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짜로 드디어 택배사의 설 전 마지막 택배접수가 마감되었다.


설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주문량을 맞추려고 요즘 추운 곶감 막에서 계속 야간작업을 했는데 이렇게 강제 마감이라도 있어야 사람이 숨을 쉬지. 택배 발송이 없다고 할 일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쫓기는 건 덜할테니까 숨은 쉴 수 있을 것 같다.
상품 포장 보다도 힘든 작업이 택배 포장이었다. 생강발효액만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생강이랑 곶감을 같이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감말랭이만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세 가지를 같이 주문 하는 경우도 있다. 상품 크기가 제각각이다 보니 택배 포장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택배용 상자를 크기별로 준비해 놓아도 막상 택배 포장 작업을 시작해보면 어쩜 그리도 작은 틈이 아쉬운지, 높이가 혹은 길이가 아주 조금 부족해서 결국 한 단계 큰 상자를 쓰게 만들고 필요한 요만큼 외에 남는 공간에 결국 신문지를 빡빡 뭉쳐서 채우게 되는 이런 실속 없는 상황들이 계속 생긴다. 그러다 보니 상자에 집착이 생겨서 어느 모임 자리에 나갔다가 간혹 간식용 빈 귤 상자라도 눈에 띄면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챙겨오곤 했다. 나의 이런 버릇을 기억하고 있던 어떤 지인은 고맙게도 재활용 쓰레기 배출하는 날이면 깨끗한 종이상자를 모아서 일부러 우리 집까지 차를 몰고 와서는 마당 입구에 조용히 내려놓고 가기도 한다.
종이상자는 폐지 수집을 통해 결국 종이 자원으로 활용되기는 하겠지만 그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상자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자원화되면 약간의 쓰레기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지만, 이것도 우리 마음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께나 가능한 일이고 선물용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을 하면서 또다시 고뇌의 시작이다.
남들은 벌써 곶감 포장 작업을 마쳐놓고 주문 들어오면 택배 발송 작업한다고 분주한데 팔목과 팔꿈치 이상으로 감 깎는 작업이 늦어지다 보니 곶감 따내리고 포장하는 작업이 늦어져 이렇게 밤도깨비처럼 야간작업까지 하며 전쟁을 치른 것이다.

늙어서 도저히 꼼지락거릴 수 없겠다 싶을 때까지는 농부로 살자 했는데 벌써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이번 겨울 날씨가 유난히 춥기도 했지만 추운 곳에서 늦은 시간까지 계속 야간작업을 한 탓인지 남편이 감기몸살로 상태가 불량했는데 택배를 마감하고 나서는 집에 돌아와 그대로 이불 덮고 누워버렸다. 22년 여러 돌발상황 때문에 실속 없이 예정에도 없던 일이 많았는데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는 탓도 있겠지만 남편도 나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 감기몸살약이라도 먹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 곰탱이 같은 남편님은 약이란 말을 꺼낸 순간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텐데 뭐하러 쓸데없이 약을 먹냐”며 펄쩍 뛴다. 마눌님이 회유를 하면 그냥 좀 넘어와 주면 좋으련만 '에효~고집이 고집이'. 얼마 전에 수험생 딸아이가 감기에 걸렸던 탓에 약들이 종류도 다양하게 서랍 안에 남아있는데 불구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끙끙 앓는 모습을 보니 '그래, 그래야 당신답지.’하는 생각이 든다. '약은 안먹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할 수 있나. 동태국이라도 끓여서 먹여야지.’ 기절하듯 잠든 남편이 혹여 깰까봐 살그머니 나가서 동태 한 마리를 사들고 왔다. 무 팍팍 삐져 넣고, 대파도 잔뜩 썰어 넣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콩나물도 한줌 넣고 펄펄 끓여 감기약 삼아 먹여본다. 동태국 시원하게 들이키고 감기 뚝 떨어지길.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운동 부족 때문에 이리된 것이다. 노동과 운동은 엄연히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부렸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게 아닌가 싶다. 말 나온 김에 당장 운동을 시작하면 좋겠지만 일단 환자 예우는 해주어야 하니까 감기몸살 떨어지고 나면 108배를 하든, 뒷산에 올라 갔다 오든, 하다못해 개울가 산책이라도 해서 체력을 키워야지 지금처럼 몸 가꾸기를 게을리하면 우리가 꿈꾸는 농사를 일찍 접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농부입니다.
오늘 날짜로 드디어 택배사의 설 전 마지막 택배접수가 마감되었다.
