풍성하고,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가장 쉽고 저렴하면서 참여자들이 만들어나가는 훌륭한 컨텐츠를 장터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어떻게 ‘문화’를 입힐까 하는게 고민이다.
[발제 : 산청 지리산목화장터 / 이종혁]
종혁 : 얼마 전에 명왕성의 청소년 꿀알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이 목화장터 홍보영상을 만들어 주었다.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자.
은영 : (영상 부연설명) 11월 둘째주 장터가 100회차다. 아쉽게도 이 영상은 최근 1년간의 장터 모습만을 담은 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장터의 분위기는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고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도 많다.
종혁 : 일단 지리산목화장터는 지금 저와 김은영 활동가, 유정란 농장을 운영하는 이재영 활동가 세 명이 준비하고 있다. 찾아보니까 목화장터는 2015년 3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다음 둘째 일요일이 100회차다. 함양과는 다르게 지원없이 시작했고, 현재 기획팀 세 사람은 지난 12월부터 말하자면 ‘2기’ 기획팀인 셈이다. 처음 장터를 움직였던 분들은 지금 쉬어간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어져온지는 기록되어있는대로 말씀드리겠다.
우선 여름/겨울에는 조금 쉬거나 시간이 달라지긴 하지만 둘째, 넷째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최근엔 저녁시간에도 장터를 열어보았다. 사용하던 물건을 교환하거나 팔기도 하고, 직접 만든 상품을 팔기도 하는 흔한 장터이다. 장터 뿐 아니라 지원사업을 통하거나 자체적으로 비용을 마련해서 문화공연 등을 때때로 열고 있다. 가장 특이한 것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한다는 거고, 목화장터의 운영팀이 아니라 ‘기획봉사자’라는 이름처럼 누군가 주체가 되어서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장터는 주민들 스스로 여는 것이고 기획팀이 장터 진행을 도와주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자가 있으면 누군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그런 역할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런 걸 누군가 떠맡아 책임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누가 부담을 더 지고, 더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산청에 장터는 11개가 있는데, 신안면에는 장터가 없어서 목화장터가 만들어졌고, 얼마 전부터 목화장터와 비슷하게 지자체에서 ‘밭두렁 논두렁’이라는 장터가 생겼다. 목화장터의 카피 장터인 셈이다. 산청이 목화 시배지고, 군화가 목화라서 ‘지리산 목화장터’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엄마의 사랑이라는 목화의 꽃말처럼 푸근한 장터의 느낌을 갖고 있다. 장터에서 지켜야 할 것이 없다는 것이 목화장터의 특별한 원칙이다. 수입 농산물을 팔지 않는다거나 하는 약속이 있었는데, 잘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강제성이 옅다. 최근에는 손수 만든 것보다 공산품을 파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가 조금 고민된다.
SNS 밴드 ‘지리산 목화장터’는 물건을 주고 받을 뿐 아니라, 지역의 거의 모든 정보를 소통하는 교류의 장이다. 어떤 모임도 웬만해선 홍보가 잘 되고, 산청군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훌륭한 플랫폼이다. 한계도 있다. 산청에 오랫동안 사셨던 분들은 밴드라는 것도 잘 모르고, 장터의 존재도 잘 모른다. 장터에 오는 분들은 귀농귀촌인이 많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최근 ‘신안면 중심지활성화사업’ 핵심내용이 목화장터였다. 목화장터 내 인물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목화장터 활성화를 제안했다. 지자체나 면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같이 하려는 시도는 없다.
최근에 고민하는 것은 장터 기획팀이 청년 구성으로 바뀌었는데, 장터에 오시는 분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는 거다. 기존 방식은 저희가 봤을 때 올드하고, 그걸 바꾸고 싶은데 오는 사람들은 그대로니까 고민스럽다. 또 무언가 결정할 때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 때 저희들 스스로 앞서 장터를 운영했던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전에 운영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물어보게 된다. 초기 목화장터를 부흥시켰던 ‘목화장터 나눔회’라는 모임이 있다. 지금도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는 거기에 한 번 더 묻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상 그렇게 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다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목화장터의 장점이다. 그리고 날짜와 시간공지, 놀이터, 공연 외에는 기획팀(운영진)이 없어도 장터가 알아서 진행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애써 더 힘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다. 그래서 더 고민스럽기도 하고. 뭔가 더 해야할 것기도 하고, 저희가 어디까지 개입해야할지 고민되기도 한다. 지역 오일장 열리듯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도 열린다는 것이 장점인데, 거기서 우리는 얼만큼 개입해서 조금 더 재밌게 새롭게 해야하는가 고민이 된다.
