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9_박정은

2018-08-03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남원 구도심에 자리한 책방 '알아가는 책가게'의 매니저 조아라가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20-30대 청년 16인을 만났다.

 

청년들은 지역에 뿌리박고 자라난 토박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예술을 하는 청년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특산물 농사를 짓는 청년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들과 나눈 일터와 일상, 고민과 기쁨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시리즈 #09
 
박정은 [30대 사단법인 숲길 활동가] 
 


온전히 내가 알아보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일들이 얼마나 될까? 
결정은 내가 했어도 그에 도달하기까지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과 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터.  
 
누군가가 나의 쓰임을 보고 제안하는 것으로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 ‘방향에 맞게 잘 가고 있는가’라는 답 찾기는 내 몫이겠지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것도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것만큼 중요하기에 어떤 방향이든 틀린 길은 없을 것이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 인터뷰 아홉 번째 
 
한 직장을 10년째 다니고 있는 청년을 경남 하동에서 만났다. 
 
 
조아라(이하:조)   첫 질문은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것이다. 
박정은(이하:박)   소개할 말이 없는데… 뭐라고 소개해야 하나?  
 다 다르게 소개한다. 
 박정은이라고 하고 30대다. 
 태어난 곳은 어딘가? 
 제주도에서 태어났지만 1년 정도 있다가 육지로 나왔다. 아버지가 미장 일을 하셔서 여러 군데를 다녔다. 유년기는 대구에서 보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 따라 남원으로 이사했고. 
다양하게 다녔다. 대학교는 충청도였고 경기도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  
 
 하동에는 언제 왔나? 
 2011년에 사단법인 숲길 남원 사무실에서 하동 사무실로 이동하면서 오게 됐다. 
 사단법인 숲길에는 어떻게 들어갔나? 
 취업도 준비할 겸 남원 인월 집에 돌아와 농특산물 전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전공이 산림지원학과라서 국립공원이나 산림조합 쪽으로 취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리산 둘레길을 만드시는 분이 오셔서는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시작한 게 어언 10년이 되어간다. 
 스카우트인 건가. 
 아니다. (웃음)  
 
 하동으로 올 때는 혼자 왔나? 
 그렇다. 일하다가 힘들어서 도망 왔다. (웃음)
 사무실이 지역별로 있나 보다. 
 사단법인 숲길에서 지리산 둘레길을 운영 관리하는데 둘레길을 안내하고 사람들을 응대하는 센터가 지역마다 있다. 원래 사무국이 남원시 인월면에 있었는데 재정비하면서 하동으로 옮겼다. 
 함께 일하는 직원 수가 어떻게 되나? 
 각 센터에 계신 분들과 저희랑 합하면 서른에서 서른다섯 명 사이다. 저희가 프로그램을 하면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일당백으로 여기저기 막 뛰어다녀야 한다. 
 하동 사무국에는 몇 명 일하나? 
 열 명 있는데 지역마다 한 명씩 있고 나머지 여섯 명은 하동에 있다. 주된 일이 하동에서 많이 이뤄진다. 
 둘레길을 만들 때부터 일한 것인가? 
 남원과 함양의 둘레길이 완성되고 하동, 구례, 산청 쪽 조사할 무렵에 내가 들어갔다. 처음에는 조사한 길을 따라 다니는 일부터 했다. 길 만드는 일이라고 해서 혹했다.
 왜 길 만드는 일에 혹했나?  
 처음에 선생님이 나에게 제의를 할 때 길을 만드는 일이라고, 끊어진 길을 잇고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만드는 일이라고 해서 신기했던 것 같다. 접해본 적이 없으니 그 점에 혹했다. 초창기에는 길도 많이 다니고 활발하게 외부로 다녔는데 업무가 바뀌다 보니 지금은 사무실에만 주야장천 있다. 
 
