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
10/19 로컬과 사회적경제 #2 공정무역이 연결하는 글로벌 푸드시스템과 밥상의 정의 -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세계의 무역 질서가 내 밥상을 건드린다.” 마트와 할인점의 무수히 많은 식품속에서 무엇이든 비교하고 고를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그 매대는 철저하게 공급자와 자본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글로벌푸드시스템에 도전을 던지는 공정무역의 활동을 알아보고, 로컬푸드와의 연계와 이를 통해 그려보는 '정의로운 밥상'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
누가 농민의 몫을 빼앗아 가는가
먹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힘을 갖고 있는가’ 즉, 결정권에 관한 것이다.
밭에서 자란 농산물이 판매되기까지를 상상해보자. 대형마트 MD는 판매대에 진열할 수량을, 운송자는 포장단위와 포장재를, 대량수확용 기계설계자는 수확할 농산물 크기를 고려한다. 이 과정은 결국‘어떤 종자를 사용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종자에서 유통사로 이어지는 긴 벨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에서 누가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지가 21세기 식품산업의 중요한 질문거리다.
‘누가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느냐, 과연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가’에 대해 공정무역에서도 많은 연구와 논의를 해 왔다.
한국의 소비자는 대형마트에서 미얀마 로힝야 난민어린이가 태국에서 잡고 깐 새우를 구입해 먹는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바나나, 파인애플 등 개발도상국의 농산물이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되었다.
맛있고 값싼 과일, 식재료가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과연 공정할까? 삼각무역의 대표적 작물인 설탕, 커피, 카카오는 과거 왕과 귀족만이 먹을 수 있던 귀한 음식이었다. 산업과 기술의 발달은 돈이 있으면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이 변화를 진보라고 생각하지만 진보의 밥상, 진보적인 식생활은 공정하지 않다. 식품체계를 떠받치는 불공정한 무역관행, 대형마트 중심의 권력 집중현상으로 벨류체인의 뒷단은 억압받고 있다.
ⓒ바라봄 사진관
공정한 거래에는 협상의 자리가 있다
처음 공정무역이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농가와 직접 거래합니다’라는 메시지로 큰 호응을 얻었다. ‘과연 직접무역이 공정무역일까?’ 답은 ‘아니다.’
직접무역, 공정한 거래의 진짜 의미는 생산자와 구매자가 함께 논의하는 협상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소농에게 협상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다른 기업들과 협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것이 공정무역이 추구하는 직접무역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좋은 품질과 거품 없는 가격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누가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대부분의 먹거리를 유통매장에서 구입한 가공품으로 소비한다. 미국 먹거리체계의 모래시계를 살펴보면 3억 명 이상의 소비자와 220만개의 농장 사이에 식품가공 및 제조업체, 식품도·소매업체가 연결되어 있다. 농산물이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 유통업체로 이어진 작은 시장, 좁은 길을 통과해야 한다. 작은 시장, 좁은 길 위에 있는 소수의 기업들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진다. 투입제 공급업체(종자, 비료, 제초제, 기계)의 결정에도 대형마트의 힘이 작용한다. 규모의 경제 사회에서 토종종자와 유기농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거대기업 몬산토는 종자를 팔기 위해 개발도상국 농부와 농가를 대상으로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모래시계와 유사하지만 쿠팡, 카카오, 마켓컬리 등이 등장하면서 최근 약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먹을 것을 우리가 결정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최고를 먹고 있다 착각하며 산다.
TV를 켜보자. 홈쇼핑에서 크릴새우를 팔 때 다른 채널에서는 쇼닥터가 크릴새우의 효능을 설명한다. 유명 쉐프가 나와 크릴새우요리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동시에 방송된다. 우리는 크릴새우를 먹지 않으면 건강을 잃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편에서는 크릴새우를 먹으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기후변화를 촉진시킨다는 정보가 쏟아진다. 우리는 TV나 매체에 노출된 정보와 마케팅에 혼란스러워하면서 먹거리주권을 지키거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바라봄 사진관
비싸면 안 드셔도 됩니다.
대신 불공정한 것도 먹지 말아 주세요.