최홍성미 : 컴플레인이 있으면 어떡하나?
종혁 : 공연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경찰이 온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외 별다른 컴플레인은 없었다.
종혁 : 요즘에는 광고 목적의 단체나 공산품 파는 분들이 많이 나와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되더라.
찬두 : 우리도 ‘대교’에서 부스를 차려 나온 적 있다. 신청할 땐 대교라는 이름이 아니었는데, 나와보니 대교더라. 나중엔 ‘저런 게 있으면 어때?’ 라는 생각도 들고, 알아서 적당히 하더라.
종혁 : 최근 산청 덕산 지역에는 ‘말랑장’이 열린다. 셀러와 판매 품목을 미리 조사하고 홍보하던데, 그렇게 해야하나 싶지만, 그런게 없다는 것이 목화장터의 특징인 것 같다.
사사 : 기획봉사자에서 봉사의 영역이 크다더라.
종혁 : 나무로 놀이터를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은 열고 있다. 처음엔 그것도 ‘일’이 될까봐 안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놀이터 덕분인지 장터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기도 한다. 목화장터를 맡았으니까 더 열심히 움직이고, 더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지금 솔직한 마음으로 그것까지 안되는 것 같다. 아직 ‘목화장터를 내가 맡아서 책임감을 갖고 잘해봐야지.’ 하는 생각까지는 안드는 상태다. 억지로 맡은 것도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이전에 하던 분들이 이번에 젊은 사람들이 맡아서 해보는게 어떻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너희가 해보라.’ 하며 개인적으로 접촉해서 2년 동안 맡아서 해보라고 제안했다.
찬두, 사사 : 운영자는 없지만 오너가 있는 느낌이다.
종혁 : 없는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최홍성미, 은진 : 없는데 있다. (웃음)
사사 : (종혁, 은영에게) 그 역할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종혁 : 제안받을 때는 지역에서 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좋은 마음으로 한 거다. 그 때 제안하신 분이 얘기하시기로 본인의 일이 먼저고, 목화장터는 두 번째라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편하게 있으니까 양심적으로 찔린다는 거다. 손님이 적게 오면 우리탓인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찬두 : 그렇다. 상품이 잘 안 팔리면 우리(운영진)가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더라.
은영 : 개인적인 욕심으로 주민참여형 놀이터를 만들고 싶은데, 학부모 호응이 가장 적은 곳이 신안면이었다. 진주와도 가까워서 그런지, 학부모들이 놀이터가 절실하지 않아서 안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목화장터를 함께 하면서 젊은 엄마들을 꼬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잘 안되는 건 아닌데, 아주 느린 속도로 되고(꼬셔지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엄마와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웅진북클럽’ 같은 곳도 나오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한다.
성게 : 목화장터의 셀러는 평균 몇 팀 정도인가?
종혁 : 매 회 20팀 이상은 참여하는 것 같다.
은영 : 장터에 충분히 머물려면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수제맥주, 막걸리, 두부, 전, 음료 등이 있었다가 코로나 때문에 그런 것들이 모두 줄어들어서 아쉽다.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밴드에서 새로 오는 분들에게 장터에 나오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터에 나와서 장터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누기도 했는데, 장터 이용자로서 그런게 매력이었는데 요즘엔 그런 부분이 없어 아쉽다. 이전에 하시던 분들이 ‘꼬셔라.’, ‘영업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라도 해야하나 생각이 든다.
은진 : 더 깊은 질문들은 잠시 모아두고, 순천 사례를 들어보자.
