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공간 in 구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X 산책도서관 X 청소년스스로해냄센터 X 거실 X 청소년아지트 홍당무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19:00~22:00 기획 및 진행 | 정태연
<지리산이야기포럼>은 지리산권 지역의 활동가들이 지리산권의 새로운 의제, 이슈를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올해의 <지리산이야기포럼>은 지리산포럼2021 기간 중에, 다음과 같은 3개의 주제로 열렸습니다. - 기후위기 시대, 지역책방과 출판인이 고민하는 책 생태계
- 공유공간 in 구례
- 지리산권 언론들의 경험 나눔과 고민 털어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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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이음
정태연 :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의 구례 활동가 중 한 명인 정태연이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는 지리산권 5개 시군의 주민운동,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센터는 5년 즈음 되었다. 지리산포럼이라는 장을 마련해온 것은 올해로 일곱 번째다. 전국적으로 지역 주민 모임이나 시민 사회에서 다양한 의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행사다. 작년부터는 지역 섹션을 만들어서 지리산권 5개 시군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구례의 공유공간, 온전한 의미에서는 아닐지라도 여러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열어놓고, 소유권의 기반이 아닌 지역의 필요에 의해 여러 사람이 공간을 나눠쓰는 곳들까지 포함하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고민을 나눠보고자 자리를 만들었다.
황정란 : 산보고책보고 작은도서관, ‘산책’ 을 운영하는 황정란이라고 한다.
이상직 : 계산리 유곡마을에서 농사짓고 있고, 시민사회에서는 연극을 하는 극단 마을의 연출이자 대표이다.
강은경 : 산책에서 같이 공간을 관리 운영하는데 함께하고 있다.
배혜원 : 봉서리 한겨레 평화공원이라는 곳에서 ‘지리산게더링’이란 이름으로, 생태적인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차별 없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올해부터 생태 화장실이나 부엌 같은 걸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생태적인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캠프도 하고, 농사도 짓고, 거주도 할 수 있는 공유지를 만들기 위해 모여있다.
이기호 : 청소년스스로해냄센터(이하 ‘해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누리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기록하고 사진 찍으러 왔다.
최은경 : 문척면에 산다. 청소년들이 구례에 가진 가장 큰 불만이 밤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오늘 보니 로타리 쪽은 반짝반짝한 거 같다. ‘홍당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정체성은 작은도서관인데, 작년부터 청소년 아지트로 오픈하면서 단골 청소년들이 열심히 오다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공간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
최석우 : 로타리 미니스톱 맞은편에 있는 자라는공동체 공유공간 ‘거실’을 운영하고 있다. 자발적 청년과 청소년 공동체이다. 구례 안에서 모일 수 있는 장소/기회가 없어서 장소라도 만들어 보고,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싶어서 큰 생각 없이 모여있는 청소년, 청년 공동체이다.
정태연 : 자료 영상을 먼저 보고 시작하려고 한다.
(여러 지역의 공유공간에 관한 소개 영상을 시청한 후
로컬이야기카드를 활용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짐.)
정태연 : 자기 단체, 운영하는 공간이 있으시니까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어떤 일들을 해나갈 생각이고, 고민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한 분당 10~15분 정도로 이야기하고, 각 공간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 지리산이음
황정란 : 정태연 선생님이 예산감시모임을 하다가 2019년 예산에, 중앙초 뒷 부지에 공공도서관의 이전과 매천도서관의 이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표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을 주민들과 발견하면서 구례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공감이 생겨 ‘좋은도서관모임’이 결성되었다. 그래서 1년 동안 반대 투쟁을 하게 됐다. 기존에 중앙초 뒤에 있는 공공도서관, 학교가 주변에 있고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공간이니 공공도서관이 오고, 매천도서관은 지금 자리에 리모델링 하는 게 맞다고 제안했지만, 군청에선 예산과 절차의 문제로 거절했다. 그래서 한발 물러서서 두 개 도서관을 통합설계, 통합운영을 제안했다. 하지만, 어느 날 군수가 '좋은도서관모임과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거절하면서 소통이 단절되었다. 교육청과는 끊임없이 소통이 있었고, 공공도서관이 11월에 개관한 이후에도 많은 인테리어나 공간 설계를 저희와 소통하며 주민 의견을 받아 구성되었다. 군청에는 의견이 수용되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험을 쌓게 되었고, 도서관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지역의 도서관은 어떤 공공성을 가져야 하고 어떤 것을 공유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계기였다.
정책제안은 거절되었지만, 작지만 우리의 욕구를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의 산책도서관 공간을 만났다. 참여설계를 직접 했고, 1500권의 도서를 기증받고, 200여 명의 기부와 노동 봉사를 통해 공간이 구축되었다. 참여설계를 하며 다양한 계층들, 45평의 작은 공간에 무엇이 있으면 좋겠냐는 토론에 나온 것들이 있다. 공유 주방, 영유아와 아이들이 자유로운 책 읽기 공간, 청소년을 위한 와이파이존, 어르신을 위한 편안한 휴식 공간, 지역 단체를 위한 회의공간, 소모임/동아리를 위한 공간. 이런 요구를 반영해서 만들었다. 저희가 원했던 것은 이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소모임도 이뤄지고, 네트워크도 되고, 학습도 이루어지고, 지역의 의제가 생기면 풀어나가는 공론장이 되는 것이었다. 작은 도서관으로 등록이 되면서 군에서는 문 닫으라고 했지만, 주민들이 공공도서관이 모든 문을 닫으니 저희에게 열어달라고 요구를 했고,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운영을 했다. 작년엔 공공도서관보다 산책 이용빈도가 더 높지 않았나 싶다.
공유 주방, 영유아와 아이들이 자유로운 책 읽기 공간, 청소년을 위한 와이파이존, 어르신을 위한 편안한 휴식 공간, 지역 단체를 위한 회의공간, 소모임/동아리를 위한 공간. 이런 요구를 반영해서 만들었다.
그러다 작년 8월 홍수가 났다. 산책이 위치한 건물도 수해를 당했다. 공유공간으로 존재하는 것만 아니라 재난 시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역할을 같이 하기로 했다. 쉼터로 개방되면서 주민들의 긴급한 상황을 같이 해결하는 여러 역할을 수행했다. 산책 주변엔 그 당시 대단히 많은 자원이 정부에서 몰려왔다. 공공기관의 운영 체계가 한 번도 큰 재난을 대면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물품은 군 창고에 쌓여 있는데 배분이 되지 않았다. 저희가 물품을 산책에 배치했다가 주변에 필요한 주민에게 나누어주겠다고 했더니, 너희는 전달체계에 들어오지 않은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는 근거 법과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sns를 통해 물건을 모으고 배급하는 역할을 했다. 오일장 외곽에 혼자 사는 어르신 집이 치워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었다. 영유아 모임 엄마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해서 물건을 배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부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구례군이 아닌 산책도서관에 기부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생겨서 싱크대를 지원하는 사업까지 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역할이었는데, 재난 시기에 주민의 요구에 의해서 이런 역할을 활발하게 하는 주민들의 자발적 지원센터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산책의 역할과 주민과 만남을 통해 가져갈 미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것, 연구소나 마을 신문의 필요성까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 속에서 ‘봉성신문’이 만들어져 지금 8호까지 발행이 되었다.
