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게 바람이 되었던 것들 박선희 님의 책 《이현주의 동양고전읽기》와 수제 퀼트 가방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다 
(사진1 : 세 권의 책이 한 세트로 구성된 《이현주의 동양고전읽기》세트와 수제 퀼트 가방) 마을에서 첫번째로 만난 분은 박선희 님입니다. 선희 샘은 책과 가방을 기부해 주셨어요. 선희 샘은 시골에 내려온 지 14년 차가 되었어요. 젊은 시절에는 출판사에서 일했어요. 선희 샘이 기부하신 책은 출판사에서 일할 때 옆 사무실에 있던 출판사에서 10주년 기념으로 펴낸 책이에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이현주 목사의 대학중용 읽기’, ‘이아무개의 장자산책’ 이 세 권의 책이 한 세트로 구성된 《이현주의 동양고전읽기》입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볼게요. 선희 : 삼인 출판사에서 10주년 기념 출간물을 내면서 우리 출판사 식구들에게도 한 질로 주셨다. 처음 받을 때부터 내가 가질 책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귀한 책이라서 집에 가져다 놨지만 보진 않았다. 그렇게 한 번도 펼쳐보고 못하고 서울에서부터 산내까지 같이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다 진달래 샘이 김민해 목사님을 모셔서 산내에서 공부하는 모임을 꾸렸는데, 거기서 《노자 이야기》를 공부한다고 했다. 노자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나, 김민해 목사님을 좋아해서 공부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4살이던 둘째 아이와 함께 다니다 보니, 수업에 참여하는 일이 쉽지 않아 한 학기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보면 가름끈이 꽂혀 있는 부분까지 읽었다. 여기까지는 밑줄 그은 부분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깨끗하다. 그 뒤로 이 책이 내 책꽂이에 계속 있는데, 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라는 게 누군가 펼쳐서 읽어야 효용이 있고, 잘 쓰인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잘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부하게 되었다. 공부하고 잘 읽을 사람이 가져가면 좋겠고, 묵직한 값어치를 치르고 가져가야 잘 읽을 거 같다. 공부한 것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1장에 ‘검을 현玄’에 대한 이야기이다. 검다는 건, 묘하다, 가물가물하다는 뜻이 있다. 이 묘하다는 게 신비로움과 연결된다. ‘그 같은 것을 일컬어 신비롭다 하니 신비롭고 신비로운 도야말로 온갖 알지 못하는 것이 나오고 들어가는 문이다.’ 진리는 가물가물한 거다. 신비롭다. ‘언제나 보고자 하는 마음 없이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면 껍데기 현상을 본다. 이 둘은 같은 것인데, 겉으로 나타나매 이름을 달리한다. 그 같은 것을 일컬어 신비롭다니.’ ‘검다’라는 것이 새까맣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사실 검은 게 아니고 알 수 없는, 가물가물한 것. 진리가 그런 속성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주옥같다. 필기한 것 중에 ‘사는 게 고통이다. 사람들이 고통 없이 편하게 살려는 것이 문제다.’라는 문장이 있다. 고통이 내게 주는 선물이 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에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비슷한데,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다 다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한다. 저마다 다른 그 불행을 가지고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고유한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절 나에게 노자 공부 모임은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았다.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을 저는 처음 만나는 거 같아요. 인터뷰하면서도 너무 즐거웠어요. 새 책이 아닌 누군가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책을 좋아하는 분을 만나면 좋을 것 같네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이야기는 29조각 퀼트 가방입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 3년 정도는 아이랑 집에만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도 별로 없는 창원마을(마천면)에서 그렇게 지내자니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산내에 모임을 나오게 됐다고 해요. 처음 나왔던 모임이 바느질 모임이었는데, 그 시간에 만든 가방이라고 해요. 퀼트 가방의 담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선희: 껌딱지였던 첫째 아이에게서 숨통을 트기 위해서 산내 바느질 모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모임에 가면 아이가 바늘도 못 들게 했다. 그래서 수업할 땐 얘기만 듣고 다른 사람 하는 거 구경하다가 집에 와서 밤에 가방을 만들었다. 바느질에 완전 빠져서 밤새 만들었다. 너무 재밌어서 한번 잡으면 다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못 끊고 밤새 했다. 그럼 다음날 눈이 퀭하다. 무언가에 빠지면 홀딱 빠지는 스타일이어서 이때 퀼트를 하고 그 뒤로 퀼트를 안 한다. 할 때는 너무 재미있다. 뭔가를 할 때 너무 빠져서 이것만 하고 싶어 해서 지금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늘 아이랑 다니다 보니 드는 가방보다는 메는 가방이 편해 잘 들고 다니지 않게 됐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나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방을 집에 계속 두었다. ‘괜히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새 다시 보니 가방을 너무 잘 만들었다. 내가 만드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내 스타일과 맞지 않지만 잘 만들었다. 이 가방은 가볍게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값어치 있게 넘기고 싶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이 가방과 어울리는 사람이 가져가면 좋겠다. 