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지리산권 청소년의 일상과 바람 인터뷰 #1 _ 명왕성 청소년 운영진

2019-12-18

 

지리산권 청소년의 일상과 바람 인터뷰 시리즈


 

대한민국의 총 인구 가운데 18세 이하 인구의 비율은 2004년 24.7%에서 2018년에는 17.2%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의 곡선은 지역으로, 시골로 갈수록 가파른 절벽이 되어 '도시로 떠나야 성공'이라는 목소리도 당연한듯 들려오는 현실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 속에서 자라나, 바쁜 손발에는 일상을, 가슴에는 크고 작은 바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리산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산청의 청소년 자치공간 <명왕성>은 청소년 스스로 계획하고, 운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준비 단계부터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필요한 공간을 상상하고, 직접 페인트칠과 가구를 짜 맞추며 출발해 지금은 매일 스무 명이 넘는 청소년이 오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학교, 학원, 집 반복되는 쳇바퀴 속에서 청소년 자치공간이라는 작은 틈새를 만들어낸 청소년 운영진을 만나 그들의 일상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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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서하늘, 오여진, 송수민, 온빛

 

 

 

온빛(이하:온) : 자기소개 부탁해요.

오여진(이하:여) : 저는 여진이라고 해요. 명왕성의 대표를 맡고 있기는 한데 그냥 운영진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송수민(이하:수) : 저도 수민이라고 해요. 저도 명왕성 대표를 하고 있어요. 

서하늘(이하:하) : 저는 하늘이라고 해요. 명왕성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 최근 산청 페스티벌에 나가서 1등 상을 받았어요. 되게 바빴던 거 같아요. 대회 나가고 수학 문제도 풀고 제 인생에서 가장 바빴어요.

 : 저는 어떤 곳에 중2병에 관해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생겼어요. 정말이지 제가 글을 이렇게 못 쓴다는 것을 처음 알아서 현타가 왔어요. 그리고 수요일은 공연에 갔다, 목요일은 대회를 나갔다, 금요일은 방학하고 지금 여기 이렇게 있네요.

 : 저는 방학 이후에 학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어제부터 청소년수련관 동아리 사람들과 엠티를 갔다 와서, 학원을 갔다, 지금 여기 명왕성에 왔고, 또 과외를 받으러 가야 해요.

 

 

학교생활은 어때요? 학교에서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낼 거 같은데.

수 : 방송부 부장이라서 학교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여 : 방송부를 다른 말로 하면?

수 : 노동부. 그만큼 선생님들이 일할 게 있으면 방송부에 많이 시켜요. 

여 : 저는 학생회에서 서기이자 총무예요. 그런데 학생회가 잘 안 돌아가고 있어요. 회장이며, 부회장이며 다들 처음이라 미숙해요. 그 시끄러움 속에서 열심히 기록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학교에서 수업 외에 다른 걸 배우고 싶은 게 있나요? 

하 : 저는 베이킹을 배우고 싶어요. 만드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베이킹해보면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온 : 지금은 못 하나요?

하 : 베이킹이 방과 후에 있는데 방과 후에는 제가 악기를 해서 베이킹을 할 시간이 없어요.

온 :  아. 겹치니까요.

 : 산청중학교가 이번에 거점학교가 되면서 진로 관련해 굉장히 많은 예산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진로 캠프도 가고 방과 후도 활성화 되기는 하는데, 사실 방과 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 같다는 게 제 의견이에요. 그리고 저는 학교에서 딱히 뭔가를 배우고 싶다기보다 이것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게 좀 많아요.

 

 

내가 교장이었다면 학교에 바꾸고 싶은 것은 뭔가요? 이거 하나는 바꾼다.

 : 교칙부터 바꾼다. 너무 인권 침해적인 요소들도 많고, 선생님들 주관대로 판단 할 수 있는 규정이 많아요. 그래서 선생님이 꼬투리만 잡아도 징계까지 넘어갈 수 있도록 교칙이 되어있어요.

 :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기준이 어딘지를 잘 모르겠어요. 상대방 기분이 나빴다 하면 바로 넘어갈 수도 있어요.

