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인건비든 자재비든 일단 지출을 줄이려 신경을 쓰게 된다. 물론 사람을 구해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도 있지만 우리 부부가 좀 유별나서 그런가 빨리해보겠다고 사람을 구해서 일을 하면 속도는 빠른데 꼭 어딘가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바빠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도 다음부터는 우리끼리 해보자는 소리를 반복하게 된다. 올해도 곶감용 원료 감 따는 일에 여러 날을 할애했다. 무서리가 여러 번 내리기는 했지만 이상 기온 탓인지 어쩐 일로 한동안은 따뜻한 날이 계속될거라는 일기예보에 좀 덜 익은 감은 따지 않고 놔두었다가 그 다음 번에 수확을 했으니 나무가 한두 그루도 아니고 우리는 정말 일을 만들어서 한다 싶다.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는 농사 선배이신 친정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 따주러 마산에서 달려와준 친구
그런데 덜 익은 감으로 곶감을 해놓으면 우리처럼 유황훈증을 하지 않는 집의 곶감이나 감말랭이는 색도 칙칙하고 단맛도 덜해서 2년 전에는 완성된 말랭이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린 적도 있기 때문에 물러서 버리는 감이 있더라도 최대한 익히자고 작정한 터였다. 감 따는 일이 마무리가 되어야 감 깎는 작업을 시작할텐데 따는 작업이 늦어졌으니 당연히 감 깎는 일도 시작이 늦어졌다.

컨테이너 상자에 담겨 저온저장고로 들어가는 감들을 보며 곳간이 가득 차서 든든함도 있고 에고.. 저 감들 언제 다 깎나 싶기도 하다.
친정 아버지 말씀마따나 “삼동 내~ 깎게 생겼다.” 그런데 삼동이 뭐지?
감을 깎아 곶감이 되기까지 우리는 대략 45일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번엔 설날이 1월22일이라 곶감 만들고 설 안에 택배 보내고 하자면 시일이 촉박하긴 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벌써 감깎는 작업을 끝낸 댁이 많은데 우리는 시작도 늦었고 중간중간 다른 일들을 처리하며 감을 깎다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늦게 시작한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나았는지 모르겠다. 일찍 감 깎는 작업을 마친 댁은 지금 곶감이 거의 다 말라서 상품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조금 일찍 깎은 집들 가운데는 그동안 워낙 날씨도 따뜻했고 비도 와서 곶감에 곰팡이가 피어서 모두 내다 버렸다는 댁도 있다고 한다. 하늘 보고 하는 일이라 내가 마음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 하면 할수록 농삿일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 상품인 곶감의 완성일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곶감용으로 분류해 놓은 감을 먼저 꺼내서 깎기 시작했다. 열심히 분류했다고 했는데도 감을 깎다 보면 말랭이용 감도 섞여 있어서 중간중간 말랭이 감도 쪼갠다.

곶감용 감 깎기
올해 전반적으로 감 크기가 작고 멍든 감이 많았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우리 감은 깨끗한 편이라 한시름 놓았다. 엘보에 문제가 생겨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작업을 하다보니 필러질 하기도 여의치 않은데 감이 깨끗한 편이라 필러질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말랭이 감 쪼개고 속 파내기

말랭이 감의 속을 파내기 전과 후

채반에 널기
대량으로 곶감 감을 깎는 집들은 대부분 감을 깎아서 고리를 끼운 후 밀폐공간에 깎은 감을 넣고 유황을 태운 연기로 훈증을 한 후에 감을 건다. 유황훈증의 목적은 일단 곶감 표면에 곰팡이가 피지 않게 하려는 살균의 목적과 곶감의 색이 일률적이고 발그레한 고운 빛깔로 상품성을 높이는데 있다고 한다. 남편이나 나나 두 사람 모두 호흡기가 약하여 근처에서 유황 피우는 냄새만 맡아도 기침이 나서 죽을 것 같아서 이 방법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얼룩덜룩 감 표면의 갈변은 어떻게 줄일 수 있으려나 궁리를 하다가 찾은 방법이 건조기에 넣어 낮은 온도로 감 표면에 피막을 만들어 거는 방법이었다. 남들은 감을 깎아 몇십 분 유황 훈증해서 걸면 끝인데 우리는 건조기에서 여러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감을 꺼내서 고리를 끼워서 걸다 보니 이미 오전 시간 몇 시간은 감 거는 작업에 사용해 버린다.


