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4
이은정 [20대 전라남도 구례군, 서비스직 종사자]
시골살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판타지는 무엇일까?
뚝딱뚝딱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하며 사는 일상?
하하호호 마을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하루?
함께 둘러앉아 꿀꺽꿀꺽 마시는 막걸리의 맛?
연락하지 않아도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수다?
여기저기 탐방하며 모르는 사람을 만나 화기애애 이야기하기?
부족함 없이 시골에서 살지라도 가끔 로또가 하고 싶고, 편의점에서 파는 수입 캔맥주가 간절하게 당길 때가 있고, 사람과 마주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법.
판타지는 판타지대로 꿈꾸되, 일상은 일상대로 살아가는 것.
어느 환경에서나 우리는 이런 구분을 짓고 살아간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네 번째
인천에서 전라남도 구례군 시골마을로 이주하기까지는 비-자발적이었으나, 지금은 매우 적극적으로 정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났다.
조아라(이하 : 조) 나는 2017년에 남원으로 와서 책 가게를 운영하는 조아라라고 한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은정(이하 : 이) 25살 이은정이라고 한다. 3년 전에 인천에서 부모님이 살고 계신 구례로 내려왔다.
조 구례가 부모님의 고향인가?
이 아버지 고향이다. 계속 수도권에 같이 살다가 5년 전에 부모님이 먼저 내려오셨다.
조 그럼 2년 동안은 혼자 살았나?
이 인천에서 오빠랑 같이 살았다.
조 오빠는 왜 같이 안 내려왔나?
이 어머니가 나만 불렀다. (웃음) 아무래도 나를 많이 걱정한 것 같다.
조 구례에 오고 싶었나?
이 아니었다. (일동 웃음) 친구도 없고, 거기다 시골에서 뭘 하지 라는 생각에 정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어머니가 1년만 같이 살자 해서 할 수 없이 왔다. 1년만 있다 가자 했는데 벌써 3년이 지났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올라갈 생각이 없어졌다. 내려오기 전에는 여느 20대처럼 도시가 좋았는데 지금은 도시가 복잡해서 가기 싫더라.
조 구례에 있기로 한 1년이 끝나갈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 이미 그 전부터 조용한 게 좋아서 올라가기 싫었다.

(구례에 내려온지 올해로 3년이 지난 이은정 님)
조 구례 어디에 사나? 읍내?
이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집 밖에 없는 마을에 산다. 밤이 되면 아무것도 없다. 고라니 우는 소리가 들리고.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곳이다.
조 자동차가 많겠다.
이 부모님과 나, 3명 사는데 자동차가 3대다. 나도 구례로 온 지 일주일 만에 차를 샀다. 차 없이는 다닐 수가 없는 마을이다.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으니 차가 굳이 필요 없었지만.
조 나도 차를 알아보고 있다. 남원 시내는 자전거 타고 다닐만한데 근교로 나가려고 보니 차가 필요한 것 같다.
조 인천에서는 무엇을 했었나?
이 대학교에 안 가서 여러 직장을 다녔다. 카페에서 일하고, 회사도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이 했다.
조 구례에서 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이 구례 내려온 지 일주일 후에 일을 시작했다. 구례에 큰 협동조합 단지에 다니고 있다.
조 일주일 만에 자동차 사고 일자리까지 찾다니, 엄청 빠르다.
이 그렇다. (웃음)
조 주변에 뭐가 있나 탐방하거나 자연을 즐기고 싶지 않았나?
이 처음 내려왔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조 채용공고는 어떻게 알아보았나?
이 그냥 가서 이력서를 냈다.
조 뭔가 새로운 방식이다.
이 어머니도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거기는 상시로 일자리가 있으니 그냥 가서 이력서를 내면 된다고 했다. 나 말고도 그렇게 이력서를 내는 사람이 있더라.
조 나도 가끔 사이트를 확인하면서 ‘여긴 왜 채용공고가 안 뜰까?’ 생각했었다. 정은씨 말을 들으니 채용공고가 잘 안 뜨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웃음) 이력서를 낸 이후에는?
