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청 X 이은화시골에서 뭐 해 먹고 살지? (주력 농사 품목 찾아가기)


12월26일이면 내가 아이들과 산청에 들어와 산 지 만 9년이 된다.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주말이 되면 70리터 등산배낭에 일주일 분의 빨래 거리랑 먹거리가 들었던 빈 그릇을 챙겨서 3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며 창원과 산청을 오가던 남편이 완전히 산청에 들어온 지는 아직 6년을 채우지 못했다.

평일동안 격무에 시달렸을텐데도 금요일 밤이면 산청에 돌아와 빌린 땅에 연습 삼아 꼼지락꼼지락 농사를 짓다가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요일 저녁, 창원으로 가기 위한 막차를 타고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이 짠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벌써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주말부부로 지내던 시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이웃집 언니와 감 깎는 일을 하면서 덤으로 감말랭이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떤 일이든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참 중요한데, 내 스승이였던 언니의 감말랭이는 건조기에 말리는 방식이 아니라 15~20일 걸려 햇살과 바람, 그리고 밤 동안의 차가운 기온을 이용하여 자연 건조하는 방식이었다.

 

86ff5d417ffa8.jpg


건조기에서 완성하는 감말랭이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최소 하루에 한 번은 문안 인사하듯 채반 위의 감을 뒤집어 주어야 감이 잘 숙성되기도 하고 곰팡이를 예방을 할 수 있는 참 번거롭기 짝이 없는 방법이지만 젤리처럼 쫄깃하고 달콤한 결과물을 보면 또 이 번거로움을 포기할 수 없기에 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f4e87fb5adf0c.jpg


d3222cd1f7f46.jpg


맛은 유지하면서 건조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하는게 일단 숙제인데 그래도 우리의 노고를 알아주는 분들이 계시고 고정 구매객들 덕에 계속 지속할 수 있으니 우리가 산청에서 뭐해먹고 살지? 하며 고민하던 하나의 품목은 정해진 것이다. 우리 방식의 감말랭이랑 곶감 만들기.

 

남편은 약초 농사를 짓고 싶어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약초를 키우고 싶어하진 않았다. 때로는 약으로 쓰이고, 때로는 먹거리로 흔히 쓰일 수 있는 그런 약초를 키우고 싶은데 이거다!하며 잡히는 뭔가가 없었다. 그러다가 자연농법연구 모임의 친한 회원이 자기는 생강 농사를 짓고 있는데 생강이 참 매력적인 작물이라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생강?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지?’ 하며 남편이 무릎을 쳤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좋은 약재이기도 하지만 차로도 마시고 양념으로도 쓰이는 작물이라 우리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아이템이다 싶었다. 


4년 전 그렇게 우리의 생강 농사가 시작되었다. 멋모르고 시작한 첫 해 농사는 정말 처참했다. 생강농사를 어찌 지어야 하는 지 잘 알지도 못한 채 인터넷을 뒤져보며 그냥 이랑을 지어 땅에 심었는데 풀을 감당하기도 어려웠고 하필 가뭄으로 전국의 땅이 타들어갔던 그 해,  예전에는 산비탈 다랭이논이었을 자리에 심었던 우리의 생강도 수분 공급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대부분 말라 죽어 씨앗도 건지지 못했다. 해마다 조금씩 농사법을 개선 시키며 나아지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생강농사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강은 얼마나 매력적인 식물인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작물이다. 올해 봄엔 가뭄이 심했고 여름엔 태풍 지나고 폭우가 쏟아졌다. 변덕스럽고 모진 기후변화 속에서도 견뎌낸 아쉽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생강을 수확해서 생강발효액을 만들었다. 생물을 판매하는 것은 그해 그해 시세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가공을 해야 그나마 안정적으로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산한 생강은 미리부터 예약이 들어온 양을 제외하고는 전부 발효액을 만들어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판매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력 두 번째 품목으로 생강발효액이 정해졌다.


