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7
박시현 [20대 경상남도 함양 버섯농부 1년 차]
자기 일을 찾기 시작한 사람은 곧잘 이런 말을 듣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지 혹은 찾고 싶다 같은 말.
도대체 적성이란 무엇일까?
[적성(適性) :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 능력 또는 그와 같은 소질이나 성격]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적성에 맞는 일이 과연 있기는 할까?
적성은 언제 알게 될까?
여기저기 부딪혀야 얻을 수 있는,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일곱 번째
버섯 농사가 적성에 맞다는 사람을 경남 함양군에서 만났다.
조아라(이하 : 조) 자기소개 부탁한다.
박시현(이하 : 박) 마산에서 함양으로 버섯농사를 지으러 온 박시현이라고 한다. 26살이다.
조 함양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박 전공이 임산학이라 대학 다닐 때 농활 프로그램이 있었다. 교수님이 여기 버섯 농사하는 곳이 있다고 추천해서 3학년 때 왔다. 실습하다 보니까 내 적성과 맞다고 느꼈고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농사를 배워보자 해서 함양으로 왔다.
조 졸업 후 바로 온 건 아닌 것 같다.
박 사실 나는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는데 부모님 생각은 그게 아니더라. 농사는 너무 고생한다고 생각하셨는지 공부를 더 하라고 하셔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면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오른쪽 귀에 돌발성 난청이 나서 그만뒀고 그 후에 여기로 왔다.
조 괴로웠겠다. 대학원 전공도 대학 전공과 같았나?
박 그렇다. 연구원이 되려고 했지만 스트레스로 못 버티겠더라. 정신력도 무너졌었다. 그래서 이 길이 아니다 생각하고 그때부터 내가 무엇을 할 때 재밌었지 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농사를 떠올렸다. 농활 갔던 버섯농장을 알고 있는 교수님께 내가 가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이장님이 몇 번을 고사하셨다가 받아주셨다. 연락한 게 작년 9월이었고 올해 1월에 이곳으로 왔다.
조 일손이 늘어 좋을 수 있는데 왜 안된다고 하셨을까?
박 왜냐하면 고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돈 안 받아도 되니까 기술 배우면서 있고 싶다고 했다. 아직 이곳 버섯농장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서 제때 인건비를 줄 형편이 안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버섯농사가 비전이 없는 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다.

(함양의 버섯농부 박시현 님)
조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학원을 간 것이 적성에 맞는 농사를 짓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다.
박 그렇다.
조 대학원을 나올 때 부모님의 반응은?
박 많이 안타까워했다. 어찌 보면 부모님 욕심이었으니까. 그 욕심 때문에 자식이 아프니까 부모님도 당연히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농사짓겠다고 했을 때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셨다. 나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자식이었지만 이제는 부모님 손에 벗어나서 내 갈 길을 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부모님이 자주 여기 오신다. 알고 보니 아버지도 농사에 관심이 많으시더라.
조 형제 관계는?
박 남동생이 있는데 축산을 전공했다.
조 형은 임산, 동생은 축산
박 그렇다. (웃음)
조 부모님 바람과 다르게 자식은 농사 쪽으로 가고 있다.
박 사실은 성적 맞춰서 간 거다. (웃음)
조 함양이란 지역이 마음에 들어왔다기 보다 버섯농사가 주된 이유였겠다.
박 그건 아니다. 지역도 마음에 든다. 여기는 산이 높아 가끔 보고 뭔가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 그 자체가 그냥 좋다. 지리산이 있고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조 그럼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5개월 정도 된 건가?
박 아직 시작도 아니고 준비 단계다. (웃음) 독립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땅을 알아보고 있다.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기술센터에 이장님과 갔는데 센터 분이 많이 도와주려고 해서 고마웠다.
조 일 해보니까 어떤가?
박 힘든 것도 있지만 나는 이 일이 맞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두세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있다.
조 버섯농사 일은 다른 농사일과 비교해 상상이 잘 안 된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박 일단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서 좋은 품질의 버섯을 손으로 꺾어서 딴다. 그리고 바로 손질해서 상-중-하로 나눠 소분하는데 하루 종일 한다.
조 제일 바쁠 때는 언제인가?
박 이제 막 종균 넣고 처음 버섯이 터질 때는 버섯이 엄청나게 나오기 때문에 사람을 불러 같이 해야 한다. 무조건 사람 손으로 다 해야 한다. 버섯은 기계로 선별할 수 없다. 종일 거의 서서 하는 일이 많다.