이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다며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본 후 일을 하게 되었다. 이력서를 내긴 했지만, 그곳에 큰 식당이나 영화관이 있는 줄 몰랐다. 공장이라고하니 돈은 많이 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근무형태는?
이 피자를 만들거나 서빙을 하는 서비스 일을 하고 있다. 주 6일 일하고 하루 쉰다.
조 해보니까 어떤가? 인천에서 2년, 구례에서 3년 직장생활을 비교해본다면?
이 복잡하지 않은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생각보다 급여도 괜찮다. 도시에서 일할 때는 회사 일이 여러모로 힘들었다.
조 돈은 모았겠다.
이 부모님 집에 사니까 돈 쓸 일이 적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겠다. (웃음) 도시에 살 때는 밖에 나가서 눈으로 보고 사고 먹고 이랬던 것을 지금은 휴대폰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서 돈을 더 쓰는 건가 싶기도 하다.
조 협동조합 단지 안에 영화관, 숙박, 카페 등 공간은 자주 이용하나? 직원 할인 혜택도 있을 것 같다.
이 직원 할인이 되는데 나는 주로 카페를 이용하고 다른 곳은 안 가봤다. 직장이라 그런지 그다지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더라.
조 보다 싸게 묵을 수 있으니까 손님이나 친구가 오면 유용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출근하는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 (웃음) 직장으로 다니기에 어떤지, 총평을 해본다면?
이 괜찮다. 시골에는 일자리가 없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런 대규모 단지가 있으면 일자리도 생기니까 좋은 것 같다. 이 근방에 사는 분들은 이곳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고.
조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나?
이 주로 집에 있는데 드라마를 보거나 심심하면 우리 집 마당이 거의 동물농장 수준이라 뛰어다니는 토끼나 개, 고양이, 양, 염소, 거위를 구경하기도 한다. 가끔 혼자 순천에 있는 극장으로 영화 보러 간다.
조 나는 가끔 맥도날드가 그리울 때가 있다. 편의점도 바로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그럴 때 정말 있다. 어머니한테 집 앞에 편의점 하나 만들까 하는 농담도 했었다. 저녁 8시만 되어도 가게 문을 많이 닫아서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조 구례 외 시골 지역은 가본 적 있나? 둘러보면서 이런 곳에도 살고 싶다 하는 곳이 있었나?
이 음… 남원, 곡성, 담양에 놀러 가본 적 있는데 나는 구례에 적응해서 그런지 다른 곳은 잘 모르겠다.
조 구례와 맞나보다. (웃음)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자주 있나?
이 각자 일을 하느라 많지 않다. 어머니도 출근하고, 아버지는 농사짓고, 동물을 키우신다. 저녁을 같이 먹는 정도. 그러고 보니 신기한 장면이 있다. 저녁을 차릴 때 필요한 채소를 집 앞에서 바로 가지고 올 수 있다.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대파 가져와달라고 하면 쓱- 뽑아오시고. 인천에 살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조 부모님과 같이 사는 건 어떤가?
이 힘들 때가 있어서 독립하고 싶지만 돈이 없다. 아마 독립을 해도 멀리 안가고 읍내 정도로만 갈 것 같다.
조 농사짓는 걸 처음 봤을 텐데 같이 할 때도 있나?
이 나는 밖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고 주로 아버지가 하신다. 어머니와 나는 직장에 다니니까.
조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생각은?
이 아직 없다. 주변에 보면 시골 산다고 전부 농사짓는 건 아닌 것 같더라.
조 나도 농사는 짓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없는데 언젠가는 하고 싶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조용한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없나?
이 둘레길을 걸어보고 싶다. 구례에 살지만 화엄사를 안 가봤다. (웃음) 요즘에 계속 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조 구례로 친구들이 놀러 왔을 것 같은데 반응이 어땠나?
