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
10/18 해외 로컬 사례 탐구 #1 마을의 진화 : 일본의 시골마을 기미야마에서 만난 로컬의 미래 - 조희정(<마을의 진화> 역자 /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인구 5천명의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즐거움에 집중하고 충분한 동의에 기반하여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로컬의 진화 조건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게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소개하여 기분 좋은 변화의 동력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
정치학에서는 주로 제도, 의회, 선거를 연구한다. 정치학자로 IT 선거운동을 연구하면서 디지털노마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디지털노마드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니 지역이라는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게 되었다. 강원, 제주, 일본을 중심으로 3년 동안 연구를 해 왔고, 계속 연구 중이다. 강원과 제주는 IT 기업들이 많이 분포해 청년들의 진입하기 좋은 환경이다. 다양한 창업형태가 존재해 연구할 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일본은 행정구조가 우리나라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면서도 시기적으로 창업의 흐름이나 사회적기업 창업층의 고연령화 현상은 우리보다 빠른 편이다.
ⓒ반비 / 책 「마을의 진화」
가미야마 마을의 진화
「마을의 진화」는 아사히신문 기자가 일본 가미야마 지역의 플레이어 100명을 인터뷰하고 재구성한 책이다. 2년 전만해도 일본은 로컬에 관한 책들이 에세이에 치중되어 있었다. 단행본으로 지역사회를 다룬 사례는 ‘가미야마’와 ‘히가시가와’2개 지역 정도였다. 홋가이도에 소재한 히가시가와는 도쿄의 사진관과 협력해 사진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사진문화와 비쥬얼아트에 특화된 도시가 되었다. 가미야마 마을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사람들과 원격 근무 등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인구수 5000명의 시골마을이다. 통합마을로 인구가 분산되어 실제 다운타운의 규모는 작은 편이다.
책 번역과 현장감 있는 지역연구를 위해 가미야마를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한 마을이 바뀌는데 있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20년, 비전을 보기까지는 3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사람의 성장과정과 비슷하다. 변화는 생명체가 적응하는 과정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긴 호흡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공장식 마을진화는 맞지 않다.
가미야마 마을의 진화는 1991년 자발적인 이벤트에서 시작된다. 관심 있는 사람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해외 교류로 이어진다. 시민 중심에서 공공기관의 행정력이 결합하고 비영리기관도 설립하게 된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사업은 전문예술가의 선점이 아닌 장르의 해제, 주민들의 선택과 참여 형태로 운영되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시 밖 분산의 이슈가 대두하면서 2010년에는 1호 위성사무실을 유치했다. 코워크 스페이스, 청년대상 교육과정 개설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과정도 있다. 가미야마의 진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갖춘 창업전문학교 개교를 준비 중이다.
ⓒ바라봄 사진관
가미야마에 발견한 로컬의 미래에 필요한 것들
가미야마 사례에서 마을의 진화에 필요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한다.
먼저 가치의 전환이다. 지역소멸은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의 걱정거리다. ‘어차피 망할 거라면 즐겁게 망하자’는 창조적 과소가 오히려 의미 있는 마을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창업과정과 마을 만들기의 시작은 즐겁지만 지속될수록 문제와 갈등이 발생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업 지속성을 고민하고 운영체계를 전환하는 노력이 마을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운영체체로의 전환이다. 후원에 의존하는 시민단체의 시대는 끝났다. 운영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1(정부), 2(기업), 3(비영리) 섹터가 아닌 민간주도와 현장성을 갖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4섹터가 등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재생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가미야마에는 청년과 외국인을 품는 마을과 사람들이 있었다. 그 주민들이 시간이 걸려도 직접 지방재생계획을 만들었다. 수제맥주와 삼나무로 만든 목기 등 지역 스토리가 있는 제품으로 그들만의 로컬리티(locality)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공감자본주의와 가치 소비가 앞으로 로컬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역에 사람을 모이게 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먼저 고민한다. 일자리를 지역에서 만들 수 없다면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을 부르고 가미야마의 공동주택처럼 살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을 고민하자.
