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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X 이은화입춘, 중고장터에서 무쇠솥 장만


드디어 입춘이다. 뉴스에서는 올해 고로쇠 수액이 한 달 정도는 빨리 나올거라고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하동 화개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횡천 고개를 넘어 돌아오는데 몇몇 나무에 비닐 주머니 늘어진 것들이 눈에 띈다. 휘리릭 지나가 버리긴 했지만 고로쇠나무가 맞을 것이다. 지난 겨울은 지구가 빙하기에 돌입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추위가 매서웠다. 과연 봄이 오긴 할까 싶었는데 고로쇠 수액 채취한다고 저리 주렁주렁 달아놓은 것을 보니 날씨가 춥다고 내가 잔뜩 웅크리고 있는 사이에 나무들은 부지런히 봄기운을 빨아들여 새잎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손목과 팔꿈치 이상으로 곶감 작업을 후다닥 해치우지 못하고 질질 끌어오다 보니 남편은 앉아서 하는 작업에 지쳤는지 “에구, 빨리 들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며 몸살을 낸다. 지난해는 그렇지 않아도 일조량이 부족했는데 산 아래쪽 그늘진 곳의 감나무들 상황은 더더욱 좋지 못해서 곶감 작업을 하다 곶감 과육이 탱글탱글한 느낌보다 뭔가 바람 빠진 듯 쭈글쭈글한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앞으로도 기상이변은 계속될 터인데 좋은 원료감 확보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하고 고민을 하던 차에 친하게 지내는 형님네에서 옥종에 있는 우리 감밭 옆에 한 동(1만개) 정도 수확할 수 있는 동생네 감나무가 있는데 너희 밭에서 나는 감에 보태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며 해보라고 추천을 하셨다. 함양 밭의 감나무도 적은 수는 아닌지라 또 일을 늘리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되었는데, 위치도 멀지 않고 남향이라 볕 좋은 곳이니 관리만 잘하면 과육이 단단한 원료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 수락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 밭 그늘 쪽에 자리 잡은 감나무들은 일조량 확보를 위해 중간중간 솎아내기로 하고 베어낸 나무의 손실분은 새로 관리하게 된 감나무에서 충당하면 될 것 같아 그동안 아까워서 아쉬워서 주저하던 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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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관리하게 된 감나무 상태를 확인해 보려고 형님네랑 감밭에 나가보니 남편 얼굴에 생기가 돈다. "그래 이 맛이야. 이 햇살과 이 상쾌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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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김에 형님네 감나무 상태를 보면서 감나무 전정과 시비 방법에 대해 조언을 드리고 당근마켓에 올라온 무쇠솥 구매를 위해 판매자와 시간 약속을 해두었기 때문에 하동 화개로 달렸다.

 

화개라는 곳에 연고가 없다보니 동네 안쪽까지 들어가 볼 일이 없었는데 산비탈에 자리한 집을 찾아가느라 비탈진 좁은 골목에서 좌회전 좌회전 우회전 좌회전 우회전 네비게이션 상으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 목적지까지 가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도착해 보니 온화한 미소의 아주머니 한 분이 “솥 사러 오셨나보다” 하면서 환하게 맞아주신다. 얼마 전까지도 콩 삶으셨던 것인데 이제 나이가 들어 큰 솥은 힘에 부치더라며 큰 건 처분하고 남아 있는 작은 솥만으로도 될 것 같다고 ‘당근이 참 편하고 좋네’ 하시며 트럭에 솥 싣는 걸 도와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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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알루미늄 재질의 백 솥이 있기는 하지만 메주콩 삶을 때보면 크기가 넉넉하지 않아 콩 삶을 때 여러 번 삶아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조금 욕심을 내서 콩 양을 늘리면 삶아지다 부풀어 오른 콩이 후루룩 끓어 넘치기 일쑤였기 때문에 남편은 예전부터 무쇠솥을 하나 장만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무쇠솥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벼르기만 하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당근마켓에 크기와 가격, 현재 상태 등 적당하다 싶은 물건이 눈에 띄자 나에게 “당신은 이거 어떤 것 같아?”하고 물어댔다. 저걸 산다는 것은 그만큼 콩을 삶는다는 것이고 또 일을 벌이겠다는 의미인지라 나도 무쇠솥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으면서 이번에 선뜻 좋다고 말하지 못했다. 손목이랑 팔꿈치 통증으로 설거지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커다란 무쇠솥을 보며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데 쉽게 답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와중에 남편은 자기는 크기도 제법 크고, 가격도 적당해서 괜찮은 것 같다며 자꾸 운을 띄운다. “당신 마음에 든다면 사죠 뭐.”“그럴까? 그럼 예약해야겠네” “솥도 넉넉한데 된장 잘 만들어서 된장 장사나 해보지 뭐”“그래, 그러시던가.”

위쪽 지름이 75센티 정도 되는 큰 무쇠솥이 산청으로 옮겨져 새보금자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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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 녹슬지 않고 우리랑 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줄게.

그나저나 첫 번 타자로 뭘 삶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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