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작은변화활동가] "서로에게 든든한, 그래서 비밀 조직이어도 좋다" - 남원 김양오 활동가

2022-04-14

"서로에게 든든한, 그래서 비밀 조직이어도 좋다"

2020-2021 남원 작은변화활동가 김양오

 

 

“작은변화활동가는 비밀 조직 같아요. 한 달, 두 달에 한 번 지리산권에서 몰래 회합하고 각자 지역으로 파견되는 상해 임시 정부 조직원 같은 느낌이 있어요.”

 

 

활동가 소개

 

김양오 작은변화활동가는 남원에서 생활소비자협동조합, 해오라기 바윗골 마을모임, 남원역사연구회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2021년에는 남원의 17개 시민단체들의 네트워크 모임인 남원작은변화포럼 대표를 맡았다. 역사동화작가로 <도자기엔 핀 눈물꽃(2020, 빈빈책방)>과 <백 년 동안 핀 꽃(2021, 빈빈책방)>을 지었다.

 

 

주요 활동

 

‣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

2020 남원 역사와 사람에 대한 글쓰기

2021 남원작은변화포럼 (이야기모임, 정책설문조사, 남원작은변화포럼의 날)

2021 해오라기 바윗골 마을모임

 

‣ 활동가교육 지원사업

2021 남원 원로 국악인 전수 교육

 

‣ 일반지원 공모사업

2019 작은교육 / 해오라기 바윗골 마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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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작은변화활동가 워크숍에서 만난 김양오 활동가

 

 

 

김양오 활동가는 꽤 오랫동안 시민사회에서 활동해왔는데요, 남원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저는 오랫동안 활동가로 지냈어요. 남원으로 이주해서 10년 동안 생협(생활소비자협동조합) 활동을 했어요. 도시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한 게 많잖아요. 좋게 바꿔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활동하면서 좀 많이 바꿨거든요. 

 

그밖에도 문화해설사로 역사연구 활동과 노암동 해오라기 바윗골 마을모임 김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남원작은변화포럼이 만들어질 때 집행위원장으로 시작을 함께 했고, 작년에 대표를 맡게 되었어요.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는 어떤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되었나요? 2년 간의 활동 소감도 궁금합니다.

 

<시민공감> 유지선 대표를 돕는 차원에서 딱 1년만 하겠다고 했는데 2년이 지났네요. 작은변화활동가가 좋은 자극이 되었죠. 유지선 대표와 활동가 회의 갔다 오면서 우리는 변화를 위해서 어디에 있든, 뒤에서 도와주는 일이라도 끝까지 하자는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

남원 안에서만 활동하다보면 우리끼리 맨날 싸우고 힘들고 지치고 우물 안 개구리거든요. 지리산권 활동가들이 모여서 각자의 활동들을 얘기하다 보면 아주 신선해요. 젊은 활동가들에게 자극도 받고, 우리는 우리대로 선배로서 뒤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많이 얘기했어요.

 

 

작은변화활동가로 지낸 2년 동안 김양오 활동가는 다른 지역 젊은 활동가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받고 지리산권의 젊은 활동가들은 선배활동가들의 내공을 느꼈던 것 같다. 

 그동안 주머니 털어서 해 온 활동들을 작은변화지원센터의 공모사업과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으로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지만 6년차가 된 마을 활동은 코로나19로 조금 힘이 빠진 상태이고, 4년차로 접어든 남원작은변화포럼은 느슨한 연대에도 한계에 와 있다고 했다.

 

 

올해 17개 단체가 작은변화포럼에 참여하고 있는데 다들 일이 산더미인 단체잖아요. 단체 대표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모두 자기 코가 석자예요. 올해 20개의 이야기 모임을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9개 했어요.

 

 

 

2년 동안 즐거웠던 일은 없나요?