ⓒ조희정 / <일본의 시골마을 기미야마에서 만난 로컬의 미래> 발표자료 중
로컬벤처생태계는 환경(정책), 행위자(주체), 자원(방식)의 영역에서 다양한 그룹과 구성원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사람을 바라보는 원주민과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이주민들과의 소통과 로컬 자원을 어떻게 발굴하고 새로운 상품, 서비스로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 로컬벤처는 정주인구나 단기 관광객이 아닌, 그 지역에 애착을 가진 관계인구와 지역자원을 공유하고 로컬리티를 반영한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적용해볼 만하다. 주민자산화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자원으로 로컬서비스를 안착시키고 자립하는 마지막단계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로컬벤처, 신지방경제, 공감자소본주의, 더블로컬, 관계인구 등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단행본들과 로컬매거진들이 지속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정책, 창업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지역은 지방이 아닌, 삶의 공간이란 의미로 변해야 한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10/18 해외 로컬 사례 탐구 #1
마을의 진화 : 일본의 시골마을 기미야마에서 만난 로컬의 미래
- 조희정(<마을의 진화> 역자 /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인구 5천명의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즐거움에 집중하고 충분한 동의에 기반하여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로컬의 진화 조건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게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소개하여 기분 좋은 변화의 동력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정치학에서는 주로 제도, 의회, 선거를 연구한다. 정치학자로 IT 선거운동을 연구하면서 디지털노마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디지털노마드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니 지역이라는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게 되었다. 강원, 제주, 일본을 중심으로 3년 동안 연구를 해 왔고, 계속 연구 중이다. 강원과 제주는 IT 기업들이 많이 분포해 청년들의 진입하기 좋은 환경이다. 다양한 창업형태가 존재해 연구할 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일본은 행정구조가 우리나라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면서도 시기적으로 창업의 흐름이나 사회적기업 창업층의 고연령화 현상은 우리보다 빠른 편이다.
ⓒ반비 / 책 「마을의 진화」
가미야마 마을의 진화
「마을의 진화」는 아사히신문 기자가 일본 가미야마 지역의 플레이어 100명을 인터뷰하고 재구성한 책이다. 2년 전만해도 일본은 로컬에 관한 책들이 에세이에 치중되어 있었다. 단행본으로 지역사회를 다룬 사례는 ‘가미야마’와 ‘히가시가와’2개 지역 정도였다. 홋가이도에 소재한 히가시가와는 도쿄의 사진관과 협력해 사진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사진문화와 비쥬얼아트에 특화된 도시가 되었다. 가미야마 마을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사람들과 원격 근무 등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인구수 5000명의 시골마을이다. 통합마을로 인구가 분산되어 실제 다운타운의 규모는 작은 편이다.
책 번역과 현장감 있는 지역연구를 위해 가미야마를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한 마을이 바뀌는데 있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20년, 비전을 보기까지는 3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사람의 성장과정과 비슷하다. 변화는 생명체가 적응하는 과정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긴 호흡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공장식 마을진화는 맞지 않다.
가미야마 마을의 진화는 1991년 자발적인 이벤트에서 시작된다. 관심 있는 사람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해외 교류로 이어진다. 시민 중심에서 공공기관의 행정력이 결합하고 비영리기관도 설립하게 된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사업은 전문예술가의 선점이 아닌 장르의 해제, 주민들의 선택과 참여 형태로 운영되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시 밖 분산의 이슈가 대두하면서 2010년에는 1호 위성사무실을 유치했다. 코워크 스페이스, 청년대상 교육과정 개설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과정도 있다. 가미야마의 진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갖춘 창업전문학교 개교를 준비 중이다.
ⓒ바라봄 사진관
가미야마에 발견한 로컬의 미래에 필요한 것들
가미야마 사례에서 마을의 진화에 필요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한다.
먼저 가치의 전환이다. 지역소멸은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의 걱정거리다. ‘어차피 망할 거라면 즐겁게 망하자’는 창조적 과소가 오히려 의미 있는 마을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창업과정과 마을 만들기의 시작은 즐겁지만 지속될수록 문제와 갈등이 발생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업 지속성을 고민하고 운영체계를 전환하는 노력이 마을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운영체체로의 전환이다. 후원에 의존하는 시민단체의 시대는 끝났다. 운영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1(정부), 2(기업), 3(비영리) 섹터가 아닌 민간주도와 현장성을 갖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4섹터가 등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재생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가미야마에는 청년과 외국인을 품는 마을과 사람들이 있었다. 그 주민들이 시간이 걸려도 직접 지방재생계획을 만들었다. 수제맥주와 삼나무로 만든 목기 등 지역 스토리가 있는 제품으로 그들만의 로컬리티(locality)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공감자본주의와 가치 소비가 앞으로 로컬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역에 사람을 모이게 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먼저 고민한다. 일자리를 지역에서 만들 수 없다면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을 부르고 가미야마의 공동주택처럼 살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을 고민하자.
ⓒ조희정 / <일본의 시골마을 기미야마에서 만난 로컬의 미래> 발표자료 중
로컬벤처생태계는 환경(정책), 행위자(주체), 자원(방식)의 영역에서 다양한 그룹과 구성원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사람을 바라보는 원주민과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이주민들과의 소통과 로컬 자원을 어떻게 발굴하고 새로운 상품, 서비스로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 로컬벤처는 정주인구나 단기 관광객이 아닌, 그 지역에 애착을 가진 관계인구와 지역자원을 공유하고 로컬리티를 반영한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적용해볼 만하다. 주민자산화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자원으로 로컬서비스를 안착시키고 자립하는 마지막단계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로컬벤처, 신지방경제, 공감자소본주의, 더블로컬, 관계인구 등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단행본들과 로컬매거진들이 지속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정책, 창업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지역은 지방이 아닌, 삶의 공간이란 의미로 변해야 한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