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
10/19 로컬과 사회적경제 #3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과 지역간 연대 -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 성장의 한계와 함께 찾아온 감염병 사태로 우리 사회는 큰 위기를 겪고 있으나 이미 한계상황이었던 지역은 오히려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이후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탐색하고 지역과 지역과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
성장이 멈춘 시대, 지역의 위기
토마 피케티는 과거 300년간 서구의 경제성장은 인구증가 덕분이며 인구 감소현상을 고려하면 3~4% 경제성장율이 환상적이라고 했다.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은 닮아 있고 경제성장의 50%를 인구성장이 기여했다는 것이다. 인구가 늘지 않으면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환경과 자원이 무한하다고 보고 경제이론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환경과 자원이 유한하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프랑스 학자 세즈루라투슈는 지금 사회는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지 잊어버린 채 성장을 위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성장을 멈추고 살아갈 시기가 왔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제 성장맹신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성장하지 않으면 지역은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첫 번째로 인구문제다. 절대 인구감소로 성장과 발전의 잠재력이 감소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지역의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도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는, 종형태로 인구구조가 변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을 경고하지만 지방은 소멸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들면 지방 정부가 없어지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다른 지역과 합병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진안군 인구 1명당 1년 예산은 1600만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진안군청을 없애고 진안군 4인 가구에게 6000만원 예산을 지급한다면 2만 6천명 인구가 더 높은 삶의 질로 살 수도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다. 어떤 정책과 어떤 일을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인구가 작은 지자체를 합병하지 말고 유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와 활동가들의 모임이 있다. 성장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인구구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국가가 던져 준 산업과 이와 연관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산업들이 무너지면 지역 전체 산업구조가 무너진다.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지역도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물, 식량, 에너지는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중앙 공급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지역으로 내려온다. 재난이나 위기가 닥쳐 시스템이 무너지면 지역에서는 자기가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 분명한 것은 직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대도시보다는 지역이 더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은 성장이 멈춘 전체적인 위기와 지역만의 위기, 즉 이중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 위기의 근본은 성장 위주의 발전, 즉 화폐적 발전모델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논할 때 투입과 산출(매출, 생산량)을 따지지만 사회문화적 손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화폐적 발전모델은 개인-지역-국가에 기계적으로 결합, 그동안은 서로에게 이롭게 작동했지만 전체 성장이 멈추면서 균열이 시작되었다. 균열의 현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바라봄 사진관
탈성장 중심의 새로운 지역사회발전모델
화폐적 발전모델의 균열, 위기의 원인인 시장자본주의의 붕괴,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건강한 인구구조를 목표로 선택-집중-경쟁이 아닌 순환-자립-분산의 지역발전모델을 재설정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적정한 인구를 유지하고 생산 가능한 인구가 그렇지 않은 인구들을 돌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지역경제 자립을 위해 자원과 경제가 순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발전은 경쟁력을 가진 지역만의 발전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어느 지역이나 발전할 수 있는 일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탈성장이 중심이 되는 지역발전모델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지역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역의 다양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국가가 발전하는 모델을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 선택해야 한다.
일본이 지역별로 다양한 가격과 맛을 가진 사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지역이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이 다양성을 담보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와 지역사회, 완주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완주미디어센터가 ‘방구석장기자랑’을 열어 비대면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 시장상인회와 만든‘느닷없이 야외상영’에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모였다. 코로나19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언택트와 컨택트를 어떻게 활용해야지 할지, 이웃과 공통체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을 할 수 없게 되자 지역에서 함께 대안을 만들었다. 사회적경제조직들의 기부를 받아 음식제조는 시니어 클럽, 재료 운송은 공공급식센터, 배달은 학부모가 직접 담당했다. 두차례의 반찬나눔은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은 ‘우리 동네는 재난이 닥쳐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는 확신을 갖게 한다.
ⓒ바라봄 사진관
새로운 지역발전의 기초 : 로컬리티(Locality)
로컬리티를 인문학자들은 이렇게 정의한다.