이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정성 들여 만든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가방을 가져가면 좋겠다. 조각 구성하는 것도 엄청 고민해서 만들었다. 바닥은 때가 안 타는 진한 색 조각 천으로 고르고, 어울리는 것들로 조합하기 위해 애썼다. 총 29조각이 들어갔다. 그래서 29,000원에 판매하고 싶다. 조각들 색깔 맞추는 것도 재밌고, 바느질해서 평면에서 입체가 되는 것도 신기했다. 한 땀, 한 땀 점에서 선에서 입체가 되는 것이 신기하고 좋다. 그리고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때 바느질 수업을 지금 도자기를 굽는, 산내의 금손 최은주 선생님이 했다. 그 수업을 열어준 선생님께 너무 고맙다. 바느질 모임을 하러 산내에 나오면서 ‘나눔꽃’을 알게 되었고, 여기 참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몇 년 뒤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나눔꽃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나눔꽃이 하는 활동이 마음에 들었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한 번 더 쓰고 순환하는 것이 좋다.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이 좋았다. 옷으로써는 쓸모를 다했지만 다른 형태로 쓰일 수 있다면 새롭게 쓰는 것을 좋아한다. 심리치료가 사람 마음의 어떤 부분이 힘든 것을 다듬어 주는 것처럼. 찢어진 책에 곱게 테이프를 붙여 손볼 때가 너무 좋다. 효용이 다한 것들을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키는 일이 재밌고 좋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지고 있던 귀한 물건이 주인을 만나 활짝 잘 쓰였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음이 넘쳐났어요. ‘박선희’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물건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이 저 또한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연결돼서 다른 모습들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 이상이 넘치는 사람.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찢어진 책에 테이프 붙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이 참 많은 사람. 이 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저는 선희 샘이 기부해준 물건을 통해 제가 알지 못하는 선희 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진2: 기증품을 보여주며 웃고 있는 박선희 님의 모습) Q. 나에게 나눔꽃이란? A. 나눔꽃은 ‘문’이다. 8년 동안 집에만 있다가 나눔꽃이라는 문을 통해 나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문을 열고 각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 기대를 가지고 오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눔꽃은 짐 정리해서 버리는 것을 가져다 놓는 곳이 아니다. 나눔꽃이 싼 거 파는 곳, 망가진 거 내놓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들이 있는데, 나눔꽃은 이 물건은 그냥 두긴 아깝고, 누가 잘 썼으면 하는 물건들을 기부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물건을 선별해서 가져다 놓으면 좋겠다. 이 공간을 더 소중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앞으로는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나눔꽃을 기대한다. 그리고 나눔꽃 옆에 있는 살림꽃협동조합 일도 시작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을 펼쳐나갈지 두려움 반, 기대 반이다. 봄과 함께 온 선희샘의 이야기가 저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몽글몽글,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즐거웠어요. 여러분도 함께 이 에너지를 받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함께 나눔꽃을 만들어가는 저로서 선희 샘의 마지막 이야기가 너무 공감되었고, 제가 인터뷰를 기획한 목적이기도 했어요. 나눔꽃은 마을 사람들의 물건 기부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보이지 않게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있어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을 내면서 하는 활동이기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앞으로도 산내에서 지속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게 함께 해주세요. 여러분과 소통하는 나눔꽃이 될게요. 앞으로도 이야기 수집은 계속됩니다. 기대해주세요. 선희 샘이 기부해 주신 물건은 나눔꽃에 전시되며, 천원이 아닌 금액으로 판매돼요. 판매된 금액은 모두 나눔꽃에 기부돼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구매 원하시는 분은 온빛을 찾아주세요. |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나눔의 씨앗을 찾아서
안녕하세요. 2021년 ‘나눔꽃’ 대표를 맡게 된 온빛입니다.
올해 ‘나눔꽃’은 지역에 사연이 담긴 물건을 찾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마을 분들과 나누려고 해요. 이를 통해 나눔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마을 사람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려고 해요. 그냥 누군가 입던 옷이 아닌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통해서 사람들이 옷과 물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눔꽃’에서도 또한 쉽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을 가져간다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나 또한 옷을 기부할 때 ‘버리는 것’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중하게 입었던 것’을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숨겨져 있던 나눔의 씨앗을 찾아 나누려고 해요. 다들 ‘나눔꽃’에서 만나요!
