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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X 이은화경남산청의료사협 제1차정기총회를 다녀와서


산청에서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일단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의원이나 가정의학과, 혹은 한의원에서 1차 치료를 시도해본다. 치료의 아쉬움이 있다면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원지로 나가서 치료를 받고, 그것도 안되겠다 싶으면 진주에 있는 개인 병원에 가보고, 그 정도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경상대학병원으로 가는 순서를 밟는다. 지난 3년의 시간은  안그래도 적극적인 성격이라고는 할 수 없는 나를 코로나 팬데믹이 더욱 소극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고생하지는 않을까, 코로나에 감염되어 혹시 어떻게 되지는 않을까, 괜히 돌아다니다 코로나에 걸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들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멀리하며 남편과 둘이서 농삿일에 매진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나 같은 소극적인 사람들이 숨죽이고 지내던 이 시기에, 30년 가까이 성심원에 한의학 의료봉사를 해오신 청담한의원 김명철 원장님을 주축으로 산청 여기저기에서 의료사협이라는 것을 만들어보자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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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이라는 곳은 보석같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뭔가 하자, 해보자, 하고 하나 둘 모이다 보면 어느 틈에 큰 고래가 되어 멋지게 바다를 헤엄치게 되는 그런 곳이니 얼마나 대단한 곳인가 말이다. 조합원으로 등록한 사람들 가운데 농부들도 많다. 산청 농부들이 억척같이 돈 벌어서 진주 병원들 먹여살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데 농부들의 참여가 많은 것은 그래서 그런건가? 아무튼 21년 8월 28일에 발기인대회를 하고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준비를 꼼꼼하게 해왔고 모두의 바람대로 경남산청의료사협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어제 2023년3월4일, 산청 성심원 내 대성당에서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제1차 정기총회가 개최되었다. 아주 유쾌하고 감동적인 총회 내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모임을 위해 힘을 보탰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댜. 이런 걸 연대의 힘이라고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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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을 맡으셨던 신관수 이사님의 인사 가운데 성심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성심원이라는 곳에 대해, 그리고 흔히 ‘의료사협’이라 줄여서 부르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산청으로 이사 와서 성심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록도에만 한센인 시설이 있는 게 아니었구나 싶어 조금 놀랐다. 지금이야 피부나 신경에 변형이 일어나 얼굴이나 손발이 문드러지는 것이지 신경계질병인 것이지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큰 거부감은 없지만 예전에는 문둥병이나 나병이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얼마나 배척을 많이 받아왔던 병인가 말이다. 그런 시설이 산청에 있다니. 성심원을 가려면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예전에는 워낙 사람들의 배척을 많이 받다보니 다리 입구에 성심원에 출입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통과시키는 검문소가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엔 학생들 사이에서 성심원 다리를 건너는 것이 어떤 통과 의식 같은 의미를 지녔는데 성심원에서만 구할 수 있던 귀한 새끼 토끼를 얻으려고 성심원 다리를 건너던 제가 지금은 의료복지를 논하며 이 자리에 서 있네요.” 하시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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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성심원 대성당 전경


그리고 내 일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우니 추가로 일을 더 벌이지는 말겠다고 다짐하던 나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농사를 짓다보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들과 연대해서 뜻을 모으고 힘을 모으면 '이게 될까?' 싶은 일도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비록 나의 한 손, 한 표는 미약하겠지만 열정을 가지고 뛰어다니며 반짝반짝 빛을 내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얹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동참을 하고 만 것이다. 소외되는 분들 없이 고루 혜택이 돌아가기를. 그리고 나도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아픈 곳이 많이 늘어날 텐데 마음 편히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이 생기는 것이니 얼마나 든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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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되는거지?

총회 마치고 주차장 가는 길에 마주한 성심원 매화꽃이 사람들의 마음만큼이나 맑고 향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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