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총 인구 가운데 18세 이하 인구의 비율은 2004년 24.7%에서 2018년에는 17.2%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의 곡선은 지역으로, 시골로 갈수록 가파른 절벽이 되어 '도시로 떠나야 성공'이라는 목소리도 당연한듯 들려오는 현실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 속에서 자라나, 바쁜 손발에는 일상을, 가슴에는 크고 작은 바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리산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현실이란 무엇일까?
어른이 말하는 ‘현실적으로 살라!’는 말이 이해도 되지만 다른 꿈을 꾸지 못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
진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고 그저 현실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학교를 벗어나면서부터 나를 찾을 수 있었어요.’
‘나’가 아닌 ‘학생’으로 있어야 하는 청소년의 삶에서 학교를 벗어나
현실에서 ‘나’를 찾은 청소년을 구례에서 만나 일상을 물었다.
온빛(이하 : 온) : 안녕하세요. 저는 온빛이라고 해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채연(이하 : 채) : 안녕하세요. 저는 구례 사는 18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 이채연이라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알려주세요.
채 : 학교를 안 다니니까 주로 집에 있었어요. 최근에 시험 하나를 끝내서 여유롭게 독서하면서 있어요. 할머니 집도 갔다 왔어요. 그렇게 일주일 동안 지냈어요.
온 : 어떤 시험을 쳤나요?
채 : 토플이요. 이제 끝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냈어요.
온 : 토플은 왜 치게 되었어요?
채 : 어학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가려고 쳤어요.
온 :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채 : 네 그렇죠. 고3이 되니까요.
언제부터 홈스쿨링을 했나요?
채 : 정확히는 올해부터요. 1년 됐어요.
온 : 구례에서 학교를 다니다 작년에 자퇴한 거예요?
채 : 중학교는 구례에서 나왔고, 고등학교는 전남 외국어고등학교를 1학기 동안 다니다가 자퇴를 했고, 또 대안학교를 반년 동안 다니다 그만두고, 고2 때부터 홈스쿨링을 하게 됐어요.
온 : 홈스쿨링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채 : 처음 고등학교에 갔을 때, 제가 상상했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어요. 학생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오히려 학생들이 지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는 필요 없다고 느껴서 대안학교를 가게 된 건데, 대안학교도 그런 게 있더라고요. 저에게 맞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집에서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도 그렇게 허락해주셔서 하게 된 거 같아요.
학교와 어떤 부분이 안 맞았던 거 같아요?
채 : 처음에 간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학생들이 계속 공부하는 거예요. 주변 분위기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기보다는 계속 몰아치는 거죠. ‘공부해라!, ‘너희는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저는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렇게 몰아치는 건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 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학교를 좋아하지 않아요. ‘빨리 탈출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를 부러워했어요. 대부분 그만두고 싶어 하는데,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해주세요. 그래도 그만두는 학생이 꽤 많은 거로 알고 있어요.
온 : 구례에 있는 고등학교가 아니라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채 : 있죠. 사실 예전부터 일반 공교육보다는 다른 교육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나주에 있는 고등학교가 나에게 특별한 교육을 해줄 수 있는 학교가 아닐까?’ 하고 구례 고등학교를 선택하지 않고 다른 곳에 가게 된 거 같아요.
홈스쿨링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채 : 처음에는 제가 정신적으로 자신감이 별로 없었어요. 사람들은 정작 크게 신경 안 썼어요. 저 스스로 걱정도 많이 되고, 자신감도 별로 없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잘하고 있다.’ 하고 이야기해주시며 인정해주시는 거 같아요.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온 : 홈스쿨링 하면서 좋았던 점과 불편했던 점이 뭐가 있나요?
채 : 사실 좋은 점이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학교에 있으면 학교생활 하느라고 제가 하고 싶은 걸 못 할 때가 정말 많잖아요. 사실 대부분의 학생이 다 그럴 거 같아요. 불편한 점은 제가 사는 지역이 문화적인 시설이 많지 않다는 거요. 예를 들어 공연 전시 이런 것도 가까이서 볼 수 없고, 교통도 불편해서 도서관도 저 혼자서 걸어갈 수 없어요. 사는 지역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거 같아요. 다른 지역 홈스쿨링 하는 친구들은 도서관도 자유롭게 가고 그럴 거 같은데, 저는 그러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하무(이하 '하') : 도시의 홈스쿨링 하는 친구들은 학교 말고도 다른 배움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잖아요. 시골에 있거나 소도시에 있으면 기회를 얻기가 굉장히 힘들 거 같은데 그런 지점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채 : 확실히 제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거 같아요. 저도 진짜 모든 걸 혼자서 하는 상황이에요. 다니는 곳도 없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어요. 확실히 다른 지역에 비해서 없는 거 같아요. 근데 선생님 같은 경우는 주변에 학식도 높으시고, 지혜로우신 어른들이 많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점은 좋은 거 같아요. 그분들과 만나면서 얻는 게 있어요.
