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청소년의 일상과 바람 인터뷰 시리즈
대한민국의 총 인구 가운데 18세 이하 인구의 비율은 2004년 24.7%에서 2018년에는 17.2%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의 곡선은 지역으로, 시골로 갈수록 가파른 절벽이 되어 '도시로 떠나야 성공'이라는 목소리도 당연한듯 들려오는 현실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 속에서 자라나, 바쁜 손발에는 일상을, 가슴에는 크고 작은 바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리산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
‘학교 밖 청소년’ 이라는 중립적인 단어를 보고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불량하다, 문제아 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먼저 떠오른다면
우리는 ‘학교 밖 청소년’을 편견과 좋지 않은 인식으로 틀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인식의 틀에도 금이 생기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 틀이 부서지지고 다양한 청소년들이 나타나길 바란다.
학교 공부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계획하고
자기가 꾸고 싶은 꿈을 꾸는 유쾌 발랄한 청소년들을 산청에서 만나 그들의 일상을 물었다.
온빛(이하 '온')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소윤(이하 '정') : 이름은 정소윤이고요. 학교를 안 다니고 있고, 15살이에요. 원지에 살아요.
박의린(이하 '박') : 저는 박의린이고요. 16살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홈스쿨링해왔어요.
그리고 원지에 살고 있어요.
언제부터 산청에 살았고, 언제부터 홈스쿨링을 했나요?
박 : 저는 태어날 때부터 산청에 살았어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거처럼 초등학교 1학년부터 홈스쿨링을 했어요.
정 : 저는 8살이요. 그리고 홈스쿨링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요.
홈스쿨링을 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정 : 학교에서 일이 있어 너무 화가 나서 그만두게 됐어요.
온 :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정 : 학교에서 일이 있는데 제가 너무 힘들어해서 부모님이 바로 허락해주셨어요.
박 : 저희 아빠는 ‘학교 안 가도 된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오빠가 ‘학교 안 가고 싶다.’고 해서 오빠는 학교를 안 다녔어요. 근데 저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해서 학교에 가겠다고 했는데, 오빠가 빈둥빈둥 노는 거 보니까 집에 있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학교를 나왔어요. 지금은 후회 안 하고 있고 좋아요.

홈스쿨링 하면서 받은 시선들은 어떤 게 있나요?
박 : 가장 많은 건 ‘왜 학교 안 가니?’ 에요. 왜냐하면 학교를 안 다니다 보니까 오전에 여가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밖을 많이 돌아다녀요. 그럼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어른들까지 가끔은 교장샘한테 불러가서 ‘너 왜 학교 안 가니?, 너 유학 갔다 왔니?’라는 질문을 받아요. 한번은 저희 집에 찾아오겠다는 말까지 들었어요.
정 : 학교 관두고 샘들이 찾아오는 게 진짜 싫었어요.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박 : 그때 당시 아동학대가 이슈여서, ‘아이를 혹시나 가둬놓고 있나?’ 그런 걱정 때문에 온다고 했던 거 같아요. ‘온다. 온다.’ 해놓고 저희 집에는 안 왔어요.
정 : 저는 왔어요. 교감샘, 담임샘, 다른 선생님 한 분도 오셨어요.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어요.
온 : 그런 사람들이 어때요?
박 : 처음에는 불편하죠. 그리고 그런 소리를 듣고 나서 학교 근처는 안 가요. 무조건 돌아서 지나가고, 친구들도 잘 안 만났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만날 때마다 계속 물어보니까요. 나중에는 괜찮아지긴했어요.
홈스쿨링을 어떤 식으로 하나요?
박 : 가정마다 다 다른 거 같아요. 저희 집은 자기 주도로 공부를 해요. 일반적인 교과 공부도 조금씩 하고 여가생활에서 제가 하고 싶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거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해주세요. 학교 다니는 친구들보다 제가 좋아하는 거에 대해 더 열중적으로 할 수 있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서 그런 점이 홈스쿨링의 장점 아닌가 싶어요.
하무 (이하 '하')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정 : 이 언니는 학교 안 다니는데, 진짜 바빠요.