작년엔 한 3천 명 정도가 공간을 이용했다. 다양한 소모임이 있었고, 지역에 의제가 생겼을 때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게 산책이 되었다. 작년엔 지역 의제를 받아 안아서 해결하는 역할이 많았다. 그리고 몇 가지 공모사업을 받아 추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나니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멤버십을 갖춘 분들이 주요하게 운영을 했지만, 그 안에서 이 공간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 달랐다. 그것을 모으고 토론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공간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좋은도서관모임이 도서관의 활성화와 역할을 풍부히 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요구되고 실험되는 것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양자가 쟁점으로 붙었었다. 공공도서관의 브릿지, 보완은 축소하고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로 정리가 됐고, 일 년 동안 주요하게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 피로감을 느끼셔서 정리하게 된 것도 있었다.
2021년에는 작년에 너무 고생이 많았기 때문에, 찬찬히 공간을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주민들이 이용하고 싶으면 하고, 서비스하는 공간이 아닌 주인의 위치 속에서 스스로 이용하는 시스템을 모색하기로 했다. 공유지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올해를 보냈다. 산책이 의도적으로 이용자를 모으거나 사업을 추진하는 걸 자제했다. 작년의 1/3정도로 축소됐다. 지금은 필요한 분들이 사용하고 자체적으로 정리하고. 운영진은 가끔 공간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최소한의 활동으로 동아리 활동 6개를 지원하고, 한 달에 한 번 다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선거 관련 토론회를 한 번 해볼 생각이 있다. 아직 2021년 활동을 평가하고 내년을 고민하진 않고 있다. 2019년부터 3년 동안 활동했던 운영진이 지쳐있는 상태여서, 공간 운영에 새로운 주도 세력을 발견해보려 한다. 청년이면 더 좋겠고. 아니면 봉성신문이 나름 활성화되고 있는데, 그곳이 주가 되어서 교육 기능을 강화하면 어떨까,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도시재생 사업이 오일장 권역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새로이 공적인 커뮤니티공간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다. 지금은 회비를 모아서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협업하면 공적 공간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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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 현재 공유공간이라고 운영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유곡마을 안에 폐교가 있었다. 2017년에 교육청으로부터 무상임대를 받았다. 전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를 3년 동안 수행했고,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을 작년 올해 2년째 했다. 학교라는 거점 공간이 중요했다. 지원을 받아서 청소하기도 하고, 리모델링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 어머님들을 위한 요가나 노래, 한글교육을 해왔다. 그것이 끝나면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을 했고, 꽤 좋았다. 사실 우리 마을은 활동인구가 적어서 맞지 않는 점이 있었다. 산책도서관 같은 곳은 어떨까 생각도 들었고.
학교는 작년에 교육청에 반납되었다. 아쉬웠던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된 관계. 조직, 팀이랄 게 마을에서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던 점이다. 지금 지역사회는 남성 권력이 너무 강하다. 여성분들은 나오지도 않고 나와도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걸 깨닫고 여성 모임을 하고, 그들이 일하게 하고, 취재하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방향을 찾았다. 주민생애사를 그렇게 진행하고, 올해는 남성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활동은 의미가 있었지만, 함께 할 조직이 형성되지 않으니 과부하가 걸렸다. 내년엔 쉬고, 지원체계 없이 만남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극단을 할 때 지원을 많이 받아 봤는데, 그것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가 많았다. 아예 없애버리니까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복원되더라. 활동을 줄이더라도 그렇게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바탕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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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우 : 거실은 '자라는공동체'의 청년, 청소년들이 협의한 내용을 담아 만든 공간이다. 저는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모두 구례에서 나왔다. 지금은 청년으로 구례에서 지내고 있다. 어린이날을 준비하면서 청소년들을 만났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제가 어렸을 때 했던 이야기와 같았다. 저를 닮은 청소년들을 보면서 외면할 수 없었다. 저도 지금까지 가진 고민이라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구례가 너무 심심했다. 저는 교사니까 맨날 선생님들만 만났다. 나고 자랐기 때문에 친구들도 조금 있었다. 농협을 다니거나 농사를 짓거나. 우리가 다 같이 만나면 어떨까? 만나보니 너무 재밌었다. 구례가 뭐가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 거였다. 결국엔 새로움, 사람이 없었다. 우리끼리 뭔가 해보자, 생각을 했고 재밌게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청소년을 그러다 만났다. 청소년들도 우리가 안전하게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을 원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실에서, 안전하고 편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 무작정 공간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공간을 2000/60을 달라고 해서 300/25에 해주면 안 되겠냐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월세는 저희에게 후원한다 생각하시라, 하고 월세 35만 원에 보증금 500만 원으로 설득에 성공했다. 어떤 상상을 하든지 즐겁고 행복했다.
지금은 청년과 청소년팀이 있고, 여섯 명의 청년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원은 총 22명이 있고, 러닝클럽 같은 걸 한다. 초중고 16명이 있고,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처음엔 구례스러운 문화를 만들자는 얘길 했다.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러닝크루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친구를 하나둘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뛰지 않는다. 사람 만나러 온다. 뒤풀이도 하고, 자기들끼리 또 소모임을 만들더라. 연애도 하고.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 청소년이 초중고를 통합하는 축제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청년 중 한 명이 트럭을 가져와 무대로 세우고, 음향 장비는 학교에서 빌려서 로타리 미니스톱 앞에서 젊은것들 행사를 했다.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고, 평가하는 것까지 처음으로 아이들이 경험하게 했다. 공문을 청소년에게 직접 쓰게 했다.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고,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까.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서 직접 하게 했다.
구례가 뭐가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 거였다. 결국엔 새로움, 사람이 없었다. 우리끼리 뭔가 해보자, 생각을 했고 재밌게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청소년을 그러다 만났다. 청소년들도 우리가 안전하게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을 원했다.
방구석 어린이날이란 행사도 진행했다. 청소년, 청년에게 구례에서 하고 싶은 정책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했다. 정보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자라는 공동체가 청소년 청년을 대변하는 확성기 역할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공간이 필요하게 되어서 거실 프로젝트, 공유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청소년이 자기 것을 개발해서 팔아보는 경험, 일상적 경제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사하는 학생들 장학생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했다. 주변에 창업하고 싶은 청년들이 있다. 하지만 큰돈이 필요하지 않나. 청년 창업 팝업스토어로 거실 공간을 활용해보려 한다. 한두 달 창업을 위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 단계다. 올해부턴 구례 사는 청년들의 일 년의 삶을 인터뷰하고 있다. 어떻게 살고 있고, 미래를 어떻게 그리는지 정리하고 있다. 이 내용을 내년 지방선거에 정책화해서 제안하는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가장 좋았던 건 우리가 상상한 것을 상상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것. 함께할 수 있다는 거였다. 부모님 밑에서 자랐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기대를 많이 했었다. 우리가 활동하며 느꼈던 건 직접 해야 한다는 거였다. 현재까진 보증금 4명이 나눠서 냈고, 월세를 사비로 내고 있다. 작년에 운 좋게 대회에서 상금을 크게 타서 그걸로 충당하기도 했다. 후원에 대한 제안을 지금까진 정중히 거절했다. 지원사업을 받아서 갈등을 겪는 걸 많이 봤다. 좋은 마음과 열정으로 꾸려지는데 지원 때문에 기대하고 의존할까봐 경계하는 것이 있다. 열정페이처럼 이 정도는 나눠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일방적인 수고로움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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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원 : 지리산게더링이라고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jirisan_gathering) 보시면 자세한 내용이 있다. 지리산게더링은 봉서리 한겨레 평화공원에서 지내고 있다. 게더링이라고 해서 어색할 수 있을텐데, 영어로 모인다는 뜻이다. 모여서 새로운 생태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해보자는 걸로 시작해 구례까지 오게 되었다. 작년엔 저희 집에서 생태적 전환을 바라는 청년들과 한 달 살이 캠프를 했고,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할지 고민하던 차에 유휴공간이던 한겨레 평화공원을 알게 되어서 오게 되었다.