※ 남원시 산내면에 자리한 ‘나눔꽃’은 마을 사람들에게 옷과 물품을 기부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기존에 빠르게 쓰이고 버려지던 물건들이 지역에서 순환될 수 있는 대안적 소비문화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 2021 작은변화 공모지원사업 선정 대상입니다.
그 시절 내게 바람이 되었던 것들
박선희 님의 책 《이현주의 동양고전읽기》와 수제 퀼트 가방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다
(사진1 : 세 권의 책이 한 세트로 구성된 《이현주의 동양고전읽기》세트와 수제 퀼트 가방)
마을에서 첫번째로 만난 분은 박선희 님입니다.
선희 샘은 책과 가방을 기부해 주셨어요.
선희 샘은 시골에 내려온 지 14년 차가 되었어요. 젊은 시절에는 출판사에서 일했어요. 선희 샘이 기부하신 책은 출판사에서 일할 때 옆 사무실에 있던 출판사에서 10주년 기념으로 펴낸 책이에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이현주 목사의 대학중용 읽기’, ‘이아무개의 장자산책’ 이 세 권의 책이 한 세트로 구성된 《이현주의 동양고전읽기》입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볼게요.
선희 : 삼인 출판사에서 10주년 기념 출간물을 내면서 우리 출판사 식구들에게도 한 질로 주셨다. 처음 받을 때부터 내가 가질 책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귀한 책이라서 집에 가져다 놨지만 보진 않았다. 그렇게 한 번도 펼쳐보고 못하고 서울에서부터 산내까지 같이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다 진달래 샘이 김민해 목사님을 모셔서 산내에서 공부하는 모임을 꾸렸는데, 거기서 《노자 이야기》를 공부한다고 했다. 노자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나, 김민해 목사님을 좋아해서 공부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4살이던 둘째 아이와 함께 다니다 보니, 수업에 참여하는 일이 쉽지 않아 한 학기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보면 가름끈이 꽂혀 있는 부분까지 읽었다. 여기까지는 밑줄 그은 부분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깨끗하다. 그 뒤로 이 책이 내 책꽂이에 계속 있는데, 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라는 게 누군가 펼쳐서 읽어야 효용이 있고, 잘 쓰인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잘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부하게 되었다. 공부하고 잘 읽을 사람이 가져가면 좋겠고, 묵직한 값어치를 치르고 가져가야 잘 읽을 거 같다.
공부한 것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1장에 ‘검을 현玄’에 대한 이야기이다. 검다는 건, 묘하다, 가물가물하다는 뜻이 있다. 이 묘하다는 게 신비로움과 연결된다. ‘그 같은 것을 일컬어 신비롭다 하니 신비롭고 신비로운 도야말로 온갖 알지 못하는 것이 나오고 들어가는 문이다.’ 진리는 가물가물한 거다. 신비롭다.
‘언제나 보고자 하는 마음 없이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면 껍데기 현상을 본다. 이 둘은 같은 것인데, 겉으로 나타나매 이름을 달리한다. 그 같은 것을 일컬어 신비롭다니.’