박 : 학교 다니는 애들이랑 만만치 않아요. 저는 스케줄을 직접 짜서 매일 다른 스케줄이 있어요. 일주일에 무조건 하루도 빠짐없이 나가는 날은 하나씩 있는 거 같아요. 월요일은 꿈드림이라고 학교 밖 지원센터가 있거든요. 거기서 기초학습부터 볼링, 수영, 여가생활 할 수 있는 것을 다 가르쳐주세요. 거기에 가요. 화요일은 어른들 사진 수업인데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저도 같이 듣고 있어요. 수요일은 영어 과외를 하고 있고, 목요일은 꿈드림 갔다가, 금요일은 피아노 레슨이 있어요. 토요일은 스피치를 하고, 일요일은 바이올린 레슨이 있어요.
하 : 그렇게 하는 건 좋은 거 같아요?
박 : 제가 알아서 스스로 하는 걸 배우는 거잖아요. 제가 스케줄을 안 짜면 그냥 마냥 노는 거뿐이잖아요. ‘제가 직접 내 꿈을 위해서 이 정도를 한다.’ 이런 걸 체험할 수 있고 거기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스케줄도 제 마음대로 짤 수 있잖아요. 학교는 다 틀에 박혀서 뭐든지 한 사람도 다른 게 없이 다 똑같이 스케줄을 짜주는데, 저는 그게 아니라 제 마음대로 짜고 없앨 수 있으니까 그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정 : 저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그러고 살아요.
꿈드림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어요?
박 : 꿈드림은 전국지역마다 있는 곳이에요. 학교를 자퇴했거나 퇴학당한 학교 밖 친구들을 위해서 만든 제도의 기관이에요. 근데 산청에는 그런 애들은 거의 없고 자발적으로 나온 애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른 꿈드림은 검정고시 준비를 위주로 하지만 저희는 만나서 놀고 이런 거까지 다 하는 거 같아요. 근데 요즘 따라 학교에서 안 좋게 나온 애들이 많기는 하더라고요.
정 : 예전에는 괜찮은 애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좀 그래요.
박 : 조금 불편함이 있는 친구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하 : 어떤 불편함이요?
박 : 허세? 애들이 그런 친구들 때문에 기가 많이 죽더라고요. 걔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보다 우수하다고 느끼면서 깎아내리려는 그런 애들이 있어요. 그거 때문에 마음 상한 애들이 좀 있어요.
온 : 꿈드림에서 어떤 활동을 해요?
박 : 기초적 학습은 수학이랑 영어만 해주고 도자기 수업, 볼링, 컴퓨터 자격증, 수영, 베이킹 여러 방면에서 저희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 지원해주는 그런 센터예요.
온 :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지원이 가능한 단체인 건가요?
박 : 바로는 안 돼요. 여러 명이 있어야 돼요. 저희가 하려면 절차를 밟아서 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고 선생님이 봤을 때 괜찮은 거 같은 거만 골라서 해요.
명왕성에는 얼마나 자주 와요?
정 : 2주일에 1, 2번?
박 : 저는 자주 안 와요.
정 : 저는 운영진이라서 자주 와요.
박 : 저는 집이 여기서 차 타고 15분 걸리다 보니까 많이 오지는 않는 거 같아요.
하 : 원지(원지읍)에 이런 공간이 있다면 많이 갈 거 같아요?
박 : 네. 그게 가장 필요한 거 같아요.
하 :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박 : 네. 저는 필요하다고 느껴요. 도서관도 그렇고 수영장도 그렇고 여기 산청(산청읍)으로 오는 반이 원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원지에 도서관, 수영장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때 산청 도서관에서는 반대했대요. ‘반이 여기서 오는데.’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원지에서 산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학생들이 여기 가려면 버스 타야 하고 불편한 게 있기도 해요. 여가 생활 할 수 있는 게 원지에는 없어요. 편의점은 많기는 한데 청소년들이 모여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어요.
온 : 주로 여가활동을 할 때 산청으로 오나요?
박 : 그건 아니에요. 그냥 어떤 공간에서 만나는 거보다 산책하면서 만나거나 저희 집에서 놀아요.
** 산청의 '이런 공간'이란?
<명왕성>은 청소년 스스로 계획하고, 운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준비 단계부터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필요한 공간을 상상하고, 직접 페인트칠과 가구를 짜 맞추며 출발해 지금은 매일 스무 명이 넘는 청소년이 오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산청에 대한 마음이나 생각은 어때요?