25c92b9892681.jpg


97008d447fac5.jpg


생강발효액에 라벨을 붙여야 하는데 병을 재활용 하려면 스티커를 쓰지 말아야겠다 생각해서 궁리해 낸 것이 행택이었다. 행택이니 그냥 걸기만 하면 그만인데 행택의 끈도 플라스틱 재질이거나 실 종류라도 끝에 금속이 달려서 쓰레기가 되기에 자수용 금실을 쓰고 있다. 물론 이것도 쓰레기가 될 테지만 지금은 이게 나의 최선이다.


고춧가루는 가루를 내어 주문량에 따라 근을 달아 고정 고객들(대개는 친척이나 지인들이지만)에게 배송이 되기 때문에 포장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곶감과 감말랭이, 생강발효액은 이미 여러 단계로 넘어가서 포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참 마땅한 포장법이 눈에 띄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하면 포장을 최소한으로 줄여야겠고, 또 먹거리를 포장하는 것이니 위생도 따져야겠고... 내 딴에는 포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함이라 하지만 돈을 주고 구매하는 분들께 혐오감이 들지는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포장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지난 10월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올라간 김에 방산 시장에 들러 새로운 포장재를 찾아보다가 마땅한 재료를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a728c70107ce7.jpg8b3d80894f295.jpg


포장재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많다보니 방산 시장에 가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도시락 포장용기를 파는 곳도 있고, 상자를 파는 곳도 있고, 종이 가방을 파는 곳도 있으니 우리에게 적당한 포장재를 다시 고민해 봐야겠다.


 

곶감은 냉동보관을 기본으로 하기에 비싼 상자 포장을 해서 보냈다 하더라도 구매자에게 도착하면 즉시 내용물과 분리되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상자 포장 대신 페트 도식락에 곶감을 포장하여 도착하면 바로 냉동실에 넣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것도 플라스틱 쓰레기이니 종이도시락을 사용해볼까 싶어 시장조사에 나섰던 것인데 곶감을 넣을만한 마땅한 크기도 없고 곶감은 수분을 유지해야 촉촉한 곶감이 유지될텐데 종이재질은 수분을 빼앗겨 그 점도 곤란하겠다 싶었다. 종이 도시락 상자 안에 유산지나 기름종이를 깔아볼까 싶었지만 포장의 번거로움도 크고 과연 효과적이겠는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생강발효액도 현재 페트 재질의 튜브병을 사용중인데 유리 재질은 어떨까 싶어 이리저리 고민을 했지만 배송을 위해서는 결국 충격방지를 위해 완충재를 많이 써야한다는 단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298a356faf9fd.jpgb578f7ec05120.jpg


유리병도 종류가 많다. 생강발효액은 당분이 있다보니 스크류 마래를 쓰면 병입구에 고여있던 당분이 굳으며 뚜껑이 잘 열리지 않게 되는 점을 고려해 유리병을 조사할 때도 원터치캡을 찾아봤는데 모두 참기름 들기름병으로 사용되는 병이라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시장조사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을 것인데 마땅한 방법을 새로 찾지 못해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감 말랭이는 스탠드 지퍼백에, 곶감은 페트 도시락에, 생강발효액은 벌꿀용 튜브에 포장을 해서 판매를 하기로 했다.



081b992648807.jpg

곶감과 생강발효액 포장상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儉而不陋,華而不侈) 아름다움이 그리 쉽게 될 턱이 있겠나.

 


해야할 일

  • 감 깎기
  • 들깨 정선하기
  • 메주콩 정선하기
  • 김장하기
  • 늦마늘 심기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농부입니다.

 

 

0

논밭생활백과


논밭생활백과는 농사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분들을 위해 농사 정보와 농부들의 이야기를 아카이브하고, 땅과 사람을 잇는 다양한 지원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사이트입니다.




레알갑농부기금


논밭생활백과는 칠갑농산과 레알팜이 농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아름다운재단의 레알갑농부기금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이 기금을 통해 땅과 사람을 잇는 농사의 가치를 전하고, 농부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