집게핀 끼우기

감 걸기
이런 여러 과정 때문에 사람을 구해서 작업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줄도 모르고 우리 곶감 맛이 마음에 든다며 곶감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미친 짓이니 시작도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알려달라고 부탁을 해서 벌써 다섯 집에 방법을 전수했다. 한 집은 몇 년째 이 방법으로 곶감을 만들고 있고, 한 집은 올해 처음 시도해봤으니 결과물을 보고 내년에 어찌할지 결정할 테고, 한 집은 올해 곶감 작업을 시작하지 못했고, 마지막 한 집은 창고형 대형 건조시설을 지어 일반적인 방법으로 곶감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알려는 주었으니 사용하고 말고는 본인들 마음이고 곶감으로 돈을 벌겠다고 한다면 우리의 방법은 답이 아니지 싶다.
말랭이 감을 깎아놓고 건조기 안에서 표면에 피막이 만들어지는 동안 남편과 시동생이 말랭이 건조대를 조립한다. 가로, 세로 각각 32mm 파이프를 사용하고 U클램프를 이용하여 연결하여 조립하는데 감 시즌에만 조립했다가 작업이 끝나면 해체하면 그만이라 보관 공간이 마땅치 않은 집에서는 이런 구조물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32mm파이프가 부족하여 일부 구간에 25mm 파이프를 사용했는데 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로대가 살짝 휘어지는게 보였다. 올해는 전부 32mm 파이프를 사용했고 아직까지 휘어짐 없이 사용중이다. 연결 장치인 U클램프는 32/32도 있고 32/25도 있고 크기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이 사용할 파이프의 양쪽 지름을 확인해서 구입해야 한다.


건조대 조립하기
건조기에서 피막이 만들어지면 이제부터는 건조대에 널어놓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문안 인사하듯 말랭이를 엎었다 뒤집었다 하며 바람을 쐬여주어야 한다. 이 작업을 소홀히 하면 채반에 닿은 면에 곰팡이가 필 수 있으므로 날씨가 좋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된다. 해가 지면 이슬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채반들을 모아서 비닐하우스용 비닐로 덮어준다.

이슬맞지 않도록 비닐덮은 모습
아침이 되면 서리가 녹기 전에 비닐을 걷어야 밤사이 비닐 안쪽에 서린 습기가 말랭이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2주 정도를 잘 보내야 젤리 같은 식감의 맛있는 말랭이가 완성된다. 내일부터 이틀간 비소식이 잡혀있어서 감 상태를 잘 살펴야한다.