박 : 다른 지역에 비해서 청소년이 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명왕성도 있고 덕산에 모하노도 있거든요. 그래서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게 어른들이 제공해주는 공간이 다른 지역보다는 있지 않나 싶어요. 산청 꿈드림도 다른 꿈드림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체험을 잘해주는 편이라고 느껴요. 되게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시기도 하고 다른 곳에 비해 출석률도 좋아요. 많이 활동하는 거로는 전국에서 1등인가 2등인가 할 거예요. 청소년도 적극적으로 많이 활동하려 하고 또 그렇게 활동할 수 있게 제공해 주는 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산청이 좋은 거 같아요.
온 : 그럼 불편한 건 뭐가 있나요?
정 : 불편해서 불편한 걸 바꿔 달라고 했어요. ‘버스비가 너무 부담된다.’고 하니까 버스비를 주셨어요.
박 : 저희가 산청에 사는 친구도 있지만 멀리서 오는 친구도 많아요. 멀리서 오는 사람은 버스비가 많이 나가요. 버스비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1,700원이에요. 왔다, 갔다. 3,400원인 거잖아요.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하면 큰돈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예전부터 차비 지원은 안 되는지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 년은 공모사업이 돼서 지원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온 : 산청으로 가는 버스는 많아요?
박 : 네. 15분 간격으로 있어요.
정 : 근데 너무 비싸요.
온 : 도시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나요?
정 :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야 하지만 돈만 안 벌면 여기서 살아도 될 정도로 편해요.
박 : 저는 여기가 너무 좋아요. 저는 도시 안 나가고 싶어요. 같이 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불편한 점도 없고, 시골 같으면서 시골 같지 않은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도시는 너무 지나가는 사람들도 달리고, 매일 뛰는 거 봐야 하잖아요. 사람들이 쉼이 없는 거 같아요. 뭔가 숨 쉴 만한 틈이 없어 보여요. 여기는 좀 더 자유롭고, 마을 자체가 여유로워요.
산청 살면서 필요한 게 있나요?
정 : 클라이밍 하는 공간이요.
박 : 클라이밍 하는 곳이 있기는 한데, 안전요원이 계속 있어야 하니까 운영을 안 한 지가 꽤 됐어요. 그거 하면 애들이 진짜 좋아할 거 같아요. 근데 색다르고 재밌는 게 없어요.
정 : 스포츠 관련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박 : 저는 원지에도 명왕성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산청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이런 공간이 많기는 하지만 원지에는 없거든요. 그래서 원지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 : 명왕성 와서 뭐 해요?
박 :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같이 과제를 하기도 해요.
온 : 함께 있을 공간이 필요한 거네요.
박 : 이런 공간이 필요해요. 또 홍동에 만화방 있는 거 아시나요? 오빠 학교도 마음에 들지만, 그 마을 자체가 너무 좋았거든요. 생협도 그렇고요. 아! 맞아요. 원지에 생협이 없어요. 산청에도 생협이 없어요. 자연드림도 괜찮고 한살림이라도 괜찮으니까 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 농부의 곳간이 있기는 하네요.
정 : 거긴 너무 비싸요.
박 : 비싼 건 둘째치고, 뭐가 많이 없어요. 학생들이 사 먹을 음식이 없어요. 간단하게 요리할 만한 것도 없어요. 그리고 저희가 가끔은 쉼이 필요하니까 만화방 같은 것도 있으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홍동에 있는 만화방은 학생은 무료고 어른들이 들어가려면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해요. 만화 종류도 정말 많고, 거기서 간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 독립된 방도 많아요. 스탠드도 다 들어있고요. 그냥 시간 후딱후딱 가요. 근데 저희는 자유롭지만, 학교 친구들은 자유롭지 않을 수 있으니 공부하기 위해서 만나는 공간도 필요해요. 하지만 놀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없어요.
하 : 원지에 누가 이런 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명왕성에도 청소년운영위원이 있듯이 그런 운영위원을 하자고 하면 할 거예요?
박 : 당연하죠.
어른과 가장 다른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정 : 제가 포토샵 자격증을 안 딴다 했어요. 그걸 안 하니까 선생님들이 그 자격증을 꼭 따야 한다고. 이게 현실성으로 보면 따야 하긴 하는데 저는 별로 안 따고 싶었는데도 자꾸 따라고 하셔요.
