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었으니 하지(夏至)까지는 낮의 길이가 점점 더 길어질 터, 저녁 6시가 되어도 날이 아직 밝은 것에 놀라게 된다. 날이 길어지니 들에서 퇴근하는 시간도 점점 늦어지니 저녁 식사 시간도 자연스레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서양에서는 춘분을 기점으로 봄이라고 한다는데 오래전에 보았던 ‘설중매’라는 드라마 제목도 있었듯이 매화는 아직 겨울 한 자락을 붙잡고 있는 느낌이 있고, 멀리서 보면 매화인지 아닌지 구별이 쉽지 않은 연분홍빛 살구꽃도 완연한 봄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조금 아슬아슬함이 있는데, 자두꽃 피고 도로변 벚나무에 뽀샤시한 벚꽃까지 피어나면 내 기준에서는 확실한 봄의 시작이다.

춘분은 한해의 결실을 준비하는 출발점인지라 <춘분에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곯는다>는 이야기를 아버지에게서 철마다 듣곤 했다. 춘분 즈음하여 감자를 심는다 하여 이번에는 밭 장만도 미리 해놓고, 씨감자도 미리 준비해서 여유롭게 싹을 틔워놓은 덕에 때를 놓치지 않고 수미감자, 홍감자 로즈, 그리고 두백감자 이렇게 세 종류를 심었다. 보통 장마 시작 전 하지 무렵에 수확한다고 ‘하지감자’라고도 하는데 3월 21일이 춘분이고 6월 21일이 하지니까 감자는 딱 석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결실을 보는 작물인 것이다. 그러니 옛날 보릿고개 시절 감자가 구황작물로 활용할 수 있었겠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우리의 식탁 상황도 여유롭지 않은데 감자 잘 키워서 보릿고개를 잘 넘겨봐야겠다.


온난화 때문에 4월은 나무를 심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으니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모과차를 맛나게 마시는 아들 모습을 보며 모과나무를 사서 심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올해 함양군 산림조합 묘목시장이 3월23일에 판매를 종료한 탓에 장날 덕산장에 나가보기로 했다. 덕산장은 4,9장이라 24일 장날을 맞아 남편과 함께 덕산장에 나갔는데 나무 좋아하는 우리가 모과나무 한 가지만 사고 얌전히 집에 돌아왔을까? 남편과 오래전부터 주고받았던 많은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나무들이 눈에 띌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추가하여 결국 모과나무에 아로니아, 탱자, 동백, 수사해당, 홍화으름, 백화으름까지 사기도 하고 덤으로 얻기도 하여 군식구를 줄줄이 달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우리가 그렇지 뭐.’ ‘그나저나 이거 심는 것도 일이겠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이웃에게서 일본 목련 묘목과 연산홍을 얻게 되었고, 여러 지인들에게서 포르단 밤나무랑 신나무, 생강나무, 진달래, 해당화, 히어리, 금낭화, 은목서 나무를 얻게 되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나무를 득템 하다니 올해 무슨 일인가 싶다.

농사일이 시작되어 무슨 일을 먼저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우리지만 나무랑 꽃을 마다할 사람들이 아닌지라 봄비 내리는 3일 동안 집 마당과 정원 여기저기를 들쑤셔가면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겨 가며 꽃나무를 하나 하나 심었고, 꽃차 재료용이나 천연염색 재료 및 과실나무 등은 함양 농장에 싣고 가서 적당하다 싶은 장소를 찾아 열심히 심었다. 날씨도 적당히 포근해졌고 바짝 메말랐던 대지가 3일간 내린 비로 촉촉해져서 나무 심기에는 정말 최적의 조건이었다.
나무 심기에 좋은 환경은 나물 종류가 자라기에도 좋은 환경인지라 나물 또한 지금 딱 먹기 좋을 만큼 자라있었다. 신선초도 지금이 딱 나물로 먹기에 좋은 크기다 싶고, 머위도 지금이 최상의 상태이며 개울가 여기저기에 뿌리내리고 있는 미나리도 지금 맛있게 먹을 만큼 자라있었다. 3일간 내린 봄비에 잠자고 있던 식물들이 마법에서 풀린 것처럼 깨어나다니.



