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사업[현장스케치] 지리산 산책클럽 1기 1/2 - 따로 또 같이, 지리산의 가을과 로컬 생각

2021-11-05

 

 

📌 지리산 산책클럽의 몇 가지 원칙

 

  1. 빡빡한 일정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프로그램을 지양합니다. 
  2. 책을 읽고 쉬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지만, 강제성 없이 온전히 개인의 자유에 맡깁니다. 
  3. 좋은 먹거리, 지리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여유롭고 넉넉한 시간을 제공합니다. 
  4. 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책 읽기를 통해 자연스러운 지식, 쉼, 대화, 관계를 추구합니다. 

 

 

1. 일시와 장소

 

일시

2021. 10. 28. (목) ~ 10. 31. (일) / 3박 4일

장소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 & 지리산 순이네흙집

주최

지리산이음,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협력

더가능연구소

 

 

 

산책클럽 1기는 '지역의 진화' 시리즈를 번역하고 연구한 조희정 님과 함께합니다.

 

서강대학교 SSK 지역재생연구팀 전임연구원(정치학 박사), 더가능연구소 연구실장이다. 저서 『시민기술, 네트워크 사회의 공유경제와 정치』, 『민주주의의 전환』, 『민주주의의 기술』, 『네트워크 사회의 정치와 민주주의』, 공저 『로컬의 진화』, 『공동체의 오늘, 온라인 커뮤니티』, 공동 번역서 『마을의 진화』, 『창업의 진화』, 『인구의 진화』, 『시골의 진화』 등 다수의 논문과 저술이 있다.

 

 

2. 함께 읽은 책

 

인구의 진화 -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관계인구 만들기

다나카 데루미 (지은이) / 윤정구, 조희정 (옮긴이) / 더가능연구소 / 2021.8

 

인구 개념에 대한 유연한 상상력,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관계인구’ 만들기. 저출산·고령화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은 소멸할 것이라는 지방소멸론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여러 지자체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대부분 관광이나 이주·정주 정책에만 머물러 있다. 

 

관광은 일회적이기 때문에 지역의 힘으로 축적되기 어렵고, 이주나 정주는 진입 장벽이 높다. 또한 지역 간에 사람을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되기 십상이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 변화를 생각하면서 인구 개념에 좀 더 유연한 상상력을 더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개념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관계인구’는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신선한 접근법이다.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새로운 인구층인 관계인구. 이 책은 관계인구를 통해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

 

시골의 진화 - 고향납세의 기적, 가미시호로 이야기

구로이 가쓰유키 (지은이) / 윤정구, 조희정 (옮긴이) / 더가능연구소 / 2021.8

 

5,000명 규모의 작은 마을에 연간 약 10만 명이 기부한다. 2018년 연말을 앞둔 시점에 고향납세 실적은 이미 20억 엔에 달했다. 지역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던 작은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책은 인구감소 극복, 지역경제 활성화, 수도권 집중 해소 같은 과제에 직면한 농촌지역 가미시호로가 지방창생이라는 목표 아래 기적적인 성공을 거둔 수수께끼를 취재한 내용이다.

 

기적의 발판이 된 ‘고향납세’의 개념을 소개하는 한편 공무원, 마을 주민 등 관계자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고민과 노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고향납세(고향사랑기부금) 제도의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지역 활성화에 관한 지침서이자 반면교사의 자료이다. 또한 가미시호로가 만든 궤적이 기적이 될 수 있었던 비결에서 지역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의 진화 - 로컬벤처와 지역재생

마키 다이스케 (지은이) / 윤정구, 조희정 (옮긴이) / 더가능연구소 / 2021.8

 

로컬벤처란 무엇인가. 어떻게 로컬벤처를 실현할 수 있는가. 로컬벤처는 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시도이다. 이 책은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을 되살리는 방법으로서 로컬벤처를 소개하는 한편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제시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지역이라는 삶의 공간에서 또 다른 방식의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대안과 실용적인 지침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지역에서의 삶이 다른 어느 곳에서 사는 것 못지않게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역 창업의 성공에 의문을 품었던 분도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이 실현 가능한 엄연한 현실임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지역과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10월 28일 목요일 (1일차)

 

 

 

 

참가자들이 모여서 처음 '들썩'의 컨퍼런스홀에 둘러 앉은 풍경입니다.

 

모이기로 한 시간은 2시였는데 대중교통을 타는 분, 자차를 가지고 오시는 분 등등 이동 경로가 다양해서 그런지 1시 경부터 조금씩 들썩에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사이지만 앞으로 같이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이 느껴지는 첫 만남이었다, 고 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준비 팀에서는 3박4일 동안 한 권씩 들고 다니며 읽을 책 3권,

그리고 번역자로 함께 해주신 조희정 선생님이 준비한 참고 자료를 읽기 좋게 프린트해놓고 기다렸습니다!  