온 : 좋은 어른들이 주변에 있는 거네요.
친구들이랑 어디서 놀아요?
채 : 다른 지역으로 가요. 순천이나 광주 가서 놀아요. 구례는 놀 데가 별로 없으니까요.
온 : 구례에서 놀 때는 어디서 놀아요?
채 : 구례에서는 카페나 그런 곳이요.
하 : 구례에 생겼으면 하는 공간이나 청소년 공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채 : 이번 년부터 ‘청소년 미래 도전 프로젝트’라는 걸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로 청소년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구례 청소년 공간을 조사하고, 청소년들 설문조사도 했어요. 근데 구례는 진짜 청소년 공간이 하나도 없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온 : 조사를 했을 때 청소년들이 실제로 어떤 공간을 원했어요?
채 : 숙제를 하거나 모여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공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거 같아요. 집에서 모이는 것도 어려워요. 왜냐하면, 교통이 너무 안 좋아서 누구 집에 가기도 힘들어요. 교통이 좋은 곳에 청소년 공간이 있으면 모여서 숙제도 같이하고 먹을 것도 나눠 먹고 주로 그런 걸 원하는 거 같았어요. 노래방이나 컴퓨터, 이런 시설도 원했어요.
온 : 어쩌다 그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나요?
채 : 전라남도교육청에서 프로젝트를 열었어요. 예산을 주고 저희 자유롭게 뭔가를 하게 해준다 해서 하게 된 거 같아요. ‘뭘 할까?’ 친구랑 둘이서 생각하다가 저희 마을에 잘 지은 빌딩이 있는데 아무도 안 쓰는 거예요. 그래서 그 공간을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마을에 사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하게 됐어요.
하 : 서포트해주는 어른들이 있나요?
채 : 프로젝트 상에서 멘토를 정하게 되어 있어요. 멘토 선생님이 계시긴 해요. 근데 서포트해주는 어른이라고 할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저희끼리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쉽지 않았어요. 매우 어려웠어요.
하 : 어떤 점이 어려웠어요?
채 : 진짜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어요. 예를 들어서 공간을 꾸민다는 게 일이 필요한 거잖아요. 일이 너무 힘들었죠. 책상도 저희가 일일이 전자 드릴로 박아서 만들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교육청 예산으로 하는 거라 다 사달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실리콘으로 마감하는 것도 해야 하는데, 그런 건 청소년들이 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엄마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엄마의 도움이 없었으면 하기 어려웠을 거 같아요.
하 : 마을에서 청소년들이 그런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채 : 관심 많이 없으신 거 같아요. 저희가 청소년 공간이라고 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물론 어른들도 와도 되는 공간이기는 해요. 그리고 같이하는 애들도 관심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저는 학교를 안 다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도 있고 시간적 여유도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학교를 가니까요. 시험 치느라, 뭐 하느라 바빠서 저 혼자 많이 하게 되는 게 있어요.
온 :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함께하는 시간이 없는 거군요.
채 : 맞아요. 그래서 만나기도 자주 못 만나고 지연되는 게 있어요. 소통하기도 쉽지 않아요. 지금도 다 마무리해야 하는데, 시험 기간이라서 시험 끝나는 기간으로 미뤄졌어요.
구례에 대한 마음이나 생각은 어떤가요?
채 : 구례에 처음 왔을 때는 싫었어요. 청소년 입장에서 구례는 정말 시골이고 불만도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살면서 그런 불만은 없어지고, 이제는 좋은 면이 많이 보여요.
온 : 그럼 좋은 점과 불만을 가졌던 건 뭐예요?
채 : 아무래도 불만을 가졌던 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거요. 항상 어디를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해요. 편의점도 35분을 걸어야 나와요.
온 : 버스가 자주 없는 거예요?
채 : 버스가 하루에 세 번 있어요.
온 : 면에서 읍 갈 때요?
채 : 네. 근데 시간에 맞춰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요. 시간이 완전 띄엄띄엄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게 진짜 청소년한테는 싫죠. 어른들은 차를 운전해서 상관없는데, 저는 편의점에서 뭘 사려고 해도 한참 걸어야 해요. 그런 면이 불편해요. 좋은 점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살면서 느껴진 건, 자연환경이 좋아요. 그러니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를 거 같아요. 저는 복잡하고, 매연 많고, 그런 걸 싫어해요. 여긴 넓은 마당에서 산도 볼 수 있고, 공기도 엄청 맑고, 너무 복잡하거나 차가 막히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저는 그런 도시적인 것이 싫더라고요. 근데 구례는 이제 자연환경도 워낙 아름다우니까, 삶의 질도 조금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온 : 언제부터 구례에 살았어요?
채 : 중학교 2학년 때 인천에서 이사 왔어요. 그래서 구례 왔을 때는 너무 싫은 거예요. 학교도 너무 오래 걸리고, 엄마 차 타고 가야만 갈 수 있어요. 걸어서 절대 못 가요. 그렇게 다 싫었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되고 자퇴를 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까 좋은 걸 느끼는 것 같아요. 이제는 더 도시에서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 : 그러면 학교를 그만두면서 지역의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가요?
