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행사[지리산포럼2020] 10/17 기후변화와 지리산 #3 -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방법

2020-11-30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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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기후변화와 지리산 #3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방법 - 감자, 온빛, 아라, 하무, 상이 (지리산게더링)

 

<지리산게더링>은 생태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이들을 위한 게더링(Gathering)입니다. 지리산 자연 속에서 순환 가능하며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그리고 즐거운 캠프를 지향합니다. 한 달 동안 열리는 게더링을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관계 맺으며,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을 상상하는 활동을 공유합니다. 

 



지리산게더링의 시작 - 감자

 

“서울과 제주에서 살다가 2018년 11월, 부모님의 장기여행으로 우연히 집(하동)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20대 후반의 불안과 두려움을 매일 매일 만나는 지리산 풍경에 조금씩 치유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곳이 정말 아름답고 좋은 곳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3개월 후, 댐공사로 우리집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댐반대운동을 하면서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역 활동가들도 만나고, 그동안 살면서도 몰랐던 하동 화력발전소 주민들의 고통스런 삶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우리집이 수몰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이 분들의 삶을 연결 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친구들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자연과 사람, 커뮤니티가 연결될 수 있을까?’, ‘새로운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하고 실험을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하게 서로 연결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지리산게더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안전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지리산게더링 만들기 - 온빛

 

 

- 우리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출신, 연령, 성별,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 없이 동등합니다. 워크숍 기간 동안 성별/장애/연령 등에 기반한 소수자 혐오 발언이나 행동을 할 경우 퇴장당할 수 있습니다. 혐오 발언은 무지개 반사!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스태프에게 알려주세요.

 

- 지리산 게더링에서는 동물권을 존중하고,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비건(완전채식)으로 요리하기를 제안합니다. 워크숍 기간 동안 식사 준비는 다 함께 돌아가며 요리합니다. 참가비 대신 요리 재료를 받으니 냉장고나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재료를 아낌없이 가져와주세요. 제철을 맞은 각종 채소와 과일, 쌀, 건조식품, 면류 모두 좋습니다. 가공식품인데 비건이면 더욱 좋습니다. 각종 양념류도 대환영입니다. 단, 공장식 축산/어업의 결과물은 단호히 거절하니 가져오지 말아주세요. 

 

(<즐거운 캠프가 되기 위한 약속문> 중)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캠프를 어떻게 만들지 워크샵을 하면서 ‘안전한 장’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안전한 장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면서 젠더와 비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캠프를 열기 전에 한 달에 한 번씩 워크샵을 하면서 <즐거운 캠프가 되기 위한 약속문>을 만들었어요. 작지만 이런 언어와 문구로 참여자에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공간, 특히 화장실에 우리의 가치를 반영해볼 수 있을까 얘기 나누면서 모두가 존중받는 평등한 생태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비건을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되었어요. 다른 지역 게더링에 참여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들이 너무 좋지만 밥만 먹어야 하는 순간도 있었어요. 거기서 ‘우리가 만드는 캠프에서는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식탁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우리의 약속문에는 ‘냠짭꺽 맛있는 비건요리’에 대한 안내도 들어가게 되었어요.

 

캠프를 준비하면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지리산게더링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젠더와 비건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는 캠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지리산게더링

 

 

불과 똥을 이야기하는 두 번의 워크샵 - 아라

 

“구례에 살고 있는 조아라입니다. 지리산게더링 두 번의 워크샵에 대해 얘기할게요. 4월에 지리산게더링을 기획하면서 본 캠프를 9월에 시작하기로 하고, 캠프 전에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화덕을 만드는 워크샵을 했어요. 불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불이 있으면 부엌이 되고 요리가 만들어지잖아요. 사람을 모으기 위해 모두의 부뚜막 포스터도 만들고, 2박 3일 동안 화덕을 만들고, 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게더링을 할 감자네 계곡에서 구한 버려진 의자와 재료들로 창의적이고, 원시적이고, 간지 나는 화덕이 만들어졌어요. 부엌으로 사용할 공간은 포대자루가 쌓여 있는 벽에 흙을 발라 안전한 벽을 만들고, 선반도 만들었어요.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두 번째 워크샵에서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순환하는 똥과 퇴비이야기를 나눴어요. 세계의 생태공동체를 다니는 친구의 똥에 대한 이야기, 생태 퇴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화장실을 리모델링해 흙이 되는 퇴비간을 만들었어요.

 

우리의 일상에서 가스렌지를 켜면 불이 생기고,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면 끝이지만  저에게는 이 워크샵이 한번쯤 생태흐름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리산게더링에 가면 무엇을 하나요?’ - 하무

 

“이 질문에 특별히 무언가를 하진 않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라고 답합니다. 지난 9월, 아주 조심스럽게 최대한 저밀도로 야외에서 5명 내외 인원이 상주하는 게더링을 시작했습니다. 이 땅에서 자연과 더불어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굿도 했고요.

 

<지리산게더링>은 모여서 밥 먹고, 똥 싸고, 떠드는, 평화롭고 충만이 감도는 시공간입니다. 우리는 텃밭을 만들고, 자연과 교감을 나누고, 물놀이도 하면서 자연스러움을 수용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먹고 놀면서 관계를 만들기도 했지만 지리산을 둘러싼 많은 개발 사업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행동하고 지역 주민들의 일터에서 일을 돕기도 했어요. 장터에 나가서 물건도 팔았네요.

 

신기하게도 화학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듯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어요. 게더링을 처음 시작할 때 촘촘하게 세운 계획이 없었지만 모이고 싶은 사람이 모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일들이 나타나는 근사한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해도 되겠구나.’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리산게더링의 고민 - 상이

 

“9월 20일에 지리산게더링을 시작하고 지금 한 달이 되었어요.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첫 번째 게더링을 마무리중인데요, 우리의 고민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먼저 먹거리 자립입니다. 작은 텃밭을 만들었지만 지리산 곳곳에 흩어져 살고, 각자 일이 있다 보니 텃밭이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식량은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으로 구입하거나 참가자들이 가져온 먹거리로 해결했어요. 내년에는 어떻게 식량자급을 할 수 있을지 고민중이예요. 텃밭을 크게 만들거나, 지역에서 농사짓는 곳을 찾아 노동력을 제공하고 농산물을 받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어요.

 

두 번째는 에너지 자립이에요. 지금은 전기를 사용하고 냉장고도 사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태양광 발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사용한 나무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나무를 심어야 하나? 생각도 해봤어요.  

 

게더링을 처음 시작할 때 지리산권, 남도권에서 생태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과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이제는 연결의 확장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연결이 필요하니까요. 또 <지리산게더링>이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이 모여 생태적 삶을 실험하는 장으로 기능하면 좋겠어요. 동료들과 함께 즐겁고 풍요롭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건 지리산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요. 우리를 품어주는 지리산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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