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리산포럼에서는 막다른 길에 선 위기의 시대를 넘어 전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위기를 넘어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은 무엇일까요? 인류의 생존방식, 우리 사회의 운영 규범과 원칙, 개인의 삶까지. 모든 분야에서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지리산포럼2021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
11/27 디지털X전환 #3
미래 도시의 구성원은 누구일까? - 김경화 (미디어인류학자)
글로벌 팬데믹 위기 속에서 인터넷의 사회적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엉켜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 새로운 국면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선이 사라진 미래 도시에서 시민사회가 맞닥뜨린 과제, 철학적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디지털미디어와 네트워크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미디어인류학자 김경화는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를 중심으로 본질적이고 조금 철학적인 두 개의 질문 : 인터넷 X 인간 X 실천에 대해 이야기 했다. |
ⓒ 지리산이음
첫 번째 질문
인터넷 X 실천 :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도구일까? 민주주의의 파괴자일까?
인터넷이 자유로운 소통과 풀뿌리 토론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귀가 솔깃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섬뜩한 전망(『The Internet Trap』, 매튜 하인드만) 까지 나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인터넷이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을 좀 보류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을 도구로 보는 관점에서는, 더 좋은 도구가 있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예측이 가능하지만 이미 인터넷은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도구가 아닙니다. 인터넷이 도구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넷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니까요.
우리는 카카오톡 없이는 사회 생활이 어렵고, 소셜미디어가 없으면 취미 생활도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는 사회관계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모순과 갈등을 내포하며, 개인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거죠.
촛불집회는 실천(시민운동)이고 태극기집회는 시민운동이 아닐까요?
인터넷은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가짜뉴스 확산의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 민주주의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어떤 이는 악의적인 ‘가짜 뉴스’를 퍼뜨릴 효과적인 루트를 찾아냅니다. 건강한 공론장이라는 측면에서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다만, 거대한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나름의 동기를 발견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는 두 실천이 동질적이라는 점을 직면할 필요가 있어요.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의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퍼포먼스와 세속적 즐거움, 긴장감이 가득찬 광화문으로 나서는 참가자들의 정서적 동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넷은 '공론장'이 아니라 '광장'이다
인터넷은 민주주의와 독재 권력, 사회운동과 테러리즘, 이타주의와 이기주의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실천이 이미 존재하며, 각각의 정서적 동기가 있죠. ‘누가, 왜, 어떻게 실천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절실합니다.
ⓒ 지리산이음
두 번째 질문
인터넷 X 인간 : 인간이란 무엇일까
디지털 네트워크와의 상시적 공존이 어쩌면 앞선 발표의 메타버스와 유사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넷과의 공존으로 ‘인간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다시 한번 중요해졌습니다.
일렉트로닉 페르소나와 ‘나’.
즉 복수형으로 존재하고 실천하는 인간으로 다른 내가 공존,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요.
어쩌면 이전부터 그렇게 존재했던 걸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지만, 가상 공간에서 실천하는 사람일까요?
2015년 공공장소에서의 데모금지법에 대항하는 마드리드의 홀로그램 데모처럼 육체가 존재하지 않고 정보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시민일까요?
지금도 시위의 씨앗이 된 악법은 철폐되지 않았지만 이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인간은 in-dividual이 아닌 dividual입니다. 동시에 여러 개체로 존재할 수 있어요. 정신과 육체가 함께 하지 않아요. 인터넷에서는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비인간이 존재한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과의 상시적 공존에서 존재와 실천의 근간이 되는 ‘개체’는 누구일까요?
인터넷 X 인간 X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발제 | 김경화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사진 | 하무
올해 지리산포럼에서는 막다른 길에 선 위기의 시대를 넘어 전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위기를 넘어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은 무엇일까요? 인류의 생존방식, 우리 사회의 운영 규범과 원칙, 개인의 삶까지. 모든 분야에서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지리산포럼2021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11/27 디지털X전환 #3
미래 도시의 구성원은 누구일까? - 김경화 (미디어인류학자)
글로벌 팬데믹 위기 속에서 인터넷의 사회적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엉켜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 새로운 국면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선이 사라진 미래 도시에서 시민사회가 맞닥뜨린 과제, 철학적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디지털미디어와 네트워크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미디어인류학자 김경화는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를 중심으로 본질적이고 조금 철학적인 두 개의 질문 : 인터넷 X 인간 X 실천에 대해 이야기 했다.
ⓒ 지리산이음
첫 번째 질문
인터넷 X 실천 :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도구일까? 민주주의의 파괴자일까?
인터넷이 자유로운 소통과 풀뿌리 토론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귀가 솔깃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섬뜩한 전망(『The Internet Trap』, 매튜 하인드만) 까지 나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인터넷이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을 좀 보류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을 도구로 보는 관점에서는, 더 좋은 도구가 있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예측이 가능하지만 이미 인터넷은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도구가 아닙니다. 인터넷이 도구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넷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니까요.
우리는 카카오톡 없이는 사회 생활이 어렵고, 소셜미디어가 없으면 취미 생활도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는 사회관계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모순과 갈등을 내포하며, 개인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거죠.
촛불집회는 실천(시민운동)이고 태극기집회는 시민운동이 아닐까요?
인터넷은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가짜뉴스 확산의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 민주주의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어떤 이는 악의적인 ‘가짜 뉴스’를 퍼뜨릴 효과적인 루트를 찾아냅니다. 건강한 공론장이라는 측면에서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다만, 거대한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나름의 동기를 발견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는 두 실천이 동질적이라는 점을 직면할 필요가 있어요.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의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퍼포먼스와 세속적 즐거움, 긴장감이 가득찬 광화문으로 나서는 참가자들의 정서적 동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넷은 '공론장'이 아니라 '광장'이다
인터넷은 민주주의와 독재 권력, 사회운동과 테러리즘, 이타주의와 이기주의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실천이 이미 존재하며, 각각의 정서적 동기가 있죠. ‘누가, 왜, 어떻게 실천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절실합니다.
ⓒ 지리산이음
두 번째 질문
인터넷 X 인간 : 인간이란 무엇일까
디지털 네트워크와의 상시적 공존이 어쩌면 앞선 발표의 메타버스와 유사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넷과의 공존으로 ‘인간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다시 한번 중요해졌습니다.
일렉트로닉 페르소나와 ‘나’.
즉 복수형으로 존재하고 실천하는 인간으로 다른 내가 공존,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요.
어쩌면 이전부터 그렇게 존재했던 걸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지만, 가상 공간에서 실천하는 사람일까요?
2015년 공공장소에서의 데모금지법에 대항하는 마드리드의 홀로그램 데모처럼 육체가 존재하지 않고 정보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시민일까요?
지금도 시위의 씨앗이 된 악법은 철폐되지 않았지만 이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인간은 in-dividual이 아닌 dividual입니다. 동시에 여러 개체로 존재할 수 있어요. 정신과 육체가 함께 하지 않아요. 인터넷에서는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비인간이 존재한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과의 상시적 공존에서 존재와 실천의 근간이 되는 ‘개체’는 누구일까요?
인터넷 X 인간 X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발제 | 김경화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사진 | 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