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꼬랑을 비롯한 지역의 작고 새로운 모임들에게는 지역 자원들이 다양한 형태로 공평하게 나누어질 수 있다면, 접근할 수 있다면 좋겠다. 더불어서 가난한 누구라도, 장애와 함께 살고 있다 하더라도, 또 한글이나 한국어가 어려운 어떤 사람이라도, 나이가 어려서 혹은 많은 어떤 이라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드나들 수 있는 정보와 네트워크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나이와 장애여부 뿐 아니라 국적, 인종, 섹슈얼리티 등 많은 면에서 다채로운 모습으로 사는 이웃들이, 자유롭게 서로를 알고 또 적절한 속도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차별이나 혐오에 대해 일상적인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사람이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물리적 토대 같은 걸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지구의 기후위기는 지역차원에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하니까. 사람들이 구경하고, 소비하는 마치 게임 속에 있는 목적성 있는 공간이 아닌 모든 생명들이 사는 삶의 공간. 그런 기반들을 충실히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
“모든 생명들이 사는 삶의 공간, 그 기반을 충실히 지켜가고, 지역에서 모아진 정보, 네트워크, 선세대의 지혜들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담백_수수
수수는 많은 이야기를 담은 얼굴을 하다가도, 눈꼬리를 늘어뜨리고 웃어버리면 그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순한 웃음만 남는다. 그녀가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만든 ‘담백’ 이란 모임처럼 담백한 웃음이다. 인터뷰는 내내 조용조용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다가 끝이 난 것 같다. 이렇게 수수한 사람이라니...! 같이 산다는 것, 나눠주고 나눠받고, 그 연결이 지역사회에 퍼지는 것. 수수와 부르던 노래와 닮았다. 평화와 자연, 생명을 담은 그 노래들을.
인터뷰 진행 / 정리 : 쭈이
사진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이곳에 연고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구례와 인연을 맺었나요?
구례에서 뭘 하겠다는 작정이나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산청에 살았을 때도 인연 맺은 분들 따라 ‘목화장터’라는 곳에서 노래도 불렀다. 그곳 분들이 동파된 보일러도 고쳐주셨고, 살림세간도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인연 맺고 도움 받은 분들에게 보답을 하는 게 활동처럼 보이나 보다. 저를 공동체나 지역에서 돌봐줄 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다 싶다.
담백이란 모임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그리고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서 지내나요?
담백은 재작년 겨울인가? 작년 봄쯤이었던 것 같은데 시작은 애매하다. 처음에 동네 알고 지내던 ‘민주’님이 “여자들끼리 모여서 수다 떠는 모임 어때요?”한 이야기로 구례 사는 몇 명의 여성들이 모여 자신의 감정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수다모임으로 시작했다. 때가 맞으면 매실도 따고, 어린이집 문제도 이야기 나누고, 어디 애들 보낼 곳이 없나 하소연도 하고, 이곳에서의 한계에 대해서도 토로하고….
담백이란 이름은 작년 말에 지었다. 땅고랑이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활동’이라는 것도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담백이나 땅꼬랑 같이 동네 작은 모임들을 알게 된 사람들과 간간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러다가 뭔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르면 같이 해보는 것들이 공공성을 지니게 되면 ‘활동’이라고 다른 이들에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담백이란 모임으로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퍼머컬쳐 활동을 지원받았는데, 어떻게 그 활동을 시작했나요?