 둘레길 전체를 걸었나? 추천하고 싶은 길이 있다면? 
 그렇다. 4년 전까지는 많이 걸었다. 길 추천해달라는 분이 많으신데 추천은 잘 안한다. 추천하고 욕먹은 적이 많아서…. ‘언제 걷느냐’와 ‘누구랑 걷느냐’에 따라 같은 길도 느낌이 다르다. 일단 여름에는 어느 구간을 가도 힘들고, 힘이 들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겨울에는 동절기 정비 기간이라 못 다니고. 그래서 나는 먼저 여쭤본다. 어떤 길을 원하는지, 높낮이는 어땠으면 좋겠는지, 총 걷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면 좋겠는지 이런 걸 여쭤보고 거기서 최대한 적합한 길을 알려준다. 둘레길은 걸어보았나? 
 남원 주천쪽 길을 걸었다. 
 제일 많이 찾는 구간이다. 
 걷는 걸 좋아하니까 걷는 일이 재밌을 것 같은데…. 
 그냥 걷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보통 30분 걸어야 한다고 하면 멀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30분이면 가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차가 없다 보니 더 자연스럽게 걸었던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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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어느덧 직장 생활 10년차를 맞이한, 박정은 님)

 


 둘레길 만들어질 때 마을 사람들과 갈등이나 사생활 침해 등 딜레마 같은 문제는 없었나? 
 길 훼손도 있고 많았다. 둘레길에 숲길이 많지 않다. 총 길 중에 3분의 1 정도 되려나…. 아무튼 이 길을 조성하게 된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에코 벨트의 개념이 있었다. 지리산 위쪽으로 사람이 많이 가서 훼손이 많이 되니 국립공원 주변으로 길을 연결해보려고 한 것이다. 지리산 아래쪽을 연결하다 보니까 마을도 많이 지나가면서 사유지가 많았다. 저희 의도를 잘 파악하셔서 호의적으로 마음을 내주시고 사유지도 지나다닐 수 있게 한 분들이 많았다. 물론 농작물 피해가 있어서 길을 폐쇄해달라 하는 곳도 많다. 그리고 숲이었던 곳을 밀어 펜션을 짓고 장사를 하는 분들도 생기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같이 가자고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은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같이 해줘서 초창기보다는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전적으로 길을 만든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협력해서 만든 이 길을 많은 사람이 같이 누리면 좋은데 갈등이 생기면 이 길을 괜히 만들었나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고. 생각이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그냥 아쉬울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아쉬운 마음이랑 속상한 마음 이런 것들이 있는데. 
 기쁜 마음은? 
 기쁜 마음은 잘 안 들었던 것 같다. (웃음) 내가 그만큼 생각할 여력이 안 되는 것 같다. 지금 맡은 일도 바쁘다 보니까 한발 더 나아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나 자신의 딜레마인 것 같다. 10년이 되었는데 10년 전 시작했던 그 위치에 그대로 있는 것 같아서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더라. 
  10년 다녔으니 직책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10년째 막내여서 따로 직책은 없고 보통 선생님이란 호칭을 쓴다. 
 또래가 없나? 
 그렇다. 초창기부터 쭉 막내다. 
 한 직장을 10년 동안 일하는 건 대단한 것 같다. 
 진짜 여러 일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매년 시기마다 해야 하는 일정이 있다. 그사이에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일을 하고. 마지막 고정 스케줄을 하고 나면 1년이 가고 없다. 그렇게 지나간 것 같다. 계속 눈앞에 일을 열심히 하고 마무리하면 다시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그렇게 반복한 것 같다. 
 
 내가 책가게를 운영하니까 좋아하는 책 많이 보겠다, 싸게 보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 마찬가지로 숲길이 직장이라고 하면 숲에 가고 산책 많이 해서 좋겠다 하는 얘기 들을 것 같은데 어떤가?  
 프로그램 진행할 때 도와주러 가는데 그때 많이 부러워하더라. 꿈의 직장이다, 매일 걸어서 얼마나 좋으냐 하는데 걸을 때는 정말 좋았다. 4년 전까지 일주일에 세 네 번 무조건 걸었다. 길 조사부터 모니터링 프로그램하면서 많이 걸었는데 업무가 바뀌니 못 걷는다. 그리고 요즘은 걷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 
 
