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지리산권에서 농사 짓는 7명의 농부들이 일주일의 농사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1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산청에서 대를 이어 딸기 농사를 지으며 산청군농민회 사무국장을 맡아 틈틈이 아스팔트 농사도 짓고 있는 청년 농부(겸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작은변화활동가를 역임했던!) 이종혁 님이 책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출간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요.
산청과 이웃한 함양의 출판사 '다른길'과 함께했다는 점도 참 경사스러운 일이지요!
책의 정성스런 만듦새를 짐작할 수 있는 편집자의 소개글과 선주문을 통해 한발 먼저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가 직접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소개합니다. (이하 전문 인용)
https://blog.naver.com/jayams/223230331692
📝 '작은 이벤트 - 선주문' 안내 (~10/22)
https://forms.gle/FWJ2LvwD3KB3nc2F9
할인과 더불어 가장 먼저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만나볼 수 있어요.
산청 농민 이종혁의 한 해 농사 일지
딸기밭에서 열세 달
글쓴이 이종혁 / 펴낸곳 도서출판 다른길
책값 15,000원 / 판형 140mm*210mm / 쪽수 196쪽
ISBN 979-11-961584-2-2(038100 / 초판 1쇄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귀농청년의삶 #농사일지 #농부의기록 #딸기농사 #딸기의일생 #농민으로산다는것
책 소개
땅과 농사를 향한 순정으로 써 내려간 농민의 기록
- 작물과 더불어 성장하는 귀농 청년 이종혁의 일 년 열세달 -
이 책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 이종혁이 일 년 동안 기록한 농사 일지입니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그가 딸기밭과 논과 집과 거리를 오가며 보낸 시간이 이 안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농사일 싫어하던 소년, 어른 되어 땅으로 돌아오다
학교 다녀오기가 무섭게 논으로 밭으로 나가서 부모님 일을 거들어야 했던 어린 시절. 그는 “농사일이 참 싫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랬던 소년이 자라나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농업을 공부하고 고향 산청으로 돌아와 딸기와 벼를 주 작물로 키우는 농민이 됩니다. 부모님을 포함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농부들, 버려지는 시골집과 논밭들, 그리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농촌의 현실을 마냥 외면하고 살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큰 목표나 사명감은 없을지언정 그는 최소한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과 자신을 먹여 살린 땅만은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믿고 있습니다.
6년 차 농민의 ‘고민 많은’ 농사법
7년 전에 귀농해 올해로 농사 6년 차에 이른 저자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아직 어린 농민”이라 말합니다. 완전 초보는 아니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주변 농민들에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농사에 대한 자기 나름의 신념과 철학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가능한 한 친환경적으로 농사짓기를 원하고, 자신이 생산해내는 농산물이 크고 번드르르하기보다 누가 먹어도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병해충 피해를 줄이고자 “농약을 사러 농약방 문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일쑤며, 심지어 농약을 사 놓고도 “이걸 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합니다. 또한 딸기 수확철이면 으레 랩과 충전재와 박스 등을 과도하게 쓰는 포장 문화에 대해서도 “이게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라는 비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저자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기에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타협해야 할 때가 많은데요, 그런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회의하고 성찰하며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고자 애쓰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농민들의 삶, 그 아슬아슬함에 대하여
