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지역활동가 인터뷰/함양] 그런 마음가짐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면 - 채화석

2020-03-11

 

“제가 드린 토종씨앗 모종이 실패하더라도 괜찮아요. 제가 키우는 모종이니 더 심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죠. 일반 종묘상에서 산 모종과는 실패한 마음이 다르거든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그 마음가짐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함양토종씨앗모임_채화석

 


 

그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항상 쓰고 다니는 두건,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를 닮은 딸아이를 가진 남자 사람이다. (세 가지만으로도 당신은 함양읍 바닥에서 아! 저 사람이 채화석이구나 하고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참말이다!) 나 또한 함양에 귀촌하면서 그의 활동을 드문드문 볼 수 있었는데, 최근 함양토종씨앗모임 활동을 통해 그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를 함양읍 시민연대 사무실에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인터뷰 진행/정리 : 녹두 (풍년새우논 조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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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부산에서 신혼집을 차렸으나 부부는 시골살이를 희망했고, 함양에 사는 아내의선배가 인연이 되어 연고 없는 함양으로 귀촌하였다. 일을 추진한 아내보다 오히려 자신이 일찍 귀촌해 함양군 병곡면에 터를 잡았다. 그는 함양 농민회 사무처장과 경남 한살림 공동체 총무이자 함양토종씨앗 대표 등 주요 요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함양 농민회는 가장 오랫동안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사람과 농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농민회 활동은 뜸하다. 대신 한살림 생산자로 양파와 감자, 배 납품 등 농사일에 더 집중하고, 올해부터는 토종씨앗활동도 공을 들여 활동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사업’ 으로 그를 포함한 함양토종씨앗 조사단이 백전면을 돌며 토종씨앗조사를 시작하였다. 당시 사진을 찍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명목 하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는데 집집마다 방문을 두드리며 씨앗 조사를 하더라. 내가 놀란 점은 대뜸 찾아와 토종씨앗을 빌리는 이들에게 어느 누구 하나 귀찮은 기색 없이 씨앗을 내준 할머니들의 모습이었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앗은 베고 잔다고 하지 않았던 그 귀한 씨앗 아니던가!

 

“토종씨앗 이야기만 들었는데 실제 할머니들을 통해 들으니 더 마음에 와 닿았죠. 할머니들이 말씀하세요. 맛이 좋아서, 자식들이 좋아하니깐 몇 십 년 동안 키웠다는 거예요. 저희가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3월, 농부가 가장 바쁠 시기에 시작한 일이라 아쉬워요. 제가 농사를 지으니 잘 알죠. 운 좋게 집에 계신 할머니들을 만나도 바쁜 철이니깐 오래 말씀 나누기도 죄송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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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함양토종씨앗모임

 

상반기 씨앗 조사를 마치고 하반기도 작은강좌 사업을 이어받아 토종씨앗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백전면 씨앗 조사 때 얻은 씨앗으로 직접 모종을 키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누구 하나 모종값 주지 않고 토종작물을 받아 가는데 수고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제가 어차피 모종을 키우니깐 더 심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죠. 만약 그분들이 가지고 간 토종씨앗 모종을 실패하더라도 괜찮아요. 일반 종묘상에서 산 모종과 토종씨앗을 실패한 마음은 서로 달라요. 저 역시도 그랬거든요. 그 마음가짐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탁! 하고 내리쳤다. 맞다! 그 마음들이 모여 씨앗 한 알을 귀하게 여기고, 토종 가치를 알고 세상을 위한 마음이 모인다는 이치를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농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부산과 함양을 오가면 무형문화재 관련 활동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 부류가 언제나 인정받고 빛나는 시대지만, 내 주변에는 자신의 욕구와 에너지를 감추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치질 모르는 맑은 에너지를 가진 영혼들.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토종씨앗과 농사뿐 만 아니라 시민활동에도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함양군은 내년 함양산삼엑스포를 앞두고 1년 예산의 1/4를 이 행사에 말 그대로 쏟아 붓고 있다. 그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미 보았듯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행사와 이후 유지관리비를 걱정하고 있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최근 시민연대에서 시작한 함양의정감시단(이 또한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지원받은 사업이다.)에 대한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정감시단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생각해요. 지난 군수 선거처럼 모 군수가 3번이나 나왔다고 할머니들은 아이고 불쌍하다 하고 뽑아줘요. 함양처럼 학연, 지연이 심한 곳도 없어요. 농민회 활동을 해보니 보여요. 의정감시단을 통해 군수, 군의원들이 긴장하고 일을 제대로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토종씨앗뿐 만 아니라 의정감시단도 함께 연대하고자 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이후에도 그는 한동안 지역 관료주의 부정부패와 시민활동에 관한 의견을 풀어놓았다. (말을 듣는 중간에도 그는 딸과 눈동자가 닮았구나 하고 떠올렸다.) 이렇게 선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야말로 욕심 없이 농사짓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이번 토종씨앗 활동을 계기로 토종씨앗 판매와 교육 등을 계획하고, 함양군 시민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펼칠 생각이라는 채화석 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함양에서 다양한 활동과 계획을 가진 그의 행보를 지지하고 기대해 본다.

 

 

 

 


 

 

2018-19 활동보고서 <한발짝>

 

본 보고서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지리산권(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을 대상으로 2018년~2019년 동안 진행한 주요 사업과 활동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보고서의 내용과 시점은 2019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점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에는 지난 2년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2020년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현장성에 집중하여 지역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지리산권 활동가와 단체, 모임 등에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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