 : 애매하군요.

 : 폭력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요. 작년에 저희 학교가 이동하면서 되게 혼란스러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많이 생겼지만, 정작 학교폭력위원회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선생님 기준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이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 때 징계위원회에 넘길 수 있다.’ 같은 조항이 교칙에 많이 있어요.

 : 교칙이 자주 바뀌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여학생들은 꾸미는 것을 좋아하니까 화장한다고 했을 때요. 언제는 안 된다고 하고, 언제는 괜찮다고 하고, 언제는 눈썹까지만 된다고 해요.

 : 그니까. 교칙개정위원회가 일 년에 한 번 정도 열리긴 하는데 선생님들 마음대로 판단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 교칙이 바꿨다는 이야기조차 없이 바로 징계를 줘요.

 : 징계를 바로 줄 수 있어요?

여 : 바로는 못 주죠. 근데 징계 위원회로 넘길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하 : 교칙을 확실하게 했을 거 같아요. ‘염색은 안 되지만, 이 정도 색상은 된다.’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요.

 : 저는 청소 문제요. 교무실이나 행정실 같은 공간을 학생들이 청소하거든요.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선생님들은 수당을 받고 일하시는 건데 청소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것부터 바꾸고 싶어요.

 : 자기들이 쓰는 공간을 왜 우리에게 시키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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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공간 명왕성의 모습

 

 

명왕성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명왕성 소개 부탁해요.

 : 명왕성은 ‘청소년이 원하는 것은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 내리며 시작했어요. ‘청소년 휴식부터 먼저 보장해 주자!’라는 취지가 가장 중요해서 아늑하게 꾸미고 친구들이랑 혹은 혼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어요. 혹시나 청소년들이 원하는 게 바뀐다면 그 원하는 대로 이 공간의 성격도 바뀔 수 있도록 이 공간을 기획했어요. 오로지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명왕성을 만들기 전에는 지역에서 이런 공간이 있었어요?

 : 청소년수련관이라고 노래방, 춤 연습 할 수 있는 곳, 게임 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산청 끝에 있어요.

 : 활동을 위주로 하기때문에 청소년이 쉴만한 공간이 없어요.

 : 활동이나 동아리를 주로 하고, 쓰는데 시간제한도 있어요. 

 :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청소년지도사분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청소년들에게 던져 주면, 청소년들이 신청해서 강사에게 수업을 받는 식으로 동아리 혹은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어요. 그게 명왕성을 기획할 때 청소년수련관과 차별점을 뒀던 부분이에요. 청소년 자치공간 명왕성은 ‘우리들이 직접  모여서 무언가를 할 때까지 기다려주자.’ 혹은 모여서 뭔가를 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자.’라는 취지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 명왕성 운영진이잖아요. 명왕성을 운영하면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있나요?

 : 저희가 직접 회의를 통해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한다는 게 성취도나 뿌듯함이 있어요. 그리고 사회에 나갔을 때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저는 명왕성 기획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고민이 많은 자리인 거 같아요. 왜냐하면 운영진들도 다 바쁘고, 일정이 안 맞아서 자주  모이기 힘들어요. 코디네이터분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청소년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축제를 해볼까?’ 한번 해볼까 했는데 청소년들이 시험이니 뭐니, 일정이 너무 많아서 그것조차도 제대로 안 될 거 같은 거예요. 결국, 다들 바쁜 상황 속에서 뭔가를 하려고는 하는데, 제대로 안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 학교에서 그런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시간을 뺄 수 있나요?

여 : 저도 작년에 학교에서 자율동아리를 운영해 봤는데 제약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더라고요. 돈에 대한 것도 일일이 적어서 내야하고. 그래서 ‘학교 동아리와는 차별점을 두자.’해서 명왕성을 만들었는데 여기도 다들 바빠서 잘 이용하지 못하는 거 같아 아쉬워요.

 :  저는 저희가 이야기하는 대로 바뀔 수 있고,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 그럼 불편한 건 없는 거네요. 다들 바빠서 아쉬운 거 군요.

 : 네. 바빠서 잘 못 오는 거 정도요.