 

IT와 정치의 만남을 20년 동안 연구해온 조희정 선생님은 4년째 로컬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계세요.

(비상장주식회사 겸) 연구집단인 '더가능연구소'를 열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책을 꾸준히 내고 있답니다 :)

 

지역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아실 만한 책들이 많아요. IT인들이 사랑하는 산골 마을 가미야마의 사례를 다룬 <마을의 진화>를 번역하고, <로컬의 진화>와 <로컬, 새로운 미래>라는 핸디한 책을 쓰기도 하셨거든요.

 

 

 

 

먹을 것도 빠질 수 없죠. 함양에서 농사 짓는 마용운 농부님이 선물로 주신 사과를 준비했는데, 오시면서 바리바리 같이 먹을 다과를 챙겨오셨어요. 천안에서 온 호두과자랑 물 건너 온 귤을 감사히 받아 차려 두었습니다.

 

장바구니에서 귤을 주섬주섬 꺼내시는데 "벌써 귤이 나오네요!"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 하기... 사실 다~소 어색한 시간이지만 다들 잘 이겨내셨어요 ^^;

 

서울, 수원 등에서 지역 기반의 활동을 하며 일본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많은 분들, IT 업계에서 일하면서 '청년에게 어떻게 방을 만들어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분, '지리산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만 들어도 끌려서 홀린듯 신청하신 분들, 마을공동체 활동을 연구하고 있는 분,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재밌는 일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분들,등등!

 

다들 바쁘신 와중에 각자 특별한 이유로 산책클럽 1기에 합류하셨어요!

 

 

 

 

 

 

 

순이네흙집은 '들썩'이 위치한 중기마을로부터 느긋한 걸음으로 4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펜션입니다.

 

주인장인 '순이', 안오순 님의 마당발과 손맛으로 나름 이름난 숙소인데요! 산책클럽뿐 아니라 지리산포럼, 활동가 쉼 프로그램 등 지리산이음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신세지고 있답니다.

 

 

 

 

순이네흙집은 가족 손님이 많은 숙소라서 방 하나로 된 독채 여러 곳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큰 방을 통째로 빌리다보니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고민거리였는데, 바이맘에서 후원해주신 난방텐트로 해결했습니다. 보기에 예쁘고 훈훈한 데에 그치지 않고 실용적인 목적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난방텐트 후기는 여기로!

 

(내용 보기: 바이맘이 기부한 수면난방텐트, 코로나시대 숙박형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높이다.)

 

 

ⓒ김진주

 

눈과 배가 동시에 만족스러운 순이네흙집의 순이표 푸짐한 저녁상!

그리고 주변에 빛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만 볼 수 있다는, 유달리 아름다운 밤하늘을 공유합니다.

 

사진들은... From. 3박4일간 부지런히 쓴 지리산 산책클럽 1기 단톡방...

이제 각자 방에서, 내일 오전 대화의 시간에 함께 이야기 나눌 <인구의 진화>를 읽을 거예요.

 

굿 나잇!

 

 

ⓒ이소연

 

 

 

 

📝 막간의 산책클럽 1기 소감

 

잘 쉬고, 잘 먹고, 구성원들을 잘 이어(!)주셔서 건강한 에너지를 충전하였습니다. 많이 많이 고맙습니다. 지리산이음이 '샘'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 늘 여기 존재하여 각자가 필요한 만큼 목을 축이고, 새 힘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29일 금요일 (2일차)

 

 

 

 

 

조금... 시험 보는 날 아침 강의실 풍경처럼 보인다면 착각입니다.

분명 어제 다 읽으셨을 텐데(?) 왠지 모르게 책을 펼치고 계신 1기 참가자들입니다.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건 용맹한 강아지 초코예요. 순이네흙집에 사는 친구인데 길도 잘 모르는 손님들이 걸어서 내려오는 게 걱정이 되었는지, '들썩'에 도착할 때까지 나서서 길 안내를 해주었대요. 

 

 

 

 

한편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분 '풍류파'들도 계셨지요.

맑은 날이라 '들썩'의 공유오피스 창문 너머 저 멀리, 천왕봉 능선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몇몇 분에게 아침은 잘 드시고 나왔는지 물었더니, 컵라면에 김치까지 아주 야무지게 챙겨먹고 나오셨더라구요.

 

 

 

 

한 차에 5명씩 꽉꽉 채워 타고 도착한 이곳은 바로 지리산국립공원 해동분소...가 아니라 뱀사골입니다.

촬영이 끝나서 전지현 씨는 이제 안 계시지만 국립공원 레인저 체험을 열고 있었어요.

 

이제 여기서부터 1인 1캠핑의자를 짊어지고 뱀사골 신선길 탐방로를 따라 올라갑니다.

