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이 든 해는 늦서리가 내릴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한 박자 늦게 가는 것이 낫다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곤 하셨다. 우리는 해마다 양력으로 5월5일을 넘기고 나서 고추 모종을 심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고추를 심고 지주대까지 박아놓은 밭들이 눈에 띄어도 조급해지지 말자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또다시 밤 기온이 뚝 떨어지며 이번에는 함양농장의 고종시 감나무가 동해를 입어 여린 새잎과 감 꽃봉오리가 냉해로 시커멓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론상으로는 밤 기온이 떨어질 때 스프링클러 등으로 나무에 물을 뿌려주면 동해를 막을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 자동 급수 설치 같은 게 되어있지 않으니 이론으로 끝나고 마는 것 같다. 해마다 농장 환경을 개선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여러 면에서 역부족인가 보다.
전정한다고 고생하고 석회유합합제 뿌리며 정성을 기울이던 고종시 나무가 냉해 입은 모습에 잠시 숨이 턱 막혔는데 한 나무 한 나무 살펴가며 농장을 한바퀴 돌아보니 다행히 함양 고종시도 괜찮고 대봉감도 괜찮고 고종시도 일부는 꽃봉오리가 생생하여 어느 정도의 수확은 가능하겠다 싶다. ‘고종시’는 사실 남부 수종이다. 광양이나 하동, 순천 쪽에서 수확한 감이 크기도 크고 곶감 건조시 수축이 적은 편이라 산청에서 곶감을 많이 하는 농가들은 하동이나 광양, 멀리는 순천까지 가서 감을 사다가 곶감을 만들었다. 원료감 상태는 좋지만 따뜻한 지역에서 곶감을 만들기도 여의치 않은게 사실이라 곶감을 주로 만드는 산청 농가들과의 거래가 활발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고종시 나무가 추위에 약할 수 밖에. 온난화의 진행으로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다고는 해도 올해같이 밤낮 일교차가 큰 해에는 냉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이면 5월의 시작. 설마 또다시 기온이 떨어지지는 않겠지.
사실 저온 피해가 염려되는 건 생강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땅속에 있으니 걱정은 덜한 편이다. 다른 생강 농가들은 사정이 어떤지 몰라도 우리 농장의 생강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 가장 큰 숙제였다. 올해는 나도 그렇지만 남편의 팔목과 팔꿈치 상태도 양호하지 못한 편이라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생강 심은 두둑에 작년에 나락 수확하고 챙겨둔 볏짚을 깔고 고랑에는 제초매트를 깔기로 했다.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짚을 깔고 나서 제초매트를 깔면 짚에 걸려 제초매트 까는 일이 상당히 번거로울 듯하여 작업 순서를 바꿔 제초매트 까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기로 하였다.
생강은 냉해 걱정은 없을 듯하여 마음을 내려놓아도 되겠다 했더니 이번엔 바람이 사람을 잡는다.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고랑에 깔아놓은 제초매트가 낙하산 펼쳐지듯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바닥에 제초매트를 고정시켜 두었던 핀들이 뽑혀 여기저기 흩어지고 만다. 날아오르는 매트 자락을 잡아 끌어내려 다시 핀으로 촘촘히 고정시키고 주변에 보이는 바윗돌돌 가져오고 대나무 장대도 끌어다 눌러가며 겨우겨우 매트 까는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뉴스에서 강풍 예보와 함께 강원도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되는 ‘양간지풍’ 소식을 전한다. 이곳 바람도 참 어려운데 강원도 바람은 또 얼마나 강력할까. 강원도 바람이 무섭다 해도 우리에겐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지리산의 바람이 더 걱정이다. 이럴 때 헬기 소리까지 들리면 얼마나 가슴이 두근대는지. 무탈하게 이 시기를 넘겨야 할 텐데.
윤달이 든 해는 늦서리가 내릴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한 박자 늦게 가는 것이 낫다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곤 하셨다. 우리는 해마다 양력으로 5월5일을 넘기고 나서 고추 모종을 심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고추를 심고 지주대까지 박아놓은 밭들이 눈에 띄어도 조급해지지 말자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또다시 밤 기온이 뚝 떨어지며 이번에는 함양농장의 고종시 감나무가 동해를 입어 여린 새잎과 감 꽃봉오리가 냉해로 시커멓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론상으로는 밤 기온이 떨어질 때 스프링클러 등으로 나무에 물을 뿌려주면 동해를 막을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 자동 급수 설치 같은 게 되어있지 않으니 이론으로 끝나고 마는 것 같다. 해마다 농장 환경을 개선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여러 면에서 역부족인가 보다.
전정한다고 고생하고 석회유합합제 뿌리며 정성을 기울이던 고종시 나무가 냉해 입은 모습에 잠시 숨이 턱 막혔는데 한 나무 한 나무 살펴가며 농장을 한바퀴 돌아보니 다행히 함양 고종시도 괜찮고 대봉감도 괜찮고 고종시도 일부는 꽃봉오리가 생생하여 어느 정도의 수확은 가능하겠다 싶다. ‘고종시’는 사실 남부 수종이다. 광양이나 하동, 순천 쪽에서 수확한 감이 크기도 크고 곶감 건조시 수축이 적은 편이라 산청에서 곶감을 많이 하는 농가들은 하동이나 광양, 멀리는 순천까지 가서 감을 사다가 곶감을 만들었다. 원료감 상태는 좋지만 따뜻한 지역에서 곶감을 만들기도 여의치 않은게 사실이라 곶감을 주로 만드는 산청 농가들과의 거래가 활발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고종시 나무가 추위에 약할 수 밖에. 온난화의 진행으로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다고는 해도 올해같이 밤낮 일교차가 큰 해에는 냉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이면 5월의 시작. 설마 또다시 기온이 떨어지지는 않겠지.
사실 저온 피해가 염려되는 건 생강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땅속에 있으니 걱정은 덜한 편이다. 다른 생강 농가들은 사정이 어떤지 몰라도 우리 농장의 생강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 가장 큰 숙제였다. 올해는 나도 그렇지만 남편의 팔목과 팔꿈치 상태도 양호하지 못한 편이라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생강 심은 두둑에 작년에 나락 수확하고 챙겨둔 볏짚을 깔고 고랑에는 제초매트를 깔기로 했다.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짚을 깔고 나서 제초매트를 깔면 짚에 걸려 제초매트 까는 일이 상당히 번거로울 듯하여 작업 순서를 바꿔 제초매트 까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기로 하였다.
생강은 냉해 걱정은 없을 듯하여 마음을 내려놓아도 되겠다 했더니 이번엔 바람이 사람을 잡는다.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고랑에 깔아놓은 제초매트가 낙하산 펼쳐지듯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바닥에 제초매트를 고정시켜 두었던 핀들이 뽑혀 여기저기 흩어지고 만다. 날아오르는 매트 자락을 잡아 끌어내려 다시 핀으로 촘촘히 고정시키고 주변에 보이는 바윗돌돌 가져오고 대나무 장대도 끌어다 눌러가며 겨우겨우 매트 까는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뉴스에서 강풍 예보와 함께 강원도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되는 ‘양간지풍’ 소식을 전한다. 이곳 바람도 참 어려운데 강원도 바람은 또 얼마나 강력할까. 강원도 바람이 무섭다 해도 우리에겐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지리산의 바람이 더 걱정이다. 이럴 때 헬기 소리까지 들리면 얼마나 가슴이 두근대는지. 무탈하게 이 시기를 넘겨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