 : 학생이고. 공부나 다른 활동이 있으니까. 자주 못 모여요. 그럼 의견 수렴이 잘 안 되니까 그것에 대해 저는 불안이 있어요. 왜냐하면 의견이 적으면 오차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의견 수렴이 잘 안 된다는 점이 아쉬워요.

 : 카톡이나 SNS를 통해서도 의견 수렴은 되지 않나요?

 :  단톡방이 있어요. 단톡방도 보는 시간이 다 달라서. 뭘 말하기가 그래요. 고민이 많아요.

수 : 활발하지가 않아요.

 :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 그게 딱히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아서 더 고민이에요. 사실 서로가 학원을 덜 다닌다거나 혹은 그런 멤버들로만 구성이 되는 거면 실제로 가능하겠지만, 그게 실제로  불가능하잖아요. 고민이 많아요.

 

 

산청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은 어떤가요?

 : 산청에 처음 왔을 때 좋은 기억은 아니에요. 근데 공기는 좋아요. 처음에 낯가림이 심해서 말을 별로 못 했는데, 먼저 다가와 줘서 좋은 애들이구나 하는 인상이 있었고, 산청 지역 분들도 되게 좋으신 거 같아요. 하지만 지리에 대한 건 좋은 기억이 없어요.

 : 저는 좀 특이한데요. 새소리 이런 걸 좋아해요. 바람 소리 같은 거 좋아하고요. 그래서 저는 옆에 있는 산들 보면서 매일 엄청 힐링 되는데, 애들은 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그게 좀 아쉽죠. 연극이나 혹은 뮤직페스티벌 같은 것을 엄청 좋아하는데 잘 못 가잖아요. 그리고 영화관도 없어요.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아쉬움이 있어요.

 : 어른들이 이용하기에는 괜찮은데 청소년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뭐 하려면 시외버스 타고 진주까지 나가야 하는데, 버스비가 그렇게 싼 것도 아니고 그래서 약간 부담이 돼요.

 : 저는 생활하면서 빈 시간에 집에서 혼자 쉬고 있는걸 별로 안 좋아해요. 계속 빡빡하게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어디를 가든가 해서 시간을 채우는 편인데, 친구를 만났을 때 할 게 없어요.

 : 그만큼 할 게 없어요.

 : 그게 문제점이죠. 매일 똑같이 노래방 가고, 피시방 가고, 여기 명왕성 와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거나 애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어요.

 :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부족하다. 그냥 여가를 즐기기에도 부족하다. 그래서 명왕성을 만든 거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 저는 산청에 체육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도 체육관이 없어요.

 : 밖에서 체육 하면 진짜 열사병 걸릴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체험시설 같은 것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산청에 있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하 : 친구들도 있고, 아는 지인분들도 많아서 있고는 싶어요. 

여 : 저는 지내기 싫어요. 산청에는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정말 길가면 3분 건너 한 번씩 인사해야 해요. 그게 너무 싫어요. 너무 좁아요.

하 : 두루두루 그물망처럼.

여 : 한 다리 건너 아는 집. 한 다리 안 건너도 아는 집. 약간 시선이 신경 쓰여요.

수 :  저도 산청에서 별로 살고 싶지 않아요. 아까 말했듯이 할 게 없어요.

하 : 청소년이 무언가 하기에는 되게 부족한 게 많아요. 할머니께 ‘할머니 여기서 지낼 때 불편한 거 없어요?’라고 물어 본 적이 있는데 ‘할 거 다 있는데 뭐가 불편해.’ 이렇게 얘기 하셨어요. 그때 주위 어르신들이 다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제 생각에 어르신들이 지내기는 좋은 곳인데 청소년들이 지내기는 부족한 지역 아닐까요.

여 : 교육의 질이 그다지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걸 하기에도 좋지 않고. 산청에 노인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경로당만 산청읍에  8개가 있거든요.

하 : 저희 집 앞에도 있어요.

수 : 저희집은 3분 안 돼서 있어요.

여 : 그만큼 어른들이 모일 곳은 많은데 정작 청소년들이 갈 곳은 없는 거 같아요.