조 따는 데 열중하다 보면 다리 아프겠다.
박 버섯이 예쁘게 크면 아무리 많아도 작업하는 데 안 힘들더라.
조 본인이 농사짓는다고 했을 때 주변인의 반응은?
박 조금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딱히 친구들은 크게 관심 없다. (웃음) 자기들 할 거 하면 되고 나도 내 농사지으면 되는 거니까.
조 함양에 연고가 있나?
박 아예 없다.
조 나도 연고 없이 남원에 왔는데 주변에서 신기해하더라. 대단하다고 하고.
박 대단한 거다.
조 (웃음) 그냥 오고 싶어 왔는데 대단하다고 하니 내가 특이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던데 시현 씨는 어떤가? 정년퇴직하고 귀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게 보는 데 반해 청년이 농사를 짓는 걸 희한하게 보는 인식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나?
박 나도 그런 소리 듣는데 특이한 거 같다. 나도 사실 스트레스성 난청을 겪기 전에는 다른 사람처럼 연구원으로 취업해서 10년 정도 일하고 기술 배워서 귀농하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연구원으로 배우는 기술과 농부가 배우는 기술은 다른 것 같더라. 그럴 바에는 젊을 때 시작해 기술을 익혀서 터를 잡자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조 터 잡으면 나갈 수 있고?
박 아직은 나갈 생각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아마 여기에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고. 농사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조 한편으로 청년이 농사짓는다는 것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청년 농부, 부자 되다’ 같은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박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농사는 자기 적성하고 맞아야 하지 않을까. 대박 치려고 농사짓는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조 농사가 본인의 어떤 적성과 잘 맞나?
박 사람 대하는 일보다 작물을 대하는 일이 맞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정성 쏟은 만큼 나오는 일이니까. 사람 대하는 일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다. 편의시설 없는 것에 스트레스받지도 않고. 시골이 맞는 것 같다.
조 본인 스스로를 아는 것 같다.
박 그렇다.
조 그러고 보면 쉬는 날이 딱히…
박 없다.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쉬는 게 아니고 짬짬이 쉰다. 일이 없을 때가 수요일이면 그날 쉬는 식이다.
조 쉬는 날 뭐하나?
박 뭉친 몸을 풀기 위해 요가를 한다. 안 풀어주면 다음 날에 컨디션 회복이 안 되더라. 그리고 이곳에 티비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본다.
조 쉬는 시간을 일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내는 것 같은데.
박 지금은 좀 그렇게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게 없으니까 어떻게든 바닥에서 끌어모아야 하니까 달려야 한다. 이것도 하다 보면 목돈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때 농사를 잠시 쉬어도 된다고 하더라. 그때 그냥 쉬면 될 것 같다.

(박시현 님이 기른 느타리 버섯이 올라오고 있다.)
조 마을 어르신들은 만나 보았나?
박 그렇다. 이장님이 다 소개해주다 보니 나름 어르신들이 나를 좋게 보는 것 같다. 인사만 크게 잘해도 문제 없는 것 같다.
조 나름 적응을 한 것 같다.
박 그런 것 같다.
조 시골사는 낭만을 그린 영화 리틀포레스트 등과 같은 미디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박 안 봤지만 들어는 봤다. 나의 우상 같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 시골에 사는 낭만이 있다면?
박 어떨 때 느끼냐면 밤 되면 별 보는 게 제일 좋더라. 빛이 없으니 더 밝으니까. 비오면 타닥타닥 소리 듣는 것도 좋고고. 고라니도 보고 꿩도 보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가까이서 보고. 그런 게 낭만적이다.
조 읍내를 나가고 싶거나, 또래를 만나고 싶지 않나?
박 그럴 땐 읍내 카페 빈둥이라는 곳에 영화를 같이 보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밥 먹는 모임에 가서 또래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장님이 젊은 사람이 너무 여기에만 있으면 안 된다며 그 모임을 소개해줬다.
조 이장님이 여러모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신다.
박 그렇다. 엄청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조 일주일에 한 번은 적지 않나? 마을에 또래가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은 없나?
박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것으로 나는 충분하더라.
조 청년 농부를 위한 지원이 있나?
박 있다. 나도 오늘 알았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멘토를 붙여줘서 농사 기술을 배울 수 있다거나 나처럼 아예 전문가를 통해 직접 하는 방법도 있다.