채 : 네. 아마 제가 구례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여전히 구례를 좋아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교육 환경도 좋다고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원하는 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학교를 안 다니면 일반 어른들처럼 똑같이 생활하는 거잖아요. 사실 어른들이 살기에는 좋잖아요. 확실히 학교를 그만두고, 좋은 면을 보게 됐어요.
대학 말고 지역에 남을 생각은 없는 거예요?
채 : 일단 ‘대학은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학은 무조건 갈 것 같아요.
온 : 왜 대학을 무조건 가고 싶어요?
채 : 공부를 하고 싶어서요. 만약 대학을 안 가면 사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기도 해요.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또 다른 것도 해 보고 싶어요.
하 : 그럼 도시에 가야 하네요.
채 : 맞아요. 그게 싫어요. 사실 그게 좀 걸려요.
온 : 여기 있으면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여기 남아있을 건가요?
채 : 만약 대학이 여기 있다면 당연히 그 대학을 갈 거 같아요.
온 : 대학이 지역에 있었으면 그 대학에 갈 생각은 있어요?
채 : 그 대학이 어떤 대학이냐에 따라 수준이 매우 높고 제가 배우고 싶은 과가 있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면 여기서 다니는 게 더 좋겠죠.
온 :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채 : 그렇죠. 저는 서울 쪽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은 이유가 대학 교육이 좋아서거든요. 근데 저는 ‘서울과 지방의 평준화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고 막 띄워주고 지방에 있는 대학이라고 무시하고 그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전남대도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가는 건데, 요즘은 다들 수도권 대학만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래요.
온 : 그럼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어요?
채 : 있어요. 왜냐하면 이곳에 사는 게 좋으니까요. 근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또 가서 다른 데 갈 수도 있고. 근데 아무튼 어디에 살든 간에 저는 시골적인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 : 시골이나 그런 곳으로 가면 아까 얘기했던 교통 문제,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문제가 항상 등장하잖아요. 그러면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채 :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늘리는 게 일단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거잖아요. 구례 버스도 타는 사람이 없어서 적자라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은 도시처럼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골 살더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자주 다니고, 정거장도 가까운 데 있고, 그렇게 고치면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자전거 대여 같은 것도 여기서 타고, 저기서 내려놓고 하는 서울에 따릉이 같은 게 필요해요. 버스가 안 된다면 그거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서울보다도 사실 우리 지역에 제일 필요한 거 같아요.
하 : 구례는 자전거 타기에는 좀 괜찮아요?
채 : 자전거 도로가 많이 없어서, 그렇게 괜찮진 않은 것 같아요. 그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인 거 같아요.
제일 필요한 게 있다면?
채 : 필요한 거는, 학교도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온 : 어떤 학교요?
채 : 그러니까, 저희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교육을 배울 기회가 많이 없어서 엄청 많은 학생이 다른 지역 학교에 간다고 해요. 저희 지역이 특히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구례에서 학교를 쭉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짜 많은 사람이 큰 이유 없이 그냥 그 주변에 순천, 광주, 나주 그런 곳으로 다 나가요.
온 : 조금 더 큰 지역으로 나가는 거네요.
채 : 네. 그런데 제대로 된 학교를 하나 만든다면 학생들 유입도 되고, 여러 가지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곡성군도 규모가 우리랑 비슷한데 학교는 훨씬 많으니까, 그런 것처럼요. 학교가 있으면 좋을 거 같고, 도서관도 많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청소년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요. 구례에 좋은도서관모임 분들이랑 완주나 산청 명왕성을 가보면서, 이런 공간이 구례에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만들어지긴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을 찍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상을 찍게 된 이유가 있나요?
채 : 좋은도서관모임에서 홍보 관련해서 페이스북에도 올리고, 포스터 만드셨는데, 아무래도 영상이 더 효과적일 거 같다고 생각을 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그 홍보영상을 저한테 부탁하셔서 제가 만들게 됐어요.
온 : 그럼 진로가 영상 쪽인 거예요?
채 : 영화감독이 꿈이에요.
온 : 그렇구나.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됐는지 물어봐도 돼요?
채 :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거를 다 합쳐놓은 게 영화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온 : 지역에서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채 : 생각은 하고 있어요. 사실 내가 어떤 작품을 만드냐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저는 지역을 위한 일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지역에 관한 영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저는 대학을 가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도 사실 어느 정도 압박을 하시는 게 있어요. 제가 공부 쪽인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부모님들 중에는 대학을 가든지 말든지 자유로우신 분도 있고,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하는 부모님도 있잖아요. 저희 부모님은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모두 다 함께 만드는 구례 도서관 영상툰 https://www.youtube.com/watch?v=x0qtDw6FzV0
영화감독이 꿈인 이채연님은 올해 초부터 구례 좋은도서관모임의 활동 내용을 영상툰으로 제작하고 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채 :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또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온 : 어른들과 가장 다른 가치, 부딪히는 생각이 혹시 뭐가 있어요?