퍼머컬처, 쉽게 말하면 지속가능한 농업이다. 경운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생산성 높게 밭은 경작하는 방식이다. 이걸로 농사도 짓고, 비전화기술이라고 해서 전기나 화석연료를 안 쓰면서 적당히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 캠프, 공유공간 만들기 이런 형태로 활동하고 있고, 공동경작도 하고 있다. 구례에 계신 분들과 앞으로 더 넓게 활동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을 기반으로 한다.
제가 화개에 있을 때 혼자서 부모님 집에 3개월 지내다가 갑자기 저희 집 앞에 댐이 생기게 돼서 반대 운동을 했다. 그다음 해엔 집 뒤에 산악열차를 놓는다고 해서 반대운동도 하고. 그 동네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사자 활동가가 되었다. 결국엔 활동하면서 하동의 화력발전소에 계신 분들, 새로 축사나 돈사가 지어질 지역의 주민들, 산을 밀고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곳에 계신 주민을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은, 이걸 너무나 지역 사람들에게만 전가한다는 것이었다. 서울과 도시를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닌지. 전기나 고기를 먹는 것이나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럼 만약 필요하지 않다면, 안 지어도 되나? 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다섯 명 정도 되는 친구들과 결합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 게더링을 하게 됐다. 당시에 양수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었던 부지가 있었다. 거기서 재밌게 놀아보자는 것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밭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숲밭이라고, 퍼머컬처 기법으로 키홀가든이라고 퇴비간이 되는 열쇠구멍 밭을 만들고, 여성해방 문양으로 만들어 식재 디자인을 다 같이 했다. 그다음엔 화장실을 만들었다. 화장실에서 똥을 싸면 바로 밭으로 간다. 퇴비가 될 수 있게. 커뮤니티 부엌도 함께 만들어 밭에서 나온 작물로 요리도 해 먹고.
놀면서 어떻게 기후위기시대에 전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 속에 여러 활동을 했다. 에코페미니즘이나 비거니즘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있고, 다양한 생태적 실험/교육을 하고 있다. 처음엔 밭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숲밭이라고, 퍼머컬처 기법으로 키홀가든이라고 퇴비간이 되는 열쇠구멍 밭을 만들고, 여성해방 문양으로 만들어 식재 디자인을 다 같이 했다. 그다음엔 화장실을 만들었다. 화장실에서 똥을 싸면 바로 밭으로 간다. 퇴비가 될 수 있게. 커뮤니티 부엌도 함께 만들어 밭에서 나온 작물로 요리도 해 먹고. 올해엔 프로젝트를 할 기회들이 생겼다. 스스로와 지구를 치유하는 사람동물되기 세미나, 같은 걸 진행하기도 했다. 박이은실님과 정상순님을 초대해서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기후위기와 동물권 관련해선 멸종반란한국의 활동가들, 지리산방랑단이라고 봄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지리산 일대를 탁발하며 여행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뒤엔 숲속 재연결 캠프라고, 재연결은 지구에 사는 사람동물로서, 지금은 도시를 기반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자연의 감각을 잊어버렸는데 다시 한번 연결되어 보자는 차원에서 재연결작업이라는 캠프를 진행했다. 내년부턴 이런 캠프를 더해볼 생각이다.
며칠 전엔 토지초등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한 수업을 진행했다. 숲에서 지리산게더링이 어떤 곳인지 소개하고, 만다라도 만들고, 숲에서 감각을 체험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구성원 내에서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면 좋겠는지 깊이 나누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이야기를 쌓아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간에 약속문이 있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지만, 아무나 와선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를 만들기 어렵겠단 생각이 있어서 약속문을 만들었다. 요즘엔 숲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기획팀이 분리되어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열려있되 비건과 페미니스트에게 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리산게더링 약속문> (출처)
- 지리산게더링은 에코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모든 존재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조차 가부장제와 종차별주의를 내려놓지 못하겠다면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주세요.
- 지리산게더링은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공간입니다. 비인간동물을 죽이고 착취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 숲을 우리 삶의 중요한 기반으로 여기고 서로가 서로를 함께 돌봅니다.
- 방문하는 모든이를 우정의 환대로 맞이하고,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 우리는 나이, 성별, 성지향, 성별정체성, 장애여부,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혼인여부, 가족관계 등에 관계없이 동등합니다.
-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나 행동을 할 경우 강제 퇴장 당할 수 있습니다.
- 기본적으로 경어를 사용하고, 상호 동의 없이 반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나이 등의 위계에 의한 호칭문화를 지양합니다.
- 이곳은 누군가의 집이자 생활공간입니다. 사전에 동의 받지 않은 사진 촬영과 SNS에 이곳 소식을 올리는 행위는 삼가 주세요.
-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모두가 존중 받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합니다.
-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느낄 때 혼자 참기보단 함께 나눕니다. 서로의 마음과 시도를 경청하고 존중하며,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공동으로 대처합니다.
- 금지하기보다는 함께 실천하고 변화하는 방향으로 약속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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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 구례에 왔을 때 지금 해냄센터가 있는 건물이 비어있다는 걸 알았다. 중, 고등학생이 오가는 걸 보다가 이 건물을 얻을 수 있다면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계획했던 건 5년 전이었지만. 건물주에게 청소년, 청년을 위해서 좋은 일 하실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을 했고, 3개월을 공사했다. 그리고 여유있게 준비를 해서 12월 즈음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좋은 활동가 분들을 만나서 지금 이 자리가 첫 활동이다. 청소년 스스로 해냄 센터의 컨셉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꿈이 공무원, 임대업자인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청소년이 청소년답지 않고, 청년이 청년답지 않고, 도전도 못하다보니 자신감을 심어주자, 그런 의미다. 왜 구례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근데 저희는 구례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처음엔 순천에서 만들려고 했다. 우연찮게 이 건물을 만났던 거다. 교육과 장학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지역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정태연 : 여기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인가.
이기호 : 2층에 거울 방이 있다. 청소년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춤추는 거라고 하더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3층은 일반인이 와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구례가 독서실이 없다. 그래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길 만들었다. 1층엔 개인적으로 음악과 그림을 좋아해서, 레플리카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일반인이 와서 명화를 보고 가면 좋지 않을까. 일종의 공유공간인데, 힐링까진 아니어도 이름만 들었던 그림을 보고 갈 수 있는. 다음 주부터 정상적으로 운영될 거 같다.
