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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X 이은화22-23 지리산 산청곶감축제


10,9,8,7,6,5,4,3,2,1 카운트다운을 하며 텔레비전으로 3년 만에 울리는 보신각종 타종 소리를 들으며 2023년 새해를 맞았다.  10시반이면 칼 같이 잠자리에 드는 고2 아들에게 오늘만큼은 제야의 종소리를 같지 듣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더니 오랫만에 종을 치는 거니까  졸립지만 노력해 보겠다고 하더니 정말 버텨주었고 덕분에 몇 년 만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덕담을 나눌 수 있었다. 사실 음력설이 남아있다보니 덕담을 나누면서도 조금 뻘쭘하기는 했지만 음력설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까 왠지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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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검은 토끼해가 밝았다는 이야기를 듣던 아들이 “작년이 검은 호랑이 아니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휴대폰 검색을 해보고는 “아...검은 토끼 맞네!” 한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갑을, 병정, 무기, 경신, 임계 이렇게 천간을 2개씩 묶고 각각에 오방색을 배분하는데, 동(청), 남(적), 중앙(황), 서(백), 북(흑). 갑과 을은 푸른색, 병과 정은 붉은색, 무와 기는 노란색(보통 황금색으로 표현했다), 경과 신은 흰색, 임과 계는 검은색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임인년이었던 작년도 임이 검은색을 나타내니 검은 호랑이였던 것이고, 계묘년인 올해도 계가 검은색을 나타내니 검은 토끼가 되는 것이었다. 미디어의 효과인지 아이들 덕인지 아무튼 덕분에 지식이 하나 늘었다. 여기에 목, 화, 토, 금, 수의 음양오행까지 익숙해지면 조금 유식한 척을 해볼 텐데 그다지 활용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은 모르겠다.

 

2022년 12월29부터  2023년 1월1일까지 4일간 우리 지역 제일 중요한 축제 중에 하나인 제16회 지리산 산청곶감축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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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에 가보지 않아도 성능 좋은 스피커 덕분에 우리 집 곶감막에 앉아 작업을 하면서도 행사장에서 어떤 노래가 흘러나오는지 대충 곡목을 맞출 만큼 소리가 대단했다. 도시 같았으면 소음으로 민원이 들어가도 몇 번은 들어갔을 터인데 시골이기도 하고 또 이 지역 대표 축제이다 보니 모두들 그런가 보다 하고 흔쾌히 받아들인다. 코로나19 때문에 보신각 타종식이 3년 만에 열린 것과 마찬가지로 집합 금지 기간 동안 온라인 축제로 명맥을 이어오던 곶감 축제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열리게 된 것이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올겨울 초반에는 겨울 날씨치고 기온이 너무 높아서 감을 일찍 깎은 몇몇 집에는 감에 곰팡이가 피었다고도 하여우리는 감 깎는 작업을 뒤로 미뤘고 때문에 곶감이 마르는 것도 조금 늦어졌다.

행사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 마지막 날이구나 싶어 점심 먹고 총총총 달려가 행사장 주변을 휘리릭 둘러보니 주차장에 차도 많고 예상했던 것보다 방문객도 많다. 실질적인 매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곶감을 사 들고 가시는 분들도 제법 눈에 띄어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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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입구에 좌판을 벌이고 곶감을 판매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행사장 안에  부스를 배정받아 곶감을 판매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무튼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무사히 곶감을 빚어 행사장에 들고 나오신 여러 농민들께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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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의 곶감들 구경하다가 행사장쪽으로 고개를 돌려 제일 먼저 눈에 띈 <산청곶감 홍보관>. 올해는 어떻게 꾸며놓았나 싶어서 들어가 보니 산청 고종시에 관한 설명도 있고 얼마 전에 고인이 되신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선물했던 산청 곶감 관련 이야기도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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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에서 곶감 홍보를 할 때 빼놓지 않는 이야기가 주원료감인 고종시는 고종임금에게 진상했던 감이라 고종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과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에게 선물로 보냈고 찬사를 들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전국 떫은감 대회에서 매년 수상을 하는 이야기다. 산청고종시는 아마도 떫은감 중에서도 제일 떫은 감이 아닐까 싶다. 떫은 맛을 잘 다루면 단맛으로 바뀌기 때문에 제일 떫다는 것은 단맛도 제일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천연염색을 하는 선배 말로는 떫은 맛이 강해야 감물 염색도 잘된다며 고종시 풋감으로 감물 원액을 만들어야 원하는 빛깔이 나온다고 했다. 바람 많이 불고 날씨가 너무 좋으면 곶감이 빨리 마른다. 대신 곶감인데도 떫은 맛이 남아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그 떫은 맛을 잘 다루면 정말 맛있는 곶감이 되기에 자부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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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는 산청고종시와 함양고종시인데 산청에서는 함양고종시를 개고종시라고도 한다. 분명히 두 감의 성질이 다른데 고종시라는 양쪽 모두 고종시라는 이름을 쓰는게 이상했는데 전시장 해설에서 함양의 감을 살펴보니 <장둥이>라고 되어있다. 산청에서는 함양감을 인정하지 않지만 우리 집에서 두 가지 감을 사용해보니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함양고종시라고 불리는 감이 <장둥이>가 맞다면 앞으로 장둥이라고 불러주는 게 헷갈리지 않고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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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설이 빠르다 보니 마음도 바쁘고 감을 만지는 손길도 바쁘지만 음력 설이 지나고 나면 다시 감나무 전정을 시작하며 감나무 농사가 시작되니 곶감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농부의 1년이 꼬박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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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곶감 일 마무리 지어놓고 다시 들에 나가서 겨울을 잘 버텨내고 있을 감나무들과 인사해야지. 얘들아! 겨울동안 많이 추웠지.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잘 버텼네. 에구구 기특해라.  2023년 새해도 우리 힘내서 잘해보자!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농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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