채 : 주변 어른들은 저의 흥미나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보고 현실 상황에 맞춰서 너도 해야 하지 않겠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되게 많아요. 사실 이해가 돼요.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지는 게 가장 좋다.’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세상이 좀 바뀌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 부분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온 : 분명 더 바뀔 거예요.
하 : 좋은도서관모임이나 아니면 청소년 공간을 도와주시는 멘토 선생님이나 그런 분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편이에요? 그분들은 다른 어른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채 : 좋은도서관모임 분들은 당연히, 다들 완전 자유로움을 추구하시는 것 같긴 해요. 정말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살고, 하고 싶은 거하고 이런 걸 원하시는 분들 같아요. 근데 그러면서도 또 본인 자식들한테는 항상 그런 게 있잖아요. 저희 엄마도 ‘자식에게 자유를 주어야겠다.’ 생각이 들어도 현실하고 부딪히면 ‘아니다.’ 이렇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 아버지도 그렇고요.
지금 요즘 하는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채 :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거 같아요. 대부분 요즘 청소년들이 현재만 보고 살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몇 년 뒤에 뭐 할 건지, 그 몇 년 뒤에 뭐 할 건지, 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잘 모르잖아요. 그런 불안들이 있어요. ‘내가 뭘 하고 살 것인가?’ 그런 것도 모르고, 저도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항상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살지?, 어떻게 대학을 가지?, 어떻게 이제 직장을 구하지?’ 이런 생각을 항상 해요.
온 : 스트레스받는 건 있어요?
채 : 스트레스는 확실히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없는 편이죠. 왜냐하면 학교 안 가니까요.
온 : 학교 다닐 때는 뭐가 제일 스트레스였어요?
채 : 스트레스 정말 많았어요. 시험 성적 스트레스도 있고, 선생님과 친구들 간의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학교를 안 다니지만 나름의 스트레스가 조금은 있어요. 그래도 확실히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지내고 있어요. 사람들하고 부딪힐 일도 별로 없어요.
온 : 홈스쿨링 하면서 힘든 건 없어요? 어쨌든 공부를 다 혼자 하고 있잖아요.
채 : 성향이 다른 거 같은데, 저는 홈스쿨링과 맞는 성향인 거 같아요.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해요. 제 성격이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것도 사실 마음에 안 들고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인터넷 강의도 안 들어요. 혼자서 공부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스케줄도 저 혼자 짜고, 읽을 책이나 공부할 거도 제가 정해요. 하고 싶은 대로 제 마음대로 하는 게 좋아요.
온 : 그럼 딱 책만 보면서 공부하는 거예요?
채 : 네, 현재론 그래요. 학원도 안 다니니까요.
삶에 대한 만족감을 10점 만점으로 표현하자면?
채 : 현재는 9점이요. 현재는 진짜 좋아요. 제가 평소에 저를 힘들게 하던 것들을 지금 배제한 채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세요. 스스로가 되게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의 청소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채 : 지금의 청소년이요? 로봇 같은? 로봇 같아요.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자기의 생각을 갖기 어려운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 엄청 주변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근데 그게 청소년의 성격인 거 같아요. 청소년들은 다 그러기 마련인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다른 사람의 시선도 많이 신경쓰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도 엄청 많이 받았어요. 근데 성인이 되면 그런 게 좀 덜해질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살면서 다른 사람 신경 쓰는 게 좋은 게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닫잖아요. 근데 청소년은 아직 다른 사람을, 또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그대로 따라 하는 로봇 같은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살면서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채 : 살아가면서는 ‘내가 뭔지 아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누군지 모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삶이 단조롭거나 삶이 행복하다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또 항상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냥 하라는 대로만 살 거 같아요. 근데 내가 누군지 찾으면 만족도 생기고 행복도 생기고 그런 거 같아요.
온 : 내가 누군지 아는 방법이 있을까요?
채 :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진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에요. 하루 종일 혼자 생각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씻고, 밥 먹고, 뛰어가요. 수업도 무조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야간 자율학습하면서 공부하고 그렇게 살다 보니까 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학교 자퇴하고 혼자서 있으면서 스스로 생각도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보고, 내가 이거 할 때 행복하구나, 그걸 느껴보니까. 청소년들에게 자기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온 : 학교에서 그런 시간이 없다는 거네요?
채 :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온 : 저도 그랬어요. 학교 다니면서 생각을 할 시간이 없으니까. 공부하기 바쁘잖아요. 솔직히. 내 성적 올리기도 바쁜데 나를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채 : 네. 맞아요. 다들 더 이기적으로 변하는 거 같아요.
