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2
김혜련 (20대 함양군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
나는 무얼 하며 살아야 할까?
어떤 기준으로 일을 선택해야 할까?
이 질문은 내가 대도시에 있던, 시골에 있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묻는 끝없는 질문일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은 어떻게 찾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거의 없을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한번씩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가진다면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두 번째로
경상남도 함양군에서 일상의 기준을 세우며 청년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 조아라 : 자기소개 부탁한다.
- 김혜련 : 함양에서 사회사업가와 동네 청년으로 살고 있는 김혜련이라고 한다.
함양이 거의(!) 고향이라고 들었다. 돌아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김혜련 : 부산에서 태어나 돌 지나고 부모님 고향인 함양으로 왔고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전주로 대학을 갔을 때 다시 함양으로 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다 휴학을 하고 전국 복지순례를 다녔는데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내 일의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 복지순례가 끝나갈 시기에 함양의 어느 고등학생들이 노예 제를 만들어 친구를 노예처럼 부린다는 일종의 학교폭력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전혀 몰랐고, 시골이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함양도 사람 사는 곳이라 아프기도 하구나 라는 걸 느꼈다.
그 뉴스를 보고 내가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 끼치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스물스물 들기 시작했다. 영웅심리는 아니었고. 4학년 여름방학 때 사회복지사 취업공고사이트를 보다가 지금 제가 일하는 곳의 채용공고가 떴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지역아동센터라 고 하면 복지 업무 중에도 최전방이라 다들 안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하지만 나름 경험도 있고 봉사활동도 했고 지인이 일한 이야기도 들어보니 뭔가 해볼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조금 들더라. 다른 곳을 둘러봤지만 이 곳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 지원을 했고 채용이 되어 2년 전 함양에 오게 되었다.
만약 채용이 안 되어도 왔을까?
- 김혜련 : 어, 그런 상상은 안 해봤는데(웃음)... 또 일자리 찾았을 것 같다.
전공을 사회복지학과로 선택한 이유는?
- 김혜련 : 중학생 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같은 책들을 통해 사람에 관심이 생겼고 고등학교 때 절친이 ‘사회복지학과라는 전공이 있는데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래’ 라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
한편의 청춘드라마 같다. (웃음)
- 김혜련 : 부모님은 안된다며 교사, 간호사 같은 직업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그 말이 안 들어오더라. 나는 하나 생각하면 그 하나만 파는 성격인 것 같다. 사회복지학과는 실천학문이고 매력적인 학문이라 생각한다. 현장은 녹록지 않지만…
함양으로 온다고 할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 김혜련 : 반반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로 떨어져 살았다. 아버지 말로는 고등학교 때부터 딸을 보낸 마음이었다고 하더라. 자주 만나지 못했으니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4년 간 학비 들여서 배웠는데 근사한데서 일하지 왜 함양에 왔냐는 마음도 드셨겠고. 교수님도 내가 함양 간다고 할 때 걱정하셨다. 거기 가면 시집가기 힘들다며…(웃음) 친구들도 주말마다 전주에 놀러오라고 하고.

(함양에서 사회사업가와 동네 청년으로 살고 있는 김혜련 님)
함양에 2년 전 2월에 와서 4월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빨리 시작된 느낌이다.
- 김혜련 : 책모임은 대학 때부터 나한테는 자연스럽고 익숙한 모임이다. 그 시간이 좋았다. 함양으로 와서 고향 친구들과 만나다가 3월에 ‘우리 책모임 하면 좋을 것 같아’ 라는 말만 툭 던졌는데 친구들이 낚였다. (웃음) 그 친구들도 일-집만 반복하니 일상이 지쳐있었다. 그런 말을 하더라. ‘책모임이 비상구 같은 시간이 될 것 같아’ 라고.
준비는 어떻게 했나?
