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
10/20 서울 밖 로컬 탐구 보고 #2 시간표에 순응하는 섬, 긴 싸움이 태풍을 만드는 바람 - 김선아 (강화 청풍협동조합) 물로 둘러싸여 떠있는 섬에는 육지보다 세고 찬 해풍이 붑니다. 사당역에서 북한산까지는 주야로 분 단위의 많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강화도에선 비슷한 거리를 3번 버스가 70분의 배차 간격으로만 움직입니다. 해풍에 부대끼며, 우리는 어떻게 갯벌로 가나요? |
별명은 강화의 힙스터
'강화의 힙스터' 청풍은 청년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 강화도 풍물시장을 거점으로 공간기반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화덕식당을 시작해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 커뮤니티 펍 <스트롱파이어>를 운영하며 동네에서 거점공간을 늘려가고 있다. 2019년 12월, 강화도 최초의 기념품 가게 <진달래 섬>을 열었으나 코로나19로 현재는 고전하고 있다.
8년 동안 마을 주민들과 축제, 원데이클래스, 플리마켓을 운영하고, 로컬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평화와 통일을 테마로 전시, 투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왔다. 최근에는 유투브채널 <현지생활>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강화도의 대표산업이었던 소창과 화문석을 알리기 위한 의미 있는 작업들도 진행했다. 평생을 직물공장에서 강화도 소창을 생산해 온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1년동안 인터뷰하고 채록한 사진집 「무녕」, 화문석 장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빙 사진집 「왕골」을 출판했다.
청풍의 성장과 함께 동네에는 청년들이 창업한 가게들이 많이 생겨났고 외지 창작자들과 예술가들과의 교류도 일어나고 있다. 20대 혼자 왔던 청년이 결혼해 30대를 맞았고, 초기 공동 주거를 택했던 청년들은 경제적 기반을 쌓아 독립하기도 했다.
ⓒ지리산이음
로컬에서 중요한 2가지 : 주민과 문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해버린 2020년.
청풍도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지향점을 발견하고 로컬에서 살면서 가장 필요한 두 가지, 주민과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듣는 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탐색기-이주기-정착기 3단계를 거쳐 지역으로 이주한다. 각 단계마다 친구나 동료 관계, 생계수단,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르게 작용한다. 청풍의 목표는 지역이주 탐색기 청년 수를 늘리는 것에 주력하고, 정착기 청년들이 다른 청년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느슨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강화 시골가게 콜라보>는 청년창작자와 강화 작은 가게들의 콜라보로 멋진 콘텐츠를 탄생시켰고, 아삭아삭 순무민박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강화도 살이를 체험하는 <잠시 섬> 프로젝트를 통해 강화는 강화가 관광지가 아니라 친구가 사는 곳, 아는 가게가 있는 곳이 되고 있다. <잠시 섬>의 인연으로 강화를 찾았던 작가는 동네책방과 함께 할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그의 동생은 강화도를 주제를 노래를 만든다.
예술가들이 외부에서 온 탐색기 이주자라면, 지역 청소년들은 내부의 탐색기 주민이다. 실제로 청풍의 활동을 보고 강화에 남기로 한 청소년들이 있다. 강화의 작은 경제생태계에서 자립하기 위해서 창업과 창직이 필요하다. 강화 최초의 기념품 가게 <진달래 섬>은 강화에 살고 싶은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가게다.
탐색기의 주민, 이주기의 주민, 정착기의 주민 모두 강화의 주민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동네가게를 소개하고 응원하는 <커넥팅 네이버후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덕분에 주민 간 소모임과 연대의 분위기가 생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비의 변화, 연령과 직업, 이주기간의 차이에서 존재하는 강자와 약자, 수직 관계로 갈등을 겪고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불미스런 발생하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하반기부터 모든 프로젝트와 콜라보를 진행할 때 <성평등 약속문>을 인쇄물로 배포한다.
「슬기로운 뉴로컬생활」에 소개된 지리산 이음의 사례에서 공간에서 일어나는 프로그램은 설계에 따라 분위기와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청풍에서도 동네가게 상인들과 형식적인 인사나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 프로젝트와 관계를 중심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서로의 노력으로 언어가 달라지고, 가게의 문화, 지역의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서로를 존중해가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청풍의 청년들은 강화에 계속 살고 싶다. 오래 살고 싶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섬, 강화를 잘 만들고 지켜나가고 싶다.
빠르게 성장하기 보다는, 꾸준히.