모종 몇 포기만 시들시들해도 애가 타고 언제 병해충이 번질지 몰라 늘 노심초사합니다. 먼바다 건너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대고 온갖 걱정이 시작됩니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이처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들지요. 게다가 지금은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일상화한 ‘기후위기’ 시대이기에 농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농업 정책은 해마다 후퇴하고 있고, 그 결과 쌀값 및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자식 같은 논밭을 밀어버리는 농민들이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저자 이종혁은 이런 문제를 회피하거나 방관하는 대신 산청농민회 활동을 통해 농민들이 처한 아슬아슬한 삶의 기반을 단단하게 바꾸어가고자 합니다. 이 책에 농사일의 즐거움과 보람뿐 아니라 농민들의 아픈 마음과 암담한 현실, 그에 따른 깊은 고뇌가 담겨 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배우는 ‘딸기의 일생’
저자는 귀농 후 부모님과 함께 벼와 딸기 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 책에는 주로 딸기(품종명 장희)를 재배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딸기 농사는 ‘어미묘’를 키우는 것에서 시작해 열매 수확 후 ‘생산자 이종혁’ 라벨을 붙여 출하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한 해 딸기 농사를 마무리하기까지는 어미묘를 키워 모종동에 옮겨 심는 일, 모종동 안의 모종들을 잘 키워내 본 밭에 옮겨 심는 일, 본 밭에서 크고 건강한 딸기를 생산해내는 일, 열매를 수확한 후 규격에 맞게 포장하는 일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모든 순간순간에는 농민의 땀방울이 배어 있습니다. 얼마나 일이 많으면 딸기 농사를 일컬어 “13개월 농사”라 할까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그 무수한 과정과 순간들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시장에서 사다가 먹기만 해서는 결코 알 수 없을 ‘딸기의 일생’을 그의 손끝과 발걸음을 따라가며 만나볼 수 있습니다.
차례
여는 글
‘농민’이라서 ‘농사일’을 씁니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딸기 농사 사전
2022년
5-6월
7-8월
9-10월
11-12월
2023년
1-2-3월
4-5월
딸기의 일생
저자 소개
이종혁
1986년 산청군 원산마을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 졸업 후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일했으며
고향으로 돌아온 지는 올해로 7년째다.
딸기 농사와 벼농사를 주로 짓는다.
산청군농민회 사무국장을 맡아 하며 틈틈이 아스팔트 농사도 짓고 있다.
귀농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일군 것으로,
첫딸이 태어난 지 2년 만에 곧 둘째가 나올 예정이다.
땀 흘리며 일하기, 동네 할머니와 이야기하기, 아내와 별 보기를 좋아한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유일한 욕심이자 꿈이다.
편집자의 말
☞ 평범한 농부가 두 손 두 발로 직접 빚은 글, 군더더기 없고 젠체하지 않으며 마치 맨밥처럼 심심하고 밍밍하지만 씹을수록 달고 구수해지는 글을 책으로 엮고 싶었습니다. 소박한 바람이지만 결코 쉽게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 이렇게 책을 발간하게 되어 기쁘고 설렙니다.
☞ 딸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이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딸기가 모종에서부터 자라나 열매 맺는 전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알면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원고를 붙들고 있던 지난 몇 달 동안은 시장 가판대에 올려진 딸기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렸으니까요. 앞으로도 저는 딸기를 먹을 때마다 떠올릴 것 같아요. 일 년 동안 최선을 다한 딸기의 생애와 그에 깃든 농부의 수고로움을요.
☞ 이 책은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논밭생활백과-농사기록’ 콘텐츠에 기반하여 내용 수정 및 보완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농민이 자신의 삶과 일을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두 단체에 감사드립니다.