- 김혜련 : 카페에서 친구들과 모여 홍보지를 만들었다. 경주에서 친구가 책모임을 하고 있어서 홍보지 원본 파일을 준 덕에 금방 끝났다. 게다가 마침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카페 사장님이 서울에서 온 분으로 여러 모임을 해본 분이라 조언을 해주셨다.
홍보지를 만들고 나니 진짜 해야될 것 같았다. 인쇄해서 카페 빈둥, 도서관에 붙였다. 누가 보겠어, 누가 올까 했는데 도서관에 붙인 홍보지를 보고 한 청년이 연락을 줬다. 짜릿한 기분을 맛 봤다. 정작 오겠다던 두 친구는 회식 때문에 못왔다. (웃음) 그리고 같은 교회를 다니는 동생이 온다고 하여 세명이서 시작했다. 내 일이다 싶으면 계속 끌고 가는 성격인데 첫 모임을 하고 나니 재밌고 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흘러 벌써 18번째 모임이 되었다. 어떤 변화를 느끼는가?
- 김혜련 : 모인 사람이 다양해진 것 같다. 관계의 깊이는 다르지만 편하다. 초기에는 세팅해놓고 오늘을 할 수 있을까 조바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한명이라도 오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책모임에 사람이 많이 왔을 때는 어느 정도였나?
- 김혜련 : 여행 다녀온 친구가 사람책이 되어 카페 빈둥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20명 정도, 가장 많이 모였었다. 그리고 동네 어른을 초대해서 시낭송 같이 한 모임에 18명 정도 왔던 적이 있었고.
거기다 밥 먹는 모임, 텃밭 모임도 한다고 들었다. 많이 바쁠 것 같다.
- 김혜련 : 텃밭도 최근에 생겼는데 공동으로 가꾸기로 한 텃밭이라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출근길에 살짝 들여다보는 정도다. 그리고 책모임은 한달에 한번 하고, 밥 모임은 어차피 점심을 혼자 먹어야 되는데 일주일에 한번 함양시민연대에서 각자 갖고 온 것으로 함께 먹는 거고. 열거하면 일이 많아 보이지만 별로 바쁠 게 없다.
함양시민연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 김혜련 : 책모임 홍보지도 붙일 겸 카페 빈둥을 자주 갔는데 빈둥 사장님이 나를 시민연대 분들에게 소개시켜주셨다. 어떻게 하면 함양을 더 나은 동네로 만들까 고민하는 어른들의 활동이 나에게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무슨 모임을 하려면 공간이 중요한데 공간도 내어 주시고. 함양시민연대 분들이 저희 모임을 굉장히 응원해주신다.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 김혜련 : 꼭 그렇지 않다.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고 만나서 편한 사람들한테서는 에너지를 받지만 낯선 사람들 사실, 인터뷰하는 오늘도 떨렸다. 긴장하고 속으로 기도하고 왔다. 낯선사람들 만나는 게 어렵지만 사람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중간역할을 하면 너무 뿌듯하고 좋다. (웃음)
청년이 지역으로 오길 바라는가?
- 김혜련 : 오면 반가울 것 같다. 2년 전 함양에 돌아와서 길을 걷는데 젊어보이는 뒤통수가 보였다. 너무 반가워서 뛰어가면서 살짝 얼굴을 봤다. (웃음) 청년이 드무니까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나보다.
함양도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떠나는 분위기인가?
- 김혜련 : 대체로 그런 것 같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이 있고, 나처럼 내려온 사람들 정도. 나랑 같이 놀았던 친구들은 거의 서울, 대전 등 타지로 나갔다.
함양군청 사이트에 나온 귀농귀촌 지원 내용을 봤는데 청년을 위한 지원은 안 보이더라.
- 김혜련 : 사실 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 요근래 생기기 시작했다. 살아보니 뭔가 아쉽게 느껴지더라. 며칠전 곡성과 함양에 사는 청년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곡성은 쉐어하우스 도 만들기 시작했고, 청년을 위한 지원 기구를 만드려고 하는 움직임도 있고, 청년들이 군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알아보는 모임도 있다고 하더라. 또 뚝방을 만들어서 프리마켓을 여는데 군에서 운영하는데 비어있는 공공기관을 개조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함양은 정말 너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자체가 생각을 바꾸면 좋겠다. 그리고 일시적인 지원금은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청년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공간들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으면 은둔한 청년이 한번이라도 올 것 같다.
