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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지역활동가 인터뷰/산청] 인간의 기준으로 태양계에서 밀려난 명왕성처럼 - 김한범

2020-03-11

 

“배움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휴식과 회복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배움을 중심에 두지 않고, 스스로 가꿔나가는 자치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명왕성_김한범

 


 

나 역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지만 스스로 ‘교사’ 보다는 ‘활동가’ 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는 어떻게 아이들의 성장과 자립을 도우며 잘 살아갈까 고민하고 다방면으로 힘을 쓰는 일을 하고 있고, 하고 싶기 때문이다. 산청읍에 위치한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 에서 코디네이터를 맡고 계시는 김한범 선생님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산청에 내려와 만난 사람들 중 ‘동종업계 종사자’ 라고 부를 만한 사람 혹은 가장 궁금한 활동가,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은 사람일거 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이다. 자주 뵈었지만 정작 김한범 선생님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언젠가는 물어보고 싶었던 이야기들,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따로 뵙기를 청했다.

 

인터뷰 진행/정리 정푸른

 

 

산청_김한범-crop.jpg

사진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12년간 교사생활을 하시다가 지금은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교사생활 이전에도 청소년이나 청소년 활동에 대해 연결점이 있으셨나요?

청소년 활동에 관심을 가진 건 제 청소년기 때부터에요. 청소년기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면서도 여긴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 난 여기(학교)에서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내가 학교의 선생님이 되면 학생 한 명, 한 명이 좀 더 사람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교사가 되어서도 아이들에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경험이 계속되니까 결국 ‘내가 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 시스템 안에서 영영 못 가르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불만이 쌓여서 학교를 나왔어요.

 

제 경험을 통해서 느낀 청소년 시기의 중요성, 청소년 시기에 경험해야 할 것들을 충분히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처음에 청소년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주변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산청에 귀촌귀농하신 분들 가운데 공감해주실 만한 분들이 있고, 여러 가지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듣게 되어 거의 연고도 없다시피 한 이곳에 이사를 왔죠.

 

배움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휴식과 회복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배움을 중심에 두지 않고, 스스로 가꿔나가는 자치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잘 쉬고, 눈치보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청소년들만의 공간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함께할 청소년들을 모았어요. 청소년 운영진들이 실질적으로 공간에 대한 결정을 하고, 저는 운영진들이 공간을 잘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도움주는 역할로 고용되는 형태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청소년 운영진들과 기획을 해서 사업설명회를 하고, 후원인들을 모집해 2018년 10월에 문을 열게 되었어요.

 

‘명왕성’ 이라는 이름이 흥미로운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명왕성은 현재도 존재하지만, 어느 시기까지는 행성으로 인정받으며 태양계라는 시스템 안에 있다가 어떤 외부적인 기준으로 어느 순간부터 태양계 행성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잖아요. 지금 청소년들의 나이도 어느 시기에는 어른으로 여겨지기도 했었는데, 타자들의 기준에 의해 어느 시기에는 사회구성원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점도 닮아있어요.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있는 대상처럼 생각되는 게 청소년의 존재와 비슷한 부분이 있죠.

 

현재 청소년들은 ‘명왕성’ 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요? 주로 청소년 운영진이 중심이 되어 이용하나요?

사실 제일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명왕성 운영진으로 기꺼이 참여한 친구들이 정작 명왕성을 이용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에요. 운영하는 친구들과 이용하는 친구들 간의 차이가 좀 있어요. 이용하는 친구들은 와서 쉬고, 먹고, 놀고, 공부하고, 자고, 편하게 이용하고 가는데, 명왕성이 어떻게 운영되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는 않고 그저 이용만 한다는 거죠.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자주 이용하는 친구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것인데 서서히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라고 봐요.

 

 

명왕성.jpg

제공 : 명왕성

 

산청은 어린이, 청소년 이슈가 활발한 곳인 것 같아요. 여러 대안학교가 있고, 학부모 모임이 민들레읽기 모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죠. 이런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산청은 어떤 곳인가요?

산청은 저력이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저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표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얘기죠. 여의치 않은 상황, 제한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고,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 산청 지역의 저력인 것 같아요. 산청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조건들과 좋은 활동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숨은 힘들, 지역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는 힘들이 더 힘껏 발휘될 수 있게 민과 관의 협치가 좀 더 잘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속도가 더딘데, 그 느린 속도를 잘 견디고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명왕성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관계를 맺고, 지원을 받고 계시잖아요. 그런 것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나요?

네. 밥값이든 찻값이든, 사람들을 부담 없이 모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회의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더욱 회의하는 과정 자체를 노동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전달되고, 회의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밥을 한 끼 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책임감을 갖게 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지원받아 진행하는 ‘꿀알바’ 사업은 센터의 지원이 아니면 해보기 어려운 사업이에요. 청소년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업을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틀이 되어주니까 큰 도움이 되었지요.

 

센터의 지원이나 협력, 관계맺기에서 아쉽거나 더 필요한 부분은 없으셨나요?

지금도 센터에서 단체간의 네트워크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역별로 파트너를 두긴 했지만, 월 1회 네트워킹 모임을 갖는다던지,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리산포럼’ 같은 프로그램이 좀 더 작은 지역단위로 열리도록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산청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산청 포럼이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죠?

 

네, 지리산포럼을 보면서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럼 선생님께 ‘지리산권’은 어떤 의미인가요?

놀이터였으면 좋겠어요. 작은 변화를 마음껏 꿈꾸고, 즐겁게 놀 듯이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곳이요. 저는 이런 일들이 재미있어서 하거든요. 계속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산청은 그 중에서도 조금 더 제 역할이 큰 곳이라고 생각하고요.

 

 

산청에는 저마다의 작은 씨앗들을 뿌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벌써 작은 변화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는 이제 겨우 산청에 발을 디딘 새내기 주민이지만, 산청살이가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곧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은 돌잔치를 연다. 뜨끈뜨끈한 축하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

 

 


 

 

2018-19 활동보고서 <한발짝>

 

본 보고서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지리산권(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을 대상으로 2018년~2019년 동안 진행한 주요 사업과 활동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보고서의 내용과 시점은 2019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점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에는 지난 2년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2020년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현장성에 집중하여 지역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지리산권 활동가와 단체, 모임 등에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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