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화기에 춥고 비도 자주 와서 열매가 잘 맺힐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사과꽃이 피기 시작한 지 20일 가량 지나니까 홍로 사과의 경우에는 그럭저럭 결실이 되었고, 이미 열매가 작은 콩알만큼 자랐습니다. 이 열매를 잘 돌보고 키워야 가을에 맛있는 사과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 작은 콩알 크기로 자란 홍로 사과 열매
그런데, 지난 목요일 아침에 저희 지역 최저 기온이 영하 0.4℃를 기록하며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낼모레면 5월이고, 벚꽃이 핀 지도 한 달이 더 지났는데, 4월 27에 지독한 서리가 내리다니... 막 돋아나기 시작하던 감나무 새순은 추위에 싹 얼어죽었네요... 주변에도 고추나 감자 싹이 죽는 피해를 꽤 보셨다고 하네요.
△ 4월 27일에 내린 서리로 죽어버린 감나무 새순
사과꽃의 경우 4월 중순 이후에 찾아온 세 차례 영하의 날씨와 서리 때문에 냉해를 입어 꽃이 죽은 것이 좀 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다가 열매가 크면서 확인이 되는 냉해 피해도 있습니다. 개화기나 열매가 어릴 때 추위를 만나면 열매 표면이 얼룩덜룩한 무늬가 생기거나 열매 모양이 동그랗지 않고 찌그러지거나 울퉁불퉁한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 개화기 날씨는 정말로 희한했습니다. 봄이 일찍 오고 3월부터 따뜻한 날이 이어져 올해는 사과꽃 피는 시기가 가장 일러 홍로 품종의 경우 4월 8일부터 꽃이 피었습니다. 제가 사과 농사를 시작한 2011년에는 4월 27일에도 사과꽃이 피기 전이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올해는 20일 일찍 꽃이 피었고, 그러다 4월 중순 이후에 찾아온 꽃샘 추위 때문에 냉해 피해가 꽤 있을 것 같네요. 4월 20일에는 저희 지역 낮 최고 기온이 29.2℃를 기록하는 이른 더위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 2011년 4월 27일은 아직 사과꽃이 피기 전
이처럼 근래 들어 종잡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사과 개화기는 열흘 이상 앞당겨졌고, 냉해와 가뭄, 홍수 등등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있네요. 이제는 단순한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위기를 농민들이 가장 먼저 겪고 있는 것이고요. 앞으로 이런 기후위기는 점점 심각해질 텐데 어찌 해야할 지 참 걱정입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대기중의 탄소를 조금이라도 흡수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하는 일이 사과나무를 키우고 돌보는 것이라 이 일을 잘 하면 탄소를 조금이라도 흡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식물은 기본적으로 광합성을 통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수화물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꽤나 고무적인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땅속 30cm 깊이까지 토양 유기탄소 함유량이 1% 증가하면 1헥타르의 땅은 42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자료도 있고요.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진에 의하면 미국에 있는 1에이커(0.4헥타르; 약 1,200평)의 사과 과수원은 연간 2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5톤의 산소를 생산하기도 한다네요. 이 연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면 2헥타르가 조금 넘는 저의 사과밭은 1년에 100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겠습니다. 상당히 많은 양이네요.
재작년 가을에는 사과나무 사이의 통로 공간에 호밀 씨앗을 뿌렸고, 지난 가을에는 보리 씨앗을 뿌렸습니다. 호밀과 보리는 가을에 싹이 터서 조금 자란 상태로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른 봄부터 잘 자랍니다. 어느새 호밀은 키가 허리까지 자라있는데, 그렇게 자라기 위해서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했을 것입니다. 좀 있다가 이들을 베어 땅에 돌려주면 토양이 비옥해질 뿐만 아니라 토양이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과밭 통로 사이에 자라고 있는 호밀
농사기록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무슨 내용을 어떻게 쓸지 좀 막연하기도 했었고, 사과밭의 일이 바쁘다 보면 자꾸 밀리기도 하고 부담감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다 저녁에 글을 쓰려니 몇 자 쓰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참을 꾸벅꾸벅 졸았네요.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면서 한 주일 동안 무엇을 했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찬찬히 되짚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근거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자료도 찾아보는 공부의 시간이기도 했네요.