책 속으로
농사가 자신의 전부가 된 부모님은 고령에 농사일이 힘에 부칠 만도 하련만 여전히 빈 땅만 보면 무슨 씨앗이든 심어 거두려 하신다. 또 몸이 안 좋을 때도 밭에 나와 풀 한 포기라도 뽑아야 마음이 놓이는 듯하다. 두 분의 이런 모습을 보면 이제 6년 차 농부인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농산물값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날이면 날마다 묵묵히 논밭에 나가 일하는 농민들이 존경스럽다는 것, 그리고 모든 생산비가 오른 상황인데도 헐값에 농작물을 출하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는글 중에서)
며칠 전 지역 딸기작목반에서 야유회를 다녀왔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작목반 야유회는 늘 수확을 끝낸 이 무렵에 간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농민들은 사실 놀러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야유회는 한 해 동안 고생한 농민들에게는 선물이라 할 만하다. 나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들 다리 수술, 무릎 수술로 불편하신데도 버스 안에서 움직이는 건 나보다 더 청년 같았다. (2022년 5월 일지 중에서)
2022년 매헌농민상 청년농업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충남 예산에 다녀왔다. 매헌농민상은 생전에 협동조합운동과 농업농민운동을 벌여온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농업은 민족의 생명창고”라 하신 그분의 사상을 계승하고자 2011년에 제정된 상이다.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되어 무척 기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한 건 농민회 활동밖에 없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건 앞으로 내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2022년 6월 일지 중에서)
난 좀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데서 비롯한 고집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내 농사철학이라면 농사철학이다. 그래서 내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큰 하우스 두 동에는 살충제와 살균제를 뿌리지 않았다. 올해 농사가 잘되면 앞으로도 당당하게 내 방식대로 농사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잘 안 되면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할 판이다. (2022년 8월 일지 중에서)
나는 작년에 만들어 둔, 오일과 은행 삶은 물을 섞은 친환경 약제를 주기적으로 방제해왔다. 그런데도 응애가 자꾸 생기는 걸 보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한 번만 더 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쳐봐야지. 이러면서 시간만 잡아먹다가 차도가 없는 것 같아 결국은 농약을 구입한 게 얼마 전이다. 그러고도 농약을 하우스 앞에 두고 또 며칠을 보냈었다. 결국엔 약을 치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딸기 상태가 좋지 않으면 농약을 치지 않기가 어렵다. 친환경재배를 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흔들리고 ‘어쩔 수 없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2022년 11월 일지 중에서)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산청 지역 청년들이 모여 ‘산청에도 몰래산타’라는 이름으로 작은 이벤트를 벌인다. 크리스마스 전날에 청년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 찾아가 선물을 주고 응원도 해주는 활동이다. 올해는 몰래산타의 방문을 원하는 이들의 ‘사연 신청’을 받아 그중 총 일곱 가정을 방문해 모두 열여섯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났다. 산타 복장을 하고 가면 어린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청년들이 어린이들을 만나 더 큰 힘을 받는다. 우리가 해마다 ‘산청에도 몰래산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 행사를 시작한 이후로 나에게 크리스마스 전날은 만날 수 있어서, 이어질 수 있어서, 온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한 날이 되었다. (2022년 12월 일지 중에서)
딸기 포장을 하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종종 잊는다. 누가 하우스에 와도 제대로 인사조차 못할 때가 많다. 화장실 갈 때만 겨우 의자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나머지 시간은 주구장창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출하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그러니 아침에 딸기를 수확했을 때 수확량이 많지 않으면 기분이 좋고 수확량이 많으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것이 딸기 농부가 겪는 아이러니다. (2022년 12월 일지 중에서)
딸기 농사의 핵심은 모종 농사이기에 모종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딸기 수확과 포장, 모종동 관리 등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해서 딸기를 ‘13개월 농사’라 한다. 몸도 마음도 분주한 때인 만큼 정신을 더 바짝 차리는 게 필요하다. (2023년 4월 일지 중에서)
이제 딸기 농사는 막바지고 나에게도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나는 딸기 수확이 다 끝나야만 비로소 봄이 온 것을 실감한다. 내 심장도 여느 때와 달리 더 두근거리는 것만 같다. 봄이 와서 좋은가 보다. (2023년 5월 일지 중에서)
‘작은 이벤트 – 선주문’ 안내
#. 2023년 10월 20일까지 선주문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는 책값을 1,000원 할인해드립니다.
(책은 늦어도 10월 안에 발간될 예정이며, 나오면 가장 먼저 선주문한 분들께 발송할 것입니다.)
#. 책 소개 글에 첨부된 ‘주문서’를 작성한 후 신청한 권수만큼의 책값을 입금하시면 됩니다.