 

많죠. 저는 계속 활동가로서 살고 있기 때문에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로서의 일만 특정지어서 얘기할 수 없지만 작년에 활동지원금으로 역사와 사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재미있었어요. <김양오의 인터뷰 : 남원의 인물을 만나다>로 남원의 시민사회활동가를 인터뷰했어요. 이런 일을 좋아하거든요. 20대부터 인터뷰하고 글 쓰는 일을 간간히 했었어요. 집에서 정리하면 작품이 되고 활동하는 겉모습만 슬쩍 보기보다 깊이 얘기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왔는지 들어보면 재밌잖아요. 그렇게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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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활동백과 인터뷰를 위해 남원의 몽심재에서 만난 김양오 활동가

 

 

 

활동가 김양오에게 남원은 어떤 곳인가요?

 

남원은 정~말 대단한 곳이에요.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적으로, 먹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도 엄청 대단한 내공이 있는 곳이죠. 지금 정치 세력과 행정이 그걸 전혀 못 살리고 있는 정말 안타까운 도시이기도 하죠. 그래서 시민운동가들이 늘 안타까워해요.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남원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어요. 시민사회에도 의회에도 사람이 없어요. 문화, 예술, 정치 모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 중 남원 출신이 많은데 남원에 없는 거예요. 다 떠나고. 제가 요즘 제일 많이 얘기하는 게 ‘남원에 희망이 있어?’예요.

 

 

 

작은변화지원센터가 4년 동안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 왔어요. 남원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작은변화활동가로 ‘사람을 지원하는’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을 엮어 낸 것 아닐까요? 지리산을 두고 흩어져 있었던 사람들을 이렇게 모아서 엮어냈잖아요. 그렇게 엮인 사람들이 같이 하다가 ‘안 할래’ 하는 마음이 들어 나갈 수도 있는데 못 나가잖아요. 사람들이 남아있는 것도 큰 성과죠.

 

‘사람을 지원하는’ 건 우리가 늘 요구해 온 거예요. 시나 의원들 만날 때마다. 사업은 하라고 하면서 사업비에 인건비가 없어요. 그동안 우리는 무료로 일을 해 왔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수십 년이에요. 그런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은 너무 신선하잖아요. 그래서 너무 고마웠어요. 제 첫 책 <도자기에 핀 눈물꽃>이 나왔을 때 되게 감사했어요. 강의를 주로 하는 저는 겨울이 보릿고개예요. 그 3개월 동안 활동비 지원이 정말 든든했어요. 지금도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계속 꾸준히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작은변화지원센터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 역할을 언론이 해 주면 좋은데 남원에는 제대로 된 지역 언론이 없어요. <시민공감> 유지선 대표와 우리 남원의 제대로 된 지역 신문을 하나 만들자는 얘기도 하고 있어요. 우리 세대에서는 소식지로 끝날 수 있지만 10년 뒤를 보고 시작해 놓으면 나중에 후배들이 그렇게 만들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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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함께 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남원 만인만북 문화제>를 기획한 김양오 활동가 / 김양오 제공

 

 

 

작은변화활동가를 지리산권 주민들,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저는 공식적으로 남원작은변화포럼 대표나 해오라기 바위골 모임 반장으로 소개하지, 작은변화활동가라고 하지 않아요. 제 주변에 작은변화활동가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질문하는 사람들도 없어요.

 

작은변화활동가는 약간 비밀 조직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지리산권에서 몰래 회합하고 각자 지역으로 파견되는 상해 임시 정부 조직원 같은 느낌이 있어요. 서로에게 든든하게, 평생 발을 빼면 안 되는 그런 비밀 조직. 그러니까 굳이 드러낼 필요 없어요. 대신 내실을 단단히 해야죠.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돈이나 지원을 받지 않아도 우리의 관계는 계속 유지되어야죠.

 

김양오 활동가는 작은변화활동가가 끈끈하게 지리산권의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목표를 둔 사람들의 비밀 조직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야 스스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고. 그런 측면에서 작은변화지원센터가 활동가들의 동지의식을 심어주는 데는 조금 부족했다고 했다. 