이 ‘친구 있냐’는 질문이 제일 많았다. 그리고 ‘심심한데 뭐하냐, 그냥 올라와라. 여기도 좋다’라고 얘기한다. (웃음) 그러면 나는 여기가 더 좋다고 대답한다.
조 인천에 갈 때도 있겠다.
이 가끔 가는데 엄청 후회한다. 빨리 구례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조 인천 친구들의 걱정(?)처럼 또래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청년들과 같이 놀거나 모임을 만든 적은 없나?
이 여기서도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직장에서는 일만 하지, 사적으로 놀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
조 그럼 직장 안이 아닌 밖에서 청년들이 같이 노는 모임이나 그런 활동은 있나?
이 아직 가보고 싶은 모임은 없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가 함께 기타배우는 모임은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다. 내가 집순이 스타일이라 바깥에 잘 안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조 혹시 구례에서 청년을 위한 지원정책이 있나?
이 모르겠다. 그런 정책을 알 수 있는 매체가 부족한 것 같다.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있어야 알 수 있고 뭔가 참여할 수 있을 텐데.
조 구례에서 청년은 어디에 주로 있을까?
이 내 생각에는 내가 일하는 협동조합 단지에 가장 많을 것 같다. (웃음) 읍내에서 마주치는 청년들도 일터에서 보는 청년들이니까. 구례에서 자란 청년, 귀촌한 청년들이 여기서 많이 일하는 것 같다.
조 청년이 시골에서 자립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이 흠…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려면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걸으면서 지역 알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
조 그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진 않은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동네 한 바퀴 같이 걸어보자 하는 글을 올려서 참여자를 모집해보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듣고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생기길 바라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내가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조 시골이 배경인 미디어나 영화를 본 적 있나? 봤다면 시골에 사는 사람으로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 많이 보진 않지만 예전보다 눈이 더 간다. 저 사람들은 시골에서 뭔가 하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뭘 모르고 내려온 사람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데 그런 미디어를 보면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시골에서 어떻게 하면 저렇게 예쁘게 즐기면서 사는 거지 하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들고.
조 시골에서 출퇴근 일하며 사는 낭만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 일 마치고 집 마루에 앉아 밭과 별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잔 마시는 낙에 산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힐링 되는 기분이다.
조 읍내는 주로 무슨 일로 나가나?
이 장날에 가면 장을 보거나, 다양한 맥주를 사거나 세탁소를 간다. 그리고 로또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 소소한 행복이다.
조 나도 한 달에 한번 하는데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당첨된 적은?
이 옛날에 한번. 쉽지 않다.
조 하긴 5등도 숫자 세 개나 맞혀야 한다.
조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거나 하는 꿈, 목표가 있다면? 예를 들면 숲 해설가가 되면 둘레길을 걸으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은데…
이 좋긴 한데 아직 어떤 일을 하고 싶다 하는 게 구체적으로 없다. 가구를 만든다거나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싶다. 그리고 꿈은 조용한 데서 집 짓고 혼자 살고 싶다.
조 혼자? 외롭지 않을까?
이 나는 외로워도 뭐 어쩌겠어라는 생각으로 외로움을 약간 즐기는 것 같다.
조 향후 계획을 물어보고 싶다.
이 음… 도시에 가지 않겠다 정도.
조 계획이 신선하다. (웃음) 직장을 옮기고 싶은 생각 없나?
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좋은 곳이 있으면 옮기고 싶다. 그래도 도시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 구례를 떠나게 되더라도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
은정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의 고정관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정 씨의 심플한 일상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뭔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산다고 해서 바지런히 뭔가를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 조용함 그 자체를 즐겨도 되는데 말이다. 은정 씨의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내 안에 있던 ‘뭔가 해야 하는’ 고정관념을 한결 덜어낼 수 있었다.
시골이니까 이렇게 살아야 한다거나 도시니까 이렇게 살아야 한다 하는 정해진 삶의 방식 따위는 없다. 어디서나 이렇게, 저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 텐데 종종 잊어버린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로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무엇이 충분한지는 살면서 알아갈 테니까.