#. 책값에 3천 원의 배송비(우체국빠른등기)가 추가되며 3권 이상은 배송비 무료입니다.
1권 18,000원/ 2권 33,000원/ 3권 45,000원
-> 선주문 시 17000원/ 31,000원/ 42,000원
#. 입금 계좌 : 농협 302-0171-7906-91 (예금주 박미숙)
주문서 바로가기 https://forms.gle/FWJ2LvwD3KB3nc2F9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지리산권에서 농사 짓는 7명의 농부들이 일주일의 농사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1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산청에서 대를 이어 딸기 농사를 지으며 산청군농민회 사무국장을 맡아 틈틈이 아스팔트 농사도 짓고 있는 청년 농부(겸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작은변화활동가를 역임했던!) 이종혁 님이 책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출간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요.
산청과 이웃한 함양의 출판사 '다른길'과 함께했다는 점도 참 경사스러운 일이지요!
책의 정성스런 만듦새를 짐작할 수 있는 편집자의 소개글과 선주문을 통해 한발 먼저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가 직접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소개합니다. (이하 전문 인용)
https://blog.naver.com/jayams/22323033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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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과 더불어 가장 먼저 <딸기밭에서 열세 달>을 만나볼 수 있어요.
산청 농민 이종혁의 한 해 농사 일지
딸기밭에서 열세 달
글쓴이 이종혁 / 펴낸곳 도서출판 다른길
책값 15,000원 / 판형 140mm*210mm / 쪽수 196쪽
ISBN 979-11-961584-2-2(038100 / 초판 1쇄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귀농청년의삶 #농사일지 #농부의기록 #딸기농사 #딸기의일생 #농민으로산다는것
책 소개
땅과 농사를 향한 순정으로 써 내려간 농민의 기록
- 작물과 더불어 성장하는 귀농 청년 이종혁의 일 년 열세달 -
이 책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 이종혁이 일 년 동안 기록한 농사 일지입니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그가 딸기밭과 논과 집과 거리를 오가며 보낸 시간이 이 안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농사일 싫어하던 소년, 어른 되어 땅으로 돌아오다
학교 다녀오기가 무섭게 논으로 밭으로 나가서 부모님 일을 거들어야 했던 어린 시절. 그는 “농사일이 참 싫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랬던 소년이 자라나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농업을 공부하고 고향 산청으로 돌아와 딸기와 벼를 주 작물로 키우는 농민이 됩니다. 부모님을 포함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농부들, 버려지는 시골집과 논밭들, 그리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농촌의 현실을 마냥 외면하고 살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큰 목표나 사명감은 없을지언정 그는 최소한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과 자신을 먹여 살린 땅만은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믿고 있습니다.