조 청년이 지역에 자리 잡기 위해 제일 필요한 건 무엇일까?
박 청년들이 모이는 장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것이 없으면 못 버틸 것 같다.
조 1년 지나면 여기서 나가야 하나?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박 더 있어도 되겠지만 일단은 땅을 사야 해서 알아보고 있다.
조 땅을 볼 줄 알아야겠다.
박 버섯은 땅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 솜에서 키우는 거라서 제일 중요한 게 물이다. 물만 잘 나온다면 어디든지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그늘진 데는 안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버섯에는 좋을 수 있지만 일할 때 너무 추우면 힘드니까.
조 땅 살 돈은 어떻게 준비하나?
박 농지 지원금을 빌리려고 알아보고 있다. 이 역시 이장님이 많이 도와주신다.
조 여기서 농사짓고 사는 만족도는 어떤가?
박 높다. 돈 잘 벌면 더 좋겠고 (웃음)
조 농사짓는 친척이 말하더라. 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난다고. 많이 남을 때가 그다지 없다고 하더라. 생계 걱정이 들 것 같은데 어떤가?
박 나도 그런 현실을 알긴 하지만 버섯농사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잘하면 돈 되는 농사라고 본다.
조 다른 농사는 지어봤나?
박 아니, 이게 처음이다.
조 처음인데도 확신하는 이유가 있나?
박 느타리버섯 농사를 이런 방식으로 짓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짓고 있는 게 균상재배라는 재래식 방법이다. 다른 곳보다 여기 버섯은 크고 오래가더라. 그래서 판로를 잘 뚫으면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품질 좋은 버섯을 길러서 잘 팔고 싶다.
조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박 지금 목표는 여기서 1년 버티는 거다. 눈으로 보고 귀담아듣고 몸으로 체득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 기간을 1년으로 보고 있다. 버섯농사에 올인하고 싶다. 그리고 버섯으로 부농이 되는 게 내 꿈이다. (웃음)
조 나중에 ‘청년 농부, 부농의 꿈을 이루다’ 같은 기사로 보게 되는 건가? (웃음)
박 그렇게 되면 좋겠다.
조 잘 되길 바란다. (박수)
(끝)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7
박시현 [20대 경상남도 함양 버섯농부 1년 차]
자기 일을 찾기 시작한 사람은 곧잘 이런 말을 듣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지 혹은 찾고 싶다 같은 말.
도대체 적성이란 무엇일까?
[적성(適性) :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 능력 또는 그와 같은 소질이나 성격]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적성에 맞는 일이 과연 있기는 할까?
적성은 언제 알게 될까?
여기저기 부딪혀야 얻을 수 있는,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일곱 번째
버섯 농사가 적성에 맞다는 사람을 경남 함양군에서 만났다.
조아라(이하 : 조) 자기소개 부탁한다.
박시현(이하 : 박) 마산에서 함양으로 버섯농사를 지으러 온 박시현이라고 한다. 26살이다.
조 함양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박 전공이 임산학이라 대학 다닐 때 농활 프로그램이 있었다. 교수님이 여기 버섯 농사하는 곳이 있다고 추천해서 3학년 때 왔다. 실습하다 보니까 내 적성과 맞다고 느꼈고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농사를 배워보자 해서 함양으로 왔다.
조 졸업 후 바로 온 건 아닌 것 같다.
박 사실 나는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는데 부모님 생각은 그게 아니더라. 농사는 너무 고생한다고 생각하셨는지 공부를 더 하라고 하셔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면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오른쪽 귀에 돌발성 난청이 나서 그만뒀고 그 후에 여기로 왔다.
조 괴로웠겠다. 대학원 전공도 대학 전공과 같았나?
박 그렇다. 연구원이 되려고 했지만 스트레스로 못 버티겠더라. 정신력도 무너졌었다. 그래서 이 길이 아니다 생각하고 그때부터 내가 무엇을 할 때 재밌었지 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농사를 떠올렸다. 농활 갔던 버섯농장을 알고 있는 교수님께 내가 가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이장님이 몇 번을 고사하셨다가 받아주셨다. 연락한 게 작년 9월이었고 올해 1월에 이곳으로 왔다.
조 일손이 늘어 좋을 수 있는데 왜 안된다고 하셨을까?