설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주문량을 맞추려고 요즘 추운 곶감 막에서 계속 야간작업을 했는데 이렇게 강제 마감이라도 있어야 사람이 숨을 쉬지. 택배 발송이 없다고 할 일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쫓기는 건 덜할테니까 숨은 쉴 수 있을 것 같다.
상품 포장 보다도 힘든 작업이 택배 포장이었다. 생강발효액만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생강이랑 곶감을 같이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감말랭이만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세 가지를 같이 주문 하는 경우도 있다. 상품 크기가 제각각이다 보니 택배 포장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택배용 상자를 크기별로 준비해 놓아도 막상 택배 포장 작업을 시작해보면 어쩜 그리도 작은 틈이 아쉬운지, 높이가 혹은 길이가 아주 조금 부족해서 결국 한 단계 큰 상자를 쓰게 만들고 필요한 요만큼 외에 남는 공간에 결국 신문지를 빡빡 뭉쳐서 채우게 되는 이런 실속 없는 상황들이 계속 생긴다. 그러다 보니 상자에 집착이 생겨서 어느 모임 자리에 나갔다가 간혹 간식용 빈 귤 상자라도 눈에 띄면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챙겨오곤 했다. 나의 이런 버릇을 기억하고 있던 어떤 지인은 고맙게도 재활용 쓰레기 배출하는 날이면 깨끗한 종이상자를 모아서 일부러 우리 집까지 차를 몰고 와서는 마당 입구에 조용히 내려놓고 가기도 한다.
종이상자는 폐지 수집을 통해 결국 종이 자원으로 활용되기는 하겠지만 그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상자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자원화되면 약간의 쓰레기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지만, 이것도 우리 마음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께나 가능한 일이고 선물용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을 하면서 또다시 고뇌의 시작이다.
남들은 벌써 곶감 포장 작업을 마쳐놓고 주문 들어오면 택배 발송 작업한다고 분주한데 팔목과 팔꿈치 이상으로 감 깎는 작업이 늦어지다 보니 곶감 따내리고 포장하는 작업이 늦어져 이렇게 밤도깨비처럼 야간작업까지 하며 전쟁을 치른 것이다.
늙어서 도저히 꼼지락거릴 수 없겠다 싶을 때까지는 농부로 살자 했는데 벌써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이번 겨울 날씨가 유난히 춥기도 했지만 추운 곳에서 늦은 시간까지 계속 야간작업을 한 탓인지 남편이 감기몸살로 상태가 불량했는데 택배를 마감하고 나서는 집에 돌아와 그대로 이불 덮고 누워버렸다. 22년 여러 돌발상황 때문에 실속 없이 예정에도 없던 일이 많았는데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는 탓도 있겠지만 남편도 나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 감기몸살약이라도 먹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 곰탱이 같은 남편님은 약이란 말을 꺼낸 순간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텐데 뭐하러 쓸데없이 약을 먹냐”며 펄쩍 뛴다. 마눌님이 회유를 하면 그냥 좀 넘어와 주면 좋으련만 '에효~고집이 고집이'. 얼마 전에 수험생 딸아이가 감기에 걸렸던 탓에 약들이 종류도 다양하게 서랍 안에 남아있는데 불구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끙끙 앓는 모습을 보니 '그래, 그래야 당신답지.’하는 생각이 든다. '약은 안먹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할 수 있나. 동태국이라도 끓여서 먹여야지.’ 기절하듯 잠든 남편이 혹여 깰까봐 살그머니 나가서 동태 한 마리를 사들고 왔다. 무 팍팍 삐져 넣고, 대파도 잔뜩 썰어 넣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콩나물도 한줌 넣고 펄펄 끓여 감기약 삼아 먹여본다. 동태국 시원하게 들이키고 감기 뚝 떨어지길.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운동 부족 때문에 이리된 것이다. 노동과 운동은 엄연히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부렸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게 아닌가 싶다. 말 나온 김에 당장 운동을 시작하면 좋겠지만 일단 환자 예우는 해주어야 하니까 감기몸살 떨어지고 나면 108배를 하든, 뒷산에 올라 갔다 오든, 하다못해 개울가 산책이라도 해서 체력을 키워야지 지금처럼 몸 가꾸기를 게을리하면 우리가 꿈꾸는 농사를 일찍 접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글쓴 사람. 도란들 이은화
<도란들-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라는 농장 이름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남편 산아래 농부와 함께 관행농법을 지양하며 조금 더디 가더라도 흙을 살리고 흙을 기반으로한 살림살이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고군분투 중인 초보 농사꾼 연꽃농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