최은경 : 홍당무는 2007년에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했다. 광주에 있을 때 홍당무 글방이라는 글쓰기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을 되살리고 싶었다. 글쓰기도 가르치고, 작은도서관이지만 나 혼자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오거리로 옮긴 뒤, 유지 자체가 안 되면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 3월에 문을 닫을 위기였다. 그 공간에서 작은 공부방을 하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왔었다. 그중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두 명 있었다. 그들은 갈 곳이 없었다. 비장애 아이 3명과 함께 3년 동안 공부를 하다 보니까 발달장애 아이에게 큰 변화가 있었고, 나에게도 놀라움을 주는 일이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전학을 하면서 문을 닫을 뻔했다가, 사회혁신사업을 알게 돼서 지원 신청하게 되었다. 다수가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한두 명이라도 이용하고 행복해진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그런 공간으로 다시 사업을 받아 만들었다. 지금은 아지트를 만들면서 온 아이들 소수가 이용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운영을 하는 편이다. (K-pop 음악을 랜덤으로 틀면 안무를 아는 사람이 자유롭게 나와서 춤을 추는) 랜덤플레이댄스 프로그램을 한 번 하고, 교육청에 청소년 정책제안 하고, 중앙초 소공원에 청소년 와이파이존이나 그늘막, 최소한의 시설을 만들어달라 건의했다.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회의가 좀 들기도 했다. 예정보다 늦게 나오긴 했지만, 소식지를 1000부 찍어서 500부 정도 배포했다. 2호는 아이들이 싫다고 해서 못 했다. 아이들에게 자발적인 활동을 기대하기가 어렵더라. 올해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300만 원 지원받았는데, 그것도 남았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이상하게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계속 인연이 있었다. 아지트 사업할 때도 청소년 발달장애 방과 후 서비스 사업을 받아서 제공기관이 되었다. 최소 2명이 되어야 활동을 하는데, 두 명을 모집하기가 어렵더라. 어렵게 두 명을 찾아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해 지금은 여섯 명이 되었다. 이 사업비가 월 44시간 결석하지 않고 오면 약 300만 원의 사업비가 나온다. 그걸로 공과금과 월세, 인건비를 조달하고 간식 등을 사고 있다. 올해는 그걸로 버텼는데 내년에는 청소년들이 18세가 넘기 때문에 지원이 안 된다. 안정적인 구조가 안 되더라. 그런데 이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아지트 공간을 자기들끼리 누리는 걸 정말 좋아한다. 요리하고, 바깥 활동을 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이들이 홍당무라는 공간을 가장 많이 향유하고 있고, 비장애 청소년들이 찾아 오는 것도 좋아한다. 월~금은 비어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 공간을 많이 베풀지 고민이다. 춤 연습하거나 영화 보는 것 외에는 잘 안 오더라. ‘꺼리’가 부족하다. 만화방 같은 컨셉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도 한다. 이 공간이 흥했으면 좋겠다.
황정란 : 거기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중3이지 않나. 다들 지역에 남나?
최은경 : 대부분 광양 마이스터고로 간다.
최석우 : 그게 정말 아쉽다. 자치 역량을 축적 시키고 싶다.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 청소년 활동가를 만들고 싶지만, 중2 중3 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때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니까 2년 정도 축적되고 그 이상이 어렵다. 그 중 몇 명이 구례에 남지만, 같이 팀 했던 친구들이 흩어지니까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그 아쉬움과 힘 빠짐이 있다.
이상직 : 구례 고등학교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 건가?
취석우 : 저희 아빠 세대 때도 다 순천으로 갔다. 제가 구례에 있을 때도 학부모님들 인식이 크다. 구례에 남으면 실패한다. 순천이라도 가야지. 그런 인식이 있다. 지역사회 고등학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다.
이상직 : 광양 마이스터고에는 어떤 평판이 있나?
최은경 : 취업률이 95%이다.
이상직 : 자연과학고가 그런 역할을 해야하는 데 못하는 거겠다.
최석우 : 구례고는 그나마 내신으로 좋은 대학을 간다는 희망이 있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1명 2명이다. 1등이 아니면 좋은 대학에 갈 수가 없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 가는 게 매리트였던 고등학교가 인식이 안 좋아지니 그 매력도 사라졌다. 갈수록 힘들어진다.
최은경 : 내가 10대라 하더라도, 이 시골에서 썩고 싶기보단 큰 물에 가서 놀고 더 많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길 거 같다. 나중에 회귀할 순 있지만, 나가봐야 여기가 좋은지도 안다.
이상직 : 내 딸이 학교를 때려치우고, 홈스쿨링 했다. 그때 딸이 아빠가 이상하다고 했다. 남들 대학 가라는데 왜 안 가도 되냐고. 아이들한텐 학교에서 주는 영향력이 정말 크다는 걸 느꼈다. 입시에 휘둘리지 말라는데, 아무리 집에서 그래도 학교의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구례고나 자연과학고에서 입시나 경쟁에서 이길 순 없지 않나. 다른 비전, 삶의 철학이 있어야겠다.
최석우 :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상직 : 마음이 아프겠다. 크면 다 떠나버리고.
황정란 : 노동인권 강사로 몇 군데 학교를 돌아다녔다. 순천, 광양, 담양 등. 구례 자연고도 갔는데, 돌아다녀 보니 창살 없는 감옥이다. 생기가 하나도 없다. 이 구조에 아이들을 이런 형태로 데리고 있는 게 맞나,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다들 병들어 죽겠다. 봉성신문에서 청소년 기자 활동으로 작년에 활동했는데, 자연고 1학년 두 친구가 빵집 순례를 해서 기사를 작성했다. 1학년 말이 되니까 벌써 자격증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기사를 더 쓸 수 없다고 하더라.
최은경 : 아까 말씀하신 일상의 감각을 깨우는 게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에게 소식지 그림을 그려달라고 제안하니까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된다고 하더라. 중학교에 가면서 변했다!
최석우 : 일상적으로 주변에 문제는 많다. 하지만 내가 다 할 수는 없다. 교육계에 있다 보니 거대한 담론만 마주한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주의다. 그 부분만큼은 변화가 있을 테니까. 나는 왜 구례로 돌아왔지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겪었던 따뜻함이었다. 좋은 어른 덕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이번에 청소년을 만나면서 느꼈는데, 다른 결이 있다. 용방이나 문척의 혁신학교에서 자기가 선택하고 기획하는 걸 한 번이라도 해봤던 청소년들은 소속감이 있다. 주도적으로 한다. 그러지 않은 친구들은 '떠먹여' 줘야 한다. 그래서 느꼈다. 내가 느꼈던 게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한 것이라는 걸. 이게 큰 힘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고, 한 번이라도 구례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하는 게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누군가는 구례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 거대담론을 마주하면 힘이 빠진다. 하지만 분명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본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고.
이기호 : 지방의 모든 곳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가 충격을 받았던 건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구례를 떠나는 거라고 하더라. 이게 현실이다. 해냄센터를 운영한다고 하면, 어떻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인지 고민했다. 단기적으로 될 건 아니지만, 뭔가 하나의 성취를 해보고 도전을 해봤던 아이들은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구례로 돌아올 수 있는 아이를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최근에 책을 썼다. 교육에 관한 책은 아니고, 지역에 관한 책이다.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을 살린다는 책이다.