온 :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채 : 저도 지리산권 청소년이니까 지리산권의 청소년들이 점점 도시간의 격차를 줄이면서 더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고, 그런 일들이 계속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지리산권 청소년의 일상과 바람 인터뷰 시리즈
대한민국의 총 인구 가운데 18세 이하 인구의 비율은 2004년 24.7%에서 2018년에는 17.2%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의 곡선은 지역으로, 시골로 갈수록 가파른 절벽이 되어 '도시로 떠나야 성공'이라는 목소리도 당연한듯 들려오는 현실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 속에서 자라나, 바쁜 손발에는 일상을, 가슴에는 크고 작은 바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리산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현실이란 무엇일까?
어른이 말하는 ‘현실적으로 살라!’는 말이 이해도 되지만 다른 꿈을 꾸지 못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
진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고 그저 현실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학교를 벗어나면서부터 나를 찾을 수 있었어요.’
‘나’가 아닌 ‘학생’으로 있어야 하는 청소년의 삶에서 학교를 벗어나
현실에서 ‘나’를 찾은 청소년을 구례에서 만나 일상을 물었다.
온빛(이하 : 온) : 안녕하세요. 저는 온빛이라고 해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채연(이하 : 채) : 안녕하세요. 저는 구례 사는 18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 이채연이라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알려주세요.
채 : 학교를 안 다니니까 주로 집에 있었어요. 최근에 시험 하나를 끝내서 여유롭게 독서하면서 있어요. 할머니 집도 갔다 왔어요. 그렇게 일주일 동안 지냈어요.
온 : 어떤 시험을 쳤나요?
채 : 토플이요. 이제 끝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냈어요.
온 : 토플은 왜 치게 되었어요?
채 : 어학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가려고 쳤어요.
온 :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채 : 네 그렇죠. 고3이 되니까요.
언제부터 홈스쿨링을 했나요?
채 : 정확히는 올해부터요. 1년 됐어요.
온 : 구례에서 학교를 다니다 작년에 자퇴한 거예요?
채 : 중학교는 구례에서 나왔고, 고등학교는 전남 외국어고등학교를 1학기 동안 다니다가 자퇴를 했고, 또 대안학교를 반년 동안 다니다 그만두고, 고2 때부터 홈스쿨링을 하게 됐어요.
온 : 홈스쿨링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채 : 처음 고등학교에 갔을 때, 제가 상상했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어요. 학생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오히려 학생들이 지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는 필요 없다고 느껴서 대안학교를 가게 된 건데, 대안학교도 그런 게 있더라고요. 저에게 맞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집에서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도 그렇게 허락해주셔서 하게 된 거 같아요.
학교와 어떤 부분이 안 맞았던 거 같아요?
채 : 처음에 간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학생들이 계속 공부하는 거예요. 주변 분위기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기보다는 계속 몰아치는 거죠. ‘공부해라!, ‘너희는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저는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렇게 몰아치는 건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 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학교를 좋아하지 않아요. ‘빨리 탈출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를 부러워했어요. 대부분 그만두고 싶어 하는데,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해주세요. 그래도 그만두는 학생이 꽤 많은 거로 알고 있어요.
온 : 구례에 있는 고등학교가 아니라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채 : 있죠. 사실 예전부터 일반 공교육보다는 다른 교육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나주에 있는 고등학교가 나에게 특별한 교육을 해줄 수 있는 학교가 아닐까?’ 하고 구례 고등학교를 선택하지 않고 다른 곳에 가게 된 거 같아요.
홈스쿨링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채 : 처음에는 제가 정신적으로 자신감이 별로 없었어요. 사람들은 정작 크게 신경 안 썼어요. 저 스스로 걱정도 많이 되고, 자신감도 별로 없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잘하고 있다.’ 하고 이야기해주시며 인정해주시는 거 같아요.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온 : 홈스쿨링 하면서 좋았던 점과 불편했던 점이 뭐가 있나요?
채 : 사실 좋은 점이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학교에 있으면 학교생활 하느라고 제가 하고 싶은 걸 못 할 때가 정말 많잖아요. 사실 대부분의 학생이 다 그럴 거 같아요. 불편한 점은 제가 사는 지역이 문화적인 시설이 많지 않다는 거요. 예를 들어 공연 전시 이런 것도 가까이서 볼 수 없고, 교통도 불편해서 도서관도 저 혼자서 걸어갈 수 없어요. 사는 지역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거 같아요. 다른 지역 홈스쿨링 하는 친구들은 도서관도 자유롭게 가고 그럴 거 같은데, 저는 그러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하무(이하 '하') : 도시의 홈스쿨링 하는 친구들은 학교 말고도 다른 배움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잖아요. 시골에 있거나 소도시에 있으면 기회를 얻기가 굉장히 힘들 거 같은데 그런 지점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채 : 확실히 제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거 같아요. 저도 진짜 모든 걸 혼자서 하는 상황이에요. 다니는 곳도 없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어요. 확실히 다른 지역에 비해서 없는 거 같아요. 근데 선생님 같은 경우는 주변에 학식도 높으시고, 지혜로우신 어른들이 많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점은 좋은 거 같아요. 그분들과 만나면서 얻는 게 있어요.
