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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X 이은화고추 먹고 맴맴

별을 노래하는 사람


농부(農夫)...별을 노래하는 사람. 농부의 농(農)자는 노래 곡(曲)자 아래에 별이름 진(辰)으로 구성되어 별을 노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 뒤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지아비 부(夫)자를 붙여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와...땅 갈고, 씨앗 뿌리고, 풀 뽑고, 수확하는게 농부라고 생각했는데 농부라는 단어에 숨겨진 의미가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명칭인가? 내가 하는 일이 별을 노래하는 것이라니... 


해를 거듭할수록 키우는 작물도 다양해지고 재배량이 늘어나며 우리 부부가 하루 일과 중에 제일 먼저 하는 일도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제일 마지막으로 하는 일 또한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다. 각자의 휴대폰에 서로 다른 날씨 앱을 깔아놓고 오늘의 날씨, 내일의 날씨, 한 주간의 날씨, 다음 주 날씨를 순서대로 두 사람이 교차 체크 하고나서는,  ‘오늘 며칠이지?’ ‘그 다음 절기가 뭐지?’하며 달력을 뒤적이며 절기(節氣)를 확인한다. 입동(立冬) 지났고 곧 소설(小雪)이네. 이제 좀 추워지겠군. 절기를 따지며 농사의 순서를 잡아나가다 보니 우리도 어느새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있더라는 깨달음.

 

농협에서 나눠주는 달력에는 매달 그 달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하고 또 어떤 논밭관리를 해야하는지 등의 짤막짤막한 메모가 함께 인쇄되어 있다. 달력을 넘기다보면 깜빡하고 놓칠뻔한 작업들이 다시 떠올라 참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작년부터였나? 스마트폰에 농협콕뱅크 앱을 깔아놓고 모든 입출금 관리를 앉아서 휴대폰 하나 들고 간편하게 하다보니 어쩌다 현금 인출 하러 가는 게 아니면 딱히 농협에 들를 일도 없어졌고 연말에 달력 얻어올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시골 달력이라는 것이 나눠주는 업체가 누구인가 하는 달력 맨 아랫쪽의 큼지막한 글씨의 업체명만 바뀔 뿐이지 사실 디자인은 늘 거기서 거기다.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나은 디자인을 떠올리지도 못한다. 올해는 작년 말에 농협 달력을 얻어오지 못한 탓에 동네 병원에서 나눠준 것과 기계공구 수리판매에서 나눠준 달력들이 올해 우리집 벽면들을 차지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잊지말고 농협에 들러 달력을 꼭 챙겨와야지. .

 

올해는 농사를 지으면서 이제까지의 그 어떤 해 보다도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깊이 느낀 해였다.  봄철에는 심한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죽거나 성장 장애로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여름철엔 폭우로 농작물에 병이 심해지고 물러져 채소 가격의 폭등을 초래했다. 가을엔 가을답지 않게 후덥지근하다가 갑자기 서리가 내려서 미처 가을 걷이를 끝내지 못한 작물에 동해 피해를 가져온다. 이번 겨울은 또 어떨지...



고추농사의 어려움


올해는 전반적으로 농사가 시원치 않았지만 우리의 주요 농작물 가운데 하나인 고추농사도 정말 결과가 실망스러웠다. 봄철 가뭄 탓인지 첫물고추가 제때에 달리지 않았기에 전체 수확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수확량이 적으면 판매를 적게 하면 된다. 그런데 예약 주문까지 하며 고춧가루 구입을 하신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절임배추가 일찍 도착해서 김장을 해봤는데 김치의 색도 곱고 정말 맛도 있는데 뱃속이 아릴 정도로 좀 많이 맵다고 살짝 귀뜸을 해주신다. 맵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니 알고는 있으라고. 오...이런! 어쩌지? 우리 가족은 원래 매운 것을 못 먹는 편이라 라면도 순한 맛 외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중간 맵기 고춧가루의 매운 정도를 우리가 판단할 수 있을까?  괜히 드시고 고생들 하시면 어쩌지?



38229edef2985.jpg여름철 잦은 비 때문에 태양초를 포기하고 건조기에서 저온으로 건조하여 남편 산아래와 여러날을 고추 다듬는데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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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번거로운 요구를 다 받아주시는 방앗간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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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맛을 주문하시는 분들과 매운 맛을 원하시는 분들을 구분하여 포장을 해서 택배 발송을 합니다.


우리는 고추를 심을 때 항상 세 가지 품종을 심는다. 순한 맛, 중간 매운 맛, 그리고 청양고추. 블랜딩한 고춧가루 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주문을 받을 때 매운 정도를 메모해 두었다가 고춧가루를 블랜딩해서 발송하고 있다. 순한 맛을 주문하신 분들은 그나마 별 문제가 없겠는데 중간 맵기의 고추 품종이 단순히 혀와 목에 열이 오르고 화끈거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뱃속까지 얼얼하게 아려오는 게 문제였다. 산청에서 구할 수 있는 고추 모종 상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남원에 계시는 친정 아버지께 고추 모종 구입을 부탁을 드렸고 아버지는 친분이 있는 종묘상에 가서 종묘상 사장님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셨다. 분명히 중간 맵기 고추모종을 부탁드리며 너무 매우면 안된다고 말씀을 드렸고 그렇게 조달받은 고추였는데 결과적으로 뱃속이 너무나 아려서 먹기가 겁나는 맛이라니 정말 난감하게 되었다. 건강하고 확실한 모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종자를 선택해서 직접 키우는 수 밖에 ....

농사, 하면 할수록 참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해야할 일

  • 감 깎기 (곶감용 감을 먼저 깎고, 그 다음 감말랭이)
  • 대봉감 따기 (나름 꽤 땄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무에 많이 달렸다. 시간이 없어서 나머지는 포기하려고 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관심을 너무 받고 있어서 아무래도 다 따야할듯)
  • 나머지 볏단 모아서 저장하기 (공동경작논의 우리 몫의 볏단은 모두 모아서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겼고, 개인 경작논의 볏단을 모두 옮겨다 놓아 생강밭에 쓸 수 있게 해야지)
  • 콩 타작하기 (친정 아버지가 틈나는대로 작대기로 털고 계심) 
  • 마늘 양파 심기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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