낮에는 감깎는 작업 때문에 말랭이를 돌보지 못했기에 헤드랜턴 착장하고 습기많은 말랭이들 골라서 건조기에 피신시킨다
지금 홍시화 되고 있는 촉촉한 감들은 자칫하면 비가 내리는 이틀 사이에 곰팡이 피해를 당할 수 있기에 일일이 체크해서 위험군의 말랭이들을 선별해서 건조기 안에 피신시켰다가 날씨가 맑아지면 다시 건조대에 펼쳐 넌다.
말랭이용 감으로 분류해 놓은 감이 아직 저온저장고에 산같이 쌓여있는데 아무래도 겨울내내 감을 깎아야 할 모양이다. 비 온 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니 이번에는 감이 얼까봐 걱정해야 하나?
해야할 일
- 감 깎기
- 들깨 정선하기
- 메주콩 정선하기
- 김장하기
- 늦마늘 심기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농부입니다.
시골살이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인건비든 자재비든 일단 지출을 줄이려 신경을 쓰게 된다. 물론 사람을 구해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도 있지만 우리 부부가 좀 유별나서 그런가 빨리해보겠다고 사람을 구해서 일을 하면 속도는 빠른데 꼭 어딘가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바빠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도 다음부터는 우리끼리 해보자는 소리를 반복하게 된다. 올해도 곶감용 원료 감 따는 일에 여러 날을 할애했다. 무서리가 여러 번 내리기는 했지만 이상 기온 탓인지 어쩐 일로 한동안은 따뜻한 날이 계속될거라는 일기예보에 좀 덜 익은 감은 따지 않고 놔두었다가 그 다음 번에 수확을 했으니 나무가 한두 그루도 아니고 우리는 정말 일을 만들어서 한다 싶다.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는 농사 선배이신 친정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 따주러 마산에서 달려와준 친구
그런데 덜 익은 감으로 곶감을 해놓으면 우리처럼 유황훈증을 하지 않는 집의 곶감이나 감말랭이는 색도 칙칙하고 단맛도 덜해서 2년 전에는 완성된 말랭이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린 적도 있기 때문에 물러서 버리는 감이 있더라도 최대한 익히자고 작정한 터였다. 감 따는 일이 마무리가 되어야 감 깎는 작업을 시작할텐데 따는 작업이 늦어졌으니 당연히 감 깎는 일도 시작이 늦어졌다.
컨테이너 상자에 담겨 저온저장고로 들어가는 감들을 보며 곳간이 가득 차서 든든함도 있고 에고.. 저 감들 언제 다 깎나 싶기도 하다.
친정 아버지 말씀마따나 “삼동 내~ 깎게 생겼다.” 그런데 삼동이 뭐지?
감을 깎아 곶감이 되기까지 우리는 대략 45일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번엔 설날이 1월22일이라 곶감 만들고 설 안에 택배 보내고 하자면 시일이 촉박하긴 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벌써 감깎는 작업을 끝낸 댁이 많은데 우리는 시작도 늦었고 중간중간 다른 일들을 처리하며 감을 깎다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늦게 시작한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나았는지 모르겠다. 일찍 감 깎는 작업을 마친 댁은 지금 곶감이 거의 다 말라서 상품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조금 일찍 깎은 집들 가운데는 그동안 워낙 날씨도 따뜻했고 비도 와서 곶감에 곰팡이가 피어서 모두 내다 버렸다는 댁도 있다고 한다. 하늘 보고 하는 일이라 내가 마음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 하면 할수록 농삿일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 상품인 곶감의 완성일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곶감용으로 분류해 놓은 감을 먼저 꺼내서 깎기 시작했다. 열심히 분류했다고 했는데도 감을 깎다 보면 말랭이용 감도 섞여 있어서 중간중간 말랭이 감도 쪼갠다.
곶감용 감 깎기
올해 전반적으로 감 크기가 작고 멍든 감이 많았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우리 감은 깨끗한 편이라 한시름 놓았다. 엘보에 문제가 생겨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작업을 하다보니 필러질 하기도 여의치 않은데 감이 깨끗한 편이라 필러질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말랭이 감의 속을 파내기 전과 후
