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애플망고와 친구처럼, 아름답게 익어가는 고향 생활 - <봄날의 농장, 그리고 하동> 홍삼순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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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농장, 그리고 하동> 대표 홍삼순 농부는 하동군 적량면에서 무농약, 친환경으로 애플망고를 재배한다.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다 2017년 고향인 하동으로 귀향했다. 

지리산권 농부들과 기후변화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이제 망고를 키워야 하나” 였는데 드디어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여성농업인을 만나게 되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정원과 애플망고 비닐하우스가 나란히 자리한 홍삼순 농부의 집으로 들어섰다. 



하동군 적량면에서 만난 홍삼순 농부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동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홍삼순 농부 인터뷰를 읽고 꼭 만나고 싶었어요. 어떻게 애플망고 농사를 짓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부산에서 사업을 했어요. 귀향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 애플망고를 접하고 ‘시골에 내려가면 애플망고를 한번 키워봐야지’ 생각했죠. 그때부터 인터넷 검색도 하고 도움 될 만한 정보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제주에 계신 박사님께도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동농업기술센터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하우스를 어떻게 지을지 고민할 때 당시 소장님이 업체 소개도 해주고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센터 과수담당자도 애플망고 연구논문들을 모아서 책처럼 만들어 주고요. 그렇게 모은 자료로 사무실에 앉아서 공부했죠. ‘애플망고가 이런 거네, 이렇게 하면 되겠네, 이런 애로사항도 있네’ 하면서.

하동으로 내려올 시기가 되었을 때 묘목을 구하려고 여러 군데 농장에 연락을 했어요. 하동군 진교에 저보다 먼저 애플망고를 시도한 분이 있어서 거기도 가보고, 여수에서 화분에 애플망고를 키우는 분도 만나봤어요. 묘목은 주겠지만 농장에는 오지 말라는 농장도 있었어요. 그러다 전남 영광에 있는 농장에 전화 했더니 묘목이 있대요. 가보니 꽤 많은 하우스를 가지고 애플망고 나무를 키우는 분이셨는데 나무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계시고 나무의 장점과 단점부터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두말 안 하고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선금을 주고 왔어요. 그리고 와서 하우스를 바로 지었죠. 그때 구입한 150주로 애플망고 농사를 시작했어요.

 

준비과정에서 도움도 받았지만 추진력이 대단하시네요.

추진력 좋죠. 이게 맞다 싶으면 바로 가야죠(웃음).

2017년 9월 25일에 150그루를 식재하고 10월말에 집도 준공을 해서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애플망고와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죠.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자라고 있는지 농장부터 가봅니다. 주변에서 묘목을 심었는데 모두 죽어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게 있어서 걱정되더라고요. 다행히 세 그루 정도만 못 살리고 나머지는 모두 잘 자랐어요.

 

살리지 못한 나무는 특별히 문제가 있었나요?

가지마름병이 왔어요. 겨울에 잘 키웠는데 봄에 딱 한 가지가 말라 죽었어요. 전염성이 있으니 한 가지가 말라죽으면 그 가지만 잘라서 버리거나 태우라고 해서 밖에 버렸죠. 2년 연속 가지마름병이 왔어요. 이러다 나무가 고사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올해는 나무가 좀 커지니까 면역력이 강해졌는지 가지마름병이 한 가지에만 생기고 다른 나무는 괜찮아요. 잘 살펴보면 병이 왔다간 나무에는 상처가 있어요. 다섯 가지 중에 하나가 잘려 나간 것도 있고, 세 가지가 잘리고 두 가지만 올라가 있는 것도 있고요.

 

 

애플망고 나무의 가지를 손질하는 홍삼순 농부의 손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은 텃밭 정도면 모를까 대규모 시설을 갖춘 농사는 아닌 것 같은데 노후준비로 농사를 선택하셨네요.

제 고향이 하동군 양보면인데요, 아버지가 농사짓는 걸 본 게 있으니까 쉽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농촌생활과 농사를 전혀 몰랐다면 어려웠겠죠. 그리고 평소에 나무나 식물 키우는 걸 좋아했고, 제가 키우면 또 잘 커요. 그러니까 즐겁죠. 나무를 쳐다보면 물이 모자라거나 양분이 모자라서 비리비리하다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평균 수명도 길어졌고. 60대가 되면 회사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져서 젊은 친구들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저한테는 일도 안 줘요(웃음). 그런데 사장이라고 뒤에 앉아 있으면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친구들도 어쩌다 차 한 잔 하고 모임도 할 수 있지만 항상 같이 할 수는 없잖아요. ‘나만의 것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죠.