(끝)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4
이은정 [20대 전라남도 구례군, 서비스직 종사자]
시골살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판타지는 무엇일까?
뚝딱뚝딱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하며 사는 일상?
하하호호 마을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하루?
함께 둘러앉아 꿀꺽꿀꺽 마시는 막걸리의 맛?
연락하지 않아도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수다?
여기저기 탐방하며 모르는 사람을 만나 화기애애 이야기하기?
부족함 없이 시골에서 살지라도 가끔 로또가 하고 싶고, 편의점에서 파는 수입 캔맥주가 간절하게 당길 때가 있고, 사람과 마주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법.
판타지는 판타지대로 꿈꾸되, 일상은 일상대로 살아가는 것.
어느 환경에서나 우리는 이런 구분을 짓고 살아간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네 번째
인천에서 전라남도 구례군 시골마을로 이주하기까지는 비-자발적이었으나, 지금은 매우 적극적으로 정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났다.
조아라(이하 : 조) 나는 2017년에 남원으로 와서 책 가게를 운영하는 조아라라고 한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은정(이하 : 이) 25살 이은정이라고 한다. 3년 전에 인천에서 부모님이 살고 계신 구례로 내려왔다.
조 구례가 부모님의 고향인가?
이 아버지 고향이다. 계속 수도권에 같이 살다가 5년 전에 부모님이 먼저 내려오셨다.
조 그럼 2년 동안은 혼자 살았나?
이 인천에서 오빠랑 같이 살았다.
조 오빠는 왜 같이 안 내려왔나?
이 어머니가 나만 불렀다. (웃음) 아무래도 나를 많이 걱정한 것 같다.
조 구례에 오고 싶었나?
이 아니었다. (일동 웃음) 친구도 없고, 거기다 시골에서 뭘 하지 라는 생각에 정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어머니가 1년만 같이 살자 해서 할 수 없이 왔다. 1년만 있다 가자 했는데 벌써 3년이 지났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올라갈 생각이 없어졌다. 내려오기 전에는 여느 20대처럼 도시가 좋았는데 지금은 도시가 복잡해서 가기 싫더라.
조 구례에 있기로 한 1년이 끝나갈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 이미 그 전부터 조용한 게 좋아서 올라가기 싫었다.
(구례에 내려온지 올해로 3년이 지난 이은정 님)
조 구례 어디에 사나? 읍내?
이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집 밖에 없는 마을에 산다. 밤이 되면 아무것도 없다. 고라니 우는 소리가 들리고.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곳이다.
조 자동차가 많겠다.
이 부모님과 나, 3명 사는데 자동차가 3대다. 나도 구례로 온 지 일주일 만에 차를 샀다. 차 없이는 다닐 수가 없는 마을이다.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으니 차가 굳이 필요 없었지만.
조 나도 차를 알아보고 있다. 남원 시내는 자전거 타고 다닐만한데 근교로 나가려고 보니 차가 필요한 것 같다.
조 인천에서는 무엇을 했었나?
이 대학교에 안 가서 여러 직장을 다녔다. 카페에서 일하고, 회사도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이 했다.
조 구례에서 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이 구례 내려온 지 일주일 후에 일을 시작했다. 구례에 큰 협동조합 단지에 다니고 있다.
조 일주일 만에 자동차 사고 일자리까지 찾다니, 엄청 빠르다.
이 그렇다. (웃음)
조 주변에 뭐가 있나 탐방하거나 자연을 즐기고 싶지 않았나?
이 처음 내려왔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조 채용공고는 어떻게 알아보았나?
이 그냥 가서 이력서를 냈다.
조 뭔가 새로운 방식이다.
이 어머니도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거기는 상시로 일자리가 있으니 그냥 가서 이력서를 내면 된다고 했다. 나 말고도 그렇게 이력서를 내는 사람이 있더라.
조 나도 가끔 사이트를 확인하면서 ‘여긴 왜 채용공고가 안 뜰까?’ 생각했었다. 정은씨 말을 들으니 채용공고가 잘 안 뜨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웃음) 이력서를 낸 이후에는?