[발제 : 순천 숲틈시장 / 성게 (장성혜) ]
성게 : 저는 숲에서 활쏘는 게 취미였는데, 공무원이 되었다. 요즘 활을 못 쏴서 차크라가 닫혀있는 느낌이다. ‘내가 있는 곳을 힙하게 만들자.’, ‘서울따위 필요 없다.’ 하는 생각이 있었다. 고향은 여수, 태어난 건 강원도, 스무 살 넘으면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았는데 결국 내가 있는 곳을 힙하게 만들고 주체적으로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보자 하는 오만한 생각으로 순천에서 살아보게 됐다. 현재 사람들의 일상을 힙하게 바꾸거나, 적정기술 워크숍을 만들고, 숲틈시장을 기획운영하는 것이 저의 일이다. 숲틈시장에서는 비일상의 경험을 일상으로 확산하거나 축제장으로 와서 경험한 것을 어떻게 일상으로 가져가도록 할 것인지가 저의 고민이다.
숲틈은 숲의 종다양성을 늘리는데 훌륭한 역할을 하는 곳이고, 그런 의미를 담아 숲틈시장이라고 이름짓고, 다양하고 크고 작은 사람들이 어우러지길 바라면서 숲틈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희는 항상 각 회차별로 컨셉이 분명하고, 자유롭지 않다. 아무도 안 지키지만 드레스코드가 정해져있다. (웃음) 회당 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있고, 음향 200만원, 렌탈 200만원, 알바생 300만원 등등 지출하면 거의 맨날 적자다. 소비자로 천 명 정도 오시는데 가랜드 30미터 짜리를 손수 만들고, 심혈을 기울여 포스터를 예쁘게 만드니까 떼어 가도 되냐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
숲틈시장에서는 다양성이 어우러지는게 목표였고, 어린아이부터 반려동물까지 오는 것이 목표였다. 반려동물을 분리하는 형태없이 사람과 똑같이 받아들이는 거다. 그래서 반려동물 온라인 카페에도 홍보를 했다. 주민교육도 진행했다. 숲틈시장은 이야기가 있는 장터다. 공산품 가지고 와서 팔아도 되는데, 그것을 왜 팔아야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하면 셀러로 함께할 수 없다. 그걸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해야한다. 이전에 주민 분들께서 부침개를 팔고싶다고 했는데 이유를 말씀하지 못하셔서 gmo 재료를 쓰지 않는 부침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셀러 주민교육’을 진행했다. 장터에 셀러로 참여하고자 하는 분 들 중에는 그런 이유, 즉 스토리가 없는 분들이 많아서 대부분 1:1 컨설팅을 하고, 그런 작업이 장터 준비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쓰레기 없는 장터를 만들기위해서 노력하는 편인데, 쓰레기 줄이기 위해서 그릇을 렌탈한다. 포장할 때는 최소한의 비닐을 사용하고, 숲틈시장 전용 종이 봉투를 만들고, 셀러들에게 배포하기도 한다.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싱크대도 설치하고 그릇도 렌탈한다. 처음에는 그릇이 분실되지는 않을까, 오시는 분들도 우리와 같은 감성을 갖고 있을까 하고 많이 고민했다. 다행히 그릇이 분실되진 않더라. 장터를 끝나고 쓰레기를 모아보면 쓰레기 봉투 4-5봉지가 나온다.
첫 해 진행하고 나서 느꼈던 게, 시민분들이 ‘나도 이런거 하고 싶었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거다. 관심은 있지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몰라서 실천을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껴서 우리가 노플라스틱, 재활용 가능한 30여 종의 상품을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30여종의 품목이 있는데 그걸 까다롭게 고르는 작업이 어려웠다. 내년에는 제로웨이스트 편집샵을 열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장터를 운영하면서 ‘이 공간에 오면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였다. 쓰레기는 대부분 되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손님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거의 없다.
장터를 진행하다 보니 굿즈를 제작하고 싶더라. 그래서 페트병을 녹여서 그 원사로 손수건을 제작했다. 페트병 6개로 만든 손수건이다. 사람들이 왠지 이걸 보니까 쓰레기를 안버려야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이 손수건을 판매하기도 했다. (사진 함께 보며) 이건 에코 브릭이라고하는 건데, 페트병에 비닐 쓰레기를 넣은 것을 지속가능한 건축자재로 쓰인다고 하더라. `1.5리터에는 700그램 정도의 비닐을 넣으면 벽돌처럼 쓸 수 있다.