황정란 : 거대담론도 이야기하면서 가야한다. 문척에서 자유로운 교육환경에 살다가 중학교의 통제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못 견뎌 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다. 코로나 정국이니까 더 통제가 강화됐다. 구례중 교사들과 이야기해서 논의하려니까 선생님들이 같이 논의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더라. 혁신교육, 마을학교, 마을공동체 이야기는 하지만 초중고가 다 단절되어 간다. 구례학이라던지, 구례교육과정 이야기를 하지만 현장에서 맥을 이어서 가고 있는가, 그런 것이 구축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직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하는 내적인 힘을 스스로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학교일 필요는 없다. 외곽에서 우리가 있는 공간이 가능성의 공간이다. 홍당무에서 발달장애 청소년이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할 힘을 얻는 게 중요한 활동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가끔 이렇게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게 필요한 거 같다.
정태연 : 벌써 시간이 늦었다. 이 자리는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는 단계인 거 같다. 구례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이,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진행 | 정태연
기록 | 하무
사진 | 누리
공유공간 in 구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X 산책도서관 X 청소년스스로해냄센터 X 거실 X 청소년아지트 홍당무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19:00~22:00
기획 및 진행 | 정태연
<지리산이야기포럼>은 지리산권 지역의 활동가들이 지리산권의 새로운 의제, 이슈를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올해의 <지리산이야기포럼>은 지리산포럼2021 기간 중에, 다음과 같은 3개의 주제로 열렸습니다.
ⓒ 지리산이음
정태연 :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의 구례 활동가 중 한 명인 정태연이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는 지리산권 5개 시군의 주민운동,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센터는 5년 즈음 되었다. 지리산포럼이라는 장을 마련해온 것은 올해로 일곱 번째다. 전국적으로 지역 주민 모임이나 시민 사회에서 다양한 의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행사다. 작년부터는 지역 섹션을 만들어서 지리산권 5개 시군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구례의 공유공간, 온전한 의미에서는 아닐지라도 여러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열어놓고, 소유권의 기반이 아닌 지역의 필요에 의해 여러 사람이 공간을 나눠쓰는 곳들까지 포함하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고민을 나눠보고자 자리를 만들었다.
황정란 : 산보고책보고 작은도서관, ‘산책’ 을 운영하는 황정란이라고 한다.
이상직 : 계산리 유곡마을에서 농사짓고 있고, 시민사회에서는 연극을 하는 극단 마을의 연출이자 대표이다.
강은경 : 산책에서 같이 공간을 관리 운영하는데 함께하고 있다.
배혜원 : 봉서리 한겨레 평화공원이라는 곳에서 ‘지리산게더링’이란 이름으로, 생태적인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차별 없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올해부터 생태 화장실이나 부엌 같은 걸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생태적인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캠프도 하고, 농사도 짓고, 거주도 할 수 있는 공유지를 만들기 위해 모여있다.
이기호 : 청소년스스로해냄센터(이하 ‘해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누리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기록하고 사진 찍으러 왔다.
최은경 : 문척면에 산다. 청소년들이 구례에 가진 가장 큰 불만이 밤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오늘 보니 로타리 쪽은 반짝반짝한 거 같다. ‘홍당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정체성은 작은도서관인데, 작년부터 청소년 아지트로 오픈하면서 단골 청소년들이 열심히 오다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공간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
최석우 : 로타리 미니스톱 맞은편에 있는 자라는공동체 공유공간 ‘거실’을 운영하고 있다. 자발적 청년과 청소년 공동체이다. 구례 안에서 모일 수 있는 장소/기회가 없어서 장소라도 만들어 보고,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싶어서 큰 생각 없이 모여있는 청소년, 청년 공동체이다.
정태연 : 자료 영상을 먼저 보고 시작하려고 한다.
(여러 지역의 공유공간에 관한 소개 영상을 시청한 후
로컬이야기카드를 활용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짐.)
정태연 : 자기 단체, 운영하는 공간이 있으시니까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어떤 일들을 해나갈 생각이고, 고민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한 분당 10~15분 정도로 이야기하고, 각 공간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 지리산이음
황정란 : 정태연 선생님이 예산감시모임을 하다가 2019년 예산에, 중앙초 뒷 부지에 공공도서관의 이전과 매천도서관의 이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표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을 주민들과 발견하면서 구례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공감이 생겨 ‘좋은도서관모임’이 결성되었다. 그래서 1년 동안 반대 투쟁을 하게 됐다. 기존에 중앙초 뒤에 있는 공공도서관, 학교가 주변에 있고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공간이니 공공도서관이 오고, 매천도서관은 지금 자리에 리모델링 하는 게 맞다고 제안했지만, 군청에선 예산과 절차의 문제로 거절했다. 그래서 한발 물러서서 두 개 도서관을 통합설계, 통합운영을 제안했다. 하지만, 어느 날 군수가 '좋은도서관모임과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거절하면서 소통이 단절되었다. 교육청과는 끊임없이 소통이 있었고, 공공도서관이 11월에 개관한 이후에도 많은 인테리어나 공간 설계를 저희와 소통하며 주민 의견을 받아 구성되었다. 군청에는 의견이 수용되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험을 쌓게 되었고, 도서관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지역의 도서관은 어떤 공공성을 가져야 하고 어떤 것을 공유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계기였다.
정책제안은 거절되었지만, 작지만 우리의 욕구를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의 산책도서관 공간을 만났다. 참여설계를 직접 했고, 1500권의 도서를 기증받고, 200여 명의 기부와 노동 봉사를 통해 공간이 구축되었다. 참여설계를 하며 다양한 계층들, 45평의 작은 공간에 무엇이 있으면 좋겠냐는 토론에 나온 것들이 있다. 공유 주방, 영유아와 아이들이 자유로운 책 읽기 공간, 청소년을 위한 와이파이존, 어르신을 위한 편안한 휴식 공간, 지역 단체를 위한 회의공간, 소모임/동아리를 위한 공간. 이런 요구를 반영해서 만들었다. 저희가 원했던 것은 이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소모임도 이뤄지고, 네트워크도 되고, 학습도 이루어지고, 지역의 의제가 생기면 풀어나가는 공론장이 되는 것이었다. 작은 도서관으로 등록이 되면서 군에서는 문 닫으라고 했지만, 주민들이 공공도서관이 모든 문을 닫으니 저희에게 열어달라고 요구를 했고,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운영을 했다. 작년엔 공공도서관보다 산책 이용빈도가 더 높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작년 8월 홍수가 났다. 산책이 위치한 건물도 수해를 당했다. 공유공간으로 존재하는 것만 아니라 재난 시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역할을 같이 하기로 했다. 쉼터로 개방되면서 주민들의 긴급한 상황을 같이 해결하는 여러 역할을 수행했다. 산책 주변엔 그 당시 대단히 많은 자원이 정부에서 몰려왔다. 공공기관의 운영 체계가 한 번도 큰 재난을 대면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물품은 군 창고에 쌓여 있는데 배분이 되지 않았다. 저희가 물품을 산책에 배치했다가 주변에 필요한 주민에게 나누어주겠다고 했더니, 너희는 전달체계에 들어오지 않은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는 근거 법과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sns를 통해 물건을 모으고 배급하는 역할을 했다. 오일장 외곽에 혼자 사는 어르신 집이 치워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었다. 영유아 모임 엄마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해서 물건을 배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부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구례군이 아닌 산책도서관에 기부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생겨서 싱크대를 지원하는 사업까지 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역할이었는데, 재난 시기에 주민의 요구에 의해서 이런 역할을 활발하게 하는 주민들의 자발적 지원센터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산책의 역할과 주민과 만남을 통해 가져갈 미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것, 연구소나 마을 신문의 필요성까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 속에서 ‘봉성신문’이 만들어져 지금 8호까지 발행이 되었다.