<인구의 진화>를 읽고 든 생각들을 공유하는 대화의 시간은 뱀사골 계곡 옆에 자리를 깔고 시작할 거예요. 

 

 

 

 

 

 

과연 단풍이 좋은 계절입니다 :)

 

각자 속도에 맞추어 걸었지만 멀리서도 보이는 저 시선강탈 네모난 캠핑의자...

십리 밖에서도 네모를 짊어지고 있으면 무조건 산책클럽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보기만큼 무겁지는 않아요)

 

 

ⓒ주영

 

ⓒ이소연

 

ⓒ최희진

 

 

요렇게 자리를 깔고? 요렇게 고상하게 책을 꺼내 듭니다.

 

 

<인구의 진화 : 지역 소멸을 극복하는 관계인구 만들기>.

 

어제 저녁 먹은 이후부터 읽다보니, 훑어보기만 한 사람, 핵심만 읽은 사람 등등 각기 달랐는데요.

정말 그렇게 다들 달라서, 모두들 자기가 처한 상황의 맥락에서 <인구의 진화>를 읽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골라 와서 함께 읽는데, 사람이 열 명 있으면 열 개의 구절이 있더라구요.

 

 

 

 

📚 <인구의 진화>에서 한 단락

 

관계인구는 '실제로 지역에 살지 않아도 지역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특산품을 구매하거나, 떨어져 살지만 그 지역의 팬으로서 함께 즐거워하는 사람은 어느 지역에나 있습니다. 정주인구나 단기 방문하는 교류인구도 아닌 이런 새로운 인구를 관계인구라고 합니다. (p.24)

 

 

 

 

나는 어떤 지역에서 어떤 유형의 관계인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지리산이음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관계인구를 만드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특정 지역은 아니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단체의 관계인구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들면서, '나도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전국 곳곳에 우리 단체의 관계인구를 만드는 관계안내소 역할을 약간은 해 오고 있었구나' 하고 새로이 인식하게 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1학년 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고 발표하는 수업이 있다. 정말 대답이 너무 뻔하다. 내 고등학생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책에 나오는, 로컬로 일을 찾아 가는 일본 청년들의 사례를 보며 그런 청년들이 진짜 주류인지 아니면 아주 작은 움직임을 집어내서 다룬 것인지 궁금했다. 내가 모를 뿐이지 우리나라 청년들에게도 이런 움직임이 있나?

 

 

 

 

📚 <인구의 진화>에서 한 단락

 

반드시 지역 주민만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꼭 그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역을 응원하며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면 지역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바로 관계인구입니다.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특산품을 구입하거나 지역과 떨어져 살지만 응원하는 팬, 함께 즐거워 해주는 사람은 어느 지역에나 반드시 있습니다. (p.9)

 

 

 

 

도시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조사에서 20대 남성 43.8%, 20대 여성 32.1%가 농어촌으로 이주하고 싶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이주할 예정이라는 사람은 각각 1%, 1.7%라는 내용이 있었다. 지역에 가고 싶어 하지만 계획은 없다는 거, '아, 이거 나잖아?' 싶었다. 고향이 따로 없는 입장에서 고향이나 연고가 있는 지역이 없더라도 지역을 응원하고 참여하는 것으로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어떤 지역과 관계를 맺어 나갈까?' 하는 새로운 질문이 시작되었다.

 

 

 

 

한산한 계곡 풍경과 따사로운 햇살을 조금 더 즐기다가 슬슬 다시 탐방로를 타고 내려왔어요.

 

점심은 '거시기식당'에서 산채 백반을 먹었습니다. 밑반찬만 봐도 역시 지리산 밥상, 하면 도시에서는 먹기 힘든 종류와 가짓수의 나물반찬이 자랑거리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상이에요.

 

 

 

ⓒ신현강

 

ⓒ신현강

 

 

다시 '들썩'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오후는 자유시간! 책을 읽어도 자유, 놀러 다녀도 자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이때 자유를 얻어 퇴근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자유시간이 오면 도비도 자유의 몸이에요)

 

노고단을 오를 계획인 팀도 있었고, 실상사를 둘러보고 오는 팀, 도의 경계를 살짝쿵 넘어 서암정사를 가는 팀…. 

다들 어째 놀 생각만 가득한 느낌이지만 도란도란한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이런 여유로움을 산책클럽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아볼까 해요!!

 

 

ⓒ주영

 

ⓒ김다현

 

이번 손님들은 설거지도 아주 척척이야... 웅성웅성...

 

 

 

📝 막간의 산책클럽 1기 소감

 

"전에 누군가가 산책클럽이 뭐냐고 물으면 3박 4일 동안 책 보고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는데요, 다녀와서는 책 보고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대답합니다. 온전한 나로서 따로 또 같이 관계 맺고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했어요.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현장스케치] 지리산 산책클럽 1기 2/2 "따로 또 같이, 지리산의 가을과 로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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