또 ‘숲틈의 선택’이라고 해서 못나오는 사정이 있는 분들의 제품을 위탁판매도 한다. 그리고 남은 음식물을 싸갈 수 있는 스텐통을 연구하고 있다. 물이 새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가 참 어렵다. 주민들에게 아이스팩을 숲틈시장에 버려달라고 하고, 숲틈시장은 셀러분들에게 그걸 전달하는 순환고리가 되려고 노력한다.
숲밧줄 놀이터를 만들어서 아이들은 진딧물떼처럼 붙어서 놀고, 어른들은 시장을 즐기기도 한다. 동네에 소문이 나서 버스에서 갑자기 여섯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서 놀이터를 찾아오기도 했다. 운영진이 밧줄 놀이터 양성과정을 수료해서 다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숲틈시장에는 유모차와 반려동물도 온다. 공연 부분에 있어서는 로컬 뮤지션도 좋지만, 서울에서만 하는 좋은 공연도 보고싶어서 서울 뮤지션들을 많이 초청하고 있다. 로컬 뮤지션과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외국인 셀러가 생기니까 셀러 한 분의 관계망이 연결되어 다른 관계망이 줄줄이 연결되었던 거다. 외국인 셀러 한 분을 통해 여러 명의 외국인들이 모이기도 했다. 장터는 뭐든지 해볼 수 있는 공간이고, 복합문화소통의 공간이라는 것이 본래의 장터의 기능이니까, 최신트렌드와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장터라고 생각한다. 전통시장에서 진행됐던 양반 풍자극, 전기수처럼.
서울에서 패션 전공하고 순천 고향으로 내려와 사무직을 하던 친구가, 옷을 만들고 싶다는 갈증을 장터에서 해소하기도 한다. 불특정다수의 시민들이 오지만, 하지 말라는 것도 많지만 그걸 긍정적으로 해소할 만한 쿨하고 힙한 분위기로 만들어서 따라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꾸밈 장치들은 가능하면 찢어지지 않는 형태를 사용한다든지, 최대한 재활용하려고 하고, 남는 포스터는 잘라서 명함으로 사용한다. 빈 종이에 도장을 찍는 형태로.
숲틈시장의 가장 감동적인 후기는 ‘내가 사는 도시가 더 좋아질 때’라는 후기였다. 최근에는 구례에 수해가 있었다. 구례에 있던 셀러 중 한 분이 피해를 입으셔서, 박스가 젖어서 제품을 떨이로 팔기로 했다. 우리가 카드뉴스를 만들고 홍보해서 3일 동안 판매했다.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 포장과 기획을 잘 하는 것이 우리가 잘 할 수 잇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사짓느라 바쁜데 기획과 디자인까지 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는 그런 컨텐츠를 만들어드리는 컨텐츠 회사가 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다. 공간이 필요한데, 공간을 얻기 위한 것은 도시재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창업 관련 공모를 만들어서 비어진 골목 건물을 사서 창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매칭해서 리모델링 진행중이다.
성미 : 지금(코로나 시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성게 : 올해는 온라인으로 하고 싶어서 기획서를 제출했는데, 시청에서 숲틈시장만큼은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코로나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조만간 50명만 초대해서 대면 시장을 열려고 한다.
은진 : 장터 기획단은 총 몇 명인가?
성게 : 2018~2019년에는 두 사람이서 했다. 2020년에는 같이 할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5명이 되었다.
성미 : 장터 세팅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성게 : 전날 설치할 수 있는 건 하고, 오전에 쭉 세팅하고 4시부터 장이 시작된다.
혜련 : 컨셉이 매번 다르다고 했는데, 어떻게 정하나? 기억에 남는 것 컨셉이 있다면?
성게 : 그저 이야기 나누다가 느낌가는 대로 정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신비주의 컨셉의 드레스 코드다. 디스코 드레스코드도 기억에 남는다. 디스코 컨셉의 드레스 코드일 때는 디스코 팀이 와서 공연을 하는 식이다. 매번 베스트 드레서를 뽑아서 선물을 보내드린다. 한 번은 강아지가 선정되기도 했다.
은진 : 기획단이 2명일 때와 5명일 때 많은 부분이 다를 것 같다.