온 : 좋은 어른들이 주변에 있는 거네요.
친구들이랑 어디서 놀아요?
채 : 다른 지역으로 가요. 순천이나 광주 가서 놀아요. 구례는 놀 데가 별로 없으니까요.
온 : 구례에서 놀 때는 어디서 놀아요?
채 : 구례에서는 카페나 그런 곳이요.
하 : 구례에 생겼으면 하는 공간이나 청소년 공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채 : 이번 년부터 ‘청소년 미래 도전 프로젝트’라는 걸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로 청소년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구례 청소년 공간을 조사하고, 청소년들 설문조사도 했어요. 근데 구례는 진짜 청소년 공간이 하나도 없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온 : 조사를 했을 때 청소년들이 실제로 어떤 공간을 원했어요?
채 : 숙제를 하거나 모여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공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거 같아요. 집에서 모이는 것도 어려워요. 왜냐하면, 교통이 너무 안 좋아서 누구 집에 가기도 힘들어요. 교통이 좋은 곳에 청소년 공간이 있으면 모여서 숙제도 같이하고 먹을 것도 나눠 먹고 주로 그런 걸 원하는 거 같았어요. 노래방이나 컴퓨터, 이런 시설도 원했어요.
온 : 어쩌다 그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나요?
채 : 전라남도교육청에서 프로젝트를 열었어요. 예산을 주고 저희 자유롭게 뭔가를 하게 해준다 해서 하게 된 거 같아요. ‘뭘 할까?’ 친구랑 둘이서 생각하다가 저희 마을에 잘 지은 빌딩이 있는데 아무도 안 쓰는 거예요. 그래서 그 공간을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마을에 사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하게 됐어요.
하 : 서포트해주는 어른들이 있나요?
채 : 프로젝트 상에서 멘토를 정하게 되어 있어요. 멘토 선생님이 계시긴 해요. 근데 서포트해주는 어른이라고 할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저희끼리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쉽지 않았어요. 매우 어려웠어요.
하 : 어떤 점이 어려웠어요?
채 : 진짜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어요. 예를 들어서 공간을 꾸민다는 게 일이 필요한 거잖아요. 일이 너무 힘들었죠. 책상도 저희가 일일이 전자 드릴로 박아서 만들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교육청 예산으로 하는 거라 다 사달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실리콘으로 마감하는 것도 해야 하는데, 그런 건 청소년들이 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엄마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엄마의 도움이 없었으면 하기 어려웠을 거 같아요.
하 : 마을에서 청소년들이 그런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채 : 관심 많이 없으신 거 같아요. 저희가 청소년 공간이라고 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물론 어른들도 와도 되는 공간이기는 해요. 그리고 같이하는 애들도 관심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저는 학교를 안 다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도 있고 시간적 여유도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학교를 가니까요. 시험 치느라, 뭐 하느라 바빠서 저 혼자 많이 하게 되는 게 있어요.
온 :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함께하는 시간이 없는 거군요.
채 : 맞아요. 그래서 만나기도 자주 못 만나고 지연되는 게 있어요. 소통하기도 쉽지 않아요. 지금도 다 마무리해야 하는데, 시험 기간이라서 시험 끝나는 기간으로 미뤄졌어요.
구례에 대한 마음이나 생각은 어떤가요?
채 : 구례에 처음 왔을 때는 싫었어요. 청소년 입장에서 구례는 정말 시골이고 불만도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살면서 그런 불만은 없어지고, 이제는 좋은 면이 많이 보여요.
온 : 그럼 좋은 점과 불만을 가졌던 건 뭐예요?
채 : 아무래도 불만을 가졌던 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거요. 항상 어디를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해요. 편의점도 35분을 걸어야 나와요.
온 : 버스가 자주 없는 거예요?
채 : 버스가 하루에 세 번 있어요.
온 : 면에서 읍 갈 때요?
채 : 네. 근데 시간에 맞춰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요. 시간이 완전 띄엄띄엄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게 진짜 청소년한테는 싫죠. 어른들은 차를 운전해서 상관없는데, 저는 편의점에서 뭘 사려고 해도 한참 걸어야 해요. 그런 면이 불편해요. 좋은 점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살면서 느껴진 건, 자연환경이 좋아요. 그러니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를 거 같아요. 저는 복잡하고, 매연 많고, 그런 걸 싫어해요. 여긴 넓은 마당에서 산도 볼 수 있고, 공기도 엄청 맑고, 너무 복잡하거나 차가 막히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저는 그런 도시적인 것이 싫더라고요. 근데 구례는 이제 자연환경도 워낙 아름다우니까, 삶의 질도 조금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온 : 언제부터 구례에 살았어요?