우리는 ‘10년이 지나도 아주 조금 변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변화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소통과 관계 방식, 이동과 교류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비대면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하지만 대면사회였던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일상, 일, 관계, 소통의 현장인 ‘로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6회째를 맞이한 「지리산포럼2020」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참가 규모를 줄이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분산하여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간 진행했으며, ‘로컬라이프’를 주제로 한 7개의 주제섹션과 지리산 5개 지역의 로컬섹션, 특별섹션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리산포럼2020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10/20 서울 밖 로컬 탐구 보고 #2
시간표에 순응하는 섬, 긴 싸움이 태풍을 만드는 바람 - 김선아 (강화 청풍협동조합)
물로 둘러싸여 떠있는 섬에는 육지보다 세고 찬 해풍이 붑니다. 사당역에서 북한산까지는 주야로 분 단위의 많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강화도에선 비슷한 거리를 3번 버스가 70분의 배차 간격으로만 움직입니다. 해풍에 부대끼며, 우리는 어떻게 갯벌로 가나요?
별명은 강화의 힙스터
'강화의 힙스터' 청풍은 청년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 강화도 풍물시장을 거점으로 공간기반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화덕식당을 시작해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 커뮤니티 펍 <스트롱파이어>를 운영하며 동네에서 거점공간을 늘려가고 있다. 2019년 12월, 강화도 최초의 기념품 가게 <진달래 섬>을 열었으나 코로나19로 현재는 고전하고 있다.
8년 동안 마을 주민들과 축제, 원데이클래스, 플리마켓을 운영하고, 로컬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평화와 통일을 테마로 전시, 투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왔다. 최근에는 유투브채널 <현지생활>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강화도의 대표산업이었던 소창과 화문석을 알리기 위한 의미 있는 작업들도 진행했다. 평생을 직물공장에서 강화도 소창을 생산해 온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1년동안 인터뷰하고 채록한 사진집 「무녕」, 화문석 장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빙 사진집 「왕골」을 출판했다.
청풍의 성장과 함께 동네에는 청년들이 창업한 가게들이 많이 생겨났고 외지 창작자들과 예술가들과의 교류도 일어나고 있다. 20대 혼자 왔던 청년이 결혼해 30대를 맞았고, 초기 공동 주거를 택했던 청년들은 경제적 기반을 쌓아 독립하기도 했다.
ⓒ지리산이음
로컬에서 중요한 2가지 : 주민과 문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해버린 2020년.
청풍도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지향점을 발견하고 로컬에서 살면서 가장 필요한 두 가지, 주민과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듣는 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탐색기-이주기-정착기 3단계를 거쳐 지역으로 이주한다. 각 단계마다 친구나 동료 관계, 생계수단,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르게 작용한다. 청풍의 목표는 지역이주 탐색기 청년 수를 늘리는 것에 주력하고, 정착기 청년들이 다른 청년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느슨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강화 시골가게 콜라보>는 청년창작자와 강화 작은 가게들의 콜라보로 멋진 콘텐츠를 탄생시켰고, 아삭아삭 순무민박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강화도 살이를 체험하는 <잠시 섬> 프로젝트를 통해 강화는 강화가 관광지가 아니라 친구가 사는 곳, 아는 가게가 있는 곳이 되고 있다. <잠시 섬>의 인연으로 강화를 찾았던 작가는 동네책방과 함께 할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그의 동생은 강화도를 주제를 노래를 만든다.
예술가들이 외부에서 온 탐색기 이주자라면, 지역 청소년들은 내부의 탐색기 주민이다. 실제로 청풍의 활동을 보고 강화에 남기로 한 청소년들이 있다. 강화의 작은 경제생태계에서 자립하기 위해서 창업과 창직이 필요하다. 강화 최초의 기념품 가게 <진달래 섬>은 강화에 살고 싶은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가게다.
탐색기의 주민, 이주기의 주민, 정착기의 주민 모두 강화의 주민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동네가게를 소개하고 응원하는 <커넥팅 네이버후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덕분에 주민 간 소모임과 연대의 분위기가 생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비의 변화, 연령과 직업, 이주기간의 차이에서 존재하는 강자와 약자, 수직 관계로 갈등을 겪고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불미스런 발생하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하반기부터 모든 프로젝트와 콜라보를 진행할 때 <성평등 약속문>을 인쇄물로 배포한다.
「슬기로운 뉴로컬생활」에 소개된 지리산 이음의 사례에서 공간에서 일어나는 프로그램은 설계에 따라 분위기와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청풍에서도 동네가게 상인들과 형식적인 인사나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 프로젝트와 관계를 중심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서로의 노력으로 언어가 달라지고, 가게의 문화, 지역의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서로를 존중해가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청풍의 청년들은 강화에 계속 살고 싶다. 오래 살고 싶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섬, 강화를 잘 만들고 지켜나가고 싶다.
빠르게 성장하기 보다는, 꾸준히.
우리는 ‘10년이 지나도 아주 조금 변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기록 및 정리 |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