 

나무를 키우는데 관심도 있고 소질도 있으시군요. 애플망고는 키워보니 어떤가요?

애플망고는 나무를 키우는 거예요.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열매도 잘 맺는 거예요. 애플망고는 보셨듯이 나무가 아주 예뻐요. 잎도 커서 관상수로도 나쁘지 않아요. 열매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예뻐요. 예쁜데 맛도 있어요. 망고는 후숙 과일인데 애플망고는 완전히 익은 후에 수확하기 때문에 망고보다 당도가 높고 과즙도 풍부해요. 맛으로 애플망고를 따라올 수 있는 과일이 없어요. 제가 봤을 때는.

거기다 좋은 영양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요. 비타민A와 비타민C, 엽산이 풍부해서 임산부나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에게도 좋지요. 이만한 과일이 없어요. 오죽하면 ‘태양의 알’이라고 하겠어요. 이 좋은 과일을 ‘과연 내가 잘 키울 수 있는가’ 그게 중요한 거죠.

 

그래서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셨군요.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들어올 수는 없잖아요. 매출만 생각하면 처음부터 크게 시작했겠지만 저는 농사초보잖아요. 3~400평 정도면 혼자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애플망고 농사는 300평만 짓고, 남은 땅에 집을 짓고 마당에는 잔디를 심어서 정서적으로도 여유롭게 생활을 해야겠다 싶었죠.

 

 

열매를 맺은 애플망고 나무

 

 

애플망고는 7월에 수확한다고 들었어요. 1년 농사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7월에 망고를 수확하고 8월에 전지를 해서 나무를 예쁘게 만들어요. 그리고 퇴비 한번 주면 휴면기가 되는 거죠. 겨울에는 물 관리, 온도 관리를 해줘요. 올해는 2월 1일에 가온을 시켰는데요, 그 때부터 나무들이 활발하게 자라기 시작해서 3월 중순부터 꽃이 피고 4월 말 지나고 5월초 되면 열매가 보여요. 열매가 보이면 예쁘고 잘 생긴 열매만 남겨놓고 솎아 냅니다. 애플망고만 들여다보고 정성들여 키우면 5년생 한 나무에 30과 정도를 수확해요.

시골로 내려오면 망고농사만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속 바깥 일이 생겨서 애플망고한테만 사랑을 줄 수가 없어요.

 

혼자서 이 정도 규모 농사로 한 해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지는데요,

혼자서 해도 3천만 원 정도 매출은 올릴 수 있어요. 그 정도면 노후대책으로 충분하죠. 평상시 하는 일은 혼자 사부작사부작 하면 되고, 수확하고 포장해서 택배 보내는 것도 혼자하기에 충분해요. 큰 키가 필요하거나 힘이 많이 들어가는 건 가족 도움도 받아야죠.

계속 혼자 하다가 작년에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남의 손도 좀 빌렸어요. 다행히 제가 복이 많은가 봐요. 애플망고 농사 경험이 있던 분이 주위에 있어서 도움을 청하면 잘 도와줘요.

 

직접 키워보니 애플망고 재배는 어떤가요?

상당히 어려워요. 나무가 예민해서 거름을 조금만 많이 줘도 안 되고요.

다들 처음에는 거름을 주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엔 나무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면 병충해도 안 오고 건강하게 자랄 것 같았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화학비료 절대 쓰지 않고 친환경 퇴비를 만들어서 줬어요. 그랬더니 나무도 잘 크고 건강하더라고요. 작년에 제대로 못 돌봐서 애들이 조금 비실거렸는데 올해 정상적으로 생기를 찾아 열매가 예쁘게 열렸어요. 저는 농사를 지었던 사람이 아니니까 공부한대로 나름 잘 키웠다고 생각해요.

 

 

홍삼순 농부의 집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5년 동안 농사경험으로 애플망고는 노후의 소득원으로 주변에 권할만한 작물인가요?

제가 작년에 6과가 들어가는 3kg 한 박스를 15만 원 받았으니까 소득이 괜찮죠. 