 정은씨 정보를 찾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정은씨와 함께 일본 규슈 올레길을 걸었던 어느 블로거 글을 보았다.   
 그게 규슈 올레 첫 개장 기념으로 원래는 상임이사님이 가시기로 했는데 못 가셔서 내가 운 좋게 갔다. 그곳이 제주 올레가 컨설팅한 길로 이루어진 길이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올레길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저희는 지리산에서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살까 하는 마을살이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 제주 올레의 경우는 길 이름을 내달고 유명해지니까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한 것 같다. 그때 한국걷는길연합에서 같이 규슈 올레를 걸었는데 구간별로 짧게 걸어서 아쉬웠다. 
 한국걷는길연합?
 저희와 같이 지역에 길을 만드는 단체 네트워크다. 길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똑바로 서 있는 길이 많지 않다. 지자체에서 길은 만들어놓고 관리가 안 돼서 없어지는 길이 많아 네트워크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이 길을 유지하며 걷는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까 논의하고 고민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가면 어떤 길이 있나 찾거나 하는 직업병이 있나? 
 나도 모르게 그런 이정표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그냥 여유롭게 여행을 갔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길이 보이면 따라가다가 이정표가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하며 보고 있을 때가 있다.
 직업병이다. (웃음)  일의 만족도는 어떤가? 10년을 총평해본다면? 
 만족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 뭘 하든지 간에 항상 올인했던 것 같다. 올인한 후 우리가 희생하고 노력해서 오신 분들이 즐거우면 좋은 거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나도  즐겁자라는 얘기를 했었다. 왜냐하면 다 같이 즐겁게 일을 하자고 준비를 하는데 너무 힘드니까. 그리고 사전 준비하고 축제를 해도 함께할 수가 없으니까. 
 
 그러면 하동에서 일상은 일터와 집의 반복인가? 
 주로가 아니라 그냥 일터, 집이다. 
 하동에서는 혼자 사나? 집은 어떻게 구했나? 
 혼자 산다. 센터의 휴게소 같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지내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이 회계 업무고, 모든 일이 하동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하동에 있어야 하나, 다시 남원 인월로 갈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회계업무로 바쁜 시기인가? 
 그건 아니다. 회계가 전공이 아니고 걷는 게 전공인데 작년부터 이 일을 맡아 배우러 다녀야 하고 일도 해야 하니까 잘 못 하는 것 같다. 
 생활 이동수단은 무엇인가? 
 걸어가거나 사무실 차를 빌려서 가거나 한다.  
 차 없이 오래 버티는 편인 것 같다. 
 그렇다. 차가 없어서 행동반경이 좁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걸으면 되니까. 근데 너무 더워져서 자전거를 한 대 살 생각이다. 
 하동에서 사는 만족도는 어떤가? 
 그런 거는 딱히 없다. 내가 활달하고 뭔가 찾아다니는 성격이 아니고 또래도 없다 보니까 교류하는 게 딱히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굉장히 익숙해지고 자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에너지를 쓰고 나면 잠으로 충족을 시키는 편이다. 요즘은 일이 밀려서 야근하느라 나만의 힐링을 못 하고 있어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수영을 시작했는데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직장에는 또래가 없다고 했는데 하동에는 또래가 있나?  
 많은 것 같다.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면 분명히 또래는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퇴근 시간만 되면 아무도 없다. 물어봤더니 보통 생활권이 진주라고 하더라. 진주에서 출퇴근해도 차로 40분 정도면 되니까. 인근 순천이나 광양에서 다니기도 하고. 분명 낮에는 보인다. (웃음) 
 청년 모임을 알고 있거나 가본 적이 있나?  
 문화교류나 이런 것들이 많은데 내가 아는 바로는 하동 도서관에서 다양한 교육이나 문화 프로그램이 있고 또 악양면에 귀촌귀농하신 분들을 중심으로 모임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차가 없다 보니 가기는 가도 돌아올 수가 없어서 안 가게 된다. 그리고 내가 네트워크에 굉장히 느리고 정보도 잘 모른다. 
 