박 : ‘크면 그게 다 필요하다.’ 이렇게 말씀하세요.
정 : 스펙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강요하시는 게 기분이 좀 나빴어요. 저는 제가 가진 기술 정도면 괜찮을 거로 생각하는데, 선생님들은 ‘무조건 자격증 따야 한다.’, ‘그거 없으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때 조금 짜증 났어요.
박 : 근데 저는 그 자격증 제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따는 거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정 : 이 언니는 자격증 없이도 공지 같은 거 다 만들거든요.
박 : 자격증 없어도 만들어요. 그건 자기가 필요할 때 배워서 쓰면 되지 오히려 따놓고 안 쓰면 다 까먹잖아요. 저 아는 언니가 1급으로 다 땄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언니가 하는 말이 ‘스펙을 위해서 지금 따 놓지 말고 네가 정말 필요할 때 따라, 아니면 다 잊어버린다.’고 그랬어요.
삶에 대한 만족감을 10점 만점으로 표현하자면?
박 : 저는 9점. 저는 지금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제가 홈스쿨링이라는 시간을 많이 보냈잖아요. 그래서 이 생활에서 내가 정말 뭘 하고 싶고, 이런 걸 하는 데 많이 몰두 할 수 있어 좋은데, 권태기 같은 게 오는 거예요. 너무 그런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까. 애들은 이제 학교를 나오고 싶어 하지만 저는 이제 학교를 들어가고 싶은 마음, 뭔가 소속되고 싶은 마음. 그런 게 조금 생겼어요. 그래서 저는 9점을 했어요.
정 : 저는 10점이요. 잘 살고 있잖아요.
온 : 잘 산다는 게 뭔가요?
정 : 요새 힘들거나 그런 게 없으니까. 잘 살고 있는 거 겠죠.
박 : 어떻게 잘 살고 있어?
정 : 그니까 그걸 어떻게 설명해?
온 : 그렇죠. 그냥 잘 살고 있는 건데. 맞아.
지금의 청소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 : 한참 성장해 나갈 시기요.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박 :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 같아요. 학교 애들은 진짜 너무 학교 공부밖에 없어요. 제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초, 중, 고등학교 때 ‘공부하라!’고, ‘공부하라!’고 해놓고 공부 다 끝나고 나서 고3 때 갑자기 자기 어디 갈지 정하라고 하는 거예요. 진짜 이건 말이 안 돼요. 아니 학과 공부하다 내 꿈을 찾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요. 그래서 정말 그렇게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 불쌍해요. 저희는 꿈을 찾기 위해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은데 학교에서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갑자기 ‘문과 갈래?, 이과 갈래?’ 물어보는 것도 이상해요. 그래서 매일 공부만 하다가 어디를 가라고 정하고 바로 끝나자마자 대학 갈 준비하라고 이렇게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느껴져요. 그래서 그렇게 살고 있는 학생들이 그냥 한마디로 불쌍해요. 공장에서 찍어낸 애들처럼 정말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그렇다잖아요. 외국에 유학 가면 애들이 자기주장을 잘 못 한다고요. 그 정도로 말을 잘 못 한대요. 자기주장이 없어요. 사람들이 옆에서 말하는 대로 거의 다 하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해요. 그대로 하는 거죠. 자기 스스로 하는 게 없는 거 같아요. 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 하잖아요. 원래 선생님이라는 것도 학생이 모르는 게 있으면 그거에 관해 물어보면, 알려주고 더 나은 길로 지도해주는 게 선생님이잖아요.
정 : 근데 답부터 알려주고 갑자기 ‘써, 외워.’ 이런 말을 하잖아요.
박 : 그런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별로예요.
어떻게 살고 싶어요?
박 : 저는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꿈을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부터 그런 꿈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그 꿈을 이룰 거야!’ 해도 그 꿈이 안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꿈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냐면 뭐든지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만 좋아하지, 좋아하지 않는 분야는 싫어하지는 않지만 잘 안 하려고 하는 게 있어요. 삶은 계속 배우는 거잖아요. 그리고 감사하며 사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정 :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는 일 하나 배워서 그걸로 먹고살면서 편하게 살 거예요. 그게 제일 편할 거 같아요.
온 :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했는데 편안하게 산다는 게 어떤 건가요?
정 : 제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삶은, 시골에서 농사짓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서 그렇게 사는 거요.
