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청 X 이은화생강농사... 실패 원인을 찾아라


일주일이 정말 숨 가쁘게 흘러갔네요.
다행히 생강 수확이랑 곶감용 감 수확까지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생강 수확이 조금 늦어졌지만 9월 말에 관리기로 복토를 넉넉히 해준 덕에  저온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887e99fc0d8be.jpg

안타깝게도 사진이 밝은 노랑의 생강빛을 담아내지 못하네요. 아랫쪽 갈색 부분은 종강(씨생강)입니다.

f9283528dd08b.jpg

우동가락 같은 뿌리와 잔뿌리들을 깨끗하게 잘라내야 우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만나던 생강 모습이 되지요.


콩은 타작할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아 순서를 뒤로 미뤘는데, 매일 몇 번이고 체크하는 일기예보에 지리산 근방에도 비가 오겠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가을 가뭄이 길었던 탓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미처 갈무리를 하지 못한 농부에게는 애타는 소식이었지요. 진주처럼 동글동글하게 잘 마른 콩알들이 비를 맞아 길쭉하게 탱탱 불겠구나 싶어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안되겠다. 토요일 오전까지 콩 갈무리를 못하겠다 싶으면 비를 맞지 않게 일단 옮겨놓고 봐야지.’ 남편도 콩을 어찌할지 고민이었는지 옮기자는 저의 제안에 “안그래도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하며 동의를 해줍니다. 밭에 널어 말리고 있던 것들을 부랴부랴 걷어서 트럭에 싣고 그물 덮고 줄로 동여매고 함양에 있는 농장 비닐하우스로 옮겨와 펼쳐놓고 나니 번거롭게 되었지만 일단 잘했다 싶습니다. ‘그래, 이제 튀어봤자 비닐하우스 안이다.’ 도리깨질을 하든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기계를 빌려와서 하든 아무 때나 상황 되는 대로 타작을 하면 될 것입니다.

 

올해 생강 농사 결과가 너무나 저조하여 얼마나 기운이 떨어지던지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상기후가 계속 될 것이라 예상했고 나름 치밀하게 대비한다고 가뭄을 대비해서는 점적호스를 깔았고, 폭염을 대비해서는 차광막을 준비를 놨는데 이번 여름에는 일조량 부족으로 준비해놓은 차광막 시설은 사용할 기회조차 없었고, 잦은 비에 우후죽순처럼 올라오는 풀들의 성장세를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두둑에서 뽑은 풀을 고랑에 버리면 고랑에 다시 뿌리를 내리곤 해서 다시 뽑아내야 했지요. 처음으로 제초매트를 깔아봤고 그 위에 뽑은 풀을 얹어서 햇빛에 마르도록 하고 완전히 마르면 다시 생강 두둑에 다시 덮어주었습니다. 원래부터 풀을 이기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올해는 정도가 지나치다 싶더라구요. 농작물은 더디 자라는데 풀은 어쩜 이리도 빨리 잘도 자라는지... 새삼 잡초의 생명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0430550fa890b.jpg

풀을 감당하기 어려워 고랑에 제초매트를 깔았다가 복토하는 시기가 오면 제초매트를 모두 걷어서 정리해놓았습니다.


생강은 특히나 연작 피해가 큰 작물로 알려져 있어서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을 치치 않다보니 3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돌려짓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3년 터울지는 밭이 마땅치 않아 묵정밭을 다시 일궈서 생강을 심었는데, 아....이렇게 끝도 없이 풀이 자랄수가 있나? 나팔꽃, 쑥, 박주가리, 명아주, 비름, 도깨비바늘, 가막사리, 달맞이, 한련초, 여뀌, 닭의 장풀, 수까치깨 등등 풀 종류도 참 많고 시기를 놓치고 나면 어느 하나 쉬운 풀이 없습니다. 


cf0f442cc7cea.jpg

나팔꽃과 박주가리 같은 덩굴성 식물들이 생강을 감아 얽어 놓으면 제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작업 전)


dca267efec16f.jpg

풀을 제거하고 나니 생강 포기들이 멀끔해 보이네요(작업 후)


생강을 심고 그 위에 왕겨를 뿌리고 왕겨 위에 짚까지 덮어주면 나름 완벽했을 텐데, 짚을 구하지 못해 그나마도 확보해놓은 왕겨에 감사하며 덮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바람에 날리기도 했을 테고 왕겨 속 쌀눈이나 쌀가루를 쪼아 먹겠다고 날아드는 참새와 비둘기, 그리고 까치들 때문에 다음날쯤 되면 생강 두둑을 덮고 있어야 할 왕겨들이 고랑에 수북하게 쌓여있기 일쑤였지요. 그 때문에 피복 효과가 떨어져 다시 풀이 무성하게 자라기를 반복했습니다. 볏짚 확보가 절실한 이유인데 요즘은 콤바인으로 벼 수확을 마치고 나면 가슴팍에 양팔을 딱 붙이고 달려오는 거대한 기계가 바닥에 깔려 있는 짚들을 모아 하얀 비닐로 둘둘 감아서는 동물 사료용으로 넘겨버립니다. 논 거름용으로 벼를 수확하는 순간 아예 잘게 썰어서 논바닥에 깔아버리기도 하지요. 풀과의 전쟁이 너무 힘들었던 탓에 내년에는 반드시 짚을 덮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우리가 벼농사 짓는 두 마지기 논의 짚과 지인들과 공동경작하는 공동 논의 볏짚 절반을 확보해서 보관해 놓습니다. 농사를 줄여야지 했다가도 생강피복용 볏짚을 확보해야하는 문제 때문에 안타깝게도 벼농사를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b902bec08a630.jpg

내년에 생강두둑을 덮어줄 볏짚, 펼치기 쉽도록 가지런히 정리하여 묶어놓습니다.


5c3f9d462b2b4.jpg


생강 농사의 실패는 농사모임 지인들과 원인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겠지만 같은 종강(씨생강)으로 농사를 짓는 지인들의 생강 농사도 상황이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종강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바이러스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요즘 미디어에서 도시농부, 청년농부, 스마트팜 등에 관한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농사의 미래, 우리 농사의 나아갈 길'이라 말하는데 편리하게 잘 갖춰진 시설과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햇살이 차단된 어두운 실내에서 조명 불빛과 양액으로 키워내는 채소들. 그리고 햇살과 바람과 빗물, 거기에 농부의 짭잘한 땀방울과 관절 마디마디에서 전해지는 통증까지 얹어서 키운 작물을 비교할 수 있을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해야할 일

  • 감 깎기
  • 대봉감 따기
  • 나머지 볏단 모아서 저장하기
  • 콩 타작하기
  • 마늘 양파 심기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입니다.


1

논밭생활백과


논밭생활백과는 농사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분들을 위해 농사 정보와 농부들의 이야기를 아카이브하고, 땅과 사람을 잇는 다양한 지원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사이트입니다.




레알갑농부기금


논밭생활백과는 칠갑농산과 레알팜이 농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아름다운재단의 레알갑농부기금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이 기금을 통해 땅과 사람을 잇는 농사의 가치를 전하고, 농부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