‘삶의 터로서의 로컬(공간)과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역사적 경험(시간)을 통해 만들어가는 다양한 관계성의 총체’이것이 지역사회, 로컬에 이미 축적되어 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을 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반을 염두에 두지 않고 둥둥 떠 있는 활동과 정책에 매몰되어 있다.
마을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지금의 도시에서 로컬리티가 가능할까? 로컬의 정의에서 마을과 지역은 다소 경계와 범위가 모호한 말이다. 생태적 관점의 생명지역권(Bioregion)과 같은 물을 쓴다는 뜻의 洞을 단서로, 생활(生活)이 생명지역권에 의거해서 오래전부터 살아왔다는 의미에서 로컬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생활권’ 을 제안한다.
생명지역권(Bioregion) 은? 수계, 지형조건과 동식물 생태계 등의 자연적인 경제에 의해 구별되는 권역으로, 생태계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고 기능에 의해 자원이 순환하며 완결되어 있다. 사회, 문화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생태적 위치를 인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태계의 일원으로 다른 구성원과 공존할 수 있다. |
일본의 경제학자 나카무라 히사시는 지역단위에서 자립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만들고 호혜적인 방식으로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경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수요에 대응하는 지연산업과 외부수요에 대응하는 지장산업을 구별하여 지역 간 공정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와 농촌은 대등한 관계로 연대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의 연대가 어려운 이유는 유통비용을 발생시키는 거리 때문이다. 물리적 거리를 줄이지 못하더라도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연대로 사회적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일종의 사회적 축지법이다. 도시와 농촌의 긴밀한 연대로 귀촌과 일자리, 주거의 상생발전을 만들 수 있다. 지역 간 동등한 연대의 조건은 남의 것을 빼앗지 않는 것, 공정한 관계로 만들어져야 한다. 로컬은 수도권과 지역, 도시와 시골이 아니다. 다른 지역의 로컬리티를 훼손하거나 한쪽의 로컬리티를 흡수하거나 확대해서는 안 된다. 라이프 스타일, 관계의 다양성, 로컬리티가 남아있는 곳들이 공정하게 연대해야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로컬의 로컬리티를 강화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다른 지역과 연대하면 우리사회, 국가도 바뀌지 않을까 희망을 가진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10/19 로컬과 사회적경제 #3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과 지역간 연대
-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
성장의 한계와 함께 찾아온 감염병 사태로 우리 사회는 큰 위기를 겪고 있으나 이미 한계상황이었던 지역은 오히려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이후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탐색하고 지역과 지역과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성장이 멈춘 시대, 지역의 위기
토마 피케티는 과거 300년간 서구의 경제성장은 인구증가 덕분이며 인구 감소현상을 고려하면 3~4% 경제성장율이 환상적이라고 했다.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은 닮아 있고 경제성장의 50%를 인구성장이 기여했다는 것이다. 인구가 늘지 않으면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환경과 자원이 무한하다고 보고 경제이론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환경과 자원이 유한하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프랑스 학자 세즈루라투슈는 지금 사회는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지 잊어버린 채 성장을 위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성장을 멈추고 살아갈 시기가 왔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제 성장맹신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성장하지 않으면 지역은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첫 번째로 인구문제다. 절대 인구감소로 성장과 발전의 잠재력이 감소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지역의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도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는, 종형태로 인구구조가 변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을 경고하지만 지방은 소멸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들면 지방 정부가 없어지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다른 지역과 합병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진안군 인구 1명당 1년 예산은 1600만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진안군청을 없애고 진안군 4인 가구에게 6000만원 예산을 지급한다면 2만 6천명 인구가 더 높은 삶의 질로 살 수도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다. 어떤 정책과 어떤 일을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인구가 작은 지자체를 합병하지 말고 유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와 활동가들의 모임이 있다. 성장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인구구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국가가 던져 준 산업과 이와 연관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산업들이 무너지면 지역 전체 산업구조가 무너진다.