(끝)
지리산권 청소년의 일상과 바람 인터뷰 시리즈
대한민국의 총 인구 가운데 18세 이하 인구의 비율은 2004년 24.7%에서 2018년에는 17.2%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의 곡선은 지역으로, 시골로 갈수록 가파른 절벽이 되어 '도시로 떠나야 성공'이라는 목소리도 당연한듯 들려오는 현실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 속에서 자라나, 바쁜 손발에는 일상을, 가슴에는 크고 작은 바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리산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이라는 중립적인 단어를 보고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불량하다, 문제아 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먼저 떠오른다면
우리는 ‘학교 밖 청소년’을 편견과 좋지 않은 인식으로 틀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인식의 틀에도 금이 생기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 틀이 부서지지고 다양한 청소년들이 나타나길 바란다.
학교 공부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계획하고
자기가 꾸고 싶은 꿈을 꾸는 유쾌 발랄한 청소년들을 산청에서 만나 그들의 일상을 물었다.
온빛(이하 '온')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소윤(이하 '정') : 이름은 정소윤이고요. 학교를 안 다니고 있고, 15살이에요. 원지에 살아요.
박의린(이하 '박') : 저는 박의린이고요. 16살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홈스쿨링해왔어요.
그리고 원지에 살고 있어요.
언제부터 산청에 살았고, 언제부터 홈스쿨링을 했나요?
박 : 저는 태어날 때부터 산청에 살았어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거처럼 초등학교 1학년부터 홈스쿨링을 했어요.
정 : 저는 8살이요. 그리고 홈스쿨링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요.
홈스쿨링을 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정 : 학교에서 일이 있어 너무 화가 나서 그만두게 됐어요.
온 :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정 : 학교에서 일이 있는데 제가 너무 힘들어해서 부모님이 바로 허락해주셨어요.
박 : 저희 아빠는 ‘학교 안 가도 된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오빠가 ‘학교 안 가고 싶다.’고 해서 오빠는 학교를 안 다녔어요. 근데 저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해서 학교에 가겠다고 했는데, 오빠가 빈둥빈둥 노는 거 보니까 집에 있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학교를 나왔어요. 지금은 후회 안 하고 있고 좋아요.
홈스쿨링 하면서 받은 시선들은 어떤 게 있나요?
박 : 가장 많은 건 ‘왜 학교 안 가니?’ 에요. 왜냐하면 학교를 안 다니다 보니까 오전에 여가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밖을 많이 돌아다녀요. 그럼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어른들까지 가끔은 교장샘한테 불러가서 ‘너 왜 학교 안 가니?, 너 유학 갔다 왔니?’라는 질문을 받아요. 한번은 저희 집에 찾아오겠다는 말까지 들었어요.
정 : 학교 관두고 샘들이 찾아오는 게 진짜 싫었어요.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박 : 그때 당시 아동학대가 이슈여서, ‘아이를 혹시나 가둬놓고 있나?’ 그런 걱정 때문에 온다고 했던 거 같아요. ‘온다. 온다.’ 해놓고 저희 집에는 안 왔어요.
정 : 저는 왔어요. 교감샘, 담임샘, 다른 선생님 한 분도 오셨어요.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어요.
온 : 그런 사람들이 어때요?
박 : 처음에는 불편하죠. 그리고 그런 소리를 듣고 나서 학교 근처는 안 가요. 무조건 돌아서 지나가고, 친구들도 잘 안 만났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만날 때마다 계속 물어보니까요. 나중에는 괜찮아지긴했어요.
홈스쿨링을 어떤 식으로 하나요?
박 : 가정마다 다 다른 거 같아요. 저희 집은 자기 주도로 공부를 해요. 일반적인 교과 공부도 조금씩 하고 여가생활에서 제가 하고 싶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거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해주세요. 학교 다니는 친구들보다 제가 좋아하는 거에 대해 더 열중적으로 할 수 있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서 그런 점이 홈스쿨링의 장점 아닌가 싶어요.
하무 (이하 '하')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정 : 이 언니는 학교 안 다니는데, 진짜 바빠요.