우리가 구입하는 수많은 브랜드는 소수의 제조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GMO에 찬성하고, 개발도상국 분유사건과 어린이 노예노동 등 횡포를 저지른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는 CSR, CSV의 선두주자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공정무역 도입초기 착한 소비를 내세운 아름다운 커피가 직면했던 도전은 대기업 제품보다 가격이 3배 이상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이었다.
거래는 공정한 것이 정상이다. 거래의 뒷면에 존재하는 노동자 착취와 불공정한 거래를 외면하고 싸게 많이 만드는 것, 시장을 넓게 장악하는 것을 실력이라 인정해서는 안 된다. 공정무역기업은 기업의 성장 못지않게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윤리적이고 착한 소비운동에 머물 것이 아니라 불공정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로컬의 농부, 식품 벨류체인에 있는 동료들과 연대해야 한다.
2008년 11월, 대우가 식량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마다가스카르의 생산성 있는 땅(농지)의 절반을 99년간 무상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2009년 6월 계약은 파기된다. 마다가스카르의 정치 위기는 땅에 대한 욕망, 자본 논리를 관철시키는 땅을 갖고자 해서 생긴 것이다.
글로벌푸드시스템의 자본이 외연적으로 팽창했을 때 최종적으로 남의 땅을 뺏는 것, 생산성 높은 토지를 헐값에 장기, 무기 임대 계약하는 랜드그라빙(Land Grabing, 토지수탈은)으로 나타난다. 당사국의 식량 문제를 해결에 기여하기 보다는 생산물을 바이오 디젤, 가축 사료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수출시장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 자본이 내부로 응축했을 때는 자본의 논리로 설계된 시스템으로 우리의 먹거리가 결정되는 ‘몸의 식민지화’로 나타난다.
사회적 경제가 대안적 경제로 뿌리를 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착하다’에서 벗어나 기존 체제와 산업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이제는 윤리적 소비와 함께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회정치적인 맥락과 흐름을 파악하고, 중앙집권화된 결정에 대항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기 위해 로컬과 개발도상국의 농부, 소비자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도록 연대해야 해야 한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10/19 로컬과 사회적경제 #2
공정무역이 연결하는 글로벌 푸드시스템과 밥상의 정의
-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세계의 무역 질서가 내 밥상을 건드린다.” 마트와 할인점의 무수히 많은 식품속에서 무엇이든 비교하고 고를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그 매대는 철저하게 공급자와 자본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글로벌푸드시스템에 도전을 던지는 공정무역의 활동을 알아보고, 로컬푸드와의 연계와 이를 통해 그려보는 '정의로운 밥상'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누가 농민의 몫을 빼앗아 가는가
먹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힘을 갖고 있는가’ 즉, 결정권에 관한 것이다.
밭에서 자란 농산물이 판매되기까지를 상상해보자. 대형마트 MD는 판매대에 진열할 수량을, 운송자는 포장단위와 포장재를, 대량수확용 기계설계자는 수확할 농산물 크기를 고려한다. 이 과정은 결국‘어떤 종자를 사용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종자에서 유통사로 이어지는 긴 벨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에서 누가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지가 21세기 식품산업의 중요한 질문거리다.
‘누가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느냐, 과연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가’에 대해 공정무역에서도 많은 연구와 논의를 해 왔다.
한국의 소비자는 대형마트에서 미얀마 로힝야 난민어린이가 태국에서 잡고 깐 새우를 구입해 먹는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바나나, 파인애플 등 개발도상국의 농산물이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되었다.
맛있고 값싼 과일, 식재료가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과연 공정할까? 삼각무역의 대표적 작물인 설탕, 커피, 카카오는 과거 왕과 귀족만이 먹을 수 있던 귀한 음식이었다. 산업과 기술의 발달은 돈이 있으면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이 변화를 진보라고 생각하지만 진보의 밥상, 진보적인 식생활은 공정하지 않다. 식품체계를 떠받치는 불공정한 무역관행, 대형마트 중심의 권력 집중현상으로 벨류체인의 뒷단은 억압받고 있다.