농사를 잘 지을 수만 있다면 소득원으로 상당히 좋은데 시설 투자가 많이 들어가니까 위험 부담이 좀 있어요. 시설을 하고 투자를 했는데 소득이 없다면 타격이 크잖아요. 나무 심고 다음 해에 바로 소득이 나오지도 않잖아요. 3년은 기다려야 열매가 열리니까요.

애플망고 잘 키워서 성공을 하면 통장에 손대지 않아도 내가 생활비 만들어 쓰니까 즐겁잖아요. 사실 이건 제 두 번째 즐거움입니다.

 

그럼 첫 번째 즐거움은 뭔가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무가 잘 자라는지 보는 거죠. 참 예뻐요.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수확하고. 이게 솔직히 돈보다 열 배, 백 배는 더 즐거워요.

 

도시에서 사업도 하시고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맺은 다양한 관계들이 있을 텐데요,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생활하다보면 고립된 느낌이 들진 않나요?

친구들이 오히려 여기로 들어와서 만나게 돼요. 내가 여기에 있고 애플망고 나무가 있으니까 “망고 꽃 피었지?” “망고 잘 익어가나? 한 번 갈게” 하면서. 저는 이 생활이 진짜 좋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겁이 나서 용기를 못해요. 도시에서 살던 아파트 팔고 노후에 쓸 돈만 조금 통장에 넣어두고 시골 내려와서 집 짓고 농사지어도 돼요. 저처럼 잘 저지르는 사람은 쉬워요(웃음).

 

고향으로 돌아와서 살아보니까 어때요? 고향 친구들도 많이 만나세요?

내가 중학교까지는 시골에서 컸잖아요. 고향에 친구들이 있으니까 참 좋아요. 망고 꽃이 피어서 수정하려면 벌이 필요한데 양봉하는 친구가 있으니까 “우리집 꽃 폈다. 벌통 좀 넣어줘”하면 넣어주고 가져가도 되겠다 싶으면 가져가요. 물론 그 만큼의 값을 치르지만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친구니까요.

 

애플망고 농사에서 특별히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나요?

저는 꿀벌을 하우스에 넣지만 수정벌도 따로 주문해서 넣어요. 그 벌은 수정만 하는 일벌이에요. 보통 한 통이 200평정도 수정을 하는데 애플망고는 꽃이 작아요. 벌들이 가서 꿀을 채취하기에는 참 묘한 꽃이라서 수정이 잘 안 돼요. 그래서 저는 남들보다 벌을 두배로 넣는 거죠. 그러니까 수정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요.

그런데 이게 다 돈이니까 ‘얼마를 투자해서 반드시 얼마를 벌어야한다’고 생각하면 애가 타죠. 저는 거기에 조금 벗어난 사람이라서 이게 가능하고, 그걸 벗어나 버리니까 마음 편하게 하는 거죠. 두 통만 해도 될 걸 세 통이나 한다고 ‘바보 같은 짓하고 있네’ 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건 생각의 차이죠.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애플망고들을 보여주는 홍삼순 농부

 

 

처음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짓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여자 혼자서 무슨 농사냐고 했어요. 친구들은 거짓말한다고도 했죠. “미쳤나? 네가 무슨 농사를 지어” 그런 반응이었어요.

 

가족들은요?

우리 아들, 딸은 엄마 말은 존중해줘요. 엄마가 하는 일에는 토를 안 달고 이의가 없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잘 걸어온 걸 봤으니까요. 아마 우리가 살아온 환경이 아이들의 생각에도 많이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농사 처음 시작할 때 아들은 미국에 있어서 관여를 할 수도 없었고(웃음), 딸은 오히려 제가 하는 일을 같이 해 보자는 분위기였어요. 작년에 제가 아팠을 때는 딸이 회사 근무하고 저녁에 농장에 와서 수확하고 다음날 아침에 택배까지 보내고 출근했어요. 지금도 한 번씩 와요. 우리는 이제 손발이 잘 맞아요.

 

든든한 파트너군요. 5년이 지난 지금, 친구들의 반응은 어때요?