채반에 널기
대량으로 곶감 감을 깎는 집들은 대부분 감을 깎아서 고리를 끼운 후 밀폐공간에 깎은 감을 넣고 유황을 태운 연기로 훈증을 한 후에 감을 건다. 유황훈증의 목적은 일단 곶감 표면에 곰팡이가 피지 않게 하려는 살균의 목적과 곶감의 색이 일률적이고 발그레한 고운 빛깔로 상품성을 높이는데 있다고 한다. 남편이나 나나 두 사람 모두 호흡기가 약하여 근처에서 유황 피우는 냄새만 맡아도 기침이 나서 죽을 것 같아서 이 방법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얼룩덜룩 감 표면의 갈변은 어떻게 줄일 수 있으려나 궁리를 하다가 찾은 방법이 건조기에 넣어 낮은 온도로 감 표면에 피막을 만들어 거는 방법이었다. 남들은 감을 깎아 몇십 분 유황 훈증해서 걸면 끝인데 우리는 건조기에서 여러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감을 꺼내서 고리를 끼워서 걸다 보니 이미 오전 시간 몇 시간은 감 거는 작업에 사용해 버린다.
집게핀 끼우기
감 걸기
이런 여러 과정 때문에 사람을 구해서 작업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줄도 모르고 우리 곶감 맛이 마음에 든다며 곶감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미친 짓이니 시작도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알려달라고 부탁을 해서 벌써 다섯 집에 방법을 전수했다. 한 집은 몇 년째 이 방법으로 곶감을 만들고 있고, 한 집은 올해 처음 시도해봤으니 결과물을 보고 내년에 어찌할지 결정할 테고, 한 집은 올해 곶감 작업을 시작하지 못했고, 마지막 한 집은 창고형 대형 건조시설을 지어 일반적인 방법으로 곶감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알려는 주었으니 사용하고 말고는 본인들 마음이고 곶감으로 돈을 벌겠다고 한다면 우리의 방법은 답이 아니지 싶다.
말랭이 감을 깎아놓고 건조기 안에서 표면에 피막이 만들어지는 동안 남편과 시동생이 말랭이 건조대를 조립한다. 가로, 세로 각각 32mm 파이프를 사용하고 U클램프를 이용하여 연결하여 조립하는데 감 시즌에만 조립했다가 작업이 끝나면 해체하면 그만이라 보관 공간이 마땅치 않은 집에서는 이런 구조물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32mm파이프가 부족하여 일부 구간에 25mm 파이프를 사용했는데 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로대가 살짝 휘어지는게 보였다. 올해는 전부 32mm 파이프를 사용했고 아직까지 휘어짐 없이 사용중이다. 연결 장치인 U클램프는 32/32도 있고 32/25도 있고 크기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이 사용할 파이프의 양쪽 지름을 확인해서 구입해야 한다.
건조대 조립하기
건조기에서 피막이 만들어지면 이제부터는 건조대에 널어놓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문안 인사하듯 말랭이를 엎었다 뒤집었다 하며 바람을 쐬여주어야 한다. 이 작업을 소홀히 하면 채반에 닿은 면에 곰팡이가 필 수 있으므로 날씨가 좋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된다. 해가 지면 이슬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채반들을 모아서 비닐하우스용 비닐로 덮어준다.
이슬맞지 않도록 비닐덮은 모습
아침이 되면 서리가 녹기 전에 비닐을 걷어야 밤사이 비닐 안쪽에 서린 습기가 말랭이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2주 정도를 잘 보내야 젤리 같은 식감의 맛있는 말랭이가 완성된다. 내일부터 이틀간 비소식이 잡혀있어서 감 상태를 잘 살펴야한다.
낮에는 감깎는 작업 때문에 말랭이를 돌보지 못했기에 헤드랜턴 착장하고 습기많은 말랭이들 골라서 건조기에 피신시킨다
지금 홍시화 되고 있는 촉촉한 감들은 자칫하면 비가 내리는 이틀 사이에 곰팡이 피해를 당할 수 있기에 일일이 체크해서 위험군의 말랭이들을 선별해서 건조기 안에 피신시켰다가 날씨가 맑아지면 다시 건조대에 펼쳐 넌다.
말랭이용 감으로 분류해 놓은 감이 아직 저온저장고에 산같이 쌓여있는데 아무래도 겨울내내 감을 깎아야 할 모양이다. 비 온 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니 이번에는 감이 얼까봐 걱정해야 하나?
해야할 일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농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