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무해’하고 사람에게는 ‘이로운’ 산골 빵집
병곡면 <도하 비건베이커리> 김다솜 대표
글 / 자야
사진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이곳은 함양 병곡면에서도 산골짝에 자리한 비건베이커리 <도하>입니다. 2021년 초 문을 열었고요, 저는 여기 주인이면서 빵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떤 연유로 이렇게 깊은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나요?
부모님이 5년 전에 부산에서 이곳으로 귀촌을 하셨어요. 그 후 오빠도 일 년 있다가 여기로 들어왔고요. 저는 그때만 해도 시골에 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도시 생활에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이렇게 계속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점점 더 커졌고요. 그러다 어느 날 결론을 내린 거죠. 가족이 있는 시골로 들어가자고요.
부산에 있을 때도 빵 만드는 일을 했나요?
졸업 후 줄곧 요식업 쪽에서 일하다가 여기 오기 직전에는 빵 만드는 일을 했어요. 제가 퇴사할 무렵에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으면서 제가 거기에 있던 집기들을 다 들고 왔답니다.(웃음)
현재 <도하>는 비건 빵을 만들고 있잖아요. 언제부터 비건을 지향하며 실천해 왔는지 궁금해요.
한 오륙 년쯤 된 거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 기후위기와 생태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비거니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와 미래세대의 삶이 지속 가능하려면 더 이상 채식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 관심과 생각이 비건베이커리로 연결된 거고요.
일반 빵과 비건 빵의 차이를 설명해준다면요?
비건베이커리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다시피 우유, 달걀, 버터를 안 쓰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만 빼면 사실 일반 빵과 큰 차이가 없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의 비건베이커리는 재료만 식물성일 뿐 일반 빵의 달고 짜고 자극적인 맛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러려면 많은 양의 설탕에 기름에 첨가제 같은 것을 쓸 수밖에 없고요. 오죽하면 ‘비건정크’라는 말이 다 있겠어요?(웃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기 산과 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 제철에 맞는 재료만 쓰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는 이거야말로 <도하> 빵이 갖는 진짜 특징이고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생산물과 제철 재료를 쓰는 것이 비건의 본래 정신에도 맞지 않나요?
그렇죠! 특히 저는 지구와 삶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비건을 지향하기 때문에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거리를 산정하는 푸드 마일리지라든지 거기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계산하는 탄소발자국에 관심이 많아요. 도하에서 만드는 빵이 그것들을 줄이는 데 작게나마 기여하기를 바라고요.
그래도 소비자는 자기 입맛에 맞아야 사 먹을 텐데요.
다행히 <도하> 고객분들은 담백한 맛을 좋아하셔서.(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서 찾는 분들이 많아요. 아기에게 먹일 첫 빵이라 여기서 구입한다는 엄마들도 많고, 아픈 분들이나 회복기에 있는 분들도 꾸준히 찾아주세요. 저희 빵에는 정말 순수 재료 말고는 아무것도 첨가되는 게 없으니까.
제빵 일이 힘들다고 하는데 <도하> 빵은 만드는 데 품이 더 많이 들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일단은 채취 자체가 엄청난 노동이에요. 봄이면 그해에 쓸 쑥을 뜯어서 삶고 말리는데요, 그 양이 장난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 산에서만 뜯어야지 읍에 나는 쑥만 해도 맛이 다르더라고요. 높은 산이 주는 기운이 확실히 다른가 봐요. 또 여름엔 그 많은 양파를 썰고 말려서 구워야지, 바질은 직접 키워서 따고 말려야지, 정말 할 일이 많답니다. 팥도 지역에서 난 좋은 것을 사다가 직접 앙금을 만드니까 사서 쓰는 것과는 노동강도도, 맛도 비교할 수가 없죠. 그래도 곁에서 어머니가 항상 도와주시고 조언을 해주셔서 힘이 많이 돼요.
요즘 ‘워라밸’이라 해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추세인데요, 다솜은 어떤가요? 일이 많아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을 것도 같은데.
진짜 바쁠 때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오후 3시까지 빵을 만들어요. 택배 보내는 일까지 끝내면 5시고요. 남들이 놀러 다니는 주말에는 또 재료 준비하느라 바쁘고. 그렇다 보니 워라밸을 맞추는 게 어렵긴 한데요, 그래도 아등바등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제가 관심을 갖고 있다든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줄 수 있나요?
지역청년모임인 <이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고요, 함양에 있는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이라는 곳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도하>는 말 그대로 지역에 살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도 나누면서 소통하는 모임이에요.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학생들 각자가 주제를 정해서 공부하며 서로 배워가는 일종의 학습공동체인데, 저는 ‘지역소멸’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걸 조사하고 탐구하고 있어요.
이제 빵집을 연 지 3년이 돼가는데 앞으로도 온라인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에도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초반엔 주말에 오프라인 판매를 했었는데요, 손님들이 오기 어려워하셔서 전부 온라인으로 바꾸었죠. 그런데 택배를 보내면 아무래도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마음에 걸리고 부채감이 생겨서 언젠가 <도하>가 더 튼튼히 자리를 잡게 되면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다고 읍으로 내려갈 건 아니고요, 여기 산속에서 해야죠. 손님들이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 와서 산에 둘러싸여 빵을 먹을 수 있게요.(웃음)
위치 | 함양군 병곡면 병곡지곡로 422-4
오픈 | 14:00~17:00 / 토, 일 휴무
메뉴 | 삼색이빵 5,500 / 함양 양파빵 5,200
연락처 | Tel. 0507-1379-0152 / IG. @doha_vegan_bakery
글 쓴 사람. 자야
성실한 귀차니스트. 시골에서 글쓰고 요가하고 책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지구에 ‘무해’하고 사람에게는 ‘이로운’ 산골 빵집
병곡면 <도하 비건베이커리> 김다솜 대표
글 / 자야
사진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이곳은 함양 병곡면에서도 산골짝에 자리한 비건베이커리 <도하>입니다. 2021년 초 문을 열었고요, 저는 여기 주인이면서 빵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떤 연유로 이렇게 깊은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나요?