이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다며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본 후 일을 하게 되었다. 이력서를 내긴 했지만, 그곳에 큰 식당이나 영화관이 있는 줄 몰랐다. 공장이라고하니 돈은 많이 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근무형태는?
이 피자를 만들거나 서빙을 하는 서비스 일을 하고 있다. 주 6일 일하고 하루 쉰다.
조 해보니까 어떤가? 인천에서 2년, 구례에서 3년 직장생활을 비교해본다면?
이 복잡하지 않은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생각보다 급여도 괜찮다. 도시에서 일할 때는 회사 일이 여러모로 힘들었다.
조 돈은 모았겠다.
이 부모님 집에 사니까 돈 쓸 일이 적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겠다. (웃음) 도시에 살 때는 밖에 나가서 눈으로 보고 사고 먹고 이랬던 것을 지금은 휴대폰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서 돈을 더 쓰는 건가 싶기도 하다.
조 협동조합 단지 안에 영화관, 숙박, 카페 등 공간은 자주 이용하나? 직원 할인 혜택도 있을 것 같다.
이 직원 할인이 되는데 나는 주로 카페를 이용하고 다른 곳은 안 가봤다. 직장이라 그런지 그다지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더라.
조 보다 싸게 묵을 수 있으니까 손님이나 친구가 오면 유용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출근하는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 (웃음) 직장으로 다니기에 어떤지, 총평을 해본다면?
이 괜찮다. 시골에는 일자리가 없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런 대규모 단지가 있으면 일자리도 생기니까 좋은 것 같다. 이 근방에 사는 분들은 이곳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고.
조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나?
이 주로 집에 있는데 드라마를 보거나 심심하면 우리 집 마당이 거의 동물농장 수준이라 뛰어다니는 토끼나 개, 고양이, 양, 염소, 거위를 구경하기도 한다. 가끔 혼자 순천에 있는 극장으로 영화 보러 간다.
조 나는 가끔 맥도날드가 그리울 때가 있다. 편의점도 바로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그럴 때 정말 있다. 어머니한테 집 앞에 편의점 하나 만들까 하는 농담도 했었다. 저녁 8시만 되어도 가게 문을 많이 닫아서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조 구례 외 시골 지역은 가본 적 있나? 둘러보면서 이런 곳에도 살고 싶다 하는 곳이 있었나?
이 음… 남원, 곡성, 담양에 놀러 가본 적 있는데 나는 구례에 적응해서 그런지 다른 곳은 잘 모르겠다.
조 구례와 맞나보다. (웃음)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자주 있나?
이 각자 일을 하느라 많지 않다. 어머니도 출근하고, 아버지는 농사짓고, 동물을 키우신다. 저녁을 같이 먹는 정도. 그러고 보니 신기한 장면이 있다. 저녁을 차릴 때 필요한 채소를 집 앞에서 바로 가지고 올 수 있다.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대파 가져와달라고 하면 쓱- 뽑아오시고. 인천에 살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조 부모님과 같이 사는 건 어떤가?
이 힘들 때가 있어서 독립하고 싶지만 돈이 없다. 아마 독립을 해도 멀리 안가고 읍내 정도로만 갈 것 같다.
조 농사짓는 걸 처음 봤을 텐데 같이 할 때도 있나?
이 나는 밖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고 주로 아버지가 하신다. 어머니와 나는 직장에 다니니까.
조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생각은?
이 아직 없다. 주변에 보면 시골 산다고 전부 농사짓는 건 아닌 것 같더라.
조 나도 농사는 짓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없는데 언젠가는 하고 싶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조용한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없나?
이 둘레길을 걸어보고 싶다. 구례에 살지만 화엄사를 안 가봤다. (웃음) 요즘에 계속 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조 구례로 친구들이 놀러 왔을 것 같은데 반응이 어땠나?