ⓒ바라봄 사진관
공정한 거래에는 협상의 자리가 있다
처음 공정무역이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농가와 직접 거래합니다’라는 메시지로 큰 호응을 얻었다. ‘과연 직접무역이 공정무역일까?’ 답은 ‘아니다.’
직접무역, 공정한 거래의 진짜 의미는 생산자와 구매자가 함께 논의하는 협상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소농에게 협상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다른 기업들과 협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것이 공정무역이 추구하는 직접무역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좋은 품질과 거품 없는 가격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누가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대부분의 먹거리를 유통매장에서 구입한 가공품으로 소비한다. 미국 먹거리체계의 모래시계를 살펴보면 3억 명 이상의 소비자와 220만개의 농장 사이에 식품가공 및 제조업체, 식품도·소매업체가 연결되어 있다. 농산물이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 유통업체로 이어진 작은 시장, 좁은 길을 통과해야 한다. 작은 시장, 좁은 길 위에 있는 소수의 기업들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진다. 투입제 공급업체(종자, 비료, 제초제, 기계)의 결정에도 대형마트의 힘이 작용한다. 규모의 경제 사회에서 토종종자와 유기농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거대기업 몬산토는 종자를 팔기 위해 개발도상국 농부와 농가를 대상으로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모래시계와 유사하지만 쿠팡, 카카오, 마켓컬리 등이 등장하면서 최근 약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먹을 것을 우리가 결정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최고를 먹고 있다 착각하며 산다.
TV를 켜보자. 홈쇼핑에서 크릴새우를 팔 때 다른 채널에서는 쇼닥터가 크릴새우의 효능을 설명한다. 유명 쉐프가 나와 크릴새우요리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동시에 방송된다. 우리는 크릴새우를 먹지 않으면 건강을 잃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편에서는 크릴새우를 먹으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기후변화를 촉진시킨다는 정보가 쏟아진다. 우리는 TV나 매체에 노출된 정보와 마케팅에 혼란스러워하면서 먹거리주권을 지키거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바라봄 사진관
비싸면 안 드셔도 됩니다.
대신 불공정한 것도 먹지 말아 주세요.
우리가 구입하는 수많은 브랜드는 소수의 제조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GMO에 찬성하고, 개발도상국 분유사건과 어린이 노예노동 등 횡포를 저지른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는 CSR, CSV의 선두주자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공정무역 도입초기 착한 소비를 내세운 아름다운 커피가 직면했던 도전은 대기업 제품보다 가격이 3배 이상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이었다.
거래는 공정한 것이 정상이다. 거래의 뒷면에 존재하는 노동자 착취와 불공정한 거래를 외면하고 싸게 많이 만드는 것, 시장을 넓게 장악하는 것을 실력이라 인정해서는 안 된다. 공정무역기업은 기업의 성장 못지않게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윤리적이고 착한 소비운동에 머물 것이 아니라 불공정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로컬의 농부, 식품 벨류체인에 있는 동료들과 연대해야 한다.
2008년 11월, 대우가 식량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마다가스카르의 생산성 있는 땅(농지)의 절반을 99년간 무상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2009년 6월 계약은 파기된다. 마다가스카르의 정치 위기는 땅에 대한 욕망, 자본 논리를 관철시키는 땅을 갖고자 해서 생긴 것이다.
글로벌푸드시스템의 자본이 외연적으로 팽창했을 때 최종적으로 남의 땅을 뺏는 것, 생산성 높은 토지를 헐값에 장기, 무기 임대 계약하는 랜드그라빙(Land Grabing, 토지수탈은)으로 나타난다. 당사국의 식량 문제를 해결에 기여하기 보다는 생산물을 바이오 디젤, 가축 사료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수출시장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 자본이 내부로 응축했을 때는 자본의 논리로 설계된 시스템으로 우리의 먹거리가 결정되는 ‘몸의 식민지화’로 나타난다.
사회적 경제가 대안적 경제로 뿌리를 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착하다’에서 벗어나 기존 체제와 산업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이제는 윤리적 소비와 함께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회정치적인 맥락과 흐름을 파악하고, 중앙집권화된 결정에 대항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기 위해 로컬과 개발도상국의 농부, 소비자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도록 연대해야 해야 한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