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사업[지리산포럼2021] 11/20 관계X전환 #1 - 기후위기, 기후정의 그리고 기후불복종 (한재각)

2021-12-24

 

 

올해 지리산포럼에서는 막다른 길에 선 위기의 시대를 넘어 전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위기를 넘어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은 무엇일까요? 인류의 생존방식, 우리 사회의 운영 규범과 원칙, 개인의 삶까지. 모든 분야에서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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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관계X전환 #1

기후위기, 기후정의 그리고 기후불복종 - 한재각(기후정의 연구자 & 활동가)

 

기후위기가 가중되지만, 우리의 싸움은 매일같이 패배하고 있습니다. 탄소예산은 빠르게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기후위기를 넘어서고 기후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우리들의 투쟁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절망과 우울을 피할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누구와 싸워야 할지, 무엇을 위해서 싸워야 할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해봅시다.

 

 

ⓒ 지리산이음

 


기후위기? 무엇으로 말할 것인가

우리가 기후위기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북극곰.

왜 과학자와 환경전문가들은 북극곰을 상징적으로 내세울까요?

그건 아마도 어려운 수치 대신 우리에게 그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이미지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북극곰으로 상징되는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에게 기후위기가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게도 합니다. 기후위기가 사람에게, 세계와 우리 사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제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후난민'의 대표적인 사례는 시리아 난민입니다. 2011년부터 내전을 피해 이웃나라로, 혹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불법이주 하게 됩니다. 

 

시리아 난민은 왜 생겨났을까요? 이것은 기후의 문제입니다. 나쁜 정치체제가 국민을 보살피지 못했고 극심한 가뭄까지 발생하자 나라가 식량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시리아 난민들은 기후 위기 속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관련 기사

 

유럽 난민사태 '뿌리'는 기후변화…'환경난민 시대' 열렸다 (2015. 9. 21.)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속에 있다.

 

누군가는 기후위기가 ‘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시리아 난민 사례처럼 이미 누군가의 삶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북극곰의 위기가 아니라 지구 시민들의 고난입니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요.

 

브라질의 모래폭풍, 물이 말라버린 판타나우 습지 웅덩이에 쌓인 죽은 물고기들.

지구촌의 이런 장면이 우리가 직면한, 믿기지 않는 기후위기의 현실입니다.   

 

2019년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도 2020년 9월 ‘기후위기 비상선언’ 첫 결의안을 채택하며 세계적인 추세와 발맞춰 나가는 듯 했으나 5개월 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채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과연 대한민국 국회는 그 비상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었던 걸까요?

 

 

ⓒ 지리산이음

 

 

기후부정의

 

IPCC 1.5도 특별보고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앞으로 30년, 여전히 우리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19년 7월 프랑스 국민의회 연설에서 그레타 툰베리는 IPCC 보고서를 언급하며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한다면 8년 반 만에 탄소예산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지금처럼 배출한다면 우리에게는 6년 정도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을 넘어서는 순간 더 많은 태풍, 폭염, 홍수가 더 강하게 더 자주 나타날 것이고, 우리는 더 이상 그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기후변화 문제에서 ‘전세계 인구의 소득불평등’은 곧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입니다. 

최근 2년 동안 중국이 가장 많은 양을 배출했지만 누적결과로는 미국이 15%를 넘어섭니다. 부자들이 기후변화를 야기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는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고스란히 입게 됩니다.

 

기후위기가 이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의 해결책은 평등입니다.

 

불평등의 근원은 자본주의 성장체제입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제이슨 히켈은 『적을수록 풍요롭다: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에서 자본주의를 탈출해 성장이 필요 없는 경제로 전환해야 인류의 미래를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불평등을 보상 받기 위해 소비가 더 많이 일어나고 사회가 평등해질수록 높은 소득과 화려한 지위재를 추구할 압박을 덜 느끼게 돼 영속적인 소비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최상위 부유층의 소득을 줄이는 정책이 긍정적인 생태적 효용을 가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 지리산이음


우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전기차 주요 부품인 배터리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철강, 플라스틱은 끊임없이 채굴되고 만들어지고 폐기됩니다. '지금은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15분 도시’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15분 이내의 거리에서 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빠른 도시가 아니라 느린 도시, 사회적 관계를 일상에서의 관계 맺는 것으로 전환하며 사회구조와 권력관계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은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에 기반해 노동시간 단축으로 경제활동을 줄이면 노동해방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측면에서 주 4일제는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재생에너지, 전기차가 기후위기의 즉각적인 대안으로 부각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불가능한 혹은 지금껏 존재한 적 없는 것을 추구하자

 

재앙의 크기, 불평등의 상황이 너무 극명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급속하고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래는 탈성장을 경제의 새로운 근간으로 ‘우리는 어떤 성장을 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성장은 무엇일까’고민하고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의 삶에서 필수노동과 돌봄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연대의 원칙에 기초한 정치경제 구축, 사회의 민주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재화와 복지, 주거, 교육, 의료 서비스를 위해서 작동하는 사회가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일까요?