작년엔 한 3천 명 정도가 공간을 이용했다. 다양한 소모임이 있었고, 지역에 의제가 생겼을 때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게 산책이 되었다. 작년엔 지역 의제를 받아 안아서 해결하는 역할이 많았다. 그리고 몇 가지 공모사업을 받아 추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나니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멤버십을 갖춘 분들이 주요하게 운영을 했지만, 그 안에서 이 공간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 달랐다. 그것을 모으고 토론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공간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좋은도서관모임이 도서관의 활성화와 역할을 풍부히 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요구되고 실험되는 것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양자가 쟁점으로 붙었었다. 공공도서관의 브릿지, 보완은 축소하고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로 정리가 됐고, 일 년 동안 주요하게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 피로감을 느끼셔서 정리하게 된 것도 있었다.
2021년에는 작년에 너무 고생이 많았기 때문에, 찬찬히 공간을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주민들이 이용하고 싶으면 하고, 서비스하는 공간이 아닌 주인의 위치 속에서 스스로 이용하는 시스템을 모색하기로 했다. 공유지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올해를 보냈다. 산책이 의도적으로 이용자를 모으거나 사업을 추진하는 걸 자제했다. 작년의 1/3정도로 축소됐다. 지금은 필요한 분들이 사용하고 자체적으로 정리하고. 운영진은 가끔 공간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최소한의 활동으로 동아리 활동 6개를 지원하고, 한 달에 한 번 다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선거 관련 토론회를 한 번 해볼 생각이 있다. 아직 2021년 활동을 평가하고 내년을 고민하진 않고 있다. 2019년부터 3년 동안 활동했던 운영진이 지쳐있는 상태여서, 공간 운영에 새로운 주도 세력을 발견해보려 한다. 청년이면 더 좋겠고. 아니면 봉성신문이 나름 활성화되고 있는데, 그곳이 주가 되어서 교육 기능을 강화하면 어떨까,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도시재생 사업이 오일장 권역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새로이 공적인 커뮤니티공간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다. 지금은 회비를 모아서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협업하면 공적 공간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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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 현재 공유공간이라고 운영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유곡마을 안에 폐교가 있었다. 2017년에 교육청으로부터 무상임대를 받았다. 전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를 3년 동안 수행했고,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을 작년 올해 2년째 했다. 학교라는 거점 공간이 중요했다. 지원을 받아서 청소하기도 하고, 리모델링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 어머님들을 위한 요가나 노래, 한글교육을 해왔다. 그것이 끝나면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을 했고, 꽤 좋았다. 사실 우리 마을은 활동인구가 적어서 맞지 않는 점이 있었다. 산책도서관 같은 곳은 어떨까 생각도 들었고.
학교는 작년에 교육청에 반납되었다. 아쉬웠던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된 관계. 조직, 팀이랄 게 마을에서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던 점이다. 지금 지역사회는 남성 권력이 너무 강하다. 여성분들은 나오지도 않고 나와도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걸 깨닫고 여성 모임을 하고, 그들이 일하게 하고, 취재하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방향을 찾았다. 주민생애사를 그렇게 진행하고, 올해는 남성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활동은 의미가 있었지만, 함께 할 조직이 형성되지 않으니 과부하가 걸렸다. 내년엔 쉬고, 지원체계 없이 만남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극단을 할 때 지원을 많이 받아 봤는데, 그것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가 많았다. 아예 없애버리니까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복원되더라. 활동을 줄이더라도 그렇게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바탕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 지리산이음
최석우 : 거실은 '자라는공동체'의 청년, 청소년들이 협의한 내용을 담아 만든 공간이다. 저는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모두 구례에서 나왔다. 지금은 청년으로 구례에서 지내고 있다. 어린이날을 준비하면서 청소년들을 만났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제가 어렸을 때 했던 이야기와 같았다. 저를 닮은 청소년들을 보면서 외면할 수 없었다. 저도 지금까지 가진 고민이라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구례가 너무 심심했다. 저는 교사니까 맨날 선생님들만 만났다. 나고 자랐기 때문에 친구들도 조금 있었다. 농협을 다니거나 농사를 짓거나. 우리가 다 같이 만나면 어떨까? 만나보니 너무 재밌었다. 구례가 뭐가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 거였다. 결국엔 새로움, 사람이 없었다. 우리끼리 뭔가 해보자, 생각을 했고 재밌게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청소년을 그러다 만났다. 청소년들도 우리가 안전하게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을 원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실에서, 안전하고 편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 무작정 공간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공간을 2000/60을 달라고 해서 300/25에 해주면 안 되겠냐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월세는 저희에게 후원한다 생각하시라, 하고 월세 35만 원에 보증금 500만 원으로 설득에 성공했다. 어떤 상상을 하든지 즐겁고 행복했다.
지금은 청년과 청소년팀이 있고, 여섯 명의 청년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원은 총 22명이 있고, 러닝클럽 같은 걸 한다. 초중고 16명이 있고,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처음엔 구례스러운 문화를 만들자는 얘길 했다.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러닝크루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친구를 하나둘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뛰지 않는다. 사람 만나러 온다. 뒤풀이도 하고, 자기들끼리 또 소모임을 만들더라. 연애도 하고.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 청소년이 초중고를 통합하는 축제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청년 중 한 명이 트럭을 가져와 무대로 세우고, 음향 장비는 학교에서 빌려서 로타리 미니스톱 앞에서 젊은것들 행사를 했다.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고, 평가하는 것까지 처음으로 아이들이 경험하게 했다. 공문을 청소년에게 직접 쓰게 했다.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고,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까.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서 직접 하게 했다.