채 : 중학교 2학년 때 인천에서 이사 왔어요. 그래서 구례 왔을 때는 너무 싫은 거예요. 학교도 너무 오래 걸리고, 엄마 차 타고 가야만 갈 수 있어요. 걸어서 절대 못 가요. 그렇게 다 싫었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되고 자퇴를 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까 좋은 걸 느끼는 것 같아요. 이제는 더 도시에서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 : 그러면 학교를 그만두면서 지역의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가요?
채 : 네. 아마 제가 구례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여전히 구례를 좋아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교육 환경도 좋다고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원하는 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학교를 안 다니면 일반 어른들처럼 똑같이 생활하는 거잖아요. 사실 어른들이 살기에는 좋잖아요. 확실히 학교를 그만두고, 좋은 면을 보게 됐어요.
대학 말고 지역에 남을 생각은 없는 거예요?
채 : 일단 ‘대학은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학은 무조건 갈 것 같아요.
온 : 왜 대학을 무조건 가고 싶어요?
채 : 공부를 하고 싶어서요. 만약 대학을 안 가면 사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기도 해요.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또 다른 것도 해 보고 싶어요.
하 : 그럼 도시에 가야 하네요.
채 : 맞아요. 그게 싫어요. 사실 그게 좀 걸려요.
온 : 여기 있으면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여기 남아있을 건가요?
채 : 만약 대학이 여기 있다면 당연히 그 대학을 갈 거 같아요.
온 : 대학이 지역에 있었으면 그 대학에 갈 생각은 있어요?
채 : 그 대학이 어떤 대학이냐에 따라 수준이 매우 높고 제가 배우고 싶은 과가 있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면 여기서 다니는 게 더 좋겠죠.
온 :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채 : 그렇죠. 저는 서울 쪽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은 이유가 대학 교육이 좋아서거든요. 근데 저는 ‘서울과 지방의 평준화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고 막 띄워주고 지방에 있는 대학이라고 무시하고 그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전남대도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가는 건데, 요즘은 다들 수도권 대학만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래요.
온 : 그럼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어요?
채 : 있어요. 왜냐하면 이곳에 사는 게 좋으니까요. 근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또 가서 다른 데 갈 수도 있고. 근데 아무튼 어디에 살든 간에 저는 시골적인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 : 시골이나 그런 곳으로 가면 아까 얘기했던 교통 문제,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문제가 항상 등장하잖아요. 그러면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채 :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늘리는 게 일단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거잖아요. 구례 버스도 타는 사람이 없어서 적자라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은 도시처럼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골 살더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자주 다니고, 정거장도 가까운 데 있고, 그렇게 고치면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자전거 대여 같은 것도 여기서 타고, 저기서 내려놓고 하는 서울에 따릉이 같은 게 필요해요. 버스가 안 된다면 그거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서울보다도 사실 우리 지역에 제일 필요한 거 같아요.
하 : 구례는 자전거 타기에는 좀 괜찮아요?
채 : 자전거 도로가 많이 없어서, 그렇게 괜찮진 않은 것 같아요. 그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인 거 같아요.
제일 필요한 게 있다면?
채 : 필요한 거는, 학교도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온 : 어떤 학교요?
채 : 그러니까, 저희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교육을 배울 기회가 많이 없어서 엄청 많은 학생이 다른 지역 학교에 간다고 해요. 저희 지역이 특히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구례에서 학교를 쭉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짜 많은 사람이 큰 이유 없이 그냥 그 주변에 순천, 광주, 나주 그런 곳으로 다 나가요.
온 : 조금 더 큰 지역으로 나가는 거네요.
채 : 네. 그런데 제대로 된 학교를 하나 만든다면 학생들 유입도 되고, 여러 가지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곡성군도 규모가 우리랑 비슷한데 학교는 훨씬 많으니까, 그런 것처럼요. 학교가 있으면 좋을 거 같고, 도서관도 많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청소년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요. 구례에 좋은도서관모임 분들이랑 완주나 산청 명왕성을 가보면서, 이런 공간이 구례에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만들어지긴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을 찍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상을 찍게 된 이유가 있나요?
채 : 좋은도서관모임에서 홍보 관련해서 페이스북에도 올리고, 포스터 만드셨는데, 아무래도 영상이 더 효과적일 거 같다고 생각을 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그 홍보영상을 저한테 부탁하셔서 제가 만들게 됐어요.
온 : 그럼 진로가 영상 쪽인 거예요?
채 : 영화감독이 꿈이에요.
온 : 그렇구나.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됐는지 물어봐도 돼요?
채 :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거를 다 합쳐놓은 게 영화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온 : 지역에서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채 : 생각은 하고 있어요. 사실 내가 어떤 작품을 만드냐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저는 지역을 위한 일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지역에 관한 영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저는 대학을 가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도 사실 어느 정도 압박을 하시는 게 있어요. 제가 공부 쪽인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부모님들 중에는 대학을 가든지 말든지 자유로우신 분도 있고,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하는 부모님도 있잖아요. 저희 부모님은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채 :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또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온 : 어른들과 가장 다른 가치, 부딪히는 생각이 혹시 뭐가 있어요?