 

 

주변 어른들한테 나중에 고등학교 졸업하거나 고등학교에 갈 때 산청 말고 다른 곳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뭐라고 해요?

하 : 제가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상처를 받아도 혼자 가지고 있는 편이고, 부모님께 말하면 부모님이 실망하실까 봐 말을 못 하겠어요. 그리고 저는 제 감정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얘기를 한번쯤은 했는데, 별로 안 좋아하셔서 두 번, 세 번은 이야기 안 했던 거 같아요. 

여 : 고등학교 이후에는 다들 별말 없으실걸요. 왜냐하면, 산청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온 : 다들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여 : 네. 다들 나가는 게 당연하다.

하 : 고등학교를 진주로 간 사람도 있고, 대학생은 짐 싸 들고 진주로 간 사람도 있어요.

여 : 대학만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려면 어쨌든 떠나야 하잖아요. 

수 : 우선 저는 항상 다른 학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산청 고등학교가 교복도 공짜고, 수학여행도 다 공짜거든요. 그래서 부모님께선 되도록 산청고등학교에 가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셔요. 

 

 

온 : 산청고에 가지 않는다면, 어느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요?

수 :  함양제일고나 진주에도 있어요. 제가 간호사가 지금 꿈이거든요. 그래서 경남 간호고도 생각 중이에요.

하 : 저도 고등학교는 되도록 산청고 말고 저의 진로를 정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대학에 안 가는 사람도 있는데, 산청고는 대학을 목적으로 하니까요. 산청고에 간다고 해도 저랑은 안 맞을 거 같아요. 산청고에 가면 성적이 제일 중요할 텐데, 되도록 꿈을 이룰 수 있는 다른 곳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 : 산청고가 가까운 점에서 좋기는 한데요, 그만큼 ‘대입을 위해서 지원을 잘해주는가?’ 생각했을 때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불안하거든요. 심지어 저희 학년 때에는 다른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이 들어온대요. 왜냐하면 시골은 내신 따기 편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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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고 싶어요?

하 :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평범한 거요. 집도 있고, 안 굶으면 되고, 옷도 살 수 있으면 되고. 뭐 그런 거? 숙식 제공? 의식주가 해결되고 친구들 있고 엄마, 아빠 다 살아계시면 되고 언젠가 떠나시겠지만요.

 : 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 제 인생이 그렇게 순탄치가 않아서요. 평범하지 않아서 평범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건강한 몸이 아니라서 건강히 뛸 수 있고, 의식주가 다 해결되고 그럼 돼요. 

 : 저는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게 NGO 단체에서 일하는 거나 다른 방법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삶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으면 해요.  제 자신을 위해서 운동을 하고, 여가생활을 즐기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곳에 가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듣고 그런 삶을 지향해요.

 :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럼 꼭 도시가 아니더라도 시골에,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도 있지 않나요?

 : 음. 제가 명왕성 운영진에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런데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커요. 그러려면 인프라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잖아요. 사람들이 많고 경험할 곳이 많은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 배워서 지역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나요?

 : 사실 저는 ‘지역보다는 세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커서 산청에도 있기는 할 거지만 많이 있지는 않을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해요.

 : 저도 그냥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평범한 가정을 가지고, 아까 말했듯이 의식주가 해결되면 돼요. 살다 보면 ‘이거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이런 악기 해보고 싶어’ 이런 것들을 한 번씩은 다해보고 살았으면 해요.

 : 야. 근데 주가 해결되기는 힘들지 않아?

 

 

요즘 하는 고민 있어요?

 : 진로? 근데 진로를 고민한다고 해도 딱 정하지는 못할 거 같아요. 꼭 그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진로가 아니면 건강이랄까요. 

 : 고등학교 진학이요. 제가 가고 싶은 곳은 간호고 인 데, 평이 안 좋고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대요. 나쁘게 말하면 날라리 같은 사람들이 많이 온대요.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은 ‘네가 갈 학교는 아닌 거 같다.’고 ‘가지 마.’라고 다들 반대를 하세요. 그게 가장 고민이에요.