6년 차 농민의 ‘고민 많은’ 농사법
7년 전에 귀농해 올해로 농사 6년 차에 이른 저자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아직 어린 농민”이라 말합니다. 완전 초보는 아니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주변 농민들에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농사에 대한 자기 나름의 신념과 철학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가능한 한 친환경적으로 농사짓기를 원하고, 자신이 생산해내는 농산물이 크고 번드르르하기보다 누가 먹어도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병해충 피해를 줄이고자 “농약을 사러 농약방 문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일쑤며, 심지어 농약을 사 놓고도 “이걸 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합니다. 또한 딸기 수확철이면 으레 랩과 충전재와 박스 등을 과도하게 쓰는 포장 문화에 대해서도 “이게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라는 비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저자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기에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타협해야 할 때가 많은데요, 그런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회의하고 성찰하며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고자 애쓰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농민들의 삶, 그 아슬아슬함에 대하여
모종 몇 포기만 시들시들해도 애가 타고 언제 병해충이 번질지 몰라 늘 노심초사합니다. 먼바다 건너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대고 온갖 걱정이 시작됩니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이처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들지요. 게다가 지금은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일상화한 ‘기후위기’ 시대이기에 농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농업 정책은 해마다 후퇴하고 있고, 그 결과 쌀값 및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자식 같은 논밭을 밀어버리는 농민들이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저자 이종혁은 이런 문제를 회피하거나 방관하는 대신 산청농민회 활동을 통해 농민들이 처한 아슬아슬한 삶의 기반을 단단하게 바꾸어가고자 합니다. 이 책에 농사일의 즐거움과 보람뿐 아니라 농민들의 아픈 마음과 암담한 현실, 그에 따른 깊은 고뇌가 담겨 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배우는 ‘딸기의 일생’
저자는 귀농 후 부모님과 함께 벼와 딸기 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 책에는 주로 딸기(품종명 장희)를 재배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딸기 농사는 ‘어미묘’를 키우는 것에서 시작해 열매 수확 후 ‘생산자 이종혁’ 라벨을 붙여 출하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한 해 딸기 농사를 마무리하기까지는 어미묘를 키워 모종동에 옮겨 심는 일, 모종동 안의 모종들을 잘 키워내 본 밭에 옮겨 심는 일, 본 밭에서 크고 건강한 딸기를 생산해내는 일, 열매를 수확한 후 규격에 맞게 포장하는 일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모든 순간순간에는 농민의 땀방울이 배어 있습니다. 얼마나 일이 많으면 딸기 농사를 일컬어 “13개월 농사”라 할까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그 무수한 과정과 순간들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시장에서 사다가 먹기만 해서는 결코 알 수 없을 ‘딸기의 일생’을 그의 손끝과 발걸음을 따라가며 만나볼 수 있습니다.
차례
여는 글
‘농민’이라서 ‘농사일’을 씁니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딸기 농사 사전
2022년
5-6월
7-8월
9-10월
11-12월
2023년
1-2-3월
4-5월
딸기의 일생
저자 소개
이종혁
1986년 산청군 원산마을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 졸업 후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일했으며
고향으로 돌아온 지는 올해로 7년째다.
딸기 농사와 벼농사를 주로 짓는다.
산청군농민회 사무국장을 맡아 하며 틈틈이 아스팔트 농사도 짓고 있다.
귀농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일군 것으로,
첫딸이 태어난 지 2년 만에 곧 둘째가 나올 예정이다.
땀 흘리며 일하기, 동네 할머니와 이야기하기, 아내와 별 보기를 좋아한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유일한 욕심이자 꿈이다.
편집자의 말
☞ 평범한 농부가 두 손 두 발로 직접 빚은 글, 군더더기 없고 젠체하지 않으며 마치 맨밥처럼 심심하고 밍밍하지만 씹을수록 달고 구수해지는 글을 책으로 엮고 싶었습니다. 소박한 바람이지만 결코 쉽게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 이렇게 책을 발간하게 되어 기쁘고 설렙니다.
☞ 딸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이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딸기가 모종에서부터 자라나 열매 맺는 전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알면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원고를 붙들고 있던 지난 몇 달 동안은 시장 가판대에 올려진 딸기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렸으니까요. 앞으로도 저는 딸기를 먹을 때마다 떠올릴 것 같아요. 일 년 동안 최선을 다한 딸기의 생애와 그에 깃든 농부의 수고로움을요.
☞ 이 책은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논밭생활백과-농사기록’ 콘텐츠에 기반하여 내용 수정 및 보완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농민이 자신의 삶과 일을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두 단체에 감사드립니다.