 이 인터뷰를 다니면서 인터뷰어들로부터 마음 맞는 또래를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그런 마음이 컸는데 10년이 되다 보니 그 마음이 없어졌다기보다 또래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냐면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친구들이 나보고 약간 애늙은이 같다고 하더라. 아마 선생님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아이인 거고. 그래서 혼란스럽다. 무슨 얘기를 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고. 일부러라도 친구도 만나고 움직여야 하는데 지친다.  
 그러면 반대로 어른들과 얘기하면 편한가? 
 그렇지 않다. (웃음) 주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주로 듣게 되니까. 
 잘 못 끼겠더라. 일 이야기가 아니면 딱히 끼어들 포인트가 없다. 혼자 고민할 때 또래가 있으면 그냥 같이 하소연도 하고 고민도 털어놓고 하면 한결 편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내 단념한다. 아까 10년 일한 거 대단하다고 하셨는데 두려움 때문에 잘 못 움직인 거지 대단한 거 아닌 것 같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그렇다. 그리고 잘 못 움직이는 성격도 있고. 문화생활이나 교류도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곳에 들어갈 만큼 내가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못해서 더 교류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수 있다. 
 지레 닫아버리고 그러면서 ‘아, 외롭다’ 한다. 
 
 여러 지역을 살아봤는데 나와 잘 맞다 하는 지역이 있나? 
 없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계획하고 시작해본 게 없어서인 거 같다. 시골에 온 것도 나의 의지보다는 부모님이 오니까 온 거고, 직장도 잠깐 쉬는 찰나에 손 내밀어 주신 분이 계셔서 시작하게 된 거니까.  
 나는 남녀노소 자전거 타는 남원 시내 풍경이 좋더라. 통영에 가니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풍경이 좋고. 정은씨가 보기에 좋은 지역은 어딘가? 
 그런 지역이 없다. 내가 다녀본 공간이 없는 것 같다. 하동에서도 출근하면 사무실, 퇴근하면 집이다 보니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실제로 하동에 좋은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아는 곳이 없어서 추천을 못 한다. 그런데 이런 내 이야기가 귀촌하고 싶은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까? (웃음) 
 오히려 시골에서도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웃음) 살아보고 싶은 지역이 없을 것 같다.  
 맞다. 아마 어디를 가도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거고 주말에는 잠 열심히 자고 밀린 드라마 몰아 볼 것이다. 중국 드라마를 즐겨보는데 70, 80부작 정도로 굉장히 길다. 그래서 진짜 한번 해보고 싶은 건 한 달 동안 중국드라마를 몰아보고 싶다. 주위에서 모임을 많이 권해준다. 판소리 모임, 춤 배우는 모임 있는 데 와보라 하는데 이 모임들의 구성원이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다. 월요일은 북 치러 가야 하고 화요일은 요가 모임 가고, 수요일은 배드민턴치고 목요일은 춤추러 가는 식으로 굉장히 바쁘시다. 하지만 나는 그럴 만큼 기력이 안 되고 즐기는 편도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니고. 주로 집에 있으면 꼬물꼬물 만들기를 하고 있다. 
 무얼 만드나? 
 매듭에 관심 있어서 책보면서 독학하고 있는데 어렵더라. 묶었다 풀었다 반복한다. 가방 만들기를 시작했는데 어언 1년째 만들고 있다. 매일 잠자니까 바느질할 시간이 없다. (웃음) 
 