성게 : 코로나 때문에 장터를 못해서 힘이 많이 빠지는 상태다. 다섯 명이서 합을 맞춰가는 것도 쉽지 않다. 원 멤버 2명은 소통이 잘 되고, 다른 사람들하고는 잘 안되기도 한다. 그럴 때 중재역할을 하는 것이 어렵다.
(모든 발제가 끝나고)
은진 : 장터를 운영하며 ‘이건 아니다.’ 싶거나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을 때 어떻게 기획자가 끼어들고 싶은지, 산청은 ‘어떻게 새롭게 할까’가 고민된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을 서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머물고 싶은 장터는 어떻게 만들면 좋은지, 장터는 왜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찬두 : 장터는 오래된 인류가 발명한 시스템일 수도 있고, 발명품인데 사람이 물건을 사러 오든, 사러오는 사람을 구경하든, 장터에 모이는 것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기분이 중요했던 것 같다. 우리 지역이 너무 조용하고 침체된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는데, 장터의 가장 크고 고유한 기능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거기서 예상했거나 하지 못했던 다양한 거리가 이뤄지는 것이다. 함양은 그런 컨텐츠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들썩거리고 시끌벅적하면 좋겠다. 세대간 다양성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회색 느낌의 그런 것이 있는데, 초록과 무지개가 없는 것 같아요. 젊어지는 색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해보고 싶은 장터는 그런 거다.
은영 : 순천 장을 보면서, 급여를 받는 기획자 유무가 엄청난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화장터는 처음에 산청에 왔을 때 같이 술 마실 사람이 없을 때 수제맥주가 있다고 해서 갔던 거였다. 공산품도 없었고, 일회용품 쓰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동네 오일장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느낌이 든다. 예전의 목화장터는 아닌 게 아쉽다.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처음 내가 기억하는 장터의 모습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그 때의 셀러 모습으로 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나를 보고 좋은 느낌이 들면 그렇게 할 것 같아서. 에너지 있는 사람이 두 세사람만 있으면 일파만파 퍼질텐데,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은진 : 목화장터의 가장 큰 미덕은 오래되었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데 그것을 좀 더 생동감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서 큰 지원이 없는 상태이니까, 같이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벼룩시장 활성화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종혁 : 시골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고, 홍보도 기껏해야 밴드(SNS)에 올리는 것인데, 사람들이 다 알려면 어떻게 홍보해야 할까 고민이다. 주말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 홍보 포스터나 현수막이라도 붙여볼까 생각도 든다. 지금은 왔던 사람들이 계속 오는데, 그 사람들이 발길을 끊으면 점점 손님은 줄어드니까 새로운 유입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채워지면 힘이 나서 셀러들도 계속 참여할 것 같다. 홍보도 잘 하고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은진 : 어린이 장터나 벼룩시장을 활성화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영 : 숲틈시장처럼은 못해도 셀러를 선정하고 조정하긴 해야할텐데 그런 에너지를 쏟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찬두 : 나는 함양 장에서 운영자의 역할을 더 덜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산청 목화장터 갔다온 분들이 그 곳에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고 해서 부러웠다.
사사 : 지역마다 다 장터의 특징이 다르다. 문턱의 높낮이가 다른 것 같다. 움직이는 것이 기획자이던, 기획봉사자이던, 그 사람들이 친숙한 방향대로 흘러가면 되는 것 같다.
성게 : 우리는 문턱이 높지 않다.
은진 : 숲틈시장에서는 셀러가 명확한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성게 : 다른 지역 셀러가 40%, 순천 시민이 60%다.
은진 : 저는 숲틈시장에 가보았을 때, 저 세대에도 좋은 기획자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하게 민과 관의 중간에서 뭔가 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행정과 일하는 거라, 가치를 두고 일하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일하기 어려울 수가 있는데 적절하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게 : 그게 조금 힘들긴 하다. 그래서 역할분담이 나눠졌다. 셀러 섭외, 교육, 공간 디자인은 다른 친구가 하고, 제가 행정과 정산을 주로 맡는다. 지금 5명이 되어서 그렇게 역할 나눠 하는 게 조금 더 어렵긴 하다.
