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8_이병산

2018-07-19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8

 

이병산 [30대 전라남도 구례군, 농협 근무] 

 

 

지금 시대에 

 

‘청년들이여 꿈을 크게 가져라!’라는 말만큼 비현실적인 말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꿈이 꼭 있어야 하나?  

 

꿈이 없으면 이상한 건가? 

과연 꿈의 반대말은 현실일까? 

 

라는 질문이 더 어울리는 시대인 것 같다. 

 

 

꿈이 없어도 행복하다면 그걸로 다행이지 않을까?  

 

그냥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 바람을 조금씩 채워가면 되지 않을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 구태여 둘을 비교할 필요 있을까?

 

꿈을 좇는 삶은 응원하더라도 꿈이 없는 삶에 꿈을 가져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은 잠시 넣어두자.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여덟 번째 

 

 

고향인 전남 구례로 돌아와 안정적인 현실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났다. 

 

 

 

조아라(이하:조)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병산(이하:이) 이름은 이병산이라고 한다. 전남 구례에 살고, 간전면에 있는 농협에서 일한다. 나이는 서른넷이다.

 

 농협에서 어떤 일을 하나? 

 농자재 판매가 주된 일이다. 기름도 판매하고 군청이나 면사무소와 관련된 일도 하고 있다.  

 

 농협 하면 은행과 마트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대도시에는 농자재 수요가 없으니까 파는 데가 없겠지만 시골은 농사를 많이 지으니까 농자재 파는 농협이 많다. 남원에도 자재 파는 농협이 많더라. 

 

 일하는 곳은 읍내와 가깝나?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구례 읍내보다 하동군 화개면과 더 가깝다. 하동군과 광양시 사이에 붙어있어서 여러 지역에서 손님이 온다. 

 

 사는 곳은 어딘가? 

 구례군 마산면에 부모님과 살고 있다. 처음 농협 들어갈 때 마산면 농협에서 일했는데 예상치 못한 인사이동으로 간전면으로 옮겼다. 보통 2년 주기로 인사이동이 있는 편이다. 

 

 2년마다 한 번씩이면 인사이동 기간이 짧은 편인 것 같은데. 

 짧으면 1년이나 6개월이고 길면 5, 6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한 지역에 있으면 지역 농협이다 보니까 유착관계가 있을 수 있어 바꾸는 것 같다.  

 

 공무원과 비슷하다.  

 그렇다. 

 

 고향이 구례인가? 

 태어나고 중학교 때까지 구례에서 살고 고등학교 때부터 순천을 시작으로 타지에서 살았다.

 

 언제 다시 구례로 왔나?

 서른 살 봄에.  

 

 어디 어디 살았나? 

 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녔고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다. 졸업 후 서울과 인천에서 직장을 다녔다. 

 

 그때도 농협에 다녔나? 어쩌다 구례로 내려왔나? 

 아니다. 지금과 정반대 일을 했다. 대학 전공이 기계 설계 분야여서 그쪽으로 일을 하다가 전자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내려온 계기는 서울에서 형과 누나랑 같이 살았는데 누나가 결혼으로 형은 직장 때문에 나가게 되어 나 혼자 살았다. 혼자 1, 2년 있다 보니 생활 방식도 나태해지고 직장 스트레스도 쌓여 우울증도 앓으면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형과 누나가 많이 걱정해서 차라리 구례로 내려가는 게 어떻겠냐 하더라. 그렇게 내려오게 되었다. 

내려와 쉬면서 부모님과 살면서 부모님 일을 도와드렸는데 아무래도 내 밥벌이는 내가 하는 게 서로 좋을 거 같아 직장을 알아봤다. 아빠가 농협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지원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시골에서 농협 직원은 공무원처럼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일은 힘든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야근도 자주 하니까.  

 주말에도 일할 때가 가끔 있다. 그렇다고 수당이 따로 나오는 게 아니라 아쉽다. 안정적인 건 장점이나 이런 점은 단점인 것 같다. 