방구석 어린이날이란 행사도 진행했다. 청소년, 청년에게 구례에서 하고 싶은 정책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했다. 정보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자라는 공동체가 청소년 청년을 대변하는 확성기 역할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공간이 필요하게 되어서 거실 프로젝트, 공유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청소년이 자기 것을 개발해서 팔아보는 경험, 일상적 경제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사하는 학생들 장학생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했다. 주변에 창업하고 싶은 청년들이 있다. 하지만 큰돈이 필요하지 않나. 청년 창업 팝업스토어로 거실 공간을 활용해보려 한다. 한두 달 창업을 위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 단계다. 올해부턴 구례 사는 청년들의 일 년의 삶을 인터뷰하고 있다. 어떻게 살고 있고, 미래를 어떻게 그리는지 정리하고 있다. 이 내용을 내년 지방선거에 정책화해서 제안하는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가장 좋았던 건 우리가 상상한 것을 상상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것. 함께할 수 있다는 거였다. 부모님 밑에서 자랐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기대를 많이 했었다. 우리가 활동하며 느꼈던 건 직접 해야 한다는 거였다. 현재까진 보증금 4명이 나눠서 냈고, 월세를 사비로 내고 있다. 작년에 운 좋게 대회에서 상금을 크게 타서 그걸로 충당하기도 했다. 후원에 대한 제안을 지금까진 정중히 거절했다. 지원사업을 받아서 갈등을 겪는 걸 많이 봤다. 좋은 마음과 열정으로 꾸려지는데 지원 때문에 기대하고 의존할까봐 경계하는 것이 있다. 열정페이처럼 이 정도는 나눠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일방적인 수고로움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 지리산이음
배혜원 : 지리산게더링이라고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jirisan_gathering) 보시면 자세한 내용이 있다. 지리산게더링은 봉서리 한겨레 평화공원에서 지내고 있다. 게더링이라고 해서 어색할 수 있을텐데, 영어로 모인다는 뜻이다. 모여서 새로운 생태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해보자는 걸로 시작해 구례까지 오게 되었다. 작년엔 저희 집에서 생태적 전환을 바라는 청년들과 한 달 살이 캠프를 했고,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할지 고민하던 차에 유휴공간이던 한겨레 평화공원을 알게 되어서 오게 되었다.
퍼머컬처, 쉽게 말하면 지속가능한 농업이다. 경운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생산성 높게 밭은 경작하는 방식이다. 이걸로 농사도 짓고, 비전화기술이라고 해서 전기나 화석연료를 안 쓰면서 적당히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 캠프, 공유공간 만들기 이런 형태로 활동하고 있고, 공동경작도 하고 있다. 구례에 계신 분들과 앞으로 더 넓게 활동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을 기반으로 한다.
제가 화개에 있을 때 혼자서 부모님 집에 3개월 지내다가 갑자기 저희 집 앞에 댐이 생기게 돼서 반대 운동을 했다. 그다음 해엔 집 뒤에 산악열차를 놓는다고 해서 반대운동도 하고. 그 동네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사자 활동가가 되었다. 결국엔 활동하면서 하동의 화력발전소에 계신 분들, 새로 축사나 돈사가 지어질 지역의 주민들, 산을 밀고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곳에 계신 주민을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은, 이걸 너무나 지역 사람들에게만 전가한다는 것이었다. 서울과 도시를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닌지. 전기나 고기를 먹는 것이나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럼 만약 필요하지 않다면, 안 지어도 되나? 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다섯 명 정도 되는 친구들과 결합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 게더링을 하게 됐다. 당시에 양수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었던 부지가 있었다. 거기서 재밌게 놀아보자는 것에서 시작했다.
놀면서 어떻게 기후위기시대에 전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 속에 여러 활동을 했다. 에코페미니즘이나 비거니즘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있고, 다양한 생태적 실험/교육을 하고 있다. 처음엔 밭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숲밭이라고, 퍼머컬처 기법으로 키홀가든이라고 퇴비간이 되는 열쇠구멍 밭을 만들고, 여성해방 문양으로 만들어 식재 디자인을 다 같이 했다. 그다음엔 화장실을 만들었다. 화장실에서 똥을 싸면 바로 밭으로 간다. 퇴비가 될 수 있게. 커뮤니티 부엌도 함께 만들어 밭에서 나온 작물로 요리도 해 먹고. 올해엔 프로젝트를 할 기회들이 생겼다. 스스로와 지구를 치유하는 사람동물되기 세미나, 같은 걸 진행하기도 했다. 박이은실님과 정상순님을 초대해서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기후위기와 동물권 관련해선 멸종반란한국의 활동가들, 지리산방랑단이라고 봄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지리산 일대를 탁발하며 여행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뒤엔 숲속 재연결 캠프라고, 재연결은 지구에 사는 사람동물로서, 지금은 도시를 기반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자연의 감각을 잊어버렸는데 다시 한번 연결되어 보자는 차원에서 재연결작업이라는 캠프를 진행했다. 내년부턴 이런 캠프를 더해볼 생각이다.
며칠 전엔 토지초등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한 수업을 진행했다. 숲에서 지리산게더링이 어떤 곳인지 소개하고, 만다라도 만들고, 숲에서 감각을 체험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구성원 내에서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면 좋겠는지 깊이 나누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이야기를 쌓아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간에 약속문이 있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지만, 아무나 와선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를 만들기 어렵겠단 생각이 있어서 약속문을 만들었다. 요즘엔 숲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기획팀이 분리되어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열려있되 비건과 페미니스트에게 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리산게더링 약속문> (출처)
ⓒ 지리산이음
이기호 : 구례에 왔을 때 지금 해냄센터가 있는 건물이 비어있다는 걸 알았다. 중, 고등학생이 오가는 걸 보다가 이 건물을 얻을 수 있다면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계획했던 건 5년 전이었지만. 건물주에게 청소년, 청년을 위해서 좋은 일 하실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을 했고, 3개월을 공사했다. 그리고 여유있게 준비를 해서 12월 즈음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좋은 활동가 분들을 만나서 지금 이 자리가 첫 활동이다. 청소년 스스로 해냄 센터의 컨셉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꿈이 공무원, 임대업자인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청소년이 청소년답지 않고, 청년이 청년답지 않고, 도전도 못하다보니 자신감을 심어주자, 그런 의미다. 왜 구례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근데 저희는 구례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처음엔 순천에서 만들려고 했다. 우연찮게 이 건물을 만났던 거다. 교육과 장학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지역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정태연 : 여기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인가.
이기호 : 2층에 거울 방이 있다. 청소년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춤추는 거라고 하더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3층은 일반인이 와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구례가 독서실이 없다. 그래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길 만들었다. 1층엔 개인적으로 음악과 그림을 좋아해서, 레플리카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일반인이 와서 명화를 보고 가면 좋지 않을까. 일종의 공유공간인데, 힐링까진 아니어도 이름만 들었던 그림을 보고 갈 수 있는. 다음 주부터 정상적으로 운영될 거 같다.
