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설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감 깎을 때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감을 늦게 깎은 탓인지 곶감 일이 더디다. 설 전 마지막 택배일이 언제인지를 체크하고 그 전에는 곶감 발송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곶감 상태를 살피는게 제일 큰 과제가 되었다. 감 크기가 조금 큰 아이들은 아직은 따 내릴 상황이 안되는 것 같아 건조가 빠른 알 작은 곶감들을 먼저 골라서 따내린다. 채반에 앉혀 2차 숙성을 시킨 후 손질해서 포장 작업을 해야하는데 이것도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라 그러다보면 다른 아이들도 차례차레 건조가 마무리 되겠지.



22년에서 23년으로 해가 바뀌고 처음 맞는 절기 소한. 이제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만 남은 셈이다. 소한, 대한, 글자대로라면 소한보다는 대한이 더 추워야 하는데 옛날부터 친정 아버지는 농담처럼 ‘대한이 소한 네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더라’ 하셨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는 분이라 이 말을 아버지가 만드신 우스갯소리인 줄 알고 있었는데 커서 보니 온 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이야기였다. 요즘은 기상이변 때문에 어느 순간 옛말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대한 때 날씨가 어떠할지는 두고 보면 될 일이고, 이번 겨울은 기름값도 오르고 전기세 상승으로 고지서를 받고는 너무 놀라 긴축 난방을 하게 되어서 인지 소한이 참 춥게 느껴지긴 한다.
감 깎으며 비워진 감 상자들을 함양 밭 비닐하우스에 가져다 놓으려고 모처럼 함양 밭에 들렀다. 혹시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주저 앉은건 아니겠지? 강풍에 날아간건 아니겠지? 감작업 하는 동안은 정신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쓸데없는 별별 걱정을 다 스쳐지나가는데 동의보감촌 고개부터 녹지 않은 눈이 시야에 들어오니 농담삼아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혹여 현실이 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멀쩡하게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비닐하우스를 보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래도 산청과 다르게 아직 곳곳에 눈과 얼음이 녹지 않고 남아있는게 보인다. 확실히 이쪽이 춥긴 춥구나.
아버지가 남원집 마당에 아직도 만년설처럼 눈이 수북하게 쌓여 녹을 줄을 모른다 하시더니 지리산의 동쪽인 산청과 북쪽인 함양, 그리고 서북쪽인 남원의 적설량과 기온이 이렇게나 다르다.

남편이 하우스 안에 상자들 내려놓는 사이 여기 힐끔 저기 힐끔 산책 삼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군데군데 멧돼지가 파헤쳐놓은 곳도 있고, 어떤 녀석인지 발도장 꾹꾹 찍어놓고 간 곳도 있고, 또...‘우잉? 명이?’ 작년 가을에 심어놓은 명이가 벌써 여기저기 살짝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워낙 추위를 잘 견디는 아이들이니 다시 추위가 온다고 해도 잘 견디긴 하겠지만 얘네들 벌써 싹을 올려도 되는건가? 적당한 시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감나무 가지도 복숭아나무 가지도 가지 끝에 물이 올라 건조한 회갈색이었던 가지 끝에 뭔가 촉촉한 빛깔이 돈다.
“여보, 이것 봐요. 벌써 가지 끝에 물이 올랐네.” 흥분되어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남편 반응은 별일 아니라는 듯 “겨울에도 원래 그런 상태야~” 한다. “어휴~ 아니라니까요. 내가 그래도 꽃도 키우고 농사짓는 사람인데 나뭇가지 변화를 모를까.” 물론 남편도 꽃 키우고 농사짓는 사람이지만 다른 일을 생각한다고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무를 잘 봐봐요. 아직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봄이 멀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잖아요.'
남편은 머릿 속에 무슨 그림을 그리느라 마음이 저리 바쁠까?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입니다.
이제 설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감 깎을 때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감을 늦게 깎은 탓인지 곶감 일이 더디다. 설 전 마지막 택배일이 언제인지를 체크하고 그 전에는 곶감 발송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곶감 상태를 살피는게 제일 큰 과제가 되었다. 감 크기가 조금 큰 아이들은 아직은 따 내릴 상황이 안되는 것 같아 건조가 빠른 알 작은 곶감들을 먼저 골라서 따내린다. 채반에 앉혀 2차 숙성을 시킨 후 손질해서 포장 작업을 해야하는데 이것도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라 그러다보면 다른 아이들도 차례차레 건조가 마무리 되겠지.
22년에서 23년으로 해가 바뀌고 처음 맞는 절기 소한. 이제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만 남은 셈이다. 소한, 대한, 글자대로라면 소한보다는 대한이 더 추워야 하는데 옛날부터 친정 아버지는 농담처럼 ‘대한이 소한 네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더라’ 하셨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는 분이라 이 말을 아버지가 만드신 우스갯소리인 줄 알고 있었는데 커서 보니 온 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이야기였다. 요즘은 기상이변 때문에 어느 순간 옛말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대한 때 날씨가 어떠할지는 두고 보면 될 일이고, 이번 겨울은 기름값도 오르고 전기세 상승으로 고지서를 받고는 너무 놀라 긴축 난방을 하게 되어서 인지 소한이 참 춥게 느껴지긴 한다.
감 깎으며 비워진 감 상자들을 함양 밭 비닐하우스에 가져다 놓으려고 모처럼 함양 밭에 들렀다. 혹시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주저 앉은건 아니겠지? 강풍에 날아간건 아니겠지? 감작업 하는 동안은 정신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쓸데없는 별별 걱정을 다 스쳐지나가는데 동의보감촌 고개부터 녹지 않은 눈이 시야에 들어오니 농담삼아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혹여 현실이 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멀쩡하게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비닐하우스를 보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래도 산청과 다르게 아직 곳곳에 눈과 얼음이 녹지 않고 남아있는게 보인다. 확실히 이쪽이 춥긴 춥구나.
아버지가 남원집 마당에 아직도 만년설처럼 눈이 수북하게 쌓여 녹을 줄을 모른다 하시더니 지리산의 동쪽인 산청과 북쪽인 함양, 그리고 서북쪽인 남원의 적설량과 기온이 이렇게나 다르다.
남편이 하우스 안에 상자들 내려놓는 사이 여기 힐끔 저기 힐끔 산책 삼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군데군데 멧돼지가 파헤쳐놓은 곳도 있고, 어떤 녀석인지 발도장 꾹꾹 찍어놓고 간 곳도 있고, 또...‘우잉? 명이?’ 작년 가을에 심어놓은 명이가 벌써 여기저기 살짝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워낙 추위를 잘 견디는 아이들이니 다시 추위가 온다고 해도 잘 견디긴 하겠지만 얘네들 벌써 싹을 올려도 되는건가? 적당한 시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감나무 가지도 복숭아나무 가지도 가지 끝에 물이 올라 건조한 회갈색이었던 가지 끝에 뭔가 촉촉한 빛깔이 돈다.
“여보, 이것 봐요. 벌써 가지 끝에 물이 올랐네.” 흥분되어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남편 반응은 별일 아니라는 듯 “겨울에도 원래 그런 상태야~” 한다. “어휴~ 아니라니까요. 내가 그래도 꽃도 키우고 농사짓는 사람인데 나뭇가지 변화를 모를까.” 물론 남편도 꽃 키우고 농사짓는 사람이지만 다른 일을 생각한다고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무를 잘 봐봐요. 아직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봄이 멀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잖아요.'
남편은 머릿 속에 무슨 그림을 그리느라 마음이 저리 바쁠까?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