박 : 학교 다니는 애들이랑 만만치 않아요. 저는 스케줄을 직접 짜서 매일 다른 스케줄이 있어요. 일주일에 무조건 하루도 빠짐없이 나가는 날은 하나씩 있는 거 같아요. 월요일은 꿈드림이라고 학교 밖 지원센터가 있거든요. 거기서 기초학습부터 볼링, 수영, 여가생활 할 수 있는 것을 다 가르쳐주세요. 거기에 가요. 화요일은 어른들 사진 수업인데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저도 같이 듣고 있어요. 수요일은 영어 과외를 하고 있고, 목요일은 꿈드림 갔다가, 금요일은 피아노 레슨이 있어요. 토요일은 스피치를 하고, 일요일은 바이올린 레슨이 있어요.
하 : 그렇게 하는 건 좋은 거 같아요?
박 : 제가 알아서 스스로 하는 걸 배우는 거잖아요. 제가 스케줄을 안 짜면 그냥 마냥 노는 거뿐이잖아요. ‘제가 직접 내 꿈을 위해서 이 정도를 한다.’ 이런 걸 체험할 수 있고 거기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스케줄도 제 마음대로 짤 수 있잖아요. 학교는 다 틀에 박혀서 뭐든지 한 사람도 다른 게 없이 다 똑같이 스케줄을 짜주는데, 저는 그게 아니라 제 마음대로 짜고 없앨 수 있으니까 그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정 : 저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그러고 살아요.
꿈드림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어요?
박 : 꿈드림은 전국지역마다 있는 곳이에요. 학교를 자퇴했거나 퇴학당한 학교 밖 친구들을 위해서 만든 제도의 기관이에요. 근데 산청에는 그런 애들은 거의 없고 자발적으로 나온 애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른 꿈드림은 검정고시 준비를 위주로 하지만 저희는 만나서 놀고 이런 거까지 다 하는 거 같아요. 근데 요즘 따라 학교에서 안 좋게 나온 애들이 많기는 하더라고요.
정 : 예전에는 괜찮은 애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좀 그래요.
박 : 조금 불편함이 있는 친구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하 : 어떤 불편함이요?
박 : 허세? 애들이 그런 친구들 때문에 기가 많이 죽더라고요. 걔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보다 우수하다고 느끼면서 깎아내리려는 그런 애들이 있어요. 그거 때문에 마음 상한 애들이 좀 있어요.
온 : 꿈드림에서 어떤 활동을 해요?
박 : 기초적 학습은 수학이랑 영어만 해주고 도자기 수업, 볼링, 컴퓨터 자격증, 수영, 베이킹 여러 방면에서 저희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 지원해주는 그런 센터예요.
온 :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지원이 가능한 단체인 건가요?
박 : 바로는 안 돼요. 여러 명이 있어야 돼요. 저희가 하려면 절차를 밟아서 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고 선생님이 봤을 때 괜찮은 거 같은 거만 골라서 해요.
명왕성에는 얼마나 자주 와요?
정 : 2주일에 1, 2번?
박 : 저는 자주 안 와요.
정 : 저는 운영진이라서 자주 와요.
박 : 저는 집이 여기서 차 타고 15분 걸리다 보니까 많이 오지는 않는 거 같아요.
하 : 원지(원지읍)에 이런 공간이 있다면 많이 갈 거 같아요?
박 : 네. 그게 가장 필요한 거 같아요.
하 :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박 : 네. 저는 필요하다고 느껴요. 도서관도 그렇고 수영장도 그렇고 여기 산청(산청읍)으로 오는 반이 원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원지에 도서관, 수영장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때 산청 도서관에서는 반대했대요. ‘반이 여기서 오는데.’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원지에서 산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학생들이 여기 가려면 버스 타야 하고 불편한 게 있기도 해요. 여가 생활 할 수 있는 게 원지에는 없어요. 편의점은 많기는 한데 청소년들이 모여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어요.
온 : 주로 여가활동을 할 때 산청으로 오나요?
박 : 그건 아니에요. 그냥 어떤 공간에서 만나는 거보다 산책하면서 만나거나 저희 집에서 놀아요.
** 산청의 '이런 공간'이란?
<명왕성>은 청소년 스스로 계획하고, 운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준비 단계부터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필요한 공간을 상상하고, 직접 페인트칠과 가구를 짜 맞추며 출발해 지금은 매일 스무 명이 넘는 청소년이 오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산청에 대한 마음이나 생각은 어때요?