 

 부모님 일을 도왔다고 했는데 어떤 일을 하시나? 

 식당을 운영하신다. 옛날에는 농사도 짓고 소나 염소와 같은 가축도 키웠는데 요즘은 연세도 있고 힘드셔서 식당에 낼 수 있는 텃밭 정도만 가꾸신다.  

 

 고향으로 와서 4년 지냈는데 어떤가? 

 

 고등학교 때부터 거의 20년 넘게 도시에 살다가 다시 내려왔을 때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타지에 살 때는 개인주의 성향이 맞았는데 시골에 오니 그게 안 맞는 느낌이 들더라. 

 

 시골에선 익명성 보장이 안 된다. 

 몰라도 되는 것들을 알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 특히 사람 관계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조심해야 한다. 도시에선 뒷말이 자유로운데 시골에선 힘들다. 시골에서는 다 아는 사이니까 이런저런 말이 흘러서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 더 조심하게 되는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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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구례로 돌아온지 4년차, 이병산 님)

  

 

 주변에서 구례 좋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었는데 구례에 사니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안 좋은 점 먼저 얘기하겠다. (웃음) 구례 인구가 적다 보니 어디를 가나 사람이 별로 없다. 상대적으로 노인이 많고. 젊은 사람이 보기엔 놀러 갈 데도 없어 가까운 순천이나 광주로 많이 간다. 솔직히 인구가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지역인 것 같다. 그리고 집을 짓거나 사놓고 한 철만 와서 살다 가는 외지인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쉬러 오는 거겠지만 그분들이 가고 나면 빈집상태로 오래 있는 거니까 여기서 사는 입장에서 보면 좋아 보이진 않더라. 또한 농협에서 일하다 보니 귀농귀촌을 원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분들이 군청, 면사무소에서 서류 업무 처리가 어렵다고 하더라. 귀농귀촌 지원을 받으려면 작성해야 할 서류가 많고 복잡하다. 농협 업무와 연결되는 것들도 있기도 하고. 아무튼 홍보나 쉽게 설명하는 것들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단점인 것 같다. 

 

 이제 장점을 얘기해달라. 

 장점은 우선 휴양할 데가 많다. 볼거리가 많은 것 같다. 화엄사, 사성암처럼 큰 절이 많고 예술인마을도 있고,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도 괜찮다. 그리고 격주마다 콩장이라는 프리마켓이 열리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장이다. 빵, 주스, 핸드메이드 물건부터 농산물도 팔고 축제처럼 악기 연주, 노래 부르는 사람도 있고. 아이들도 나와 이것저것 사고파는데 자연스럽더라.  

 

 나도 콩장 가보고 싶다.  

 타지에서 많이 오신다. 셀러도 그렇고. 

 

 콩장에 자주 갔는데 만들어보고 싶다, 따라 해보고 싶은 게 있나? 

 생각은 하지만 몸이 안 따라준다. (웃음) 몸 쓰는 업무가 많기도 하고 서류업무도 많다 보니 혼자 따로 뭔가 해볼 시간이 없다. 서울 살 때는 한강에서 자전거도 타고 서점 가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강원도도 혼자 기차 타고 놀러 가고 그랬는데 여기서는 시간 나면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게 여가 생활이 된 것 같다.

 

 언제 쉬나? 쉬는 날에 뭐하나?  

 

 빨간 날은 거의 쉬고 주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한다. 미술관을 가거나 콩장도 가고, 다른 지역에 가서 걷고 구경한다. 집에 있는 것보다 나가서 새로운 걸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얻나? 

 현수막. (웃음) 

 

 새롭다.

 시골에선 현수막 정보가 제일 빠르다. 

 

 여자친구 영향도 크겠다. 여기저기 가볼 데가 많을 것 같은데.  

 제일 크다. (웃음) 같이 보면서 좋아할 곳을 가려고 한다.  