최은경 : 홍당무는 2007년에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했다. 광주에 있을 때 홍당무 글방이라는 글쓰기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을 되살리고 싶었다. 글쓰기도 가르치고, 작은도서관이지만 나 혼자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오거리로 옮긴 뒤, 유지 자체가 안 되면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 3월에 문을 닫을 위기였다. 그 공간에서 작은 공부방을 하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왔었다. 그중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두 명 있었다. 그들은 갈 곳이 없었다. 비장애 아이 3명과 함께 3년 동안 공부를 하다 보니까 발달장애 아이에게 큰 변화가 있었고, 나에게도 놀라움을 주는 일이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전학을 하면서 문을 닫을 뻔했다가, 사회혁신사업을 알게 돼서 지원 신청하게 되었다. 다수가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한두 명이라도 이용하고 행복해진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그런 공간으로 다시 사업을 받아 만들었다. 지금은 아지트를 만들면서 온 아이들 소수가 이용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운영을 하는 편이다. (K-pop 음악을 랜덤으로 틀면 안무를 아는 사람이 자유롭게 나와서 춤을 추는) 랜덤플레이댄스 프로그램을 한 번 하고, 교육청에 청소년 정책제안 하고, 중앙초 소공원에 청소년 와이파이존이나 그늘막, 최소한의 시설을 만들어달라 건의했다.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회의가 좀 들기도 했다. 예정보다 늦게 나오긴 했지만, 소식지를 1000부 찍어서 500부 정도 배포했다. 2호는 아이들이 싫다고 해서 못 했다. 아이들에게 자발적인 활동을 기대하기가 어렵더라. 올해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300만 원 지원받았는데, 그것도 남았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이상하게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계속 인연이 있었다. 아지트 사업할 때도 청소년 발달장애 방과 후 서비스 사업을 받아서 제공기관이 되었다. 최소 2명이 되어야 활동을 하는데, 두 명을 모집하기가 어렵더라. 어렵게 두 명을 찾아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해 지금은 여섯 명이 되었다. 이 사업비가 월 44시간 결석하지 않고 오면 약 300만 원의 사업비가 나온다. 그걸로 공과금과 월세, 인건비를 조달하고 간식 등을 사고 있다. 올해는 그걸로 버텼는데 내년에는 청소년들이 18세가 넘기 때문에 지원이 안 된다. 안정적인 구조가 안 되더라. 그런데 이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아지트 공간을 자기들끼리 누리는 걸 정말 좋아한다. 요리하고, 바깥 활동을 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이들이 홍당무라는 공간을 가장 많이 향유하고 있고, 비장애 청소년들이 찾아 오는 것도 좋아한다. 월~금은 비어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 공간을 많이 베풀지 고민이다. 춤 연습하거나 영화 보는 것 외에는 잘 안 오더라. ‘꺼리’가 부족하다. 만화방 같은 컨셉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도 한다. 이 공간이 흥했으면 좋겠다.
황정란 : 거기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중3이지 않나. 다들 지역에 남나?
최은경 : 대부분 광양 마이스터고로 간다.
최석우 : 그게 정말 아쉽다. 자치 역량을 축적 시키고 싶다.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 청소년 활동가를 만들고 싶지만, 중2 중3 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때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니까 2년 정도 축적되고 그 이상이 어렵다. 그 중 몇 명이 구례에 남지만, 같이 팀 했던 친구들이 흩어지니까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그 아쉬움과 힘 빠짐이 있다.
이상직 : 구례 고등학교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 건가?
취석우 : 저희 아빠 세대 때도 다 순천으로 갔다. 제가 구례에 있을 때도 학부모님들 인식이 크다. 구례에 남으면 실패한다. 순천이라도 가야지. 그런 인식이 있다. 지역사회 고등학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다.
이상직 : 광양 마이스터고에는 어떤 평판이 있나?
최은경 : 취업률이 95%이다.
이상직 : 자연과학고가 그런 역할을 해야하는 데 못하는 거겠다.
최석우 : 구례고는 그나마 내신으로 좋은 대학을 간다는 희망이 있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1명 2명이다. 1등이 아니면 좋은 대학에 갈 수가 없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 가는 게 매리트였던 고등학교가 인식이 안 좋아지니 그 매력도 사라졌다. 갈수록 힘들어진다.
최은경 : 내가 10대라 하더라도, 이 시골에서 썩고 싶기보단 큰 물에 가서 놀고 더 많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길 거 같다. 나중에 회귀할 순 있지만, 나가봐야 여기가 좋은지도 안다.
이상직 : 내 딸이 학교를 때려치우고, 홈스쿨링 했다. 그때 딸이 아빠가 이상하다고 했다. 남들 대학 가라는데 왜 안 가도 되냐고. 아이들한텐 학교에서 주는 영향력이 정말 크다는 걸 느꼈다. 입시에 휘둘리지 말라는데, 아무리 집에서 그래도 학교의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구례고나 자연과학고에서 입시나 경쟁에서 이길 순 없지 않나. 다른 비전, 삶의 철학이 있어야겠다.
최석우 :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상직 : 마음이 아프겠다. 크면 다 떠나버리고.
황정란 : 노동인권 강사로 몇 군데 학교를 돌아다녔다. 순천, 광양, 담양 등. 구례 자연고도 갔는데, 돌아다녀 보니 창살 없는 감옥이다. 생기가 하나도 없다. 이 구조에 아이들을 이런 형태로 데리고 있는 게 맞나,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다들 병들어 죽겠다. 봉성신문에서 청소년 기자 활동으로 작년에 활동했는데, 자연고 1학년 두 친구가 빵집 순례를 해서 기사를 작성했다. 1학년 말이 되니까 벌써 자격증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기사를 더 쓸 수 없다고 하더라.
최은경 : 아까 말씀하신 일상의 감각을 깨우는 게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에게 소식지 그림을 그려달라고 제안하니까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된다고 하더라. 중학교에 가면서 변했다!
최석우 : 일상적으로 주변에 문제는 많다. 하지만 내가 다 할 수는 없다. 교육계에 있다 보니 거대한 담론만 마주한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주의다. 그 부분만큼은 변화가 있을 테니까. 나는 왜 구례로 돌아왔지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겪었던 따뜻함이었다. 좋은 어른 덕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이번에 청소년을 만나면서 느꼈는데, 다른 결이 있다. 용방이나 문척의 혁신학교에서 자기가 선택하고 기획하는 걸 한 번이라도 해봤던 청소년들은 소속감이 있다. 주도적으로 한다. 그러지 않은 친구들은 '떠먹여' 줘야 한다. 그래서 느꼈다. 내가 느꼈던 게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한 것이라는 걸. 이게 큰 힘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고, 한 번이라도 구례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하는 게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누군가는 구례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 거대담론을 마주하면 힘이 빠진다. 하지만 분명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본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고.
이기호 : 지방의 모든 곳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가 충격을 받았던 건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구례를 떠나는 거라고 하더라. 이게 현실이다. 해냄센터를 운영한다고 하면, 어떻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인지 고민했다. 단기적으로 될 건 아니지만, 뭔가 하나의 성취를 해보고 도전을 해봤던 아이들은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구례로 돌아올 수 있는 아이를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최근에 책을 썼다. 교육에 관한 책은 아니고, 지역에 관한 책이다.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을 살린다는 책이다.
황정란 : 거대담론도 이야기하면서 가야한다. 문척에서 자유로운 교육환경에 살다가 중학교의 통제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못 견뎌 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다. 코로나 정국이니까 더 통제가 강화됐다. 구례중 교사들과 이야기해서 논의하려니까 선생님들이 같이 논의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더라. 혁신교육, 마을학교, 마을공동체 이야기는 하지만 초중고가 다 단절되어 간다. 구례학이라던지, 구례교육과정 이야기를 하지만 현장에서 맥을 이어서 가고 있는가, 그런 것이 구축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직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하는 내적인 힘을 스스로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학교일 필요는 없다. 외곽에서 우리가 있는 공간이 가능성의 공간이다. 홍당무에서 발달장애 청소년이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할 힘을 얻는 게 중요한 활동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가끔 이렇게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게 필요한 거 같다.
정태연 : 벌써 시간이 늦었다. 이 자리는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는 단계인 거 같다. 구례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이,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진행 | 정태연
기록 | 하무
사진 | 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