찬두 : 오늘이 아니더라도 이야기 나눠보고픈 이야기는 행정과 장터의 관계다. 문화관광컨텐츠로서 장터는 아주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은영 : (숲틈시장만큼은 오프라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든든한 행정이 있어서 부럽다. 우리 산청(행정)은 목화장터로 인해 산청에 사람이 오는 건 좋은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 ‘논두렁밭두렁’이 더 잘 되면 좋겠다고 하는 생각을 가진 거다.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
성게 : 우리도 그런 일이 있다. 그릇 렌탈을 잘 자리잡아서 그릇 렌탈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려고 했었다. 시청 간부회의에서 그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회사의 형태를 갖고있지 않으니까 다른 업체에게 그 아이디어를 주고, 실행하더라. 그걸 다른 지자체에서 베껴가기도 하고.
은진 : 셀러로 참여하는 분들은 같이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런 분들과 어떻게 연결감 가지고 가나,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묶어서 가는지, 어떻게 맺어나가는지 궁금하더라.
성게 : 저는 목화장터에 어떻게 고정적으로 20팀이나 나올 수 있는가 대단하다.
종혁 : 원래는 밴드로만 소통했는데, 지금의 기획팀이 시작하고는 셀러 전화번호는 알아야되지 않겠냐 해서, 전화번호를 받아놓고 공지할 때 문자 한 번 정도 보내드리는 정도다. 사실 그걸로 충분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날씨나 코로나 때문에 날짜나 시간을 변경할 때, 저희만 결정하면 되나 싶기도 하다. 충분히 소통하는 구조가 안 되어있어서 저희 나름대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셀러를 관리하는 것까지는 아직 힘이 안닿는다.
찬두 : 저흰 시작부터가 비껴나있기는 한데, 다른 사례보면서 그렇게 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운영주체들이 ‘플랫폼 만드는 회사’ 등의 비즈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중 몇 개는 사회적 기업처럼 수익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모델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버마켓 같은 경우에는 패키지 수요도 많은 것 같다. 그런 새로운 운영주체의 출현도 예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걸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겠다. 운영진과 셀러와의 관계는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관 같기도 하고 머슴같기도 하고, 모든 불평불만을 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주고 받는게 명확하지도 않다. ‘좋은게 좋은거지’ 하면서도 한 두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투명하거나 쿨하게 해결하는 방법들도 영리가 가미되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미 : 순천 숲틈시장에서는 구례의 수해입은 셀러를 도와주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마르쉐에서는 농민들 입장에서 농민 스토리를 사진찍고 인터뷰해서 고충이나 어려움 등을 전부 소개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하더라. 그런 농민/셀러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에 믿음이 가고, 그래서 가야겠다고 생각됐다. 그런 연대가 계속 되어야 서로 관계망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성게 : 기획자이기 때문에 셀러분들이 의지하려 하는 때가 있다. 위계가 설정되기도 한다. 그럴 때 감정소모가 되기도 한다. 특히 ‘나 이거밖에 못팔았어.’할 때. 내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주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내가 너무 많이 해드려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미 : 그건 모든 장터의 고민일 것 같다. 마르쉐는 끝나면 스탭들이 남은 상품은 다 사드린다. 되게 소모적이고 힘든 작업이지만 농민들은 그것 덕분에 안심하고 나오는 거다.
찬두 : 저희는 마켓 고유의 목적 보다는 문화적 풍성함을 위한 수단으로서 마켓을 접근했는데, 셀러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간극이 느껴질 때 속상하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런 사람 때문에 생고생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계가 좀 더 쿨하게 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
은진 : 그래서 때때로 처음부터 ‘판매가 잘 안될 수도 있어요.’하는 쉴드를 치기도 한다. 같이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고. 그걸 어떻게 최대한 여러 통로로 잘 전달할까 하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문구로 드러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빈둥에서 작게 할 때는 관계가 안 좋은 두 분이 셀러로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정소모가 많이 되더라. 판매하지 않는 누군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중간에서 살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찬두 : 장터는 다양한 것들이 모일 수 있는 좋은 공간이자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 나들이 같은 생각이 드는거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주말에 어디 안가고 아이들이랑 구경하고 놀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이 있었다. 기획자로서 그럴 때 감동받는다.
은진 : 산청도 가까우니까, 젊은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을 같이하면 좋을 것 같다.