채 : 주변 어른들은 저의 흥미나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보고 현실 상황에 맞춰서 너도 해야 하지 않겠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되게 많아요. 사실 이해가 돼요.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지는 게 가장 좋다.’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세상이 좀 바뀌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 부분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온 : 분명 더 바뀔 거예요.
하 : 좋은도서관모임이나 아니면 청소년 공간을 도와주시는 멘토 선생님이나 그런 분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편이에요? 그분들은 다른 어른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채 : 좋은도서관모임 분들은 당연히, 다들 완전 자유로움을 추구하시는 것 같긴 해요. 정말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살고, 하고 싶은 거하고 이런 걸 원하시는 분들 같아요. 근데 그러면서도 또 본인 자식들한테는 항상 그런 게 있잖아요. 저희 엄마도 ‘자식에게 자유를 주어야겠다.’ 생각이 들어도 현실하고 부딪히면 ‘아니다.’ 이렇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 아버지도 그렇고요.
지금 요즘 하는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채 :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거 같아요. 대부분 요즘 청소년들이 현재만 보고 살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몇 년 뒤에 뭐 할 건지, 그 몇 년 뒤에 뭐 할 건지, 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잘 모르잖아요. 그런 불안들이 있어요. ‘내가 뭘 하고 살 것인가?’ 그런 것도 모르고, 저도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항상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살지?, 어떻게 대학을 가지?, 어떻게 이제 직장을 구하지?’ 이런 생각을 항상 해요.
온 : 스트레스받는 건 있어요?
채 : 스트레스는 확실히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없는 편이죠. 왜냐하면 학교 안 가니까요.
온 : 학교 다닐 때는 뭐가 제일 스트레스였어요?
채 : 스트레스 정말 많았어요. 시험 성적 스트레스도 있고, 선생님과 친구들 간의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학교를 안 다니지만 나름의 스트레스가 조금은 있어요. 그래도 확실히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지내고 있어요. 사람들하고 부딪힐 일도 별로 없어요.
온 : 홈스쿨링 하면서 힘든 건 없어요? 어쨌든 공부를 다 혼자 하고 있잖아요.
채 : 성향이 다른 거 같은데, 저는 홈스쿨링과 맞는 성향인 거 같아요.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해요. 제 성격이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것도 사실 마음에 안 들고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인터넷 강의도 안 들어요. 혼자서 공부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스케줄도 저 혼자 짜고, 읽을 책이나 공부할 거도 제가 정해요. 하고 싶은 대로 제 마음대로 하는 게 좋아요.
온 : 그럼 딱 책만 보면서 공부하는 거예요?
채 : 네, 현재론 그래요. 학원도 안 다니니까요.
삶에 대한 만족감을 10점 만점으로 표현하자면?
채 : 현재는 9점이요. 현재는 진짜 좋아요. 제가 평소에 저를 힘들게 하던 것들을 지금 배제한 채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세요. 스스로가 되게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의 청소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채 : 지금의 청소년이요? 로봇 같은? 로봇 같아요.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자기의 생각을 갖기 어려운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 엄청 주변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근데 그게 청소년의 성격인 거 같아요. 청소년들은 다 그러기 마련인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다른 사람의 시선도 많이 신경쓰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도 엄청 많이 받았어요. 근데 성인이 되면 그런 게 좀 덜해질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살면서 다른 사람 신경 쓰는 게 좋은 게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닫잖아요. 근데 청소년은 아직 다른 사람을, 또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그대로 따라 하는 로봇 같은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살면서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채 : 살아가면서는 ‘내가 뭔지 아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누군지 모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삶이 단조롭거나 삶이 행복하다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또 항상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냥 하라는 대로만 살 거 같아요. 근데 내가 누군지 찾으면 만족도 생기고 행복도 생기고 그런 거 같아요.
온 : 내가 누군지 아는 방법이 있을까요?
채 :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진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에요. 하루 종일 혼자 생각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씻고, 밥 먹고, 뛰어가요. 수업도 무조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야간 자율학습하면서 공부하고 그렇게 살다 보니까 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학교 자퇴하고 혼자서 있으면서 스스로 생각도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보고, 내가 이거 할 때 행복하구나, 그걸 느껴보니까. 청소년들에게 자기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온 : 학교에서 그런 시간이 없다는 거네요?
채 :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온 : 저도 그랬어요. 학교 다니면서 생각을 할 시간이 없으니까. 공부하기 바쁘잖아요. 솔직히. 내 성적 올리기도 바쁜데 나를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채 : 네. 맞아요. 다들 더 이기적으로 변하는 거 같아요.
온 :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채 : 저도 지리산권 청소년이니까 지리산권의 청소년들이 점점 도시간의 격차를 줄이면서 더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고, 그런 일들이 계속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