우리 사회에서 소수이고 별로 관심을 받을 일도 없는 농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신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관계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올해 개화기에 춥고 비도 자주 와서 열매가 잘 맺힐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사과꽃이 피기 시작한 지 20일 가량 지나니까 홍로 사과의 경우에는 그럭저럭 결실이 되었고, 이미 열매가 작은 콩알만큼 자랐습니다. 이 열매를 잘 돌보고 키워야 가을에 맛있는 사과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 작은 콩알 크기로 자란 홍로 사과 열매
그런데, 지난 목요일 아침에 저희 지역 최저 기온이 영하 0.4℃를 기록하며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낼모레면 5월이고, 벚꽃이 핀 지도 한 달이 더 지났는데, 4월 27에 지독한 서리가 내리다니... 막 돋아나기 시작하던 감나무 새순은 추위에 싹 얼어죽었네요... 주변에도 고추나 감자 싹이 죽는 피해를 꽤 보셨다고 하네요.
△ 4월 27일에 내린 서리로 죽어버린 감나무 새순
사과꽃의 경우 4월 중순 이후에 찾아온 세 차례 영하의 날씨와 서리 때문에 냉해를 입어 꽃이 죽은 것이 좀 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다가 열매가 크면서 확인이 되는 냉해 피해도 있습니다. 개화기나 열매가 어릴 때 추위를 만나면 열매 표면이 얼룩덜룩한 무늬가 생기거나 열매 모양이 동그랗지 않고 찌그러지거나 울퉁불퉁한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 개화기 날씨는 정말로 희한했습니다. 봄이 일찍 오고 3월부터 따뜻한 날이 이어져 올해는 사과꽃 피는 시기가 가장 일러 홍로 품종의 경우 4월 8일부터 꽃이 피었습니다. 제가 사과 농사를 시작한 2011년에는 4월 27일에도 사과꽃이 피기 전이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올해는 20일 일찍 꽃이 피었고, 그러다 4월 중순 이후에 찾아온 꽃샘 추위 때문에 냉해 피해가 꽤 있을 것 같네요. 4월 20일에는 저희 지역 낮 최고 기온이 29.2℃를 기록하는 이른 더위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 2011년 4월 27일은 아직 사과꽃이 피기 전
이처럼 근래 들어 종잡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사과 개화기는 열흘 이상 앞당겨졌고, 냉해와 가뭄, 홍수 등등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있네요. 이제는 단순한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위기를 농민들이 가장 먼저 겪고 있는 것이고요. 앞으로 이런 기후위기는 점점 심각해질 텐데 어찌 해야할 지 참 걱정입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대기중의 탄소를 조금이라도 흡수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하는 일이 사과나무를 키우고 돌보는 것이라 이 일을 잘 하면 탄소를 조금이라도 흡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식물은 기본적으로 광합성을 통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수화물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꽤나 고무적인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땅속 30cm 깊이까지 토양 유기탄소 함유량이 1% 증가하면 1헥타르의 땅은 42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자료도 있고요.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진에 의하면 미국에 있는 1에이커(0.4헥타르; 약 1,200평)의 사과 과수원은 연간 2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5톤의 산소를 생산하기도 한다네요. 이 연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면 2헥타르가 조금 넘는 저의 사과밭은 1년에 100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겠습니다. 상당히 많은 양이네요.
재작년 가을에는 사과나무 사이의 통로 공간에 호밀 씨앗을 뿌렸고, 지난 가을에는 보리 씨앗을 뿌렸습니다. 호밀과 보리는 가을에 싹이 터서 조금 자란 상태로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른 봄부터 잘 자랍니다. 어느새 호밀은 키가 허리까지 자라있는데, 그렇게 자라기 위해서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했을 것입니다. 좀 있다가 이들을 베어 땅에 돌려주면 토양이 비옥해질 뿐만 아니라 토양이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과밭 통로 사이에 자라고 있는 호밀
농사기록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무슨 내용을 어떻게 쓸지 좀 막연하기도 했었고, 사과밭의 일이 바쁘다 보면 자꾸 밀리기도 하고 부담감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다 저녁에 글을 쓰려니 몇 자 쓰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참을 꾸벅꾸벅 졸았네요.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면서 한 주일 동안 무엇을 했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찬찬히 되짚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근거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자료도 찾아보는 공부의 시간이기도 했네요.
우리 사회에서 소수이고 별로 관심을 받을 일도 없는 농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신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관계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