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내린 비로 제법 먼 거리에서도 지리산의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공동 벼농사 모판 만들기가 예정되어 있어서 어린이날 연휴를 이용해서 고추 모종 심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준비를 해놨는데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에 결국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포트에 심겨있는 모종은 며칠 버틸 수 있겠지만 친정아버지가 작은 비닐하우스 바닥에 포장을 만들고 키워주신 모종은 바로 심을 생각으로 뽑아온 탓에 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인데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해를 따라 모종의 허리가 휘어가고 있어서 일단 급한 모종들만 비를 맞고 심었다. 농사일 가운데 제일 쉽다고 하는 일이 씨앗 뿌리고 모종 심는 작업일진데 올해는 이것 또한 만만치 않다.
비 그친 뒤 최저 기온이 4도, 낮 최고 기온은 23도. 날씨 참, 최저 기온이 이렇게 낮으면 심어도 문제 못 심어도 문제인데 걱정이다.
다른 농부님들은 이럴 때 어떻게 헤쳐나가고 계실까?
개인적으로 농사와 우리 주변 이야기를 기록해가는 비공개 밴드가 있기 때문에 논밭생활백과에 농사기록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그 일의 확장 버전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수락했다. 그런데 내 글을 본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오고 농사 기록을 참고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사명감이랄까 책임감 같은 것이 솟아올라 글이 점점 무거워지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농사짓는 일에는 낭만과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고 참고하신다는 분들이 계셔서 보이는게 좋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내가 사용한 것들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나도 여기저기서 배운 것이니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남편과 흙을 만지며 부드러운 흙에 감동하고, 밭일 사이 잠깐 허리를 펴고 바라본 건너편 산등성이의 신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다. 심오한 철학과 노하우를 지닌 멋진 농부가 되면 좋겠는데 체력의 한계랄까, 지식의 한계 때문에 환경문제를 고민하면서도 손목과 팔꿈치 부상에 백기를 들고 고추밭 두둑에는 비닐 멀칭을 하고 생강밭 고랑에는 제초매트를 깔았다.
제초제 등의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양의 비닐 쓰레기 생산에 나도 한몫하고 있는 셈이라 늘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려 고뇌하는 인간.
아직은 절충안을 찾아서 타협하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아지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논밭생활백과에 함께 참여하고 계신 다른 농부님들의 글을 상황이 되는대로 읽다 보면 다들 얼마나 자기 농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고뇌하고 계신지가 보여 부럽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그랬다. 같은 지리산권인데도 지리산이 얼마나 큰 산이던지 천왕봉을 경계로 각 지역의 날씨가 달라지는 것이 농부님들의 기록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얼마나 신기하던지.
이제 농사기록을 업로드하는 작업은 종료되어 시원섭섭하다. 매주 반복되는 작업에 별다는 내용이 없을 때에도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시절 시절의 농사기록이 결과물로 남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귀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또 같은 지리산권의 다른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훌륭하게 꾸려나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농부님도 계셔서 동질감을 느끼며 다시 힘을 내기도 했으니 지역명이나 작물 이름만 들어도 그 분들이 떠오를 것 같다.
지리산의 이편 저편에서 오늘도 열심히 땅을 일구고 작물을 키워나가고 계실 농사 동지님들!
올 한해도 힘내시구요, 아름다운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며칠간 내린 비로 제법 먼 거리에서도 지리산의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공동 벼농사 모판 만들기가 예정되어 있어서 어린이날 연휴를 이용해서 고추 모종 심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준비를 해놨는데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에 결국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포트에 심겨있는 모종은 며칠 버틸 수 있겠지만 친정아버지가 작은 비닐하우스 바닥에 포장을 만들고 키워주신 모종은 바로 심을 생각으로 뽑아온 탓에 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인데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해를 따라 모종의 허리가 휘어가고 있어서 일단 급한 모종들만 비를 맞고 심었다. 농사일 가운데 제일 쉽다고 하는 일이 씨앗 뿌리고 모종 심는 작업일진데 올해는 이것 또한 만만치 않다.
비 그친 뒤 최저 기온이 4도, 낮 최고 기온은 23도. 날씨 참, 최저 기온이 이렇게 낮으면 심어도 문제 못 심어도 문제인데 걱정이다.
다른 농부님들은 이럴 때 어떻게 헤쳐나가고 계실까?
개인적으로 농사와 우리 주변 이야기를 기록해가는 비공개 밴드가 있기 때문에 논밭생활백과에 농사기록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그 일의 확장 버전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수락했다. 그런데 내 글을 본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오고 농사 기록을 참고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사명감이랄까 책임감 같은 것이 솟아올라 글이 점점 무거워지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농사짓는 일에는 낭만과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고 참고하신다는 분들이 계셔서 보이는게 좋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내가 사용한 것들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나도 여기저기서 배운 것이니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남편과 흙을 만지며 부드러운 흙에 감동하고, 밭일 사이 잠깐 허리를 펴고 바라본 건너편 산등성이의 신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다. 심오한 철학과 노하우를 지닌 멋진 농부가 되면 좋겠는데 체력의 한계랄까, 지식의 한계 때문에 환경문제를 고민하면서도 손목과 팔꿈치 부상에 백기를 들고 고추밭 두둑에는 비닐 멀칭을 하고 생강밭 고랑에는 제초매트를 깔았다.
제초제 등의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양의 비닐 쓰레기 생산에 나도 한몫하고 있는 셈이라 늘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려 고뇌하는 인간.
아직은 절충안을 찾아서 타협하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아지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논밭생활백과에 함께 참여하고 계신 다른 농부님들의 글을 상황이 되는대로 읽다 보면 다들 얼마나 자기 농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고뇌하고 계신지가 보여 부럽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그랬다. 같은 지리산권인데도 지리산이 얼마나 큰 산이던지 천왕봉을 경계로 각 지역의 날씨가 달라지는 것이 농부님들의 기록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얼마나 신기하던지.
이제 농사기록을 업로드하는 작업은 종료되어 시원섭섭하다. 매주 반복되는 작업에 별다는 내용이 없을 때에도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시절 시절의 농사기록이 결과물로 남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귀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또 같은 지리산권의 다른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훌륭하게 꾸려나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농부님도 계셔서 동질감을 느끼며 다시 힘을 내기도 했으니 지역명이나 작물 이름만 들어도 그 분들이 떠오를 것 같다.
지리산의 이편 저편에서 오늘도 열심히 땅을 일구고 작물을 키워나가고 계실 농사 동지님들!
올 한해도 힘내시구요, 아름다운 인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