 

 나는 본인의 여자친구를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분은 카페도 운영하고 이것저것 소품도 만들며 팔기도 한다. 혹시 그쪽에 관심이 있어서 같이 만들기도 하나?  

 옆에서 조금 도와주는 정도. (웃음) 상대방은 만들어서 고객한테 판매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잘할 수밖에 없다. 근데 내가 서툴게 하면 안 좋을 것 같아 시키는 것만 한다. 

 

 또래 커뮤니티가 있나?  

 면마다 청년회는 있는데 거기 있는 형님들이 나보고 들어오라고 하지만 들어가고 싶진 않고 다른 또래 커뮤니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귀농귀촌한 청년 중에 나처럼 부모님이 여기에 살거나 고향이기 때문에 온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구례에선 또래 만날 일이 별로 없겠다. 

 놀 데도 별로 없다. 오히려 대리운전을 부를지라도 순천에서 노는 게 돈이 적게 들 정도다. 

 

 본인이 구례 내려왔을 때 청년을 위한 지원정책이 있었나?

 알았으면 지원했을 텐데 몰랐다. 그리고 그런 지원사업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만 지원해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오기 전 구례의 삶과 다시 돌아온 구례의 삶이 많이 다른가? 비교해본다면?  

 어렸을 때는 구례 인구가 4만이 넘었다. (웃음) 나름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반이 여러 개 있었으니까. 아무튼 어릴 땐 집에 있기보다 얼른 도시로 나가서 놀거나 자유롭고 싶었던 것 같다. 다시 여기로 왔을 때는 적응할 수 있을까, 적응 못 하고 다른 데로 갈까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다행히 잘 적응한 것 같다. 부모님 옆에 있으려고 하고, 일도 하면서 자리 잡으려고 하니까. 구례가 변한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변했다면 내가 변한 것 같다

 

 시골에 와서 하고 싶은 걸 찾거나 하는 청년이 많아졌으면 하나? 

 내려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더라도 거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게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면 살기 힘들 것 같다.  

 

 시골에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바라지만 과연 많이 올까 싶다. 

 

 그래도 어떤 지원을 하면 올 것 같은지, 청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뭐라고 생각하나? 

 관련된 티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제주도의 사례였다.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지원을 받아 빌라를 만들었다. 집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홍보하니까 사람들이 하나둘 오면서 서로 가까워졌는데 그게 또 매력이 되어 더 많은 사람이 이사를 왔다고 하더라. 그 덕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학교는 폐교가 안 됐다. 

그리고 귀농을 원하는 사람에게 농기술 학교 같은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례에 기술교육센터가 있는데 어떤 분이 귀농하려고 알아보니 센터 안에 기숙사에서 무상으로 3개월 정도 살 수 있게 지원한다고 했다. 3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알아볼 기간이 되니까 그런 지원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주거와 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긴가?

 그렇다. 주거만 지원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살아보고 싶은 지역이 있나? 

 거의 20년 밖에서 살아서 지금은 정착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젠 안정적이고 싶다. 나이도 있으니까. 

 

 계속 구례에 살 생각인가? 

 아니다. (웃음) 아마 여자친구가 있는 남원으로 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구례로 출퇴근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솔직히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꿈이 없다. (웃음) 결혼하고 마당 있는 집에서 일 마치고 집에 와서 티비 보고,  좋아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살고 싶다. 말하자면 이룰 수 있는 꿈이랄까. 

 

 돈은 차곡차곡 모으고 있나? 

 그렇다. (웃음) 

 

 훌륭하다.  

 결혼해도 서로의 부담이 안 되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 벗어나면 모험이고 그러면 다칠 수 있으니까. 안 다치는 범위 안에서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아빠의 영향이 크다. 사업 실패의 경험을 보고 자랐으니까. 그리고 내 사주에도 사업이 없다고 했다. (웃음)

 

 혹시 마지막으로 시골에 오고자 하는 청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잘 생각하되 세 번 이상 생각해보고 왔으면 좋겠다.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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