 

돈은 쓰고 나면 안 남아요. 만나는 건 자주일수록 좋아요. 그래야 끈끈해지고 내가 이 사람들과 같이 뭔가 하고 있구나, 나의 조직원들이구나 생각하죠. 이게 동지의식이잖아요. 동지의식을 심어줘야죠. 비밀 조직의 동지의식(웃음).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꼬박꼬박 만나야 해요. 2020년에는 한 달에 한 번 만났는데 2021년은 분기에 한 번씩 만났어요. 그러면 얼굴 잊어버려요. 그나마 SNS라도 하니까 함양의 사사(김현임 활동가)나 최홍성미 활동가 근황을 알죠. 

자주 만나야해요. 그래야 에너지도 얻고.

 
 

 

지리산권 활동가들을 만나면 에너지도 얻고 신선한 자극도 받았다고 했는데요, 2년 동안 가장 인상적인 활동가나 활동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산청 이종혁 활동가의 미소가 너무 좋잖아요. 산청에서 만나 결혼한 정푸른 활동가와 서로 도우면서 아끼고 칭찬해주면서 알콩달콩 생활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양오 활동가는 한마디로 불꽃같은 사람이죠. 호기심도 많고요. 동료 활동가는 ‘김양오는 닫혀 있는 문은 모조리 열어보는 사람’이라고 농담처럼 말했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은 정말 온 열정을 다 쏟으세요. 그 일을 될 수 있게, 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고 그런 에너지와 열정으로 남원에서 많은 일들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삼일절 100주년 행사인 만인만북도 그렇고, 그 이후 남원역사연구회 등 지역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조직하고 이어가는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지요.  

 

요즘 이 불꽃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자신의 에너지를 좀 더 소중히 하면 어떨까 싶구요. 유연하게 길게 보는 관점으로 지역 안에서 자신의 활동을 이어가면 좋겠어요. 우리와 함께라면 더욱 좋고요.

 

 

글 | 이경원

기획/진행 | 이현주

 

 

이경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일에 기꺼이 손을 빌려주는 프리랜서 라이터로 <논밭생활백과> , <오고생이 제주로>, <청송에서 쉼표, 농촌에서 느낌표>, <우리는 사회적 농업을 합니다> 등 지역기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록하며 연결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현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업국장으로 2020년~2021년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현재 지리산권 농부들의 일과 삶을 기록하는 <논밭생활백과>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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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 보고서 <윤슬>

 

 

‘이웃이 이웃을 돕는다’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설립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이웃이 이웃을 돕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이웃이 이웃을 돕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과 흐름이 만나 변화의 주체인 한 명 한 명의 사람을 지원하는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은 지리산권 지역당 2~3명의 활동가, 총 14명의 활동가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지원했습니다. 활동가의 선정과정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진행되었습니다. 센터와 아름다운재단 그리고 지역협력파트너, 센터와 관계 맺은 풀뿌리 활동가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와 의견을 통해 지리산권에 필요하고 요구되는 활동가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을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의제에 대해서 노련한 역량으로 이야기를 모으고 활동과 실천으로 이어가는 분부터 지역사회에서 이제 막 자신의 목소리와 활동을 시작한 분들까지.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시민사회의 분위기와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고자 했습니다. 처음 시도되는 이 사업에 뜻을 함께하고 제안을 수락한 분들이 지금의 작은변화활동가들입니다.

 

지원사업은 활동가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활동비 지원, 지역의 흐름과 활동의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사업비 지원을 큰 줄기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성장과 학습, 네트워크를 위한 교육, 워크숍 지원도 함께였지만, 무엇보다 본 사업의 핵심은 센터의 노하우와 역량, 노력이 들어간 교류와 협력 지원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지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응원이 필요할 때 늘 함께하는 동료이자 지지자로 활동가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두 번의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활동가들과 지역의 희로애락을 같이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로 대면 만남이 어려운 위기도 있었지만 되도록 얼굴을 보고 만나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묻고, 일상을 공유하며, 같이 웃고 함께 화낸 시간이 그렇게 쌓였습니다.

 

이 보고서의 부제는 ‘윤슬: 서로 만나 함께 빛나는 사람들’입니다. 물빛도 햇빛을 만나야 반짝이며 빛이 납니다. 지난 2년간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존재를 확인하고 연결되며 함께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같이 빛나고 반짝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게 해준 14명의 활동가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의 활동과 행보에도 지지와 응원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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