이 ‘친구 있냐’는 질문이 제일 많았다. 그리고 ‘심심한데 뭐하냐, 그냥 올라와라. 여기도 좋다’라고 얘기한다. (웃음) 그러면 나는 여기가 더 좋다고 대답한다.
조 인천에 갈 때도 있겠다.
이 가끔 가는데 엄청 후회한다. 빨리 구례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조 인천 친구들의 걱정(?)처럼 또래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청년들과 같이 놀거나 모임을 만든 적은 없나?
이 여기서도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직장에서는 일만 하지, 사적으로 놀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
조 그럼 직장 안이 아닌 밖에서 청년들이 같이 노는 모임이나 그런 활동은 있나?
이 아직 가보고 싶은 모임은 없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가 함께 기타배우는 모임은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다. 내가 집순이 스타일이라 바깥에 잘 안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조 혹시 구례에서 청년을 위한 지원정책이 있나?
이 모르겠다. 그런 정책을 알 수 있는 매체가 부족한 것 같다.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있어야 알 수 있고 뭔가 참여할 수 있을 텐데.
조 구례에서 청년은 어디에 주로 있을까?
이 내 생각에는 내가 일하는 협동조합 단지에 가장 많을 것 같다. (웃음) 읍내에서 마주치는 청년들도 일터에서 보는 청년들이니까. 구례에서 자란 청년, 귀촌한 청년들이 여기서 많이 일하는 것 같다.
조 청년이 시골에서 자립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이 흠…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려면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걸으면서 지역 알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
조 그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진 않은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동네 한 바퀴 같이 걸어보자 하는 글을 올려서 참여자를 모집해보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듣고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생기길 바라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내가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조 시골이 배경인 미디어나 영화를 본 적 있나? 봤다면 시골에 사는 사람으로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 많이 보진 않지만 예전보다 눈이 더 간다. 저 사람들은 시골에서 뭔가 하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뭘 모르고 내려온 사람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데 그런 미디어를 보면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시골에서 어떻게 하면 저렇게 예쁘게 즐기면서 사는 거지 하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들고.
조 시골에서 출퇴근 일하며 사는 낭만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 일 마치고 집 마루에 앉아 밭과 별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잔 마시는 낙에 산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힐링 되는 기분이다.
조 읍내는 주로 무슨 일로 나가나?
이 장날에 가면 장을 보거나, 다양한 맥주를 사거나 세탁소를 간다. 그리고 로또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 소소한 행복이다.
조 나도 한 달에 한번 하는데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당첨된 적은?
이 옛날에 한번. 쉽지 않다.
조 하긴 5등도 숫자 세 개나 맞혀야 한다.
조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거나 하는 꿈, 목표가 있다면? 예를 들면 숲 해설가가 되면 둘레길을 걸으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은데…
이 좋긴 한데 아직 어떤 일을 하고 싶다 하는 게 구체적으로 없다. 가구를 만든다거나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싶다. 그리고 꿈은 조용한 데서 집 짓고 혼자 살고 싶다.
조 혼자? 외롭지 않을까?
이 나는 외로워도 뭐 어쩌겠어라는 생각으로 외로움을 약간 즐기는 것 같다.
조 향후 계획을 물어보고 싶다.
이 음… 도시에 가지 않겠다 정도.
조 계획이 신선하다. (웃음) 직장을 옮기고 싶은 생각 없나?
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좋은 곳이 있으면 옮기고 싶다. 그래도 도시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 구례를 떠나게 되더라도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
은정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의 고정관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정 씨의 심플한 일상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뭔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산다고 해서 바지런히 뭔가를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 조용함 그 자체를 즐겨도 되는데 말이다. 은정 씨의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내 안에 있던 ‘뭔가 해야 하는’ 고정관념을 한결 덜어낼 수 있었다.
시골이니까 이렇게 살아야 한다거나 도시니까 이렇게 살아야 한다 하는 정해진 삶의 방식 따위는 없다. 어디서나 이렇게, 저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 텐데 종종 잊어버린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로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무엇이 충분한지는 살면서 알아갈 테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