‘검다’라는 것이 새까맣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사실 검은 게 아니고 알 수 없는, 가물가물한 것. 진리가 그런 속성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주옥같다. 필기한 것 중에 ‘사는 게 고통이다. 사람들이 고통 없이 편하게 살려는 것이 문제다.’라는 문장이 있다. 고통이 내게 주는 선물이 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에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비슷한데,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다 다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한다. 저마다 다른 그 불행을 가지고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고유한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절 나에게 노자 공부 모임은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았다.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을 저는 처음 만나는 거 같아요. 인터뷰하면서도 너무 즐거웠어요. 새 책이 아닌 누군가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책을 좋아하는 분을 만나면 좋을 것 같네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이야기는 29조각 퀼트 가방입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 3년 정도는 아이랑 집에만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도 별로 없는 창원마을(마천면)에서 그렇게 지내자니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산내에 모임을 나오게 됐다고 해요. 처음 나왔던 모임이 바느질 모임이었는데, 그 시간에 만든 가방이라고 해요. 퀼트 가방의 담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선희: 껌딱지였던 첫째 아이에게서 숨통을 트기 위해서 산내 바느질 모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모임에 가면 아이가 바늘도 못 들게 했다. 그래서 수업할 땐 얘기만 듣고 다른 사람 하는 거 구경하다가 집에 와서 밤에 가방을 만들었다. 바느질에 완전 빠져서 밤새 만들었다. 너무 재밌어서 한번 잡으면 다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못 끊고 밤새 했다. 그럼 다음날 눈이 퀭하다. 무언가에 빠지면 홀딱 빠지는 스타일이어서 이때 퀼트를 하고 그 뒤로 퀼트를 안 한다. 할 때는 너무 재미있다. 뭔가를 할 때 너무 빠져서 이것만 하고 싶어 해서 지금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늘 아이랑 다니다 보니 드는 가방보다는 메는 가방이 편해 잘 들고 다니지 않게 됐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나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방을 집에 계속 두었다. ‘괜히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새 다시 보니 가방을 너무 잘 만들었다. 내가 만드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내 스타일과 맞지 않지만 잘 만들었다. 이 가방은 가볍게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값어치 있게 넘기고 싶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이 가방과 어울리는 사람이 가져가면 좋겠다. 이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정성 들여 만든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가방을 가져가면 좋겠다. 조각 구성하는 것도 엄청 고민해서 만들었다. 바닥은 때가 안 타는 진한 색 조각 천으로 고르고, 어울리는 것들로 조합하기 위해 애썼다. 총 29조각이 들어갔다. 그래서 29,000원에 판매하고 싶다. 조각들 색깔 맞추는 것도 재밌고, 바느질해서 평면에서 입체가 되는 것도 신기했다. 한 땀, 한 땀 점에서 선에서 입체가 되는 것이 신기하고 좋다.
그리고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때 바느질 수업을 지금 도자기를 굽는, 산내의 금손 최은주 선생님이 했다. 그 수업을 열어준 선생님께 너무 고맙다. 바느질 모임을 하러 산내에 나오면서 ‘나눔꽃’을 알게 되었고, 여기 참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몇 년 뒤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나눔꽃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나눔꽃이 하는 활동이 마음에 들었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한 번 더 쓰고 순환하는 것이 좋다.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이 좋았다. 옷으로써는 쓸모를 다했지만 다른 형태로 쓰일 수 있다면 새롭게 쓰는 것을 좋아한다. 심리치료가 사람 마음의 어떤 부분이 힘든 것을 다듬어 주는 것처럼. 찢어진 책에 곱게 테이프를 붙여 손볼 때가 너무 좋다. 효용이 다한 것들을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키는 일이 재밌고 좋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지고 있던 귀한 물건이 주인을 만나 활짝 잘 쓰였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음이 넘쳐났어요. ‘박선희’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물건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이 저 또한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연결돼서 다른 모습들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 이상이 넘치는 사람.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찢어진 책에 테이프 붙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이 참 많은 사람. 이 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저는 선희 샘이 기부해준 물건을 통해 제가 알지 못하는 선희 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진2: 기증품을 보여주며 웃고 있는 박선희 님의 모습)
Q. 나에게 나눔꽃이란?
A. 나눔꽃은 ‘문’이다. 8년 동안 집에만 있다가 나눔꽃이라는 문을 통해 나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문을 열고 각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 기대를 가지고 오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눔꽃은 짐 정리해서 버리는 것을 가져다 놓는 곳이 아니다. 나눔꽃이 싼 거 파는 곳, 망가진 거 내놓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들이 있는데, 나눔꽃은 이 물건은 그냥 두긴 아깝고, 누가 잘 썼으면 하는 물건들을 기부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물건을 선별해서 가져다 놓으면 좋겠다. 이 공간을 더 소중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앞으로는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나눔꽃을 기대한다. 그리고 나눔꽃 옆에 있는 살림꽃협동조합 일도 시작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을 펼쳐나갈지 두려움 반, 기대 반이다.
봄과 함께 온 선희샘의 이야기가 저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몽글몽글,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즐거웠어요. 여러분도 함께 이 에너지를 받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함께 나눔꽃을 만들어가는 저로서 선희 샘의 마지막 이야기가 너무 공감되었고, 제가 인터뷰를 기획한 목적이기도 했어요. 나눔꽃은 마을 사람들의 물건 기부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보이지 않게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있어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을 내면서 하는 활동이기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앞으로도 산내에서 지속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게 함께 해주세요. 여러분과 소통하는 나눔꽃이 될게요. 앞으로도 이야기 수집은 계속됩니다. 기대해주세요.
선희 샘이 기부해 주신 물건은 나눔꽃에 전시되며, 천원이 아닌 금액으로 판매돼요. 판매된 금액은 모두 나눔꽃에 기부돼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구매 원하시는 분은 온빛을 찾아주세요.
진행 | 김경현
글 | 온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