놀라죠. 해보다가 이 삼 년 안에 보따리 싸지 싶었는데 대단하다고 하죠. 풀을 매고 수확할 때 손 모자라면 연락하라고 하는데 안합니다. 나무에 열매가 열렸는데 풀 베다가 열매가 뚝 떨어져버리면 어떡해요. 예쁘게 예쁘게 키워놨는데 떨어져 버리면 너무 속상하잖아요(웃음). 수확할 때에는 알이 굵어서 일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요. 하루에 스무 박스씩 하는 것도 아니고 네 박스, 다섯 박스 정도고 많아야 열 박스니까요. 저는 열매를 따면 깨끗하게 싹 닦아서 포장해서 보내거든요. 혼자 사부작사부작 하면 딱 좋아요.

 

 

이경원 작가(오른쪽)가 홍삼순 농부(왼쪽)와 함께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애플망고 나무가 크지 않아서 여성들이 농사짓기에 괜찮을 것 같기는 해요.

내 키에 맞춰서 나무를 키우는 거예요. 그대로 놔뒀으면 저 천장까지 올라갔겠죠(웃음).

처음에 다른 농장 가서 보니까 나무가 엄청 컸어요. 열매가 나무속에도 있고, 높은 곳에도 열렸더라고요. 저는 처음부터 과일은 햇빛을 봐야 되니까 나무는 밑으로 깔고 열매가 올라오면 줄에다 매달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우스에 줄을 달았어요.

나보다 먼저 했던 사람이 있겠지만 저는 남이 하는 걸 보고 한 게 아니라 내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서 했어요. 지금 보니까 다들 그렇게 하더라고요. 이제 그게 일반화 되었나 봐요.

 

본인의 신체조건, 노동 환경에 맞게 완전 맞춤형으로 작물을 키우시네요.
애플망고는 쉽게 사 먹기에는 가격이 부담이 있어요. 판매는 주로 어떻게 하세요?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어렵죠. 저는 개별 판매해요. 대농이면 마케팅을 할 테지만 규모가 작잖아요.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판매하는 것 보다 제 인맥으로 판매가 다 되더라고요. 마트에서는 알 단위로도 팔지만 저는 3kg 단위로 팔아요. 내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이상은 안 되는데 자꾸 일을 만들면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주변에서 애플망고 농사짓겠다고 찾아와서 자문을 구하러 오는 분들은 없나요?

많이 찾아왔었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애플망고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연락이 와요. 찾아오면 저희 농장도 보여주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죠.

제가 처음에 애플망고 농사를 준비하면서 제주도에 계신 박사님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더라고요. 저도 역시 해줄 말이 없어요. 상황에 따라 다른 걸 ‘이게 정답이다’라고 어떻게 말해 줄 수 있겠어요. ‘나는 이렇게 키웁니다’ 이야기를 해주면 그건 참고사항이고 나머지는 자기만의 것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죠.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게 비슷해요.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제일 궁금해 하죠.

 

초기 시설투자 외에 농사지으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연료비죠. 저희도 첫해에는 연료비가 진짜 많이 들었어요. 작년 가을에 시설에 다시 비닐을 교체하고 보온을 위한 이불도 바꾸면서 연료손실 되는 걸 많이 보완 했어요. 다행히 비닐하우스 교체할 때 보조사업의 도움을 받아서 마음이 엄청 편했죠. 올해는 연료는 그렇게 많이 안 들었는데 전쟁이 났잖아요. 그래서 또 연료비가....

올해는 꽃피는 시기와 수확시기에 맞춰서 온도도 적정하게 조절하고 있어요. 온도가 좀 낮으면 열매가 빨리 안 커서 수확시기가 좀 늦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올해는 추석이 9월 초라 수확이 8월말까지 가도 괜찮아요. 그렇게 계산해가면서 농사짓는 거죠.

 

애플망고 농사를 지으려고 준비하는 예비농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초기 투자 금액이 크기 때문에 하다가 잘 안되면 빚만 남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신중해야죠. 그리고 키울 때는 난방, 그래서 연료가 중요해요. 기름값이 들쑥날쑥하니까 난방을 기름으로 사용할지 전기로 할지도 잘 고민 해야죠. 그런 건 설비할 때부터 생각하고 들어가야 되거든요.

 

 

홍삼순 농부의 집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특유의 솔직담백함으로 인터뷰가 이어졌다.

