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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X 이은화크리스마스 장식등을 바라보며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무리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어릴 적에 가슴 설레며 기다리던 그때의 크리스마스는 아닌 것 같다. 심지어 우리 아이들조차 내가 “오늘 크리스마슨데 뭐 해 먹지?” 하고 물으면 우리랑 크리스마스랑 무슨 상관이냐며 어릴 때는 선물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기다렸지만 지금은 관심 없다고 무심히 내뱉는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그래도 위대한 성인의 탄생일인데 이렇게 관심이 없을 수 있나 싶다. 삭막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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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키우는 동안 아이들 속이느라 정말 고생했다 싶은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산타클로스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발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이빨요정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 엄마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이중으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산타 선물을 보내라는 원장님의 지령이 떨어지면 (그래 봤자 형평성 때문에 그림책으로 통일되었지만) 아이들 모르게 선물을 사고 유치원에 전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제는 그것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치원 커리큘럼 상의 행사일 뿐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한테 그림책을 받고 싶어했던 것은 아니였으니까. 정말 갖고 싶어하는 선물은 유치원에 오시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집으로 찾아오시는 산타 할아버지의 몫이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아이들이 잠을 깨자마자 문밖을 확인하러 나갔을 때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고 가셨다고 펄쩍펄쩍 뛰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들어주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잠을 설치고 추위에 떨며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너희들이 착한 일을 해서 산타할아버지가 소원을 들어주셨나보다 하고 엄마 아빠가 얼마나 연기를 열심히 했는지. 지금 그때처럼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과연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이빨요정 대신 베개 밑에 넣어둔 이빨을 아이가 깨지 않도록 숨 죽여가며 빼내서 챙겨놓고, 각 티슈 2장을 뽑아 휴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동전들을 말아서 베개 밑에 다시 넣어두는 것이었다.


왜 티슈에 동전을 말았을까? 이를 뽑으면 알콜 솜으로 피를 닦고 휴지에 돌돌 말아 이빨요정이 잘 가져가도록 베개 밑에 넣어두는데 이빨을 동전과 교환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동전도 같은 재질의 휴지에 싸는 게 의심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른인 나도 치과 가는 일이 쉽지 않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유치를 제 때에 빼줘야 새 이가 잘 날텐데 이를 뺀다는 건 어찌되었든 두려운 일이니까. 이불 꿰매는 무명실을 구해서 이에 감고 힘껏 당겨서 한번에 빼야하는데 손이 미끄러져 헛손질이라도 하면 아이의 공포심은 극대화 되어서 그만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억지로 발치를 하면 이것도 트라우마가 되겠다 싶어서 자발적으로 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는데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까치는 아이들한테 특별히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눈에 들어 온 것이 애니메이션 속의 이빨요정이었는데 이빨요정의 동전 맛을 본 아이들은 이가 흔들거리면 본인이 손으로 계속 이를 흔들고 다니다가 어린이집에서 이를 뽑게 되면 이빨요정한테 주어야 한다고 집으로 싸들고 왔다. 이빨요정 덕에 아이들이 별 트라우마 없이 유치 발치를 모두 마쳤으니까 서양 이야기기는 하지만 잘 활용했다 싶다. 지금도 그때 뽑아서 숨겨두었던 아이들의 유치가 내 옷장 깊속한 곳에 남아있는데 아이들이 이빨요정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걸 보니 까맣게 잊고 있나 보다. 이건 아이들이 부모가 되면 그때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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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둔 시점이 되면 우리 마을에 사시는 동네 의원님댁에서 마을 입구에 크리스마스 현수막을 거시는데 올해도 현수막이 걸렸고, 의원님댁 사모님이 한 집 한 집 돌아다니며 직접 달력을 나눠주셨다. 의원 홍보라고는 하지만 매년 꾸준히 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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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이 걸릴 무렵, 우리 동네에 포인트가 되는 몇 군데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장식되었다. 교회에, 다리에, 그리고 고등학교 앞 나무들에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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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그래도 조명 장식이 걸리니 어두운 시골의 도로가 적막하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나무를 둘둘 감고 있는 조명 장식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에 앞서 마음이 불편하다. 남편은 나무에 둘둘감긴 조명 장식을 볼 때마다 “에구 불쌍한 나무들....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을 텐데 나무들 잠도 못 자게 저게 뭐하는 짓인지...”하며 언짢아한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한 달씩, 2개월 정도를 전깃줄에 묶여서 고생을 하는구나 싶긴 하다. 이파리 다 떨어지고 지금 한참 겨울잠을 잘 때니까 괜찮치 않을까? 전구의 작은 열기가 혹시 나무가 춥지 않도록 해줄지도 몰라 하며 이리저리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애써보지만 ‘자연’스러운게 아님은 분명하다.

 

지금은 겨울이니까 크게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농민에게 빛은 작물을 키우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어느 날 보면 논밭 가운데에 뚝딱뚝딱 집이 한 채 지어지고 그 사잇길에 전봇대가 세워지는가 싶더니 환하게 켜진 가로등 때문에 주위 논밭 주인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잎을 수확하는 엽채류는 큰 상관이 없겠지만 열매를 키워야 하는 작물은 밤에 어둠속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환한 가로등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 열매가 제대로 영글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수확량이 감소하니 농부 입장에서는 문제가 클 수 밖에 없는데, 집 주인은 그래도 어두워서 밤길이 위험하니까 조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도 식물도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농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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