함양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겠다.
- 김혜련 : 이제서야 애향심이 조금씩 생긴다. (웃음) 이전에는 내가 사는 한 지역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사람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고 어려워도 이웃이 있으니 든든한 느낌이 든다. 그런 마음이 들다보니 함양을 알리고 싶더라. 블로그에 함양 가볼만한 음식점, 모임 리뷰도 쓰고 있다. 함양에 숨은 예쁜 공간, 골목을 사진 찍어 엽서를 만들고 싶고, 동네 어르신 이야기도 담고 싶고. 우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애향심을 가지면 좋겠다 하는 바람도 생긴다.
본인도 어른인 것 같은데 (웃음)
- 김혜련 : 애늙은이라는 말은 들어봤다. 나는 늘 철 없고 아직 오롯이 안 서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른 하면 4,50대? (웃음) 모르겠다. 어른이 같다. 그래서 세계를 더 보고싶고 더 나가고 싶다.
함양 외 살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 김혜련 : 제주도나 서울. (웃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떠나고 싶기도 하다. 지금도 재밌지만 함양에 살다 보니 걸어다니는 CCTV라고 해야 되나 100m에 한 번씩 아는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디 다녀왔는데 ‘혜련아, 너 거기 갔었지?’ 하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한달 정도 살아보고 싶다. 다른 곳을 경험하면 내가 넓어질 것 같은 로망이 있다. 그래도 영화 ‘리틀포레스트’처럼 갔다가 다시 올 것 같은 느낌은 든다. 생각보다 함양에서 사는 게 매력적이고 재밌다. 다시 오고 싶지 않았던 첫번째 이유가 성장이었는데 와보니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데 없으면 내가 판을 만들면 되니까.
영화 리틀포레스트 같은 시골살이 미디어를 보면서 시골에 사는 청년으로써 어떤 생각이 들었나?
- 김혜련 : 영화를 보니 이미 집이 있고 밭이 있고 이웃이 있고. 효리네민박은 말할 것도 없고. 삼시세끼도 그냥 깔려있는 세팅에 만들어먹더라. 나도 안정된 기반이 있다면 다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된 기반을 위해 뭔가 준비하고 있나?
- 김혜련 :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적금을 넣고 있지만 일단은 부모님과 살고 있는 집이 있으니 안정된 기반이 있는 셈이다. 집을 안사도 되고 안정된 월급이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곳에 가고 싶지만 생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김혜련 : 대학교 2학년 때 최종 목표로 뭘하면 좋을까 계속 고민하다가 사랑방을 꾸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활동하다보니 그런 공간을 꾸린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나는 막연한 이상처럼 생각했는데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더라. 도서관을 운영할 수도 있고 카페를 운영할 수도 있고. 공간을 꾸리고 사람을 모으고, 모임을 주선하는 역할이 사실 사회복지사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끝)
첫번째, 필요로 하지만 사람이 가지 않으려는 곳
두번째, 나의 성장이 곧 기관의 성장이 되는 곳
세번째, 나만의 사회복지 가치와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곳
네번째, 이왕이면 재밌게 일하는 곳
이 네가지는 혜련씨가 말한 일 선택의 기준이다. 같은 기준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중요한 팁이 될거라는 생각에 인터뷰 마지막 글에 싣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는 김혜련씨.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좋겠다는 혜련씨의 바람이 함양을 시작으로 그녀가 가고자 하는 곳곳에 불기를 응원하고 싶다.
인터뷰어 : 조아라 (30대, 연고 없는 남원에 내려와 동네서점을 운영하며 연고를 만들고 있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함양에서 사회사업가와 동네 청년으로 살고 있는 김혜련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