박 : 다른 지역에 비해서 청소년이 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명왕성도 있고 덕산에 모하노도 있거든요. 그래서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게 어른들이 제공해주는 공간이 다른 지역보다는 있지 않나 싶어요. 산청 꿈드림도 다른 꿈드림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체험을 잘해주는 편이라고 느껴요. 되게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시기도 하고 다른 곳에 비해 출석률도 좋아요. 많이 활동하는 거로는 전국에서 1등인가 2등인가 할 거예요. 청소년도 적극적으로 많이 활동하려 하고 또 그렇게 활동할 수 있게 제공해 주는 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산청이 좋은 거 같아요.
온 : 그럼 불편한 건 뭐가 있나요?
정 : 불편해서 불편한 걸 바꿔 달라고 했어요. ‘버스비가 너무 부담된다.’고 하니까 버스비를 주셨어요.
박 : 저희가 산청에 사는 친구도 있지만 멀리서 오는 친구도 많아요. 멀리서 오는 사람은 버스비가 많이 나가요. 버스비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1,700원이에요. 왔다, 갔다. 3,400원인 거잖아요.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하면 큰돈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예전부터 차비 지원은 안 되는지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 년은 공모사업이 돼서 지원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온 : 산청으로 가는 버스는 많아요?
박 : 네. 15분 간격으로 있어요.
정 : 근데 너무 비싸요.
온 : 도시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나요?
정 :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야 하지만 돈만 안 벌면 여기서 살아도 될 정도로 편해요.
박 : 저는 여기가 너무 좋아요. 저는 도시 안 나가고 싶어요. 같이 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불편한 점도 없고, 시골 같으면서 시골 같지 않은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도시는 너무 지나가는 사람들도 달리고, 매일 뛰는 거 봐야 하잖아요. 사람들이 쉼이 없는 거 같아요. 뭔가 숨 쉴 만한 틈이 없어 보여요. 여기는 좀 더 자유롭고, 마을 자체가 여유로워요.
산청 살면서 필요한 게 있나요?
정 : 클라이밍 하는 공간이요.
박 : 클라이밍 하는 곳이 있기는 한데, 안전요원이 계속 있어야 하니까 운영을 안 한 지가 꽤 됐어요. 그거 하면 애들이 진짜 좋아할 거 같아요. 근데 색다르고 재밌는 게 없어요.
정 : 스포츠 관련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박 : 저는 원지에도 명왕성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산청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이런 공간이 많기는 하지만 원지에는 없거든요. 그래서 원지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 : 명왕성 와서 뭐 해요?
박 :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같이 과제를 하기도 해요.
온 : 함께 있을 공간이 필요한 거네요.
박 : 이런 공간이 필요해요. 또 홍동에 만화방 있는 거 아시나요? 오빠 학교도 마음에 들지만, 그 마을 자체가 너무 좋았거든요. 생협도 그렇고요. 아! 맞아요. 원지에 생협이 없어요. 산청에도 생협이 없어요. 자연드림도 괜찮고 한살림이라도 괜찮으니까 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 농부의 곳간이 있기는 하네요.
정 : 거긴 너무 비싸요.
박 : 비싼 건 둘째치고, 뭐가 많이 없어요. 학생들이 사 먹을 음식이 없어요. 간단하게 요리할 만한 것도 없어요. 그리고 저희가 가끔은 쉼이 필요하니까 만화방 같은 것도 있으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홍동에 있는 만화방은 학생은 무료고 어른들이 들어가려면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해요. 만화 종류도 정말 많고, 거기서 간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 독립된 방도 많아요. 스탠드도 다 들어있고요. 그냥 시간 후딱후딱 가요. 근데 저희는 자유롭지만, 학교 친구들은 자유롭지 않을 수 있으니 공부하기 위해서 만나는 공간도 필요해요. 하지만 놀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없어요.
하 : 원지에 누가 이런 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명왕성에도 청소년운영위원이 있듯이 그런 운영위원을 하자고 하면 할 거예요?
박 : 당연하죠.
어른과 가장 다른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정 : 제가 포토샵 자격증을 안 딴다 했어요. 그걸 안 하니까 선생님들이 그 자격증을 꼭 따야 한다고. 이게 현실성으로 보면 따야 하긴 하는데 저는 별로 안 따고 싶었는데도 자꾸 따라고 하셔요.