박 왜냐하면 고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돈 안 받아도 되니까 기술 배우면서 있고 싶다고 했다. 아직 이곳 버섯농장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서 제때 인건비를 줄 형편이 안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버섯농사가 비전이 없는 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다.
(함양의 버섯농부 박시현 님)
조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학원을 간 것이 적성에 맞는 농사를 짓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다.
박 그렇다.
조 대학원을 나올 때 부모님의 반응은?
박 많이 안타까워했다. 어찌 보면 부모님 욕심이었으니까. 그 욕심 때문에 자식이 아프니까 부모님도 당연히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농사짓겠다고 했을 때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셨다. 나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자식이었지만 이제는 부모님 손에 벗어나서 내 갈 길을 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부모님이 자주 여기 오신다. 알고 보니 아버지도 농사에 관심이 많으시더라.
조 형제 관계는?
박 남동생이 있는데 축산을 전공했다.
조 형은 임산, 동생은 축산
박 그렇다. (웃음)
조 부모님 바람과 다르게 자식은 농사 쪽으로 가고 있다.
박 사실은 성적 맞춰서 간 거다. (웃음)
조 함양이란 지역이 마음에 들어왔다기 보다 버섯농사가 주된 이유였겠다.
박 그건 아니다. 지역도 마음에 든다. 여기는 산이 높아 가끔 보고 뭔가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 그 자체가 그냥 좋다. 지리산이 있고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조 그럼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5개월 정도 된 건가?
박 아직 시작도 아니고 준비 단계다. (웃음) 독립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땅을 알아보고 있다.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기술센터에 이장님과 갔는데 센터 분이 많이 도와주려고 해서 고마웠다.
조 일 해보니까 어떤가?
박 힘든 것도 있지만 나는 이 일이 맞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두세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있다.
조 버섯농사 일은 다른 농사일과 비교해 상상이 잘 안 된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박 일단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서 좋은 품질의 버섯을 손으로 꺾어서 딴다. 그리고 바로 손질해서 상-중-하로 나눠 소분하는데 하루 종일 한다.
조 제일 바쁠 때는 언제인가?
박 이제 막 종균 넣고 처음 버섯이 터질 때는 버섯이 엄청나게 나오기 때문에 사람을 불러 같이 해야 한다. 무조건 사람 손으로 다 해야 한다. 버섯은 기계로 선별할 수 없다. 종일 거의 서서 하는 일이 많다.
조 따는 데 열중하다 보면 다리 아프겠다.
박 버섯이 예쁘게 크면 아무리 많아도 작업하는 데 안 힘들더라.
조 본인이 농사짓는다고 했을 때 주변인의 반응은?
박 조금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딱히 친구들은 크게 관심 없다. (웃음) 자기들 할 거 하면 되고 나도 내 농사지으면 되는 거니까.
조 함양에 연고가 있나?
박 아예 없다.
조 나도 연고 없이 남원에 왔는데 주변에서 신기해하더라. 대단하다고 하고.
박 대단한 거다.
조 (웃음) 그냥 오고 싶어 왔는데 대단하다고 하니 내가 특이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던데 시현 씨는 어떤가? 정년퇴직하고 귀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게 보는 데 반해 청년이 농사를 짓는 걸 희한하게 보는 인식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나?
박 나도 그런 소리 듣는데 특이한 거 같다. 나도 사실 스트레스성 난청을 겪기 전에는 다른 사람처럼 연구원으로 취업해서 10년 정도 일하고 기술 배워서 귀농하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연구원으로 배우는 기술과 농부가 배우는 기술은 다른 것 같더라. 그럴 바에는 젊을 때 시작해 기술을 익혀서 터를 잡자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조 터 잡으면 나갈 수 있고?
박 아직은 나갈 생각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아마 여기에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고. 농사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조 한편으로 청년이 농사짓는다는 것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청년 농부, 부자 되다’ 같은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박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농사는 자기 적성하고 맞아야 하지 않을까. 대박 치려고 농사짓는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조 농사가 본인의 어떤 적성과 잘 맞나?
박 사람 대하는 일보다 작물을 대하는 일이 맞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정성 쏟은 만큼 나오는 일이니까. 사람 대하는 일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다. 편의시설 없는 것에 스트레스받지도 않고. 시골이 맞는 것 같다.
조 본인 스스로를 아는 것 같다.
박 그렇다.
조 그러고 보면 쉬는 날이 딱히…
박 없다.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쉬는 게 아니고 짬짬이 쉰다. 일이 없을 때가 수요일이면 그날 쉬는 식이다.