 

기후위기에 맞서는 기후시민들의 기후불복종 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법을 어겨서라도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한 감정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기후정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자료

 

기후정의 : 희망과 절망의 갈림길에서 (한재각, 2021, 한티재)

기후정의선언 2021 (기후정의포럼, 2021, 한티재)

 

 

함께 나눈 이야기

 

 

2부에서  ‘내가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한 감정’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함께 나눈 이야기를 살짝 소개합니다.

 


 

ⓒ 지리산이음

 

 

“'쓰레기 덕질'을 열심히 하는 시민이에요. 친구들과 활동하면서 기후위기의 우울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최근 몇 년의 급격한 변화를 보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허무주의에 심하게 빠져있어요.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요.”

 

 

“환경단체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올해부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을 기후위기를 잘 느끼지 못해요. 여름에 더우면 에어콘 켜고, 겨울에 추우면 난방기 켜고, 물은 정수기 물 마시면 된다고 얘기해요. 이런 친구들에게 환경교육을 하려니 참 어려워요. 그럼에도 우리는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어요. 탈성장 논의가 본격화 되고 더 활발해지면 조만간 변화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주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퍼머컬처 운동도 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허무감도 느끼고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개인과 사회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유도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생각도 들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국가 차원의 강제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진주에서 온 대학생입니다. 최근까지도 기후위기에는 관심 없었어요. 지금은 양가감정을 갖고 있어요. 심각하기 때문에 나의 일상에서 변화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삐딱해지는 면도 있어요. 나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해?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지금까지 있었던 어떠한 운동도 늦지 않았던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봐요.”

 

 

ⓒ 지리산이음

 

 

“옥천에서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한동안은 저도 기후우울증을 겪었어요.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고 기후위기 특집을 하면서 자료도 찾고, 강연도 듣고 하면서 우울증에 빠졌어요. 그 이후에 꾸준한 활동들을 만들고 있어요. 나의 생과 삶에 맞닿아 있음에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강렬하고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같은 시간에 다 같이 죽는다면 모를까,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 받아야 하는 시간들이 더 오래 길어질텐데... 지역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답답할 때도 많고, 조직 내에서도 공감대 만들기도 쉽지 않아서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우울증을 겪었어요. 동물권, 페미니즘 이후 기후위기를 알고 나서 어쩌면 나도 기득권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어요. 기후정의 운동은 연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생기지만 급진주의에 대한 걱정도 있답니다.”

 

 

“저는 산내에서 농사짓는 소농입니다. 기후위기로 농업지형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해요. 산내는 감자와 사과가 맛있는 동네예요. 그런데 2030년이 지나면 아열대 기후로 바뀌게 되면서 더 이상 감자와 사과를 키울 수가 없대요.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사과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농업보고서를 읽고 너무 슬펐어요. 다음 세대에 미안한 마음이 생겼어요. 한편으로 사람의 힘을 믿어요. 일단 마음을 먹으면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 기대도 있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라는 생각입니다.”

 

 

ⓒ 지리산이음

 

 

“부정적인 감정도 있지만 지리산에 와서 살면서 느끼는 건 겨울이지만 봄이 있다는 거예요. 기후위기가 지금 세상이 끝나는 허무한 상황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할 수 있는 거 하고, 하면 안 되는 건 안하면 돼요.”

 

 

“처음 든 생각은 혼란스러움입니다. 자연과 가까이 살고 있다 보니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너무 편하고 익숙해져서, 보상받으려는 심리에서 하는 소비라든가 그동안 잘 지켜 온 것들이 무너진 게 많아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얘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임실에서 온 중년 백수예요. 청소년 상담을 했었어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후위기 문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아요. 소득불평등이 기후불평등이라는 발표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사람의 욕망이 바뀌지 않으면 이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요. 계속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반복될 것 같아요. 연결감과 교감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진주에서 석탄회사가 사라지면서 노동자가 자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마음이 아주 복잡해졌어요. 화석연료가 사라지는 정의로운 전환이란 무엇일까요?”

 

 

 

 

발제 | 한재각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사진 | 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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