구례라는 곳으로 왔을 때에는 다른, 막연하게나마 대안적 삶에 대한 기대, 바램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구현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재밌고 의미 있게 무엇을 하고 싶은데 그 방향이 궁금한 사람도 있고, 대안농사에 고민이 있는데 혼자하려니 여의치 않은 것도 있었고. 퍼머컬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걸 한번 해보자라는 에너지가 모임 안에서 있었다. ‘그 욕구들이 괜찮겠다, 재밌겠다’라는 반응이어서 시작했다. ‘키홀 가든 만들기’ 실습이나 지속가능한 생활방식, 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함께 ‘구례 퍼머컬쳐 상상해봐요’란 결과 책자물도 만들어졌다. 이후 퍼머컬쳐를 더 공부하자며 스터디 모임도 생겼고, 워크숍으로 담백이 아닌 구례지역 다른 분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제공 : 담백
워크숍이나 담백 모임을 땅꼬랑이라는 공간에서 했는데요. 땅꼬랑. 이름도 무척 귀여운데,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땅고랑은 올해 2월에 생긴 공간이다. 담백은 친목모임에서 시작했는데 공간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이 공간으로 사람들의 꿈이나 희망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조모임도 생기고 임파워먼트도 생겼고 거기에 공간이 생기니 공공적인 것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 단위 이상의 공동체들이 결합해 몇 개의 그룹이 되니 공간이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땅꼬랑은 현재 더 이상 쓸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빈 공간을 무상대여 받아서 사용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어버렸다. 공간이 있다 없어지는 것은 파장이 있다. 공간이 없던 모임에서 임파워먼트와 관계에 집중했다면 공간이 생기면서 많은 이야기와 상상이 속도가 붙었다. 땅꼬랑으로 외부지원사업을 받게 되었는데 공간 베이스로 뭔가를 하려던 것이 이래저래 꼬이게 되면서 난항도 겪었다. 이제 공간은 없어졌고 그 안에서 있었던 모임들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남았다.
공간이 없어지면서 아쉬움이나 파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이 남았을까요?
다음 모색을 위한 긴 숨이 필요하게 되었다. 땅꼬랑이라는 공간이 없어지면서 그 안에서 있던 담백, 퍼머컬쳐, 땅꼬랑 이 세 모임들이 각자 스스로들에게 생각과 질문들을 하게 되었다. 지리산인이나 지리산사람들처럼 단체가 있는 곳에서 운영위원이나 편집위원을 그만두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땅꼬랑 안에 모임은 처음 오는 사람도 있었고, 이런 모임을 반기는 분도 있었는데 1년도 안되어 없어졌을 때 아쉬움도 있고,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람살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구례에서 살면서 지역 이슈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이 있나요?
땅꼬랑을 비롯한 지역의 작고 새로운 모임들에게는 지역 자원들이 다양한 형태로 공평하게 나누어질 수 있다면, 접근할 수 있다면 좋겠다. 더불어서 가난한 누구라도, 장애와 함께 살고 있다 하더라도, 또 한글이나 한국어가 어려운 어떤 사람이라도, 나이가 어려서 혹은 많은 어떤 이라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드나들 수 있는 정보와 네트워크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나이와 장애여부 뿐 아니라 국적, 인종, 섹슈얼리티 등 많은 면에서 다채로운 모습으로 사는 이웃들이, 자유롭게 서로를 알고 또 적절한 속도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차별이나 혐오에 대해 일상적인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사람이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물리적 토대 같은 걸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지구의 기후위기는 지역차원에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하니까. 사람들이 구경하고, 소비하는 마치 게임 속에 있는 목적성 있는 공간이 아닌 모든 생명들이 사는 삶의 공간. 그런 기반들을 충실히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 바라는 점이나 의견이 있을까요?
지난번 땅꼬랑에 예고 없이 방문했을 때 좋았다. 뜬금없는 팔로워업이랄까? 목적하지 않고 계속 봐주는 것. 그렇게 안부나 소식을 전해 듣고 받았으면 한다. 음… 그리고 다음 세대에 대한 지원사업이 특화되었으면 좋겠다. 탈학교 혹은 독립한 10대 시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좋을 것 같다.
2018-19 활동보고서 <한발짝>
본 보고서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지리산권(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을 대상으로 2018년~2019년 동안 진행한 주요 사업과 활동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보고서의 내용과 시점은 2019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점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에는 지난 2년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2020년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현장성에 집중하여 지역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지리산권 활동가와 단체, 모임 등에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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