조 쉬는 날 뭐하나?
박 뭉친 몸을 풀기 위해 요가를 한다. 안 풀어주면 다음 날에 컨디션 회복이 안 되더라. 그리고 이곳에 티비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본다.
조 쉬는 시간을 일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내는 것 같은데.
박 지금은 좀 그렇게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게 없으니까 어떻게든 바닥에서 끌어모아야 하니까 달려야 한다. 이것도 하다 보면 목돈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때 농사를 잠시 쉬어도 된다고 하더라. 그때 그냥 쉬면 될 것 같다.
(박시현 님이 기른 느타리 버섯이 올라오고 있다.)
조 마을 어르신들은 만나 보았나?
박 그렇다. 이장님이 다 소개해주다 보니 나름 어르신들이 나를 좋게 보는 것 같다. 인사만 크게 잘해도 문제 없는 것 같다.
조 나름 적응을 한 것 같다.
박 그런 것 같다.
조 시골사는 낭만을 그린 영화 리틀포레스트 등과 같은 미디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박 안 봤지만 들어는 봤다. 나의 우상 같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 시골에 사는 낭만이 있다면?
박 어떨 때 느끼냐면 밤 되면 별 보는 게 제일 좋더라. 빛이 없으니 더 밝으니까. 비오면 타닥타닥 소리 듣는 것도 좋고고. 고라니도 보고 꿩도 보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가까이서 보고. 그런 게 낭만적이다.
조 읍내를 나가고 싶거나, 또래를 만나고 싶지 않나?
박 그럴 땐 읍내 카페 빈둥이라는 곳에 영화를 같이 보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밥 먹는 모임에 가서 또래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장님이 젊은 사람이 너무 여기에만 있으면 안 된다며 그 모임을 소개해줬다.
조 이장님이 여러모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신다.
박 그렇다. 엄청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조 일주일에 한 번은 적지 않나? 마을에 또래가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은 없나?
박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것으로 나는 충분하더라.
조 청년 농부를 위한 지원이 있나?
박 있다. 나도 오늘 알았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멘토를 붙여줘서 농사 기술을 배울 수 있다거나 나처럼 아예 전문가를 통해 직접 하는 방법도 있다.
조 청년이 지역에 자리 잡기 위해 제일 필요한 건 무엇일까?
박 청년들이 모이는 장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것이 없으면 못 버틸 것 같다.
조 1년 지나면 여기서 나가야 하나?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박 더 있어도 되겠지만 일단은 땅을 사야 해서 알아보고 있다.
조 땅을 볼 줄 알아야겠다.
박 버섯은 땅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 솜에서 키우는 거라서 제일 중요한 게 물이다. 물만 잘 나온다면 어디든지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그늘진 데는 안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버섯에는 좋을 수 있지만 일할 때 너무 추우면 힘드니까.
조 땅 살 돈은 어떻게 준비하나?
박 농지 지원금을 빌리려고 알아보고 있다. 이 역시 이장님이 많이 도와주신다.
조 여기서 농사짓고 사는 만족도는 어떤가?
박 높다. 돈 잘 벌면 더 좋겠고 (웃음)
조 농사짓는 친척이 말하더라. 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난다고. 많이 남을 때가 그다지 없다고 하더라. 생계 걱정이 들 것 같은데 어떤가?
박 나도 그런 현실을 알긴 하지만 버섯농사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잘하면 돈 되는 농사라고 본다.
조 다른 농사는 지어봤나?
박 아니, 이게 처음이다.
조 처음인데도 확신하는 이유가 있나?
박 느타리버섯 농사를 이런 방식으로 짓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짓고 있는 게 균상재배라는 재래식 방법이다. 다른 곳보다 여기 버섯은 크고 오래가더라. 그래서 판로를 잘 뚫으면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품질 좋은 버섯을 길러서 잘 팔고 싶다.
조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박 지금 목표는 여기서 1년 버티는 거다. 눈으로 보고 귀담아듣고 몸으로 체득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 기간을 1년으로 보고 있다. 버섯농사에 올인하고 싶다. 그리고 버섯으로 부농이 되는 게 내 꿈이다. (웃음)
조 나중에 ‘청년 농부, 부농의 꿈을 이루다’ 같은 기사로 보게 되는 건가? (웃음)
박 그렇게 되면 좋겠다.
조 잘 되길 바란다. (박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