부모님이 5년 전에 부산에서 이곳으로 귀촌을 하셨어요. 그 후 오빠도 일 년 있다가 여기로 들어왔고요. 저는 그때만 해도 시골에 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도시 생활에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이렇게 계속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점점 더 커졌고요. 그러다 어느 날 결론을 내린 거죠. 가족이 있는 시골로 들어가자고요.
부산에 있을 때도 빵 만드는 일을 했나요?
졸업 후 줄곧 요식업 쪽에서 일하다가 여기 오기 직전에는 빵 만드는 일을 했어요. 제가 퇴사할 무렵에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으면서 제가 거기에 있던 집기들을 다 들고 왔답니다.(웃음)
현재 <도하>는 비건 빵을 만들고 있잖아요. 언제부터 비건을 지향하며 실천해 왔는지 궁금해요.
한 오륙 년쯤 된 거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 기후위기와 생태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비거니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와 미래세대의 삶이 지속 가능하려면 더 이상 채식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 관심과 생각이 비건베이커리로 연결된 거고요.
일반 빵과 비건 빵의 차이를 설명해준다면요?
비건베이커리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다시피 우유, 달걀, 버터를 안 쓰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만 빼면 사실 일반 빵과 큰 차이가 없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의 비건베이커리는 재료만 식물성일 뿐 일반 빵의 달고 짜고 자극적인 맛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러려면 많은 양의 설탕에 기름에 첨가제 같은 것을 쓸 수밖에 없고요. 오죽하면 ‘비건정크’라는 말이 다 있겠어요?(웃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기 산과 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 제철에 맞는 재료만 쓰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는 이거야말로 <도하> 빵이 갖는 진짜 특징이고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생산물과 제철 재료를 쓰는 것이 비건의 본래 정신에도 맞지 않나요?
그렇죠! 특히 저는 지구와 삶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비건을 지향하기 때문에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거리를 산정하는 푸드 마일리지라든지 거기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계산하는 탄소발자국에 관심이 많아요. 도하에서 만드는 빵이 그것들을 줄이는 데 작게나마 기여하기를 바라고요.
그래도 소비자는 자기 입맛에 맞아야 사 먹을 텐데요.
다행히 <도하> 고객분들은 담백한 맛을 좋아하셔서.(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서 찾는 분들이 많아요. 아기에게 먹일 첫 빵이라 여기서 구입한다는 엄마들도 많고, 아픈 분들이나 회복기에 있는 분들도 꾸준히 찾아주세요. 저희 빵에는 정말 순수 재료 말고는 아무것도 첨가되는 게 없으니까.
제빵 일이 힘들다고 하는데 <도하> 빵은 만드는 데 품이 더 많이 들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일단은 채취 자체가 엄청난 노동이에요. 봄이면 그해에 쓸 쑥을 뜯어서 삶고 말리는데요, 그 양이 장난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 산에서만 뜯어야지 읍에 나는 쑥만 해도 맛이 다르더라고요. 높은 산이 주는 기운이 확실히 다른가 봐요. 또 여름엔 그 많은 양파를 썰고 말려서 구워야지, 바질은 직접 키워서 따고 말려야지, 정말 할 일이 많답니다. 팥도 지역에서 난 좋은 것을 사다가 직접 앙금을 만드니까 사서 쓰는 것과는 노동강도도, 맛도 비교할 수가 없죠. 그래도 곁에서 어머니가 항상 도와주시고 조언을 해주셔서 힘이 많이 돼요.
요즘 ‘워라밸’이라 해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추세인데요, 다솜은 어떤가요? 일이 많아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을 것도 같은데.
진짜 바쁠 때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오후 3시까지 빵을 만들어요. 택배 보내는 일까지 끝내면 5시고요. 남들이 놀러 다니는 주말에는 또 재료 준비하느라 바쁘고. 그렇다 보니 워라밸을 맞추는 게 어렵긴 한데요, 그래도 아등바등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제가 관심을 갖고 있다든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줄 수 있나요?
지역청년모임인 <이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고요, 함양에 있는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이라는 곳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도하>는 말 그대로 지역에 살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도 나누면서 소통하는 모임이에요.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학생들 각자가 주제를 정해서 공부하며 서로 배워가는 일종의 학습공동체인데, 저는 ‘지역소멸’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걸 조사하고 탐구하고 있어요.
이제 빵집을 연 지 3년이 돼가는데 앞으로도 온라인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에도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초반엔 주말에 오프라인 판매를 했었는데요, 손님들이 오기 어려워하셔서 전부 온라인으로 바꾸었죠. 그런데 택배를 보내면 아무래도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마음에 걸리고 부채감이 생겨서 언젠가 <도하>가 더 튼튼히 자리를 잡게 되면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다고 읍으로 내려갈 건 아니고요, 여기 산속에서 해야죠. 손님들이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 와서 산에 둘러싸여 빵을 먹을 수 있게요.(웃음)
위치 | 함양군 병곡면 병곡지곡로 422-4
오픈 | 14:00~17:00 / 토, 일 휴무
메뉴 | 삼색이빵 5,500 / 함양 양파빵 5,200
연락처 | Tel. 0507-1379-0152 / IG. @doha_vegan_bakery
글 쓴 사람. 자야
성실한 귀차니스트. 시골에서 글쓰고 요가하고 책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