찬두 : 방법적으로 같이 해보고싶었는데 못해본 것이 있다. 사단법인 숲길에서 둘레길 걷고 내려오면 장터에 도착하는 행사를 한다. 참가자들한테는 쿠폰을 준다. 여기 장터에서만 쓸 수 있는 쿠폰을 주는거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1000원짜리 쿠폰을 주면 좋은 마중물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 행사와 연계해서 장터를 열면 좋을 것 같다. 행정적으로는 큰 돈도 아니다. 마중물 효과가 있는 쿠폰 아이디어를 써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은진 : 시간이 많이 흘러서 질문 나누는 것 정도 밖에 못한 것 같지만, 지금의 연결감을 장터들이 가끔은 만나가면서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소감이랄까, 오늘 어떠셨는지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면 하셔도 좋다.
성미 : 가만히 보니까 세 장이 색깔이 다르다. 나름 특색있고 매력있는 것 같다. 오늘 산청 목화장터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굉장히 큰 매력이다. 문턱이 높아야한다는 생각을 깨뜨리게 됐다. 숲틈시장은 워낙 들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역시였다. 그 트렌드를 잘 이끌어가면 좋겠다. 감사한 자리였다.
은영 : 문화놀이장날은 놀러 몇 번 갔었는데 문화랑 놀이가 같이 있다는게 늘 부러웠다. 목화장터는 아직 셀러가 주된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숲틈시장은 오늘 처음 들어봤다. 저는 벽이 높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를 강제적으로 줄이는 것도, 스토리텔링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 큰 그물로 좀 걸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부담을 안가지려고 했는데 부담을 가져야 겠고, 다양한 모습을 상상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 생각이 모두 장터에 반영되긴 어렵겠다는 답답한 마음도 든다.
김혜련 : 장터 이야기 들으면서 저마다 특색과 강점이 있는 것 같은데, 문화놀이장날은 두 장터를 결합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풀어낼까 계속 고민이 된다. 컨셉을 물어봤더니 느낌대로 한다고 해서 그 느낌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갖은 양념 넣어서’ 같은 느낌이다. 계속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사 : 고민없이 편안하게 들었다. 백전면에 온달장터라고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것도 참 멋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장터는 참 멋진거다.’ 라는 명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장터를 하는 사람들은 뭔가 수작하기가 DNA에 함유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즐겁게 할 만큼의 레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 것이 좋아보여서 따라하면 잘 안맞을 것 같고, 자기 색깔대로 해나가면 좋겠다. 계속 여러 장터 기웃기웃하다가 리얼 보이스로 들어서 좋았다. 에너지 받고 간다.
성게 : 문화놀이장날의 놀이터가 탐난다. 대나무 어떻게 세웠을까? 하는 생각 했다. 청소년 셀러들이나 어린이 셀러들에 대한 고민들은 하고 있는데 잘 하고 계셔서 놀라웠고, 목화장터는 100회차라 하셔서 존경을 표하게 되고, 2천 명이나 된다는 밴드 회원 수도 놀라웠다. 그 힘이 자유로움에 있구나,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종혁 : 잘 들었는데 잘 정리가 안된다. 목화장터처럼 잘 이어져온 것처럼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고, 더 집중 노력해서 원하는 장터 만들고 싶기도 하고, 그 중간 어디쯤에 있고 싶기도 하다. 조금 더 목화장터를 돕는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최근엔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단 생각이 든다. 뭔가 다 할 수도 있고 해도 되는데, 그냥 뭔가 안 될 것만 같았는데, 오늘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두 : 저도 정리는 잘 안된다. 지켜보면서 ‘요런 거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내 일이 아니면 더 잘보이니까 앞으로 이렇게 주고받는 자리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영, 은진 : 연합장터, 장터 간의 콜라보도 좋을 것 같다.
찬두 : 대전에는 셀러들의 길드가 있더라. 그런 점도 재미있다. 요즘 예상치못한 크고 작은 장터들이 생기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에는 집합이 아닌, 거점을 분산하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될 것 같다. 그럴 때 시장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재미는 유지하면서도, 거점을 다양화하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협력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지자체를 미워하는 마음도 넘어서야 할 것 같다. 그런 저런 생각들이 드는 자리였다.
진행 | 은진
기록 및 정리 | 푸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