 

 

하동이 고향이신데, 귀향 5년차 홍삼순 농부가 생각하는 하동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하동은 정말 사람이 살기에 참 좋은 동네예요. 따뜻하죠, 강 있죠, 그리고 지리산을 업고 있기 때문에 품속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거기다 바다도 가깝잖아요. 다 갖췄어요. 그런 게 없었으면 아무리 고향이라도 오고 싶겠어요? 안 오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저는 고향을 찾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 혼자가 아니었죠. 저에게 하동은 따뜻하고 참 좋은 곳입니다.

 

혹시 사업가 기질을 다시 발휘해서 농사규모를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만약에 다시 한다면 2천 평 정도 규모로 기업처럼 운영해 볼 향은 있어요. 한 번 더 하면 잘할 수 있겠다 하는 욕심이 자꾸 생겨요.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걸 배웠으니까 이미 만들어높은 시스템으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관리하면서 마케팅도 하고 또 공부해야죠. 사실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는 게 맞아요. 저질러서 성공하면 그만큼 성취감이 있잖아요.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좀 편하게 일하면서 살자 싶기도 하고요. 욕심 버리고 다 비우고 살면 그만큼 가볍게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또 저질러. 이런 생각도 좀 있죠.

‘한번 저질러 봐? 그냥 이대로 하고 그냥 끝내?’ 두가지 마음이 싸우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한번 성취감을 맛본 사람은 또 그 맛을 잊을 수 없죠. 그리워하게 되죠.
오늘 얘기를 나눠보니 추진력도 좋지만 두려움이 없는 분 같습니다.

사람들이 농촌생활과 농사일에 ‘와, 일 많겠다’ 겁부터 내요. 전원생활하려고 부부가 같이 귀촌했다가 풀 때문에 포기하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이 정도야 뭐, 할 수 있어’ 생각해요. 실제로 마당에 나가 보면 풀이 막 자라 있어요. 이거 언제하지 싶지만 매기 시작하면 또 금방 다 매거든요. 눈은 게으르고 손은 부지런해요.

비가 오면 호미질을 안 해도 손으로 뽑으면 풀이 쏙쏙 올라와요. 하루면 다 되는데, 하루에 못하면 이틀 하면 되고요. 저도 처음에 상추라도 심어 먹으려고 괭이로 땅도 파고 했는데 일이 많아지고 힘드니까 짜증이 나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어요.

그래도 동네 사람들한테 ‘농사짓는다면서 집을 저렇게 해 놓고 사나’ 하는 소리는 안 들으려고 마당의 풀은 항상 신경을 써요. 낫으로 대충 큰 것만 베어버리고 남한테 안 부끄러울 만큼만 하려고 해요(웃음).

 

지리산권의 농부들이나 귀농, 귀촌하신 분들과 교류에도 관심 있나요?

글쎄요... 모임 좋죠. 귀촌해서 농사만 짓는 게 아니니까 여가시간에는 사람들 만나서 대화도 하고 취미생활도 같이 하고 싶은 분들이 아마 많을 거예요. 저는 모임이 농사 외에 공통의 관심사나 취미를 나누는 자리면 좋겠어요. 다만, 저는 아직까지 사업도 하고 있어서 밖으로도 한 번씩 나갔다 와야 하고, 주말에는 네 살짜리 손녀도 봐주거든요. 그리고 짬짬이 농사도 지어야 하니까 시간이 아주 여유롭지는 않았어요. 가끔 차 한 잔 마시고 멍 때릴 때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에게 필요한 나만의 시간이니까요.


애플망고 농사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요. 지리산권 농부들에게 이야기 들려줄 자리가 마련되면 꼭 함께 해주세요.

당연하죠. 시간이 되면 그렇게 해야죠.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저는 솔직 담백한 사람이라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니까’
정말 솔직 담백하게 살아 온 이야기, 애플망고 농사 이야기를 들려준 홍삼순 농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치밀하게 준비해 지금의 일상을 만들어 왔다.
말과 웃음에서 전해지는 초강력 에너지를 듬뿍 받고 왔다.   

6월의 <봄날의 농장, 그리고 하동>에는 애플망고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겠지?

 



글 이경원

기획, 기록, 연결로 변화를 만드는 일과 사람을 돕는다. 2014년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궁금해서 찾았던 지리산시골살이학교 덕분에 지리산이음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때는 몰랐다. 7년이 지난 2021년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을 다니며 ‘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게 될 줄은.


사진/진행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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