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지역도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물, 식량, 에너지는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중앙 공급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지역으로 내려온다. 재난이나 위기가 닥쳐 시스템이 무너지면 지역에서는 자기가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 분명한 것은 직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대도시보다는 지역이 더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은 성장이 멈춘 전체적인 위기와 지역만의 위기, 즉 이중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 위기의 근본은 성장 위주의 발전, 즉 화폐적 발전모델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논할 때 투입과 산출(매출, 생산량)을 따지지만 사회문화적 손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화폐적 발전모델은 개인-지역-국가에 기계적으로 결합, 그동안은 서로에게 이롭게 작동했지만 전체 성장이 멈추면서 균열이 시작되었다. 균열의 현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바라봄 사진관
탈성장 중심의 새로운 지역사회발전모델
화폐적 발전모델의 균열, 위기의 원인인 시장자본주의의 붕괴,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건강한 인구구조를 목표로 선택-집중-경쟁이 아닌 순환-자립-분산의 지역발전모델을 재설정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적정한 인구를 유지하고 생산 가능한 인구가 그렇지 않은 인구들을 돌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지역경제 자립을 위해 자원과 경제가 순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발전은 경쟁력을 가진 지역만의 발전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어느 지역이나 발전할 수 있는 일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탈성장이 중심이 되는 지역발전모델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지역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역의 다양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국가가 발전하는 모델을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 선택해야 한다.
일본이 지역별로 다양한 가격과 맛을 가진 사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지역이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이 다양성을 담보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와 지역사회, 완주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완주미디어센터가 ‘방구석장기자랑’을 열어 비대면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 시장상인회와 만든‘느닷없이 야외상영’에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모였다. 코로나19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언택트와 컨택트를 어떻게 활용해야지 할지, 이웃과 공통체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을 할 수 없게 되자 지역에서 함께 대안을 만들었다. 사회적경제조직들의 기부를 받아 음식제조는 시니어 클럽, 재료 운송은 공공급식센터, 배달은 학부모가 직접 담당했다. 두차례의 반찬나눔은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은 ‘우리 동네는 재난이 닥쳐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는 확신을 갖게 한다.
ⓒ바라봄 사진관
새로운 지역발전의 기초 : 로컬리티(Locality)
로컬리티를 인문학자들은 이렇게 정의한다.
‘삶의 터로서의 로컬(공간)과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역사적 경험(시간)을 통해 만들어가는 다양한 관계성의 총체’이것이 지역사회, 로컬에 이미 축적되어 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을 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반을 염두에 두지 않고 둥둥 떠 있는 활동과 정책에 매몰되어 있다.
마을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지금의 도시에서 로컬리티가 가능할까? 로컬의 정의에서 마을과 지역은 다소 경계와 범위가 모호한 말이다. 생태적 관점의 생명지역권(Bioregion)과 같은 물을 쓴다는 뜻의 洞을 단서로, 생활(生活)이 생명지역권에 의거해서 오래전부터 살아왔다는 의미에서 로컬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생활권’ 을 제안한다.
일본의 경제학자 나카무라 히사시는 지역단위에서 자립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만들고 호혜적인 방식으로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경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수요에 대응하는 지연산업과 외부수요에 대응하는 지장산업을 구별하여 지역 간 공정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와 농촌은 대등한 관계로 연대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의 연대가 어려운 이유는 유통비용을 발생시키는 거리 때문이다. 물리적 거리를 줄이지 못하더라도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연대로 사회적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일종의 사회적 축지법이다. 도시와 농촌의 긴밀한 연대로 귀촌과 일자리, 주거의 상생발전을 만들 수 있다. 지역 간 동등한 연대의 조건은 남의 것을 빼앗지 않는 것, 공정한 관계로 만들어져야 한다. 로컬은 수도권과 지역, 도시와 시골이 아니다. 다른 지역의 로컬리티를 훼손하거나 한쪽의 로컬리티를 흡수하거나 확대해서는 안 된다. 라이프 스타일, 관계의 다양성, 로컬리티가 남아있는 곳들이 공정하게 연대해야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로컬의 로컬리티를 강화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다른 지역과 연대하면 우리사회, 국가도 바뀌지 않을까 희망을 가진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