 청년들과 함께 어울리는 걸 떠나서 개인적으로 청년이 시골이나 소도시로 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나?   
 많이 왔으면 한다. 왜냐하면 많이 올수록 무언가가 나아지니까. 대중교통도 타는 사람들이 많아야 버스도 한 편씩 더 생길 것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던 버스도 타고 다니는 사람이 줄어드니까 배차가 점점 없어진다. 나는 대중교통만 편해도 젊은이들이 오지 않겠나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발이 묶이지 않으면 활동적이게 될 거고, 그러다 보면 청년들을 위한 자리가 계속 생길테니까. 아마 내가 자동차가 있었으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골이라는 고요함 안에서 내가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들이 많아야 할 것 같다. 같이 어울리되 내 생활도 할 수 있는 고요함과 나만의 공간이 같이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시골로 오는 사람들은 다 각자의 생각이 있어서 오겠지만 그래도 외로워 하고자 들어오는 건 아닐 것이다. 도시에서의 북적북적한 생활이 지쳐서 들어오는 거라면 치유가 될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 
 효리네 민박, 숲속의 집 등 시골 생활을 이상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를 본 적 있나? 
 잠깐 봤었는데 좋은 것만 보여주니까 좀… 그런 걸 보면서 그런 생활을 꿈꿀 수 있는 희망보다는 ‘아, 내가 없구나’ 하는 빈곤함을 더 느끼게 되더라.  
 스스로 선택하고 싶은 게 생기거나 시도해본 적은?
 안 생기더라. (웃음) 생겼으면 하는데 안 생겨서… 내가 처음에 인터뷰도 거절했던 이유가 너무 소극적이기도 하고 내 생활이 없어서 안 나오고 싶었다. 진짜 집과 일터밖에 없고 다른 거는 꿈꿔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이 안에서 진취적인 생각을 해볼까 하기에는 같이 일하는 분들을 따라가 있다 보니까 항상 생각해도 그런 쪽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지리산 둘레길의 목적인 생명평화 공부가 어렵다. 다른 인터뷰 글을 보니 스스로가 부끄럽더라.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정은씨 인터뷰를 읽은 누군가도 대단하다고 할 거다. 어떻게 10년을 꾸준히 일할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생각이 없으면 되는 것 같다. (웃음) 
 
 10년 일한 돈은 어디에 썼나?  
 처음엔 학자금 빚 갚는 데 썼다. 진짜 안 먹고 안 쓰고 빚 갚는 데만 썼다. 그러다보니 스스로가 초라하더라. 그래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면서 2015년에 모아놨던 거를 다 털었다. 
 털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데 다 썼다.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국장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이 등 떠밀어 준 덕에 다녀왔다. 
 아 - 털 만한 길인 것 같다. (웃음)  가보니 어땠나?  
 가서 직업병이 발동했다. (웃음) ‘여긴 배수로가 있어. 여긴 이정표도 없는데 왜 다들 잘 가는 거지’ 이러고 있었죠. 일주일 지나니까 없어졌는데 그다음부터는 별생각을 안 했다. 나를 찾고 이런 건 없었다. 돈도 아까웠고. (웃음) 갔다 온 후에 너무 힘들어서 왜 갔을까 후회를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잘 갔다 왔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지 않을까. 그래도 거기 갔다 오고 나니까 다른 길들도 걸어보고 싶다. 한국의 많은 길을 다 걸어보는 목표가 생겼다. 
 삶의 목표가 생겼다. 
 목표로 세웠으나 어언 2년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 데도 못 갔다. 외국에도 길이 많으니까 오랫동안 걸어보고 싶다. 
 다른 계획이나 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직을 생각한 적도 있는데 실행에 못 옮겼다. 솔직히 다른 일을 잘할 자신이 없다. 가장 단기간의 목표라면 3년 후에 장거리 도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본인에게 길을 걷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길을 걷는 것이 일상이고 운동이고 일터고 어떤 삶의 목표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그냥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내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가. (웃음)
 걸을 때 제일 편하다. 그냥 아무 생각 안 해도 되고 누구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이것저것 재지 않아도 되고 나에게 편안한 시간이 길을 걸을 때인 것 같다. 예전에 직장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시간을 만든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냈던 게 둘레길 안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 그리기였다. 그거 그리면서 진짜 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작은 꽃 안에 뭐랄까 오밀조밀 다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안 쳐다보고 그냥 지나가지만 걸으면 많이 보인다. 같은 길을 걸어도 어제 안 보였던 게 오늘 보이고, 반대로 어제 보였던 게 오늘 안 보이면 어디 갔지 하면서 찾고 관심도 생기고 그렇게 길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도 참 좋은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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