박 : ‘크면 그게 다 필요하다.’ 이렇게 말씀하세요.
정 : 스펙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강요하시는 게 기분이 좀 나빴어요. 저는 제가 가진 기술 정도면 괜찮을 거로 생각하는데, 선생님들은 ‘무조건 자격증 따야 한다.’, ‘그거 없으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때 조금 짜증 났어요.
박 : 근데 저는 그 자격증 제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따는 거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정 : 이 언니는 자격증 없이도 공지 같은 거 다 만들거든요.
박 : 자격증 없어도 만들어요. 그건 자기가 필요할 때 배워서 쓰면 되지 오히려 따놓고 안 쓰면 다 까먹잖아요. 저 아는 언니가 1급으로 다 땄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언니가 하는 말이 ‘스펙을 위해서 지금 따 놓지 말고 네가 정말 필요할 때 따라, 아니면 다 잊어버린다.’고 그랬어요.
삶에 대한 만족감을 10점 만점으로 표현하자면?
박 : 저는 9점. 저는 지금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제가 홈스쿨링이라는 시간을 많이 보냈잖아요. 그래서 이 생활에서 내가 정말 뭘 하고 싶고, 이런 걸 하는 데 많이 몰두 할 수 있어 좋은데, 권태기 같은 게 오는 거예요. 너무 그런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까. 애들은 이제 학교를 나오고 싶어 하지만 저는 이제 학교를 들어가고 싶은 마음, 뭔가 소속되고 싶은 마음. 그런 게 조금 생겼어요. 그래서 저는 9점을 했어요.
정 : 저는 10점이요. 잘 살고 있잖아요.
온 : 잘 산다는 게 뭔가요?
정 : 요새 힘들거나 그런 게 없으니까. 잘 살고 있는 거 겠죠.
박 : 어떻게 잘 살고 있어?
정 : 그니까 그걸 어떻게 설명해?
온 : 그렇죠. 그냥 잘 살고 있는 건데. 맞아.
지금의 청소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 : 한참 성장해 나갈 시기요.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박 :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 같아요. 학교 애들은 진짜 너무 학교 공부밖에 없어요. 제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초, 중, 고등학교 때 ‘공부하라!’고, ‘공부하라!’고 해놓고 공부 다 끝나고 나서 고3 때 갑자기 자기 어디 갈지 정하라고 하는 거예요. 진짜 이건 말이 안 돼요. 아니 학과 공부하다 내 꿈을 찾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요. 그래서 정말 그렇게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 불쌍해요. 저희는 꿈을 찾기 위해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은데 학교에서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갑자기 ‘문과 갈래?, 이과 갈래?’ 물어보는 것도 이상해요. 그래서 매일 공부만 하다가 어디를 가라고 정하고 바로 끝나자마자 대학 갈 준비하라고 이렇게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느껴져요. 그래서 그렇게 살고 있는 학생들이 그냥 한마디로 불쌍해요. 공장에서 찍어낸 애들처럼 정말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그렇다잖아요. 외국에 유학 가면 애들이 자기주장을 잘 못 한다고요. 그 정도로 말을 잘 못 한대요. 자기주장이 없어요. 사람들이 옆에서 말하는 대로 거의 다 하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해요. 그대로 하는 거죠. 자기 스스로 하는 게 없는 거 같아요. 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 하잖아요. 원래 선생님이라는 것도 학생이 모르는 게 있으면 그거에 관해 물어보면, 알려주고 더 나은 길로 지도해주는 게 선생님이잖아요.
정 : 근데 답부터 알려주고 갑자기 ‘써, 외워.’ 이런 말을 하잖아요.
박 : 그런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별로예요.
어떻게 살고 싶어요?
박 : 저는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꿈을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부터 그런 꿈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그 꿈을 이룰 거야!’ 해도 그 꿈이 안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꿈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냐면 뭐든지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만 좋아하지, 좋아하지 않는 분야는 싫어하지는 않지만 잘 안 하려고 하는 게 있어요. 삶은 계속 배우는 거잖아요. 그리고 감사하며 사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정 :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는 일 하나 배워서 그걸로 먹고살면서 편하게 살 거예요. 그게 제일 편할 거 같아요.
온 :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했는데 편안하게 산다는 게 어떤 건가요?
정 : 제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삶은, 시골에서 농사짓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서 그렇게 사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