마법이 풀렸으니 감나무 눈도 비늘 껍질을 벗고 잎을 틔우기 시작할 터. 잎 트기 전에 석회유황합제를 뿌려야 하는데 며칠 전까지도 꿈쩍하지 않던 잎눈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를 봄날의 꿈에서 깨어나게 했다.
현실로 돌아와 이제부터 다시 전투 시작이다.
21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었으니 하지(夏至)까지는 낮의 길이가 점점 더 길어질 터, 저녁 6시가 되어도 날이 아직 밝은 것에 놀라게 된다. 날이 길어지니 들에서 퇴근하는 시간도 점점 늦어지니 저녁 식사 시간도 자연스레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서양에서는 춘분을 기점으로 봄이라고 한다는데 오래전에 보았던 ‘설중매’라는 드라마 제목도 있었듯이 매화는 아직 겨울 한 자락을 붙잡고 있는 느낌이 있고, 멀리서 보면 매화인지 아닌지 구별이 쉽지 않은 연분홍빛 살구꽃도 완연한 봄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조금 아슬아슬함이 있는데, 자두꽃 피고 도로변 벚나무에 뽀샤시한 벚꽃까지 피어나면 내 기준에서는 확실한 봄의 시작이다.
춘분은 한해의 결실을 준비하는 출발점인지라 <춘분에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곯는다>는 이야기를 아버지에게서 철마다 듣곤 했다. 춘분 즈음하여 감자를 심는다 하여 이번에는 밭 장만도 미리 해놓고, 씨감자도 미리 준비해서 여유롭게 싹을 틔워놓은 덕에 때를 놓치지 않고 수미감자, 홍감자 로즈, 그리고 두백감자 이렇게 세 종류를 심었다. 보통 장마 시작 전 하지 무렵에 수확한다고 ‘하지감자’라고도 하는데 3월 21일이 춘분이고 6월 21일이 하지니까 감자는 딱 석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결실을 보는 작물인 것이다. 그러니 옛날 보릿고개 시절 감자가 구황작물로 활용할 수 있었겠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우리의 식탁 상황도 여유롭지 않은데 감자 잘 키워서 보릿고개를 잘 넘겨봐야겠다.
온난화 때문에 4월은 나무를 심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으니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모과차를 맛나게 마시는 아들 모습을 보며 모과나무를 사서 심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올해 함양군 산림조합 묘목시장이 3월23일에 판매를 종료한 탓에 장날 덕산장에 나가보기로 했다. 덕산장은 4,9장이라 24일 장날을 맞아 남편과 함께 덕산장에 나갔는데 나무 좋아하는 우리가 모과나무 한 가지만 사고 얌전히 집에 돌아왔을까? 남편과 오래전부터 주고받았던 많은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나무들이 눈에 띌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추가하여 결국 모과나무에 아로니아, 탱자, 동백, 수사해당, 홍화으름, 백화으름까지 사기도 하고 덤으로 얻기도 하여 군식구를 줄줄이 달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우리가 그렇지 뭐.’ ‘그나저나 이거 심는 것도 일이겠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이웃에게서 일본 목련 묘목과 연산홍을 얻게 되었고, 여러 지인들에게서 포르단 밤나무랑 신나무, 생강나무, 진달래, 해당화, 히어리, 금낭화, 은목서 나무를 얻게 되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나무를 득템 하다니 올해 무슨 일인가 싶다.
농사일이 시작되어 무슨 일을 먼저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우리지만 나무랑 꽃을 마다할 사람들이 아닌지라 봄비 내리는 3일 동안 집 마당과 정원 여기저기를 들쑤셔가면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겨 가며 꽃나무를 하나 하나 심었고, 꽃차 재료용이나 천연염색 재료 및 과실나무 등은 함양 농장에 싣고 가서 적당하다 싶은 장소를 찾아 열심히 심었다. 날씨도 적당히 포근해졌고 바짝 메말랐던 대지가 3일간 내린 비로 촉촉해져서 나무 심기에는 정말 최적의 조건이었다.
나무 심기에 좋은 환경은 나물 종류가 자라기에도 좋은 환경인지라 나물 또한 지금 딱 먹기 좋을 만큼 자라있었다. 신선초도 지금이 딱 나물로 먹기에 좋은 크기다 싶고, 머위도 지금이 최상의 상태이며 개울가 여기저기에 뿌리내리고 있는 미나리도 지금 맛있게 먹을 만큼 자라있었다. 3일간 내린 봄비에 잠자고 있던 식물들이 마법에서 풀린 것처럼 깨어나다니.
마법이 풀렸으니 감나무 눈도 비늘 껍질을 벗고 잎을 틔우기 시작할 터. 잎 트기 전에 석회유황합제를 뿌려야 하는데 며칠 전까지도 꿈쩍하지 않던 잎눈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를 봄날의 꿈에서 깨어나게 했다.
현실로 돌아와 이제부터 다시 전투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