책 속으로
농사가 자신의 전부가 된 부모님은 고령에 농사일이 힘에 부칠 만도 하련만 여전히 빈 땅만 보면 무슨 씨앗이든 심어 거두려 하신다. 또 몸이 안 좋을 때도 밭에 나와 풀 한 포기라도 뽑아야 마음이 놓이는 듯하다. 두 분의 이런 모습을 보면 이제 6년 차 농부인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농산물값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날이면 날마다 묵묵히 논밭에 나가 일하는 농민들이 존경스럽다는 것, 그리고 모든 생산비가 오른 상황인데도 헐값에 농작물을 출하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는글 중에서)
며칠 전 지역 딸기작목반에서 야유회를 다녀왔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작목반 야유회는 늘 수확을 끝낸 이 무렵에 간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농민들은 사실 놀러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야유회는 한 해 동안 고생한 농민들에게는 선물이라 할 만하다. 나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들 다리 수술, 무릎 수술로 불편하신데도 버스 안에서 움직이는 건 나보다 더 청년 같았다. (2022년 5월 일지 중에서)
2022년 매헌농민상 청년농업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충남 예산에 다녀왔다. 매헌농민상은 생전에 협동조합운동과 농업농민운동을 벌여온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농업은 민족의 생명창고”라 하신 그분의 사상을 계승하고자 2011년에 제정된 상이다.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되어 무척 기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한 건 농민회 활동밖에 없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건 앞으로 내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2022년 6월 일지 중에서)
난 좀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데서 비롯한 고집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내 농사철학이라면 농사철학이다. 그래서 내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큰 하우스 두 동에는 살충제와 살균제를 뿌리지 않았다. 올해 농사가 잘되면 앞으로도 당당하게 내 방식대로 농사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잘 안 되면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할 판이다. (2022년 8월 일지 중에서)
나는 작년에 만들어 둔, 오일과 은행 삶은 물을 섞은 친환경 약제를 주기적으로 방제해왔다. 그런데도 응애가 자꾸 생기는 걸 보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한 번만 더 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쳐봐야지. 이러면서 시간만 잡아먹다가 차도가 없는 것 같아 결국은 농약을 구입한 게 얼마 전이다. 그러고도 농약을 하우스 앞에 두고 또 며칠을 보냈었다. 결국엔 약을 치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딸기 상태가 좋지 않으면 농약을 치지 않기가 어렵다. 친환경재배를 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흔들리고 ‘어쩔 수 없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2022년 11월 일지 중에서)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산청 지역 청년들이 모여 ‘산청에도 몰래산타’라는 이름으로 작은 이벤트를 벌인다. 크리스마스 전날에 청년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 찾아가 선물을 주고 응원도 해주는 활동이다. 올해는 몰래산타의 방문을 원하는 이들의 ‘사연 신청’을 받아 그중 총 일곱 가정을 방문해 모두 열여섯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났다. 산타 복장을 하고 가면 어린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청년들이 어린이들을 만나 더 큰 힘을 받는다. 우리가 해마다 ‘산청에도 몰래산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 행사를 시작한 이후로 나에게 크리스마스 전날은 만날 수 있어서, 이어질 수 있어서, 온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한 날이 되었다. (2022년 12월 일지 중에서)
딸기 포장을 하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종종 잊는다. 누가 하우스에 와도 제대로 인사조차 못할 때가 많다. 화장실 갈 때만 겨우 의자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나머지 시간은 주구장창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출하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그러니 아침에 딸기를 수확했을 때 수확량이 많지 않으면 기분이 좋고 수확량이 많으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것이 딸기 농부가 겪는 아이러니다. (2022년 12월 일지 중에서)
딸기 농사의 핵심은 모종 농사이기에 모종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딸기 수확과 포장, 모종동 관리 등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해서 딸기를 ‘13개월 농사’라 한다. 몸도 마음도 분주한 때인 만큼 정신을 더 바짝 차리는 게 필요하다. (2023년 4월 일지 중에서)
이제 딸기 농사는 막바지고 나에게도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나는 딸기 수확이 다 끝나야만 비로소 봄이 온 것을 실감한다. 내 심장도 여느 때와 달리 더 두근거리는 것만 같다. 봄이 와서 좋은가 보다. (2023년 5월 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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