 : 저는 고민이 다양해요. 진학 문제, 진로 문제 혹은 친구 관계 문제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어요. 어떤 마음을 먹고 살아야 할까? 그런 거? 요즘 여성 롤모델을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는 거 같아요. 굉장히 긍정적인 고민이죠.  오랜만에 하는 고민이에요.

 

 

주로 어디서 스트레스를 받나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나요?

하 : 몸이 좋은 편은 아니라 병원에 자주 드나들어요. 최근에도 수술했어요. 병원 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요. 특히 어른들이 ‘너는 건강이 안 좋은데 이거 할 수 있겠니?’라고 할 때마다 ‘나도 할 수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다는데 남이 왜 그러지?’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스트레스받을 때면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가족들이랑 이야기 많이 해요. 엄마하고 이야기하면서 울면 좀 풀려요. 엄마도 울고, 저도 울어요. 엄마가 바빠서 이야기를 못 하면 혼자 방에 박혀 글을 써요. 저를 주인공으로 가정하거나 제 친구들, 부모님을 모티브로 해서 작품을 쓰고 있어요.

 : 저는 스트레스를 못 푸는 사람이에요. 스트레스를 뭐 때문에 받았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몇 개월 동안 굉장히 아팠어요. 불안이라는 게 있잖아요. 긴장이나 불안이요. 제가 그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걸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지금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 어머니가 공부에 너무 집착하세요. 저랑 상의도 안 하고 갑자기 학원을 바꾸고 ‘어디로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학원을 하루 정도 빠질 수도 있는데, 그런 날도 일 년에 몇 번 없을 정도고, 어디 놀러 가서 외박하는 것도 안 돼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제일 많이 받아요. 친구들은 다 놀러 가는데 저만 못 가니까. 그럴 땐 집에서 악기를 만지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악기를 연습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안 들거든요. 그래서 그걸로 풀어요.

 

 

어른들과 나의 가장 다른 가치가 있나요? 다른 생각?

 : 어른들은 현실적으로 생각해요. 어른들은 사회생활을 많이 했고 경험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판단하는데, 아직 저는 열다섯밖에 안 됐고, 아직 사회생활도 많이 안 해봐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해요. 실패도 ‘아냐! 이것도 내 인생에 한 번뿐인 거야! 다음부터 안 그러면 돼!’ 이렇게 생각하는 반면에 어른들은 ‘아. 이거 또 했을 때, 가능성으로 보면 이거는 또 안 될 거 같아.’하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여 : 어른으로부터 직접적, 간접적으로 청소년이나 제 나이 또래에 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청소년을 틀 안에 구겨 넣으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그런 분들은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은, 대부분 나이 든 분들이에요. 그분들은 저희를 성별에 따라 가두거나, 혹은 나이에 따라 가두거나, 혹은 진로에 따라 가두는 틀을 엄청 많이 가지고 있어요. 모범생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서 나눠요. 결국 그분들의 시선 속에서 나눠 버린 건데, 각자의 고유한 개인은 사라지고 모범생과 아닌 사람으로만 구분이 되는 거예요. 그게 뭔가 이상하다고 계속 느껴요. 그런데 말을 하거나 꺼낼 순 없으니까 아쉬워요. 

온 : 왜 말을 할 수 없어요?

여 : 많이 꺼내는 편이긴 해요. 특히 성별 고정관념에 대해서요. ‘여자도 이런 거 할 수 있지 않아요?’와 같은 것들이요. 많이 하는데. 네. 그렇죠. 뭐... 조금 아쉬워요. 계속 고유한 개인을 부정하더라고요. 자꾸 ‘너는 이래야만 해. 이래야만 돼.’라는 것들만 계속 말씀하시고 정작 목소리는 들어주려고 하지 않아요.

온 : 그런 이야기했을 때 어른들한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있군요.

여 : 그렇죠.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청소년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따라와야 해!’라고 정해놓고 말하는 거 같아요.

수 : 저도 여진이랑 비슷한 게. ‘청소년답게, 청소년다움’이라는 단어가 저희 청소년이 생각하는 것과 어른들이 생각하는 게 다른 거 같아요. 어른들은 청소년이면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하